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개인전
풍선으로 보는 세상
어둠 사이로 풍선 하나가 천천히 떠올랐는데, 그 순간 풍선은 작가의 불안증과 합치되었고,
이후 작품 속에서 그의 불안증을 대변하는 기제로 나타나게 되었다.
글 | 김영애 (오페라갤러리 실장)
[2010. 3. 4 - 4. 30 오페라갤러리]
[오페라갤러리] 서울 강남구 청담1동 118-17 네이처포엠 빌딩 1층 T.02-3446-0070
홈페이지로 가기 http://www.operagallery.com
이동욱의 작품의 특징은 화면 가득 풍선이 등장한다. 이 풍선은 작가의 강박적인 불안증을 상징한다. 작가는 오랫동안 원인 모를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러한 증상이 극에 달하여 갑자기 주변에 어둠이 펼쳐지고 감각마저 사라져 버린 상태가 되었다. 그때 어둠 사이로 풍선 하나가 천천히 떠올랐는데, 그 순간 풍선은 작가의 불안증과 합치되었고, 이후 작품 속에서 그의 불안증을 대변하는 기제로 나타나게 되었다. 풍선은 외부의 압력에 쉽게 터지므로 그 유약한 형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풍선의 그러한 특성에서 작가는 강렬한 두려움의 압박으로 인해 늘 불안정한 자신의 위태로운 실존을 느꼈던 것이다.
결정적순간
![](https://t1.daumcdn.net/cfile/cafe/15776B164B945EBB2F)
소유즈풍선발사
풍선은 보통 축제나 파티때에 쓰이는 소재로, 화면 속의 공간을 메우고 있는 풍선 역시 멀리서 바라보았을때는 매우 아름답고 화려해보이는데, 가까이서 작품에 다가갔을때, 화면의 하단에는 이와 대조적으로 전쟁이나, 화재 사건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남대문, 파손된 비행기, 혹은 사라져가는 남극 또는 아마존 등 우리사회의 어두운 모습이 숨겨져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위에서는 조금씩 환경이 파괴되고 있고, 지구온난화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고, 또한 저 멀리 다른 한켠에서는 전쟁과 기아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것을 미처 의식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그러한 뉴스를 접했을때 경각심과 놀라움을 갖게 되는 것과 같다. 작가는 각 개인은 무엇보다도 사회라는 테두리와 그것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대중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우리는 인식하지 못해도, 우리 주변에 시대를 불안하게 하는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고, 그것이 미디어에 의해 확산되기 때문에 이러한 불안증은 단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역사, 환경, 국가 등 다양한 거시적인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주로 다큐멘터리나 보도기사 등으로부터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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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풍선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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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풍선테러
그에게 풍선을 그리는 시간만큼은 자신의 내부를 지배하는 불안감을 풀어냄으로써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는 순간들이다. 풍선을 그리는 행위가 제공하는 위로는, 비단 작가의 개인적 측면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재난 사건 속의 불길이나 폭발하는 연기를 풍선으로 대체함으로써, 그것들이 단순히 풍선을 날리는 해프닝이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바램을 작품 속에 불어넣어 그 사건들을 겪은 사회 대중들, 나아가 재난의 현장에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고 있다. 작품을 대하며 완벽하지 않은 세상과 불안전한 인간의 존재를 깨닫게 되지만, 분홍색, 하늘색, 주황색, 초록색, 보라색 등의 원색적인 색감들이 빚어내는 시각적 유희를 통해 다시금 삶 속에 내재된 불안을 잠재우는 희망을 얻기도 한다. 화려한 색채의 풍선들은 모든 어려움과 외부의 압력을 견뎌내고 마침내 비상하는 작고 연약한 존재와도 같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세상을 보는 또다른 프리즘을 제공하고 있는 이동욱의 작품은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때문에 불안감에 시달리지만 결국 희망과 낙관으로 귀결되는 우리의 마음을 보듬는 힘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