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과 군수물자 그리고 시계 이야기
1991년 구 소련이 붕괴되기 전 USSR 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전 세계를 미국이 이끄는 민주, 자유, 자본주의 체제와 소련이 이끄는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서로 자신의 체제가 우월하다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다투던 시절이었다. 이 때의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전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최초의 달 탐험, 대륙간 탄도 유도탄, 100메가톤급 핵 폭탄 실험 등등으로 미국을 주눅들게 하기도 했으며 또 쿠바위기를 조성해 3차대전 일보직전까지 끌고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기도 했다. 이들의 경쟁은 올림픽으로도 이어져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한동안 각종 메달을 휩쓸곤 했다. 미국은 이런 동구 공산권 국가들의 약진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큰 위협으로 받아들였으나 당시 양대 전쟁 ( 구라파에서는 독일, 이태리와 아시아 태평양에서는 일본과 ) 을 승리로 이끈 슈퍼파워 미국도 그들의 기세를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이 무시무시한 철옹성 같았던 공산체제가 어느날 갑자기 붕괴된다. 그것은 미국의 무력에 의한 것이 아니고 다만 세계가 글로벌화 되다 보니 발생한 일종의 부산물이었다. 자본주의의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행동양식과 풍요로움이 TV와 소니 워크맨을 통해 철의 장막 안으로 계속 흘러들어간 것이다. 미국이 한 동안 소련과 동구 독재국가들의 힘의 과시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소련과 동구권의 국가들은 각종 매스컴을 통해 유입되는 서구문화를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철의 장막을 아무리 높이 쌓아봐야 모두 헛 일이었다. 동구권 국민들의 의식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우리가 모르고 지내온 이런 문화도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신 문화는 모든게 화려해 보이는게 모두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국민들이 자유, 민주 진영의 실상을 알아갈수록 그들은 지금까지 공산독재정권에 의해 철저히 속아왔다는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한다.
그렇게 견고해 보이던 공산주의 체제가 불란서 혁명이나 나치 독일과 일본 군국주의 체제가 일으킨 제 2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도 없이 내부 동요로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세상은 이렇게 단순하고 때로는 참으로 어이없는 일로 천지개벽이 일곤 한다. 그리고는 곧바로 소련권의 해체가 시작된다. 건조중 소련 해체기를 맞이한 항공모함이 중국으로 팔려간다. 이 때 과거의 우수한 소련 무기의 성능과 비밀도 함께 공개되며 미국은 다시 한번 세계의 유일한 슈퍼파워로 올라선다.
한 때 소련의 AK 소총과 다발총 ( 다 연발총 ) 은 성능에서 미국의 M1소총과 카빈소총을 능가했다. 그리고 소련의 T34 탱크는 미국의 M48 탱크를 능가했다. 햔국전쟁 중 소련의 T34탱크는 지상군의 왕 노릇을 톡톡히 했다. 더욱 미국을 난처하게 만든 것은 바로 전투기에서 였다. 소련의 MIG- 15는 미국의 F-86 보다 속력과 무장에 있어 앞섰다. 다급해진 미국은 소련의 전투기 제작기술을 알고자 현상금을 건다. 누구든지 MIG-15 기를 몰고 귀순하는 사람에게 현금 10만불을 지급하겠다는 전단을 이북의 모든 공군전투비행장에 살포했다. 당시 10만불은 평생을 그 이자로 만 살아 갈 수 있을 만큼 거금이었다. 서부개척시대 살인범을 체포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내건 현상금같은, 다분히 미국 자본주의식 유인책이었는데 이게 기가막히게 먹혀 들어간다. 노금석이라는 북한공군 대위가 미국이 그렇게 원하던 바로 그 미그기를 몰고 남한 땅으로 넘어왔다. 미국은 서둘러 미그-15와 노금석대위를 미국으로 데려간디. 약속한 10만불도 지급했음은 물론이다. 그는 작년 2022년 12월, 90세로 미국에서 사망했다. 망명직후, 미국으로 간 그는 당시 닉슨 부통령를 만났고 미국 각지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으며 그 후의 삶 또한 맑은 날의 연속이었다.
