ㅁ 해설 생명성 탐색과 서정적 자아 --강이례 시집 『영혼의 음악』 . 김 송 배 (시인. 한국현대시론연구회장) . 1. 삶의 궤적과 생명성 현대시의 흐름은 대체로 자신의 삶의 궤적(軌跡)이 상상력으로 재생하는 과정에서 체험이 이미지로 창출되거나 그 이미지가 소재나 주제의 투영으로 발현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그 시인이 어쩔 수 없이 취택하게 되는 인생의 체험이 바로 시적인 상황으로 설정하게 되고 주제의 형상화를 위해서 정서나 사유(思惟)를 함축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보편적인 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 강이례 시인이 상재하는 첫 시집 『영혼의 음악』에 수록된 작품들은 이러한 자신의 일상적인 삶에서 추적하고 탐색한 평범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삶과 생명성의 연관적 확인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진지한 그의 의식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그 까맣게 익은 속살 / 달콤 쌉쌀한 향기 속에 / 삶을 술회한다 / 오묘한 배합구조가 / 착하고 정직하다 / 꽃 피워서 열매로 고백하는 / 벚나무 / 맛으로 세상을 가르치는 버찌 / 사는 법을 한 수 배웠네. (「벚나무 한 그루」중에서)’라는 어조(語調)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자연 현상에서도 삶과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일찍이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똥 바슐라르는 ‘시는 오로지 삶을 정비시키고 기쁨과 아픔의 변증법을 즉석에서 삶으로써만 삶 이상의 것’이라는 논지는 우리의 삶을 통해서 생성하는 현상들이 바로 시로 창작되는 현실적인 정서와 같이 시는 삶과 불가분(不可分)의 관련을 갖게 된다. . 저토록 청명한 하늘이 가을을 불러 앉혀 놓고 나를 바람으로 서성이게 한다 무덤가에 피어오르는 안개 불안을 밀어내고 따수운 정감으로 재조명 중이다 삶과 죽음의 촉루 골똘히 생각해 본다 좁은 골짜기 타고 흘러내리는 한 줄기 물소리 어디로 가면 꽃이 되고 지름길이 되는가. --「삶의 길」 전문 . 강이례 시인은 이와 같이 그가 지향하는 ‘삶의 길’은 우선 ‘나를 바람으로 서성이게’ 하는 상황에서 중심적인 방향의 제시가 없다. 그는 이 의문을 ‘어디로 가면 꽃이 되고 / 지름길이 되는가.’라는 어조로 삶의 지향점을 찾고 있다. 이러한 의문의 발단은 그가 그에게 내재된 인생관의 지적인 작용을 이해하게 되는데 ‘불안을 밀어내고 따수운 / 정감으로 재조명 중이다’라는 그의 진실을 탐구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는 또한 ‘삶과 죽음의 촉루 / 골똘히 생각해’ 보는 의식의 흐름은 그가 삶과 죽음에 대한 생명성의 탐색에서 진정한 시적 진실을 '삶의 길‘에서 정착하려는 그의 심저(心底)를 엿보게 한다. 이러한 삶에 대한 사유는 톨스토이가 말한 바와 같이 ‘삶에 대한 의문에 대한 나의 탐구는 마치 내가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경험하는 것과 같은 경험’이라서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에 대한 길을 스스로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강이례 시인은 작품 「무의도에서 (2)」 전문에서 ‘밑물과 썰물 / 섬의 애환이 / 배어있는 그리움 / 검게 탄 모습 / 불덩이 속 가슴앓이 여인 / 참고 견디어 온 바다여 / 초점 없는 동공의 / 모습속의 애환들 / 기약없는 세월의 / 한 평생이지만 / 손꼽으면 그리운 / 언어들을 다독인다’는 시간성에서 하나의 생명을 그리워하는 언어가 우리의 삶에서 파생하는 모습이 ‘애환’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많은 