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익(李元翼)의 좌우명(座右銘)
- 좌우명에 대한 소고 -
좌우명(座右銘)은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반성의 재료로 삼는 격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좌우명은 개인이나 단체나 국가에서 특별한 동기 부여를 위해 만드는 표어로 후한(後漢)의 학자 최원(崔瑗)에서 시작되었으며, 자리(座)의 오른쪽(右)에 일생의 지침이 될 좋은 글을 '쇠붙이에 새겨 놓고(銘)' 생활의 거울로 삼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서양에서도 모토(이탈리아어: Motto, 라틴어: muttum, mutter)라고 부르는데, 주로 라틴어로 작성되지만 다른 아무 언어로도 작성될 수 있다. 따라서 좌우명은 주로 가슴에 새겨 둘 주요 속담이나 명언 등으로 자기가 나아가는 길에 큰 나침반(羅針盤)의 역할로 동서양 위인들도 즐겨 사용하여왔으며, 오늘날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 회사, 학교, 관공서 등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이나 여러 기관에서도 ‘공명정대하게 살자’, ‘기본에 충실하자’, ‘ 넓게 알고, 깊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라’, ‘꿈을 갖고 뜻을 펼치자’ 같은 순수 우리말로 된 좌우명도 많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 명심보감(明心寶鑑), 채근담(菜根譚), 법구경(法句經) 등에 담긴 말을 많이 인용하고 있고, 특히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된 좌우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개인은 말을 삼가서 하고 행동은 신중히 하라는 근언신행(謹言愼行),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는 언행일치(言行一致),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큰 그릇은 늦게 완성된다는 뜻으로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대기만성(大器晩成), 선한 사람에게는 대적할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어진 사람은 적이 없다는 인자무적(仁者無敵), 편안하게 있을 때 앞으로 다가올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거안사의(居安思危) 등이 많이 쓰인다. 특히 작가들은 둔필의 기록이 총명한 기억보다 낫다는 둔필승총(鈍筆勝聰)을 많이 사용한다. 이는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메모하는 사람을 따라 올 수 없다고 하는 메모의 중요성을 잘 표현한 사자성어이다.
가정에는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겸손하고 사양하는 미덕을 갖자는 겸양지덕(謙養之德), 건강이 가장 귀중한 복이라는 건강지복(健康至福), 남을 공경하고 사랑하며 화목하고 즐겁게 살자는 경애화락(敬愛和樂) 등이 많다. 학교와 서원에서는 지덕체(智德體), 지인용(智仁勇),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가르치고 배우면서 서로 성장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 처음에 세운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가라는 초지일관(初志一貫),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 널리 인간 세상을 이익 되게 하는 사람이 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천지에 가득 찬 크고 넓은 정기와 무엇에도 구애됨 없는 떳떳하고 호방한 기개를 기르라는 호연지기( 浩然之氣 )등을 교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덕을 높이며 사업을 넓혀 나가라는 숭덕광업(崇德廣業)이, 관공서에는 모든 일에 미리 대비하면 근심할 일이 없다는 유비무한(有備無患) 등을 많이 사용한다. 음식점에는 천명의 손님이 만 번씩 온다는 뜻으로 많은 손님이 번갈아 계속 찾아오기를 바란다는 천객만래(千客萬來), 꽃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마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화향천리 인향만리(花香千里 人香萬里) 등을 많이 사용한다.
(고)김영삼 대통령은 ‘큰 도에는 문이 없이 어디로도 통한다.’는 대도무문(大道無門)을 사용하였고, 근래 문재인 대통령도 비서실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란 사자성어를 선물하였다. 이는 명나라 홍자성(洪自誠)이 쓴 채근담에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너그럽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라는 대인춘풍, 지기추상( (待人春風, 持己秋霜)에서 나온 말이다.
유명한 서양 인사들을 보면, 나폴레옹은 “1퍼센트의 가능성, 그것이 나의 길이다.”를, 맥아더장군은 “그 사람의 늙고 젊음은 그 사람의 나이가 아니고 신념이 늙었느냐 젊었느냐 하는데 있다.”를, 괴테는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때가 온다.”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필자는 얼마 전 조선 선조 때 성리학자로 한평생 겸양을 실현한 청백리(淸白吏) 오리(梧理) 이원익(李元翼:1547-1634) 선생의 좌우명인 ‘나의 뜻과 행동은 나보다 나은(우수한) 사람과 비교하고, 나의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는 지행상방 분복하비(志行上方 分福下比)’란 여덟 글자의 좌우명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필자도 선고(先考)께서 지어주신 ‘마음은 산과 같고, 입은 병과 같이하라’는 입심여산 수구여병(立心如山 守口如甁)’과 함께 필자가 직접지은 ‘내 분수를 알고 본분을 잘 지키며, 내 발전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리라’라는 수분지족 자강불식(守分知足 自彊不息)’이란 좌우명을 액자로 만들어 책상 앞에 걸어 두기도 했다.
경자년 새해를 맞아 회원님들도 나만의 좌우명을 만들어, 항상 생각하고 마음속에 되새기며 힘든 일이 닥쳐도 좌우명에 따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실행해 봄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