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미국 출장 떠난지 닷새 - 금요일.
세연이와 며느리가 방문하는 날입니다.
자동차로 세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인지라 세연이 혼자 뒷좌석에 태우고 운전해 올 수는 없는 터라
오송역에서 KTX 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후 다시 공항철도를 타고 온다기에
캐리어도 끌어야하고 세연이 손 꼭잡고 오려면 혹여 예기치 않은 돌발사고가 생길까
반가움이 한가득 하다가도 일말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아 '번거롭고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하니까
어머니 걱정 하실까 말씀 안 드렸었는데 얼마전에 세연이에게 뮤지컬 공연 보여주려
KTX와 전철 타고서 성균관 대학교에 다녀왔었답니다.
아들은 미국에서의 2주 업무후 멕시코에서 한 주일 더 체류해야하는데
방탄 차량이 제공된다는 말에 더 마음이 불안불안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서울역까지 마중 나가고 싶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아서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 탄후 도착할 역까지 마중 나가려고 교통편을 알아보다가
서울행 전철을 자주 이용한다는 그녀에게 물어보고.
울 아파트를 지나는 GRT 가 있어 그나마 편리합니다.
사실 좀 불안하기도 했어요.
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거의 5년 만입니다. 더구나 초행길.
검색하고 검색하고, 또 앞좌석의 승객에게 물어보고..에효...
노파심이 끊이지 않습니다.
할머니~~ 두 손 활짝 벌려 달려 온 세연이와 반가운 해후.
다시 GRT 타고서 아파트 바로 앞에서 내려 아파트에 들어섰는데
개나리꽃무리에서 꽃구경하는 세연이, 노란 가디건과 완전 어울립니다.ㅎ
꽃잎 하나 주워와 보여주네요.
전날 밤에 불고기를 재워놓고, 세연이 좋아하는 잡채도 만들어 놓고,
김장김치까지 새통에서 꺼내어 가지런히 썰어 담아놓고- 김치 꺼내어 써는 것도 일이더라고요.ㅋ
잔치국수에 고명으로 올릴 애호박도 볶아놓고, 김치도 종종 썰어 참기름에 무쳐놓고,
잔치국수에 올릴 계란지단은 황백으로 부쳐 채썰어 놓고
꽃보다 김밥용은 정사각형으로, 애탕에 올릴 지단은 작은 마름모꼴로.
냉동실의 볼락도 김치 냉장고로 옮겨 놓고,
김밥에 들어갈 재료, 우엉,어묵조림과 시금치 나물.... 등도 미리 마련해 놓고,
귀하디 귀한 시간을 식사마련하느라 소진하기 아까워서
미리 준비 해놓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 두었어요.
마중 나가기전에 고명이랑 육수를 다 만들어놓았기에
곧 바로 잔치국수 대령이요~
며느리의 캐리어에서 이것저것 챙겨온 것들이 나옵니다.
내가 오매불망하는 보시오 트로피칼 망고 모스카토 와인.
세연이와 함께 만들었다는 딸기잼. 쿠키는 두 통씩이나.
자동차로 오는 것도 아니고, 세연이 아이패드까지 갖고 왔을텐데
무겁게 뭘 이렇게 많이 가져왔니~~~
점심 후 마트에 잠깐 가려고 나섰는데 미리 엄마와 함께 나가서 놀이터에서 놀던
세연이의 사진 찍는 포즈~
다이닝룸 테이블 위에서도 온갖 포즈를 다 잡음.
세연이가 좋아하는 잡채.
세연이와 함께 꽃보다 김밥과
유부초밥도 만들고.
꽃보다 김밥 뒤에는 며느리가 우리집으로 미리 주문하여 배송온 태국의 쌀국수- 팟타이꿍 -밀키트로 .
할머니, 엄마와 손녀의 합작품으로 차린 점심식탁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세연이, 3대가 함께 근처 까페에서 티 타임~
(며느리가 가자하여~)
야외공원으로 나들이를 갔어요.
할머니의 양산과 선글라스를 뺏아서.