작품에서 삶과 생명력에 대한 어조를 이해할 수 있는데 ‘좋을 때나 괴로울 때나 / 저 참나무 같이 삶을 살아라(「찬나무가 좋다」중에서)’, ‘생명력 넘치는 삶 그려 본다(「섬진강」중에서)’, ‘존재의 행복 심기 / 삶의 생각과 교류하며 / 고뇌 속에서 / 흙을 보듬는 하루,(「농장에서 하루를 보내면서」중에서)’ 그리고 ‘길가의 다화는 아직도 / 가등으로 / 밝혀주는 / 삶의 준령(峻嶺)(「차창 밖에서」중에서)’ 등으로 삶에 대한 함축 언어는 그가 염원하거나 지향하는 시 정신의 원류가 흐르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 환한 웃음들이 초록빛 꿈을 키워 . 작은 씨앗들이 싹트는 북한산자락 . 너처럼 나처럼 . 온 누리에 밀알로 번져 가리라. --「밀알」 전문 . 그렇다. 강이례 시인은 ‘밀알’이라는 소재에서 창조한 진실은 ‘온 누리에 / 밀알로 번져 가리라.’라는 염원(혹은 기원)의 의식이 짙게 현현되고 있어서 그가 탐구하는 삶의 중심에는 언제나 시의 본령(本領)인 진선미(眞善美)가 투영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看過)하지 못한다. 그가 ‘잘못 끼워진 단추 / 여태껏 버려두었다가 / 이제와 길 찾으면 비상등 / 환희 밝히는 길목에서 / 정직한 인간 사회를 갈망한다.(「우연과 필연」중에서)’는 기원은 그가 소망하는 영원한 희망의 예비인지도 모른다. 그가 ‘붉은 태양의 위엄이 / 내 안으로 들어온다(「날개가 있다면(2)」중에서)’거나 ‘청정한 감자숲 / 숨을 쉬면서 / 나를 들여다본다.(「냉장고와 노래부른다」중에서)’ 그리고 ‘작은 / 돌멩이 하나, / 나를 버리고 삽니다.(「돌멩이」중에서)’와 같이 삶을 위해서 자신을 들여다 보거나 버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또 다른 삶의 형태를 갈구(渴求)하는 심리적인 변환이라고 할 수 있다. . 2. 자연 현상과 서정성 강이례 시인은 다시 자연 현상에 심취(深醉)하게 된다. 만유(萬有)의 자연에서 흡인(吸引)하는 서정성은 그의 내면에서 시적 원류로 흐르는 인성(人性)과도 무관하지가 않다. 항상 잔잔하고 진솔한 풍모와 함께 그의 인상은 이와 같은 서정적인 시법을 통해서 안온한 주제를 이해하게 한다. 그는 이 자연의 현상에서 감응(感應)하는 서정성은 자신의 자아와 존재 인식에도 상당한 연관을 갖게 되는 중요한 인식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그는 자연을 조망(眺望)하는 시각적 이미지는 정갈하고 확고한 곧은 인식이 반추(反芻)하게 된다. 가령 작품 「안개 옷입는 호수」전문에서 ‘호수에 내리는 낮은 안개 / 들여다 볼수록 속이 부드럽다’는 간결성과 거기에 수반(隨伴)하는 청결성이 동시에 발현함으로써 우리들의 공감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 푸른 하늘이 부른다 연둣잎 산이 손짓한다 초록 잎이 두 손을 비비며 나붓이 미소를 지어준다 잎 사이로, 하얀 꽃이 반달을 안고 파시시 얼굴을 내민다 향기로 향기를 불러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뭉게구름, 꽃구름이 앞앞이 지지러지게 바람과 향유를 하고 해질녘 홍조 띤 꽃잎이 곱게 밤 이슬을 머금고 있다 --「아카시아 꽃이 전해준 말(2)」전문 . 우선 그는 자연이 보여주는 시각적 이미지가 작품의 주된 상황이지만, 후각적(‘향기로 향기를 불러내’), 청각적(‘노래를 부르고 있다.’) 등의 복합의 이미지를 투영하여 다양한 정경(情景)으로 작품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아카시아 꽃’이라는 한 사물에서 그가 적시(摘示)하고자 하는 이미지들은 우리의 정감(情感)을 흡인시키는 원동력으로 현현하고 있어서 ‘초록 잎이 두 손을 비비며 / 나붓이 미소를 지어준다’는 서정적인 감응으로 포용하고 있다. . 녹음이 짙어지는 숲나무 원천 새털구름, 비단구름 송이구름, 물결구름 무늬들이 어우러져 싱그런 바람이 분다 야생화 벗 삼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 배낭 속에 총 연색 식물도감을 넣어 온다. --「숲속 길 걸어요」전문 . 