이후 미국이 밝혀낸 소련제 무기의 우수성은 바로 그 무기의 목적과 성능에 충실한 결과물 이었다고 했다. 전투기의 예를 들면 설계상의 모든 성능이 나오도록 비행기를 설계한 후 짜투리공간 (?) 에 조종석을 배치하고 보니 조정석에는 겨우 조종사 1명이 앉으면 꽉차서 다른 각종 조종사를 위한 안전장치는 뒷전에 밀리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전투기 설계시 조종사의 안전을 제일 먼저 염두에 두고 제작에 들어가는 것과 엄청난 격차로, 이로인해 미제는 동일한 성능이지만 기체가 크고 무거워져 속력이나 무장에서 소련제를 당할수 없었던 것이다. 요즘의 미국 전투기들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면 미국은 과거 소련식 전투기 설계는 따르지 않는 모양이다. 지금의 러시아는 어떤식으로 전투기를 제작하는지 궁금하다. 국력이 예전 같지 못하니 뭣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는듯 하다.
옛 소련의 군수물자 이야기를 하자면 보스토크 ( BOCTOK ) 시계 이야기를 빠트릴수가 없다. 웬 군수물자에 그 조그만 손목 시계냐고? 그렇다 시계도 매우 중요한 군수물자 중의 하나다. 시계가 없으면 아무리 크고 중요한 작전도 실시가 불가능하다. 작전계획 자체를 세울수가 없다. 이 시계는 2차대전 당시 소련군에 대량 공급되었다. 그러다 소련이 독일군에게 밀려 모스크바까지 위험해 지자 다른 군수공장과 함께 동부 내륙으로 공장을 옮겨 계속 시계를 만든다. 지금은 군수가 줄어 민수를 많이 하므로 아마존에서도 싼 값에 구매가 가능하다. 그 덕에 필자도 하나 사서 왕년의 소련 군수폼의 질을 평가하고 싶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지 배송이 늦어져 구매 후 배달까지 약 3개월 걸렸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그정도 걸렸는데 이건 러시아에서 오는 것이라 늦을 것을 예상했으나 하여튼 너무 늦어져 거의 포기상태에서 물품을 받았다. 구식 기계식 GMT 자동시계 ( 2개 도시의 시간을 동시에 체크 할 수 있는 시계 ) 가격 치고는 아주 저렴해서 과연 이 가격에 제대로 GMT를 구현해 내는지도 궁금했다. 구매 후기를 보면 어떤 사람은 가짜 GMT 시계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포장을 뜯고 알맹이를 꺼내 보니 척 보기에 예상 보다는 괜찮았다. 일단 시계을 흔들어 자동 작동여부를 확인했다. 잘 돌아 가는듯 했다. 이번에는 태엽을 당겨 밥을 충분히 주었다. 태엽은 스위스나 일제 시계와 달리 태엽축과 완전히 일체형이 아니어서 끝 부분이 상하로 움직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서에 충분히 설명되어 있어 놀라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방식이 태엽 고장을 막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계 케이스의 모서리나 시계줄이 매우 날카롭다. 생산 과정에서 충분히 연마 과정을 거치지 않아 금속 모서리 마다 여전히 날카로움이 남아있었다. 시계줄은 딴 것으로 바꾼다 해도 케이스 부분의 날카로움은 어쩔도리가 없었다.
이틀에 걸친 자동 지속 시간과 GMT 체크 결과 자동은 약 30 시간 지속으로 예상과 맞아 떨어지고 GMT도 문제 없었다. 정확도는 일일 오차가 +10초로 하루에 10초씩 빠르게 가는데 이는 모든 기계식 시계가 오차를 발생시킨다. 현존 최고의 시계라는 롤렉스도 하루에 2-3초 이상의 오차를 내고 있다. 이런 오차가 싫고 정말 정확한 시계를 원하는 사람은 기계식 보다 훨씬 저렴하고 시간은 한 달에 10초 이내 오차가 발생하는 쿼츠시계를 사면 된다.
