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짓는 늙은이처럼>
물 불 마다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땅만큼 하늘만큼 우여곡절을 다스려온 부처님 이목구비의 옹기 한 점 뵙습니다.
만삭의 항아리를 밤새도록 쓰다듬으며 뜨거운 열 손가락 지문까지 물려받은 또 한 점 검붉은 살갗이 독신처럼 늙습니다.
당신의 손바닥엔 바보들만 산다지요 목 짧은 토우土偶들의 분절 없는 아우성 속에 늦도록 옹기를 굽는 조선 노을이 서럽습니다.
<신발 한쪽>
한 운명을 싣고 돌아온 또 하나 운명이 멎다 닻줄조차 반납해버린 무 톤 급 전마선 한 척 하반신 물속에 둔 채 돌을 베고 누워있다.
폐선 밑바닥에 바다 한쪽이 들어와 산다 그 바다 한가운데 하늘 한쪽이 내려와 살고 열아홉 어부의 딸 같은 낮달 잠시 머물다 간다.
세상에 피를 바치고 세상 밖으로 버려진 것들 노을 녘 바닷길을 저벅저벅 걸어 나왔을 잡부의 신발 한쪽이 폐선처럼 마르고 있었다.
*시조갤러리 발행인 *2012년 제17회 현대불교문학상 시조 부문 수상 |
첫댓글 의미 깊은 작품 감상 잘하고 갑니다.^^
신발 한쪽에 어부의 한 생을 담아내시다니,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옹기를 어떻게 빚으면 부처님 이목구비를 닮을까요...
신발 한쪽 이 작품 참 좋아합니다. 좋은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