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3일
여수 낭도
시간도 점심언저리 시간이라, 다들 식사를 하실 것을 예상하고,
늘하늘 감사님과 자리를 먼저 뜬다.
아무래도 떡으로 간단히 넘어갈 생각을 하고 있는 나와 입장이 같으실 거 같으니...
"뭘 했다고 밥을 먹느냐...."
라고 뒷분들을 타겟으로 무전 말머리를 시작했다가...
"고 감사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선두는 쫄쫄 굶으며 진행하겠습니다아~~"
하며서 공을 살짝 감사님으로 넘기고 뒤를 향해 활짝 웃는다. ㅋ
"이러언~~ 내가 못먹게 한 줄 알겠네~~"
어떨결에 당한 감사님의 푸념. ㅎㅎ
279m의 고도라도, 내려가는 데크길이 오랫동안 운치를 준다.
내려가면서 바라보이는 군도와 그 너머 망망대해의 모습.
군도들을 이으며 연결되어있는 연륙교들.
약간은 습한 기운 탓인지, 연하게 보이는 조망을 흐뭇하게 내려보면서 고도를 낮춰간다.
마음이 열리면서, 감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총선이 지나갈때마다 다리개수가 늘어난다는 농담과 더불어 시작된 정치이야기도 가볍게 나누고.
방조제 이야기,
답정남의 성격을 두고 시작된 사주이야기. (요즘 주민센터덕에 사주수업을 받고 계시다는데.. ㅎ)
다양한 주제를 놓고,
삶의 어디엔가 살이되고 피가 될 법한 이야기들을 경청한다.
편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로 딱이다.
덕분에 언제 진행했나 모를정도로, 벌써 B코스와 합류되는 위치로 선다.
B코스가 이제서야 밥을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는 무전이 들린다.
종종 B코스를 이끄는 대장님으로 레간자님이 간택되어 수고를 해주시고 계시는데,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오늘은 대장님들이 차미대장님과 저 둘 뿐고,
종종 후미를 도맡아하신 회장님도 안계시는 관계로.. ㅎ
바다를 조망하는 어느 데크에서 구경을 하고 있다가,
이 참에 우리도 간단한 점심을 들기로.
감사님으로부터 요즘 금값인 과일 한라봉과 단백질바를 선사받아서, 당을 보충한다.
늘 받기만하네.. 죄송하고, 감사하고..
다정한 부부가 지나가는데...
우리를 보고 멈칫하시는 것으로 보아 우리팀으로 확신하고..
"대한토시죠? 혹시 닉이..."
아하~ 예가체프라신다. 선글라스를 끼셔서 몰라뵈었다.
"원래 선두 넘어가시면 벌금인데, 특별히 면제해드리겠습니다~~ ^^ 천천히 진행하세요"
농으로 던졌는데, 다큐로 받으셨을라나...
오늘 부여받은 떡과 함께 별로 한 것 없는 체력소비에 걸맞는 간단한 충전을 마무리하고,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함께 만난다.
햇살을 정말 잘 받아 풍성하게 보이는 예쁜 진달래를 만나, 급 정거해 카메라에 담는다.
이후 해수욕장으로 보이는 모래사장이 나온다.
반짝반짝 난반사하는 해수면이 온화한 날씨속에서 아름답게 시야에 들어온다.
왼편으로 계속 바다를 응시하면서 편안한 걸음을 이어간다.
약간의 우아래 굴곡은 있으나, 크게 부담은 없다.
밋밋한 걸음도 사색하기 좋아 좋지만, 운동되는 가성비가 느껴지는 이러한 스타일의 길도 좋다.
반대쪽에서 오는 일행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작은 섬이지만, 우리 출발할때 버스도 3대는 보였고,
그 이후에 더 단체손님들이 들어왔을 수도 있는데,
오늘 코스의 반쯤 돌아서고 있는 이쯤 되니,
다양한 연령층, 컨셉의 무리들을 마주하면서, 가벼운 인사를 주고 받는다.
예기치 않은 굴곡있는 트레킹길에 당황하는 관광모드 상춘객들도 보이고,
못따라온다고 사랑싸움 벌이는 중년의 커플도 보이고.. ㅎ
포장길을 만나서, 남쪽 끝자락으로 접근하는데, 저 멀리,
해수욕장을 통해 우회도로를 잘라먹고 치고 올라오는 산수자문님과 터보맨님이 보인다.
포토존에서 감사님과 사진을 주고 받는 중에 벌써 도착.