이 작품에서도 강이례 시인의 자연 서정적인 감성의 발현되고 있다.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의 진정한 자연관으로 대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의 진솔한 서정적 자아를 확인하게 한다. 그는 작품 「날개가 있다면 (3)」에서도 ‘파랗게 불타는 소나무 / 뒤돌아선 산자락 아래로 / 늘어선 한 폭의 산수화 / 이 겨울 낯선땅 눈길위로 / 달리는 열차가 길게 꼬리를 빼문다’는 어조로 친자연의 의식을 만끽(滿喫)하고 있어서 그의 서정은 명징(明澄)하게 현시되고 있다. 그의 자연 서정은 ‘섬진강’을 비롯해서 ‘간절곶’, ‘운정호수’, ‘무의도’, ‘함평’, ‘진주’, ‘백운대’, ‘덕유산’, ‘마이산’, ‘가야산’, ‘관악산’ 등과 ‘약수터’ 등등 전국의 명산과 지역을 순례하면서 그곳의 특성을 중심으로 자연을 노래하고 있어서 그의 친자연관은 많은 교훈의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다. . 3. 시간성과 이미지의 융합 다시 강이례 시인에게서 인지할 수 있는 시적인 이미지는 시간성에서 탐색하는 시법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시간과 동행한다. 시간은 세월이라는 광의(廣義)의 해석뿐만 아니라, 우선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하루의 시간 개념과 함께 낮과 밤 그리고 춘하추동의 계절적인 감응을 비롯해서 과거, 현재, 미래 등의 개념으로 우리 삶과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다. 그의 작품 「하얀 세월 속에 묻힌 나날」전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까만 밤 초점에 기대어 무의미한 하루를 곰씹는 / 당신의 풀기 빠진 모습위로 / 분간 할 수 없는 / 동요가 흔들립니다 / 수십 해 밝고 몆 해를 삼키면서 / 가는 동안 마음의 물줄기가 / 수 세월로 내미는 걸 보니 / 이제 당신처럼 풀끼가 / 빠졌나 봅니다’는 어조는 과거에서 현재로 지나온 세월(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형상화하고 있다. . 구름 타고 눈꽃 피는 하얀 마음 맑은 정염이 내려 앉는다 바다에는 밤에도 해가 환히 떠 동글 세상 나이 닮지 않은 추억의 하얀 눈이 머리 위 어깨에서 미소 봄이 찻잔에 돌아와 있는가 했더니 단숨에 흰 꽃으로 물들었네 앞산 더 영글게 하얀 별의 이슬방울 굳굳히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거울속에 꽃망울을 두어야 겠다 --「넌 겨울이 좋은 가봐-3월의 하얀 눈」전문 . 강이례 시인은 계절 중에서도 봄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것을 목도(目睹)하게 되는데 이는 겨울의 ‘하얀 눈’이 3월 봄날에 내리는 정경에서 예비하는 생명성이 시각적 이미지로 현현하는 계절의 감각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시간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만물의 생성과정을 ‘하얀 마음 / 맑은 정염’이라는 청결이 계절을 잊은 눈이 봄과 동행함으로써 ‘세상 나이 닮지 않은 추억의 하얀 눈’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작품 「만남이었지」에서 ‘긴 세월의 여정으로 / 당신이 나의 한쪽 날개를 / 달아주던 날.... / 여린 가슴에 둥지를 / 만났습니다’라는 시간성을 음미(吟味)하면서 세월과 긴 여정에 대한 예민(銳敏)한 메시지를 분사(噴射)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 「기다리는 여심」 전문에서는 ‘봄이면 연분홍 / 옷으로 갈아입고 / 여름이면 노오란 색 / 칠월칠석 즈음에 / 동남풍이라도 불라치면 / 사슴목이 되어 기다리는 여심 / 은하수에 오작교도 / 꽃잎이 다리로 놓아진다 / 혹독한 눈보라를 이겨내더니 / 휘장을 둘러달고 초저녁 / 보름달로 길 밝히면서 / 새벽의 일출을 꿈꾸는 / 하얀 눈썹 달.’