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내가 머슴의 자식으로 나서 없이 살다보니 아무런 가문도 배경도 없이 맨주먹으로 살았고 산 속으로 들어가 삭발도 했었고 총쏘는 솜씨로 포수노릇하다가 불의를 참지 못하는 마음에 만주로 넘어가 의병의 되어 왜놈 때려잡는 명사수로 날리며 독립군사령관으로써 나라 되찾는 일에 온몸을 던졌노라.
그래 내가 나라 없는 백성으로 살아 얼음덩어리 주먹밥 갉아 먹어가며 왜놈들과 싸우고 또 싸우면서 왜놈 빌붙은 놈들에게 쫓기고 쏟아지는 왜놈들 총알 맞아가도 엄동설한에 동상 걸린 맨발로 풍찬노숙하며 기개를 꺾지 않았노라
그래 내가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를 치르며 수많은 동지들 죽음과 희생으로 왜놈들 간담을 짓밟아 놓으며 우리 민족 우리겨레가 살아있음을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았음을 세계만방에 널리 알리기도 했노라
그래 내가 비록 나이들고 힘이 빠져 쫓기고 쫓겨 머나 먼 이국땅에서 말년에 허드렛일로 입에 풀칠하다가 그리던 광복을 보지도 못한 채 한많은 이승을 떠나 먼저 간 아내, 아들 곁으로 올라 남의 나라 땅에 묻히었으니 1943년 일이노라.
그래 내가 비록 고혼이 되었어도 1945년 8.15에 지축을 울리며 독립운동하다 저승에 온 영혼들과 피투성이 된 몸들을 부여잡고 천상을 떠들썩하게 뒤집어 놓았고 우리가 되찾은 나라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으뜸나라가 되는 것을 보고는 독립군 동지들 모두 기뻐 춤추며 동상에 썩어 문드러진 발가락잘린 팔다리마저 훈장이라 여겼노라
그래 내가 비록 바라지는 않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훈장 주고 박근혜정부가 '홍범도함' 이름 붙이고 문재인 대통령 때에 유골이나마 고국 땅으로 돌아와 묻혔으니... 더 이상 여한이 없었노라
그래 내가 비록 육신은 떠나왔지만 대한민국 총알 탄피 녹여 만든 흉상 독립영웅 5인으로 육군사관학교에 세워 사랑하는 조국 독립군 후배들과 만나 피끓는 애국심 민족수호 기백 불굴투혼 영혼으로나마 나눌 수 있어 마지막 애국애족 소명으로 삼았었노라.
... 그래 비록 내가 아무 말 않았지만 친일 반민족행위자와 같이 누워있는 국립묘지가 편치 않았고 군 최고지휘관까지 친일파들이었고 온통 친일후손들이 득세한 일도 알게 되어 부아가 치밀고 괘씸하기도 했지만 좌우 이념 없이 모두가 대동단결하여 오로지 조국의 광복만을 생각하며 장렬히 산화한 동지들을 가슴에 품고 하늘 끝 여기에서 내려다보며 다시 찾은 조국을 지키고 있었노라.
그래 내가 비록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훈장 주고 홍범도함 명명한 것이나 대한민국 공군전투기 편대의 환영이나 육사교정 국방부 앞에 세운 흉상이나 국립묘지까지도 바란 적 없는데 목숨 바쳐 찾아놓은 나라에서 우리를 능멸하고 있으니 독립군 잡던 왜놈 앞잡이들에게 잡혀온 듯 수치스럽기만 하여 내 꼭 한 마디만 하노라
"네 이놈들,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나 홍범도야! 왜놈들 때려잡던 홍범도야! ... 나 이제 놓아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