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슈마허가 모는 F-1 머신의 폭발적인 가속을 보며 흥분해본 적이 있는가?
콜린 맥레이가 탄 WRC 머신의 신들린 듯한 드리프트를 보며 전율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레이싱매니아 임이 분명하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뒤를 돌아볼 필요조차 없다.
지금 이순간 리마리오와 미친소의 서라운드 입체음향적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
"본능에 충실해~!"
이제 해야할 일은 적당한 차를 구해 서킷으로 달려가는 일 뿐이다.
서킷에서 탈 차를 고른다면 어떤 차가 좋을까? 페라리? 람보?
아무래도 독일 머슴 폴쇠가 만든 까레라 GT가 좋겠다고?
으흐흐~ 그 쎄끈한 바디에 가공할 마력, 아스팔트와 타이어의 화끈한 만남을 주선할 토크...
색깔은 정열의 붉은색? 아니면 역쉬 저먼 실버?
그랬으면 정말 좋겠지만 이건 풀스가 아니다.
실제로 내가 타고 달리다가 깨지면 고쳐야 할 나의 머신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경우 까레라 GT의 클러치를 교환할 돈(천만발?)이 우리 통장엔 없다.
폴쇠는 잊자. 페라리도 잊자. 람보는 실버스타 스텔론의 근육질 총질영화로 만족하자.
이제 현실적이 되보자.
힘으로 승부한다는 M3, 사운드가 매력적인 S-2000, 천재의 작품이라는 박스터S...
아니아니 서킷이라면 역시 미드쉽에 경량차체를 자랑하는 로터스가 좋지.
그럼 엘리제로 할까? 에스프리?
다시한번 본능에 충실해보자.
우리는 지금 압구정동에 떡복기 먹으러 갈게 아니다. 서킷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거다.
그렇다면 아끼는 머신이 깨지고 다칠 각오도 해야한다.
좋은차 안전하게 잘 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가지고는 적극적인 코너공략은 물건너간다.
고속도로에서 부질없는 최고속을 겨룰게 아니라면 리스크는 우리가 감내할 수준이어야 한다.
태초에 모터스포츠가 있었다.(태초는 아니고 좀 오래전에.... ㅡ,.ㅡ;;;)
차도 귀하던 시절의 모터스포츠는 당근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다가 자동차가 일반화하면서 모터스포츠도 같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아직도 자동차는 값비싼 소비재였고, 모터스포츠는 사고를 동반했다.
서킷을 달리는 사람들은 잘 달리면서도 수리비가 저렴한 머신이 필요했다.
몇몇이 뒷마당에서 양산차의 불필요한 내장재를 덜어내거나, 파이프로 후레임을 만들고,
값싼 엔진을 사다가 쓸만한 경주용 머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명 키트카...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들어 팔기 시작한 후 상당시간이 지나기 까지도 키트카는
여러 다른 자동차 부품들의 조합이었다.
그렇다. 우리에겐 키트카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전세계 자동차 역사를 말할때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키트카가 있었으니 바로
로터스의 슈퍼세븐이었다. 냉장고를 닮은 몸체에 저렴한 엔진을 싣고 뒷범퍼를 가장한
스페어 타이어를 단체 번개처럼 서킷을 내달리던 슈퍼세븐...
후에 로터스가 케이터햄에 슈퍼세븐의 라이센스를 넘긴 후 더욱 많은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은 케이터햄 슈퍼세븐으로 더 유명하다.
낮은 무게중심과 초경량의 차체, 에어콘과 파워윈도우와 전동시트와 전동 백미러가 없으니
고장날 일도 없다. 튜닝파츠도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200마력을 충분히 넘길 수 있다.
부품이 저렴하고 수리가 용이하므로 서킷에서 사고가 나도 부담이 적다.
게다가 후륜에 스틱이라.... 미소가 절로 나온다. ^^;;;;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다시한번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게 뭔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서킷에 타고 들어갈 성능좋고 부담없는 머신을 원한다. 그이름은 키트카...
슈퍼세븐은 키트카인가? 전세계의 모든 자동차 평론가에게 물어보라. 키트카 맞다.
하지만, 영국에서나 키트카이지 한국에서도 키트카일까?
한국의 폐차장에서 슈퍼세븐의 엔진을 헐값에 살 수 있는가? 미션은? 라디에타는? 알터는?
결국 우리는 리마리오와 미친소의 또다른 외침을 듣게된다.
"컨셉에 충실해~!!"
그렇다. 여기는 한국이고, 한국형 키트카가 필요하다. 내놓라하는 슈퍼세븐도 한국에 오면
값비싼 외산차에 지나지 않는다. 통장의 잔고가 풍족하지 않다면 조심해서 타는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조심하려고 서킷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사고나면 보험이 있지 않냐고?
여기서 잠깐...
서킷에서 미친듯이 운전하는 사람을 우리는 매니아라 부른다.
공도에서 그랬다가는 뮈친놈 소릴 듣는다.
그러나 자동차보험회사는 뮈친놈은 구제하면서도 매니아에겐 땡전한푼 없다.
서킷은 그런곳이다.