이라는 봄과 여름의 길목이라는 이미지의 상호 연결로 ‘여심’의 시간적인 상관성을 적시하고 있다. 강이례 시인의 시간성은 다음과 같이 적나라(赤裸裸)하게 다양한 메시지를 분사하고 있다. . - 봄의 자락을 잡고 / 돋아나는 잎새들 / 꽃잎이 지고 봉긋 알알이/ - 도시는 아직 우울한 달빛 / 목련 개나리 벚꽃 / 담장 너머로 봄 인사 / 내 몸은 어느 사 이 /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도시의 탈출」중에서) - 봄의 자락을 잡고 / 돋아나는 잎새들 / 꽃잎이 지고 봉긋 알알이 / 연한 잎 사이로 한 계 절이 / 물러가며 미소를 머금는다(「차 한 잔의 생각 (1)」중에서) - 꽃샘추위 하느라 숨어있다가 / 발그레 내민 얼굴에 짓궃은 바람(「차 한 잔의 생각 (2)」 중에서) - 가을 잔치가 영글어 간다 / 펼쳐진 책갈피에 앉아서 / 도란거리는 하얀 손가락(「옷깃을 여미는 바람이」중에서) - 창을 열고 보니 / 감 주머니 주렁 / 대추 아가씨 볼이 발그레 / 낙엽 받침위의 찻잔 / 드높고 청명한 하늘 / 오곡백과가 익어간다(「옷깃을 여미는 바람이」중에서) - 겨울 벌판, / 꽃망울 한 송이 오도카니 / 얼굴 내밀었다(「반달」중에서) - 동백꽃 매화 진달래 춘, 하, 추, 동이 / 겨울을 수놓고 맞이할 봄을 기다리는 여심(「관악 산과 숨박꼭질하던 날」중에서) . 강이례 시인은 이 밖에도 대인관계에서 탐색하는 시간들이 그의 진실한 기원이나 그리움 등으로 현현되고 있는데 그가 지향하는 문학(특히 시에 대하여)을 내포(內包)하고 있어서 더욱 공감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 맴 도는 세상살이 누가 잘나고 못났던가 한 줌 밖에 안 되는 걸 흰 초롱꽃 앞에 고개 숙인 문학인, 가지런히 서 있네 무덤까지 가지고 간 명패 숨결의 일렁임 소유와 무소유의 뒤안길 삼라만상이라 하네. --「저승과 이승 사이」전문 . 그는 ‘무덤까지 가지고 간 명패’인 ‘문학인’을 ‘세상살이’에서 체득(體得)한 최고의 선물임을 세월의 이미지로 승화하고 있다. ‘서재의 시집들이 부르고 있다(「그리운 그들이여」중에서)’거나 ‘70년 되신 대 원로님의 만남 / 한 권의 시집에 사인을 받아 / 가슴에 안고(「그렇게 살고 싶어」중에서)’ 그리고 ‘가을 하늘을 핑크빛 색으로 / 물들인 곳 낭만과 기쁨이 / 흐르는 문학심포지엄에서 / 유영을 하고 있었다(「함평 문학나들이」중에서)’는 등의 어조와 같이 문학과의 상관성을 적시하고 있어서 그의 심저(心底)에 담아둔 지적인 이미지들이 상호 융합하는 시법이 돋보인다. . 4. ‘모정’과 가족 사랑의 향기 강이례 시인이 애절하게 추적하는 시적 정황(情況)은 어머니를 위시한 가족 사랑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는 그에게서 언제나 불망(不忘)의 체험이 창출되고 그 주제가 ‘모정’을 통한 그리움의 표정으로 각인(刻印)되고 있다. 그에게서 어머니의 이미지는 자신의 생명성(존재성)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그의 체험에서 연결된 다양한 시법이 적용되고 있으며 그의 고향과 가족 사랑도 남다른 향훈(香薰)으로 풍겨지고 있다. . 어느 여름날 삼 모녀 피크닉 하던 날 . 하늘나라 가신 울 엄마 하고 딸과 나들이 간 추억 속으로 불러들인다 . 내두 할미가 돼 그 길을 걷고 있네 미술가가 캐릭터를 그려 삼대가 인증샷 . 발자국 따라 자리를 남기며 정겹게 가고 있네 낯익은 공기 속에서 강물은 소곤거린다. --「모정」전문 . 그는 이 작품 ‘모정’을 통하여 이제 영면(永眠)한 ‘엄마’와 ‘내두 할미가 돼 그 길을 걷고 있’는 모녀의 정한(情恨)이 ‘삼 모녀’의 추억으로 회상되고 있다. 누구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은 다수의 시인들이 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그 형상은 각자의 체험적인 생활환경과 여건 등에서 재생되는 이미지가 다양하게 창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찍이 우리의 김남조 시인도 ‘어머니! 