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민 석 변호사 한 국가의 헌법과도 같은 것이 공동주택의 관리규약이다. 입주자와 사용자·입주자대표회의·관리주체의 권한과 의무를 규정한 관리규약은 공동주택 생활과 관련한 거의 모든 사항이 망라돼 있다. 이와 관련해 주택법 제44조, 동 법 시행령 제57조는 시·도지사로 하여금 관리규약의 준칙을 정해 입주자들이 자신들 단지의 관리규약을 제정하는데 참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각 시·도에서는 정기적으로 관리규약 준칙을 보급해 관내 아파트 단지들이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입주자들이 법률의 전문가가 아닌 현실에서 시·도지사가 만든 관리규약 준칙이 거의 그대로 채용됨이 관행이니 시·도지사가 만드는 관리규약의 준칙이 갖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주택법령의 개정에 따라 서울시와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에서는 2010년 9월 일제히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의 개정안을 보급했다. 그런데 이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이 담고 있는 용어의 정확성이나 체계의 정합성은 별론으로 하고, 여러 부분에서 상위법인 주택법령이나 민법·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관계법령과 충돌되고 모순되는 내용이 있어 심히 우려된다.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자체는 법규로서의 효력이 없으나 당해 공동주택에서 관리규약으로 채택돼 입주자 등의 동의까지 완료되면 이는 자치법규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자치법규란 상위법령에 어긋나지 않는 한 구성원들의 권리와 의무 및 법률관계를 규정짓는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자치법규가 상위법령과 충돌하게 되면 당연히 상위법령이 적용되고, 자치법규에 따라 운영되던 공동주택 관리의 여러 법률관계가 법적 효력을 부인당하게 되는 혼란이 야기된다. 예컨대, 서울시와 경기도의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제9조 제1항은 입주자의 자격과 관련해 ‘입주자의 자격은 소유자가 공동주택 1세대의 구분소유권을 취득(최초 입주 시에는 사업주체가 입주자에게 명도한 때를 말한다)한 때에 발생하고, 그 구분소유권을 상실한 때에 소멸한다’고 규정했다. 이 괄호 안을 해석해보면 최초 입주하는 아파트에서는 구분소유권을 취득하지 않더라도 공동주택을 명도받은 때, 즉 입주한 때 입주자의 자격을 취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법 제2조 정의규정 제12호 나, 다목에 따르면 입주자란 ‘주택의 소유자 또는 그 소유자를 대리하는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고, 주택의 소유자란 민법에 따라 소유권등기를 해야만 인정될 뿐 예외가 없다. 관리규약 준칙이 법령의 근거도 없이 입주자의 자격을 확대한 것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제16조 제1항은 ‘관리주체는 입주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에 대해서도 관리비·사용료 및 장기수선충당금 등(이하 관리비 등이라 한다)의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2항은 ‘관리비 등을 입주자 등이 체납한 때에는 입주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특별승계인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가 부담해야 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집합건물법의 해석과 관련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체납관리비 중 공용부분 관리비만이 특별승계인에게 승계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관리주체가 관리규약에 근거해 체납관리비 전부를 특별승계인에게 부담시키고자 하면 소송 당하기 딱 좋다. 지면 관계상 일일이 거론할 수 없지만 광역자치단체가 법에 어긋나는 관리규약의 제정을 권유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관리규약 준칙이 갖는 중요성과 장래 발생할 법적 혼란의 방지를 위해서라도 자치단체의 관리규약 준칙 제정에는 보다 세심한 검토가 요구된다 하겠다. |
2011/02/02 [10:16] ⓒ한국아파트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