결국 필자는 이 시계를 통해 대략적이나마 구 소련의 무기체계의 실체에 접근하게 된다. 이 시계는 한마디로 우리가 보는 서구식의 세련된 감각의 시계는 결코 아니다. 투박한 시계다. 시계 모서리나 시계 줄에는 결코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알맹이 즉 내부 기계는 그 목적에 충실하게 정확하고 튼튼하게 그 가격대 이상의 가치를 지닌 시계임을 입증 해 주고있다. 내구성은 5-6년이 지나봐야 알겠으니 그 때까지 계속 차고 볼 일이다. 쿼츠 시계에 신물이 나고 패션에 구애받지 얂는 분으로 기계식 자동 GMT 시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서는 한번 구매 해 볼만한 시계다.
첫댓글 소교님,
- 수고 많으십니다.
- 12월 22일자 조선일보 원고입니다.
건강을 빌며
정관일
가끔 엉뚱항 생각을 해 봅니다.
공산권이 자유진영을 굴복시키기 위해 기술개발등에 하는 노력을 백성들에게 베풀었으면 오히려 이겼을 것이라고...
상위 계급의 권력과 부를 위해 공산주의 기치를 악용한 결과가 결국은 공산세계의 빈곤을 초래한 원인이지 싶습니다.
보스토크 시계도 자유진영처럼 개발자에게 시장권리를 주어 국가 장려 기업으로 육성했으면 스위스처럼 국가가 부유해지는데 크게 보템이 되었을 것이라 봅니다.
위성기술 등 수많은 것들로 국가의 붕괴 대신 번영을 누렸으련만...
좌파들이 바쁜 이재용 데리고 또 해외순방한다고 난리인데, 첨단 IC 제조장비 왕국인 덴마크에 대통령 백이라도 지고 가면 얼마나 좋을지도 모르죠?
지금 중국이 하는 기업통제 관리도 보면 섬찟합니다. 만약에 중국이 자유민주와 자유시장 경제로 전향하면 머지않아 G-1 달성도 가능하다 싶거든요. G-28 위 수준에 G-2 행세하느라 고생이지만...
트럼프 정권이 북한에 요구한 것도 바로 이것이었는데 너무 간보며 핵기술 완성에 헛발질을 했지요.
트통이 다시 당선되면 민주주의가 얼마나 멋진 체제인지 이해하고 따랐으면 좋으련만...!?!?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 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만약 소련이 진정 국가의 장래와 국민복지를 위해 그들의 과학 기술을 사용하였다면 지적하신 대로 지금처럼 쇠락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당시의 소련은 인구 많고 자원 풍부하고 영토 또한 엄청났으니까요.
민주주의가 낳은 부르주아 혁명이니 자본주의 폭력이니 해도 인민주의의 말로 보다 낫습니다.
공산주의는 미래의 세상에선 존재하기 힘들거라 봅니다.
실패한
정치의 종교화 시도, 위장
정선생님 안녕하세요? 지금은 인간의 생각이 깨어있고 발전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소련과 우크라이나 의 전쟁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보면 통치자들의 욕망과 야망에 의해 빗어내는 산물은 결국 자멸을 의미하게 될거라 생각됩니다
정선생님
송년회 에서 뵙기 원했는데 뵙질 못했네요
내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방금 문협 송년회 사진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 저는 얼마전 허리를 삐끗해서 치료 중 입니다.
- 건강 하시죠? 아프지 말아야합니다. 의사/카이로프랙터와 약속도 어렵고 주차도 힘들고 주차비도 비싸고.....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이번 주(12/22)조선일보에 발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