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맞는 '白虎의 해' 용맹하고 거침없는 호랑이… 한국인이 가장 우러러보는 동물 민화·민담 단골 주인공에서 올림픽 마스코트까지 '무한사랑' 예부터 호랑이 꿈은 길조 "으르렁"은 취직, 집에 들면 승진… 호랑이처럼 열심히 뛰면 보인대요
호랑이가 처음 나타난 것은 적어도 200만년 전쯤이라고 하지만, 한국인 의식에서의 첫 출현은 단군신화다. 호랑이는 곰과 함께 쑥과 마늘로 연명하다가 못 견디고 동굴을 뛰쳐나갔으나 한국인에겐 곰보다 훨씬 더 큰 사랑을 받아 왔다. 호랑이 젖을 먹고 컸다는 후백제 시조 견훤 설화부터 호랑이 곰방대에 토끼가 불 붙여주는 민화, 호랑이가 수풀을 헤치고 나오는 '이발소 그림'까지 호랑이는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88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가 호돌이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조상들은 호환(虎患)을 최악의 공포로 삼을 만큼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나 늑대처럼 싫어하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처녀들은 지금도 "남자들은 모두 호랑이"라고 말할 것이다.
육당 최남선은 일찍이 우리나라를 '호담국(虎談國)'이라고 했다. 그는 "범 이야기만을 모아서 '천일야화'나 '데카메론'을 꾸밀 나라는 오직 조선이 있을 뿐이며, 범 이야기로 안데르센과 그림형제 노릇을 다 할 것이다"고 했었다. 중국 문호 루쉰(魯迅)은 조선인만 만나면 호랑이 이야기를 졸랐다고 한다.
식육목 고양잇과 표범속에 속한 호랑이는 8개 아종이 있으며 한국호랑이는 이 중 시베리아호랑이로 분류된다. 수호랑이는 몸 길이 3m, 몸무게 300㎏를 넘는다. "호랑이는 한 골짜기에 한 마리만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사는 동물이다. 증보문헌비고에 '조선 순조 12년(1812) 정월에 경희궁에 호랑이가 들어왔다'고 기록할 정도로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보기 어렵지 않은 맹수였다. 구한말 의사이자 외교관이었던 H N 알렌은 '조선견문록'에서 '조선에 와 처음 집도한 수술은 호랑이 공격을 받은 사람의 팔을 잘라내는 수술이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호랑이는 20세기 들어 일제의 대대적인 사냥작전으로 남한에서 멸종되고 말았다. 조선총독부 자료에 따르면 1923년 한 해 전국에서 잡힌 호랑이 수는 32마리였으나 1940년엔 1마리밖에 포획하지 못했다. '한국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를 쓴 일본 동물문학가 엔도 기미오씨는 "한반도의 호랑이를 멸종시킨 것은 일제의 남획이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남아있는 한국호랑이는 전남 목포의 유달초등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박제 한 마리뿐이다.
호랑이는 용맹하고 날쌔며 거침없는 동물이다. 육중한 앞발을 한번 휘두르기 위해 오랜 시간 힘을 비축하고 정신을 집중한다. 호시탐탐(虎視眈眈)은 호랑이의 이런 눈빛을 형용한다. 한국인은 이런 호랑이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우러러보는 양가(兩價)의 감정을 갖고 있다. 옛날, 호랑이를 잡은 사냥꾼에게 영물을 죽인 벌로 곤장을, 귀한 호피(虎皮)를 구했다 해서 비단을 내렸다고 한다. 상과 벌을 동시에 준 짐승이다.
연암 박지원의 '호질(虎叱)'은 호랑이의 음성을 빌려 인간을 준열하게 꾸짖는 문학이다. 이 해학적 단편에서 과부와 놀아난 선비 북곽선생은 똥을 뒤집어쓰고 호랑이의 질타를 받는다. 안국선(1878~1926)의 '금수회의록'에서 발언에 나선 호랑이는 말한다. "우리는 포악한 짓을 해도 깊은 산골에서 하지만 사람들은 청천백일하에 온갖 나쁜 짓을 하지 않느냐. 우리는 하늘이 주신 발톱과 이빨로 해하지만 사람들은 학문을 이용해 남들을 해하지 않느냐."
그런가 하면 한국 민담에서의 호랑이는 어린아이나 토끼 같은 약자에게 곧잘 속아 넘어간다. 호랑이 무늬가 울긋불긋한 것도 할아버지 곰방대를 호기심에 피워 물었다가 잠드는 바람에 불에 그을려 누렇고 검게 됐다는 얘기다. '호랑이와 곶감'과 '해님달님 된 남매' 이야기가 변형돼 호랑이가 사냥 나갈 때 제 새끼들에게 "누가 와도 절대 문 열어주면 안 된다. 곶감이 찾아올지도 모르니까"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잠든 호랑이 코에 칼로 열십자(十) 그은 뒤 꼬리 잡고 "이놈!" 소리치면 혼비백산한 호랑이가 알몸만 빠져 달아난다는 우스개 포호법(捕虎法)도 있다.
호랑이 민화 중 가장 흔한 것이 소나무에 앉은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까치호랑이'인 점은 호랑이를 길조의 동물로 보는 한국인의 의식을 보여준다. 호랑이 꿈은 예부터 좋은 일이 생길 징조로 받아들여졌다.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면 취직을 하고, 호랑이가 집안에 들면 승진하는 꿈이다. 호랑이가 가만히 있으면 행운이 오고, 호랑이를 죽이면 중요한 일을 맡는다고 한다. 그러나 경인년(庚寅年) 새해, 호랑이 꿈을 이루려면 호랑이처럼 준비하고 호랑이처럼 뛰어야 한다. 속담에 이르기를 "호랑이도 토끼 잡으려면 뛰어야 한다"고 했다.
첫댓글 제가 호랑이띠인데요...ㅎㅎ 백호는 아니군요.
호랑이 걸음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려면 더 열심히 댕겨야 할 듯~!!
선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