저녁엔 준비하는 수고를 않기로 하여 피자로~
# 새벽미사 -주님 수난성지주일.
주일 아침, 오후에 세연이는 돌아가야 하기에 함께 머무는 시간을 아끼려
새벽미사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어젯밤에 남편에게 성당까지 태워주는 약속을 받았고.
4시 30여분 경에 일어나 새벽미사에 갈 준비를 하며 예전에 새벽미사 독서봉독을 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독서봉독 때나 새벽미사 참례를 하였지 일부러 새벽미사 참례는 처음입니다.
더러 더러 새벽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괜찮을듯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더 따뜻해지면 혼자서도 사부작사부작 걸어서 다녀 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돌아갈 때는 뒷자리에 앉은 울 아파트 그녀의 차를 타기로 하여
남편에게 '이따 데리어 오는 수고 않아도 되니 계속 주무시오~' 카톡을 보내고.
어느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교중미사에 독서봉독이었고,
사순절 내내 감기로 고생하던 때인데
그날따라 유난히 더 쌀쌀한 봄날씨.
성당 마당에서의 시작에 코트를 벗고 얇은 독서전례복을 걸쳤기에 오들오들 떨면서
목도 시원찮아서 머플러를 둘둘 감고서.
다행하게도 독서봉독은 무난하게 마쳤음이라.
미사 시작을 기다리며 문득 떠오르는 그 날들...
미사후 로비에서 수녀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늘 교중미사에 오더니 왠 새벽미사? 인듯한 눈빛.
세연이는 아침에 일어나 할머니방에 왔다가 할머니가 없어서 당황했다네요.ㅋ
"할머니, 성당에 다녀왔어요?"
"응..세연이도 성당에 가볼래?"
어린이집에서 보내온 ' 저를 소개합니다' 영상에
세연이가 첫 번째로 발표를 합니다.
"저의 이름은 김세연입니다. 저의 별명은 똑똑박사입니다.
저의 보물은 선생님입니다. 저는 우리 가족을 사랑합니다."
똑똑박사는 누가 지어주었냐 물으니 선생님이 지어주셨답니다.
보물이 선생님? ㅋ~
어느 분이 한적한 곳의 깨끗한 꽃이라며 진달래꽃을 조금 가져다 주셨어요.
화전 부치라고. ㅋ~
깨끗이 세척하여 식초물에 조금 담갔어요.
이번엔 진짜 찻잎을 연하게 우린 찻상.
세연이의 인생 첫 녹차입니다.
이전엔 메밀차, 보리차, 혹은 현미차였었지요.
세연이 찻상후 어른들의 찻상을 차리려고 준비하다보니
세연이가 제 찻상의 화전 뿐만 아니라 남겨둔 식탁위의 화전까지 올킬~~
그래서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엄마도
화전 맛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안비밀입니다.
"화전 맛있어요. 화전 맛있어요. 화전 또 부쳐주세요~"
화전 좋아하는 세연이를 보며 또 떠오르는 것은
예전 본당의 예전 신부님.
시어머니 첫 기일을 맞아 본가에 내려가며
제사상에 올릴 화전을 부치기전에 아침 미사 전에 미리 부친 화전선물을 드렸더니
성당의 까페담당하는 자모회 자매들에게
"이렇게 예쁘고 맛있는 것, 먹어봤느냐?" 고 자랑하셨다는 것을 나중에 수녀님에게 전해 들었던.
미리 부활계란도 만들고,
포장하여 세연이 가방에 쏘옥~~
마침 배송온 서해바다에서 갓 잡은 쭈꾸미와 가리비탕으로 점심 후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커피 타임후
요즘 면역력 증진을 위하여 우려 마시는 차가버섯이랑
세연이 오면 주려고 주문해 놓은 칼파제르 초콜릿, 당근 라페, 아이크림. 등등
이것 저것 챙겨준 것들을 캐리어에 넣던 며느리가
"올 때보다 짐이 더 많아졌어요."
결국 아쉬운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공항철도가 통과하는 역까지 배웅을 갔습니다.
이번엔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서 역까지 달려가는동안
세연이의 독창 발표회.
어린이집 원가를 불러 할아버지의 칭찬을 듣고,
아이유의 잔소리를 부르고,
요즘 자주 본다는 '신비아파트' 의 OST를 부르는데 윤도현 노래라네요.
