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속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최근 일주일 동안 북극대학과 공동으로 북극권 국가의 대학생 11명과 국내 대학생 19명이 함께 참여하는 '북극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북극이사회 결의에 따라 2002년 설립된 북극대학은 북극권 및 옵서버 국가의 181개 대학 및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북극권 최대의 학술교류 네트워크다.
특히 북극 원주민이 포함된 해외 학생 전원은 한국을 처음 방문하였기에 우리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던 모양이다. 국립해양박물관, 한국해양대학교, 부산항 신항, 한국선급, 대우조선해양, 극지연구소 등 북극 및 해양에 관련된 기관과 시설을 방문했을 때는 우리가 가진 기술적 역량에 놀라워했다. 또 각 기관이 정성껏 마련한 최첨단 시설을 활용한 애정 넘치는 설명회를 보고 우리가 가진 일에 대한 열정과 정성을 느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우리의 오랜 전통문화와 전 세계인의 흥을 건드려 버린 '강남스타일'에서 우리가 즐기는 흥겨움을 조금 알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이들 학생이 예상치 않게 경험한 또 하나의 우리 모습이 있었다. 바로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남북한 간의 긴장 상황이 그것이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체류 기간 공교롭게 발생한 북한의 위협과 예고된 추가 도발에 무척 당황하는 모습이었으며, 근심 어린 표정으로 상황을 묻곤 했다. 처음 온 외국에서 자기 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상황을 맞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오히려 그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보여준 안정된 사회 질서, 국민의 일관된 지지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설득하고 원칙을 지키는 곧은 모습이었다고 했다.
영국 왕립지리학회 최초의 여성 회원이었으며, 1894년부터 3년 동안 우리나라를 네 차례 방문해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저서를 펴낸 세계적인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그녀의 저서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처음 한국에 대해서 느꼈던 혐오감은 이젠 거의 애정이랄 수 있는 관심으로 바뀌었다. 이전의 어떤 여행에서도 나는 한국에서보다 더 섭섭하게 헤어진 사랑스럽고 친절한 친구들을 사귀어보지 못했다(이인화 옮김)'. 비숍 여사는 저서의 많은 부분에서 한국 체류 기간 느낀 몰락해 가는 상류층의 부패와 비합리성, 우유부단함에 대해 혐오감을 보였으나, 보통의 한국사람이 가진 독특한 흥겨움과 정, 친절에 감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Be British, My Men'. '제군들이여, 영국인답게 행동하라'. 100여 년 전인 1912년 4월 15일 북대서양을 항행하던 중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이 침몰 직전 그의 선원들에게 메가폰으로 전달한 유명한 메시지이다. 비록 위기대응 매뉴얼에는 없었겠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이보다 간결하고 호소력 있는 메시지가 있었을까. 평소 영국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자부심을 바탕으로 선장으로서의 높은 도덕성과 탁월한 리더십은 혼란의 순간에도 자신과 부하들을 묶어내는 메시지를 보내게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지 70년 만에 GDP(국내총생산) 세계 11위 국가가 되었으며,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다가가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