그럼 이제 우리에겐 무엇이 남지? 당연히 국산차가 남는다.
투숙이, 부롱이, 아방이, 세피아, 수팩투라....
서킷에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자기를 추월한 차가 자기차보다 못한 차면... 저놈 똥차 가지고 오바하는 군
자기를 추월한 차가 자기차보다 좋은 차면... 저놈 차만 좋지 운전은 못하는 놈일거야.
우리는 그런 말에 신경쓰지 말자. 왜? 컨셉에 충실해야 하니깐....
좀 황당한 상상을 해보자.
콜린체프만이 한국에 이민을 왔다.(그럴 일 없지만 왔다고 치자... ㅡ,.ㅡ+)
그가 한국에서 할일은 무엇일까? 당연히 레이싱머신을 만들어 경주에 나가는 것이다.
근데 한국의 척박한 레이싱 수준을 보고 적잖이 실망한다.
용인은 돈 안된다고 주말엔 주차장 한다고 그러지, 태백은 부도가 나지를 않나,
안산은 갈아엎어서 아파트 짓는다 하지를 않나...
결국 레이싱머신은 뒤로 미루고 키트카부터 손을 데기 시작한다.
회사명은 로타수(路打手)자동차.....
한국에 온 콜린체프먼이 파이프 후레임으로 차대를 만들었을가? 당근 아니다.
악법도 법인 자동차 관리법과 시장 독점사업자인 현다이가 가문히 두지를 않는다.
결국 양산차의 내장재를 털어내는 방법을 쓰게된다.
그럼 엔진은? 자기 손에 익은 영국제 엔진을 수입해올까? 이역시도 아니올시다이다.
콜린체프먼이 아니라 체프먼 할아버지도(사실은 체프먼 본인도 할아버지지만..)
그렇게는 안했을 것이다.
내가 기아자동차의 구형 프라이드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이런 황당한 상상에서 출발하였다.
차체가 가볍고, 강성이 좋으며, 잔고장이 없고, 수많은 물량이 팔려서 폐차장에 가면 부품이
널려있는 차는?
정답 : 구형 프라이드.
프라이드는 국내에만 70만대가 팔렸고, 아직도 40만대 이상이 도로를 돌아다니며,
매우 가볍고, 강성이 좋다.
(똑같은 철판으로 작게 만들면 강성은 좋아진다. 특히나 비틀림 강성이...)
가벼운 차체는 매우 중요하다. 별 볼일 없는 엔진도 경량차체를 만나면 빛을 발하며,
브레이크도 부하가 덜 들고, 타이어의 마모도 적다. 가속과 회전과 정지 시에 모두 우수하다.
값싼 부품으로도 좋은 성능을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컨셉에 매우 충실하다.
(더 가벼운 티코가 있지만 엔진룸이 너무 작고, 기본적으로 자기의 안전보다는 타인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휴머니즘적 차량이므로 롤게이지로 도배를 할게 아니라면
고려하지 않는게 좋겠다)
게다가 국내 최초의 양산형 오픈카이면서(군용 및 짚차형 제외) 생산댓수가 적어
엘란보다도 희귀한 프라이드 캔버스탑을 운 좋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라이드 캔버스탑을 구한 후 제일먼저 한일은 엔진을 바꾸는 것이었다. 하체는
어느정도 세팅이 되어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엔진을 바꾸고 구조변경을 하는 일이 수월해졌다. 스티커만 한장
붙혀도 불법부착물이던 암흑기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엔진을 바꾸는 작업도 말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다행히도 몇몇 엔진은 한두가지 부품만
손보면 볼트온으로 장착이 가능하였다. 호한성 만세~! 표준화 만세~!
거기에 터보를 올리고 ECU를 바꾸었다. 키트카의 정석을 따라서 모두 순정품들의
조합이었다. 솜씨좋고 성실한 미캐닉을 만난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모든 튜닝카 매니아들이 그렇겠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많은 않았다.
수백번의 고민과, 수백가지의 아이디어, 엄청난 양의 자료를 뒤지고, 싸다고만은 할 수 없는
비용과 시간이 들어갔다.
마침내 차를 구한지 6년만에 최종버젼에 근접한 세팅을 완료할 수 있었다.
좀 오바해서 말하면 내 나름데로는 한국형 키트카의 한 흐름을 구성한 것 같아 기쁘기
한량없다.
물론 앞으로도 갈길이 남아있겠지만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첫댓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 RX-7 ㅎㅎㅎ
잘읽었습니다 좋은글에 감사합니다 ^^
내가 원하는건 프라이터보를 직발에서 딸수있는 그런머신 ㅋㅋㅋㅋㅋㅋㅋ
좋은글 감사합니다. 마티즈도 이런 컨셉으로 나아갈수있을런지...
촌장님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아주 멋집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우선은 테크닉~^^;;
캔비 다이어트 제대로 하면 겁나 무서분 머신이 될 듯 합니다. 몇년전에 바닥 카페트까지 들어냈었는데 다시 할까말까 고민중... ㅎㅎㅎ
바닥 카페트 저 주삼..--.,-- 시끄러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