기저귀 차고 뒤뚱뒤뚱하며 걸음마하던 그 꼬맹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는
유행가에 락커의 노래까지 제법 분위기 잡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그저 놀랍기만...
배웅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마도 울 가족들 중에서 세연이가 노래를 제일 잘 할 것 같아" 라고.
아..그리고 갑자기 설거지에 꽂혀서는
설거지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섭니다.
며느리가 설거지 후 남겨놓은 그릇 두어개.
개수대 앞 의자위에 올라서서는 제법 시늉을 합니다.
개수대 바닥까지 수세미로 꼼꼼히 닦고는 설거지 수세미 두 개를 하나씩 따로 헹궈서는 물기를 짜고
주방세제 통 옆에 가지런히 놓는 모습에 그저 웃음이 나옵니다.
설거지를 끝내곤 손세정제로 손까지 깔끔히 씻고.
"어머. 우리 세연이 신데렐라야? 왠 설거지를... "
우리 꽁꽁이는 이런 것 안해봐도 돼... 하다가
못하는것보다는 할 줄 아는 것도 괜찮은 것 같지만
할머니 마음엔 울 세연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설거지 통에 손 담그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드디어 전철역에 도착.
"할머니, 사랑해요!!"
하트 하트를 날리며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갈 때까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문이 닫힐 때까지 하트를 쏘아대던 세연이는
전철안에서 잠이 들었답니다.
기차안에서는 해드폰을 끼고 아이패드를 보고 있는 세연이의 사진을 받았고.
2박 3일,
꿈결같은 날들이 지나갔습니다.
금요일 점심부터 주일 점심까지 7끼니 동안 식탁에 올린 메뉴중에
미처 만들어 먹이지 못한 전복밥,
지금 쓰임하지 않으면 냉동실로 직행이라 홀로라도 해 드세요. 라는 며느리의 당부.
미리 쌀을 물에 불리고.다시마와 표고 버섯물을 만들고,
내장을 분리하여 전복 손질. 표고버섯도 썰어놓고.,
버터에 볶기도 하지만
이번엔 들기름에 전복내장을 먼저 볶다가 전복을 넣어 볶은 후 표고버섯, 불린 쌀을 넣어
볶은 후 다시마물을 넣어 밥을 지었어요.
달래와 청양고추 썰어넣은 양념장을 얹어 쓱쓱~~
함께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세연이가 남기고 간 것.
할머니의 화장대에서 잠자리 브로치를 발견하곤 좋아라~
카페에 갈 때 달고 갔었지요.
"할머니, 저 주세요~" 하여 그래라...했는데 두고 갔네요.
세연이가 할머니 소지품들을 꽤 좋아합니다.
너 줄까? 하면 입이 벙긋해집니다.
할머니 물건을 좋아하는 소녀라니, 그저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더 커지면 가져라 해도 도리도리 하겠지요.
오늘이 지난주의 목요일이면 좋겠다...는 .....
첫댓글 전~또 2박 3일 여행이라도 다녀 오신 줄 알았더니...
귀엽고 사랑스러운 손녀와 같이 보낸 이박 삼일을 말씀하시는군요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절절한 사랑이 느껴지는 행복한 모습에 저도 가만히 미소를 지며
부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근데 손녀님이 많이 자라 이제 제법 숙녀티가 나네요.^^
손녀딸 세연이 태여났어요 하신지도 벌써 만6년이 되여가네요
내년에는 초등생이 되는 할머니의 기다림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진행될까요
울손자 보겸이는 책가방도 잘메고 학교에서 즐거운 초등생활이 시작되였구요
방과후 수업도 좋아하는것 세가지나 신청해서 열심히 만들고 그리고 한다고 전해주는 며늘 입가에도 웃음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세연이도 보겸이도 건강하게 잘 커주기를 주님사랑 기도합니다
사람농사 잘 지어 행복하신분덜 부럽습니다.
언제나행복한 손주사랑 하시며 건강하세요.
세연이가 많이 컸어요ㅎ 꿈같은 시간이라 하시니 참 부럽습니다ㅎ 할머니 되고싶은 저의 소망이 언제나 이루어질까요~~
세연이도 며느님도 참 행복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