이렇게 부르면 지체 없이 격렬한 전류가 온다. 아픈 전기이다. 아프고 뜨겁고 견딜 수 없는 전기이다’라고 그의 글 「그 먼 길의 길벗」에서 어머니와의 정감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모정이 뜨거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강이례 시인도 ‘입춘이 다가옴에 / 겨울 산이 꿈틀거린다 / 탯줄을 묻은 / 고향, / 넓고도 포근한 / 어머니 품 속.(「어머니 . 1」전문)’이거나 ‘제법 싸한 바람이 부니 / 엄니가 끊여 주던 된장국 / 맛이 그립다 / 때늦은 점심 식탁 앞에서 / 먹지도 않은 배가 뿌듯하다 / 토장국 향내음 / 엄니의 향내음 / 수저를 들었다 / 놓곤 한다(「엄니의 맛」전문)’는 가슴 찡한 어조들이 회상을 통해서 어머니에 대한 정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어조는 ‘어머니 운명을 앞두고(「어머니 . 2」중에서)’나 ‘작고하신 어머니를 그리며(「흰 백합(1)」중에서)’와 같이 그의 사모곡은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강이례 시인은 가족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재생하고 있는데 ‘마음의 미소 / 흑백 사진 속 고운 자태 / 꼭꼭 숨겨 둔 나를 들킨 것 같다 // 밀물이 밀려오듯 / 밧줄을 당기니 / 사랑의 열매가 줄줄이 / 한 아름 차 있다(「가족」중에서)’는 회포(懷抱)가 가족 간의 우의를 더욱 애절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가 구사하는 가족 사랑은 작품 「가족 여행」과 「부모님 전상서」에서도 ‘그리운 쑥 향기 같은 / 가족사’가 잘 적시되고 있으며 ‘오랜 세월이 내려 앉아 /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 이쯤, 당신이 보고 싶어 눈이 시려옵니다’는 애통(哀痛)의 정한이 서려있어서 우리의 감동을 높혀 주고 있다. 또한 가족 중에서 ‘외손녀’와 ‘아들과 딸’에게도 다정다감(多情多感)한 어조로 정을 베풀고 있는데 ‘ 2박 3일 외손녀와 / 동치미처럼 시원 달콤하게 / 나들이 한 나날들’과 ‘손녀와 취침할 때 부르는 노래 / 까르르 목젖이 보이도록 웃던 날’ 그리고 ‘자식은 울타리야, 인(人) 화초야 / 사위가 외국으로 첫 근무 나가던 날’들이 모두 사랑의 근본으로 훈훈하게 남아 있다. . 들꽃 향기처럼 늘 미소를 머금은 내 아들 딸아 뿌리가 깊은 나무지 . 아들아 좋은 날에 행운과 행복 꿈꾸면서 미래 지향하면서 청아한 못소리로 경서를 읽는 너를 보고 싶구나 좋은 배필과 함께 말이야 . 딸아 남편은 왕 너는 여왕 이렇듯 한 몸 한 뜻이란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지만 아내는 남편을 섬김을 잘 해야 가정이 편하고 나라도 밝아진단다 부부는 행복의 조미료. --「아들 딸아」전문 . 특히 아들과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자식을 향한 훈시적인 모정(여기서는 베푸는 모정)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강이례 시인이 이 시집 『영혼의 음악』에서 탐색하는 모티브는 서정적인 자아를 통한 생명성의 확인이다. 인생의 행로에서 전개되는 삶의 궤적에서 감지한 체험적인 이미지들이 작품으로 형상화할 때 그는 거기에서 인본주의를 구현하는 사랑의 원류를 인식하는 시법을 정착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서 ‘영혼의 스케치’가 충만하도록 하기 위해서 프랑스의 시인 볼테르의 말과 같이 ‘시는 영혼의 음악이다. 보다 더욱 위대하고 다감한 영혼들의 음악’이라는 충언(忠言)을 작품을 창작할 때마다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시집 상재를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