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MARC CHAGALL)
말년의 마르크 샤갈이 거주한 라콜린 저택 응접실의 벽난로 위로 그림 한 점이 걸려있었는데, 그게 바로 <에펠탑의 신랑 신부>다. 이 그림은 벨라루스 태생으로 파리로 건너와 본격적인 작가의 이력을 쌓던 샤갈이 나치의 위협을 피해 프랑스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 이민을 떠나기 직전 완성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림의 중앙 상단에 짙푸른 실루엣으로 처리된 에펠탑에서는 아직 제2차 세계 대전의 전운이 감지되지는 않는다.
그의 모든 그림에서 관찰되는 허공에 붕 뜬 인물상은 초현실주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그러나 그가 미술 운동들로부터 수완 있게 계승한 것은 그 정신보다는 기교인 듯하다. 초현실주의자 앙드레 브르통이 샤갈을 “은유가 성공적으로 드러나는 그림”의 제작자로 격찬하고, 아폴리네르도 ‘초자연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그는 초현실주의와 근접했지만, 정작 초현실주의 운동과는 선을 긋고 있었다.
그는 야수주의의 색과, 입체주의의 해체된 대상과, 초현실주의의 환상적 구성을 자신만의 주제로 반복하면서 인기를 누렸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도 같다. <에펠탑의 신랑 신부>도 그런 점에서 그가 평생 매달린 주제에서 멀리 있지 않다. 동물과 인물이 뒤섞인 편성,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친 신혼의 로맨스, 예술 도시 거주자의 자부심이 드러난 에펠탑의 전경 등이 그렇다. 대중은 이와 같은 주제에 언제나 환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