"선두를 잘 서야지~~"
하면서 의기양양.
이후 4분이서 팀이 되어 걸음을 맞춘다.
선두에서 애매한 길에서 알바를 하고 있을때에, 뒤에서 알아채고 정도를 걸으면서,
앞에서 다시 의기양양하게 우리를 맞는다.
"그쪽이 맞으면 소리를 쳐줘야지요오~!! "
"동대장은 바다로 들어가려하는 줄 알았지~~ㅋㅋ"
천선대 근처의 어느 햇살 좋은 곳에서 단체사진 찍기도하다가..
앞에서 걷고 있는 화사랑님을 뵌다.
영광이라면서 선두그룹과 사진을 청하셔서 한 컷. ㅎ
"압도적인 선두이신 거에요~"
신선대와 낭도캠핑장으로 갈라지는곳에서 거침없이 신선대로 들어서는데,
뒤의 두분은 또 망설임.
또 압도적인 선두하실라나....
한참 후 이쪽으로 붙으시는 것으로보아,
캠핑장쪽은 너무 짤라먹는 격이라 양심에 찔리신 듯.
신선대 갈래길을 통과하면서,
서서히 끝을 향한다.
저 멀리 앞에서 엄청 짤라먹고 도착에 임박하여 걷고계시는 상아님을 발견한듯.
"저런건 너무한 거여~~"
압도적인 선두의 위상에 흠결을 입은 산수님과 터보맨님이 불편해하신다. ㅋㅋ
사람들이 참 많다.
바닷가 나무로 드리워진 그늘에 꼭 붙어 모여계시는 지긋한 연배의 무리들도 모이고,
젊은이들 고주파수 음의 즐기는 소리도 들린다.
거의 아까 오름이 시작되었던 근처까지 거침없이 걷다보니,
식당으로 공지되었던 낭도제일포차에 도착.
이미 테이블에서 브라보콘하고 계시는 산작골님과 상아님과 만난다.
발코니, 테이블들을 모두 단체석으로 설정해놓고 있다고 하여,
테이블에 앉아 기분좋은 햇살을 쪼이며 담소를 나눈다.
3시간 20분도 채 안결렸구만. 11.3키로 찍히는 거리를 기분좋게 걸었다.
상아님이 이곳의 명물인 젖샘막걸리 2병을 들고 온다.
명물의 맛을 음미하기 충분한 양을 즐기고,
이후 개업한 산수카페에 들어가 놀음을 시작한다.
가방속에서 산에서 따서 고이 간직하신 진달래꽃잎을 살짝 내잔에 타주신다. ^^
이슈가 있었는데...
버스는 여기서 1키로 동구밖에 있고, 아이스박스를 들고 와야 하는데...
식당쪽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여, 택시를 타고 다녀와야 하나 난감해하고 있다가,
이철헌사장님이 유선상으로 나서서
다행히 식당사장님이 삼발이 경운기를 끌고,
이철헌사장님과 함께 아이스박스를 실어온다.
박수를 치며 감사감사를 연발하고, 다시 산수카페로 들어와 즐거움을 이어간다.
시간갭이 크다보니, 식당안의 발코니 테이블을 오랜시간 점유하고 있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했는데,
일찌감치 메인디쉬, 서대무침이 나온다.
구석진 곳에서 성업중인, 산수카페속에서 반쯤 취한 상태에서
아~ 나오나보다... 했다가.
아차차 일행들이 다 하산하지 않았는데...
일행들을 최대한 채워 상배치 했음에도 이빨빠진 상이 있었고,
빈 자리가 있는 상에 가서 다 하산할때까지 감안하시고 천천히 드십사 오지랖을 또 떤다.
우리 상에도 세분 뿐이라 먹는둥 마는둥 하다가,
전원이 착석하고 난 이후 안심하고 식사를 시작한다.
문득 아까 천천히 먹으라고 내가 오지랖을 떨었던 옆 상에 미안함을 안고
소주를 들고 갔다가, 아토산산악회 총회에서 뵌 분임을 알고 반가이 인사를 했다.
그러나, 나중에 듣기로는 먹는거 가지고 불편하게 들으셨는지,
자비를 들여 메뉴를 추가해 드셨다는... ㅠㅠ
아.. 이런 센스는 부족해..
듣기 거북하지 않게 잘 유도했어야 하는데..
지원님과 지인님(지수님?)께 지면을 빌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뒷풀이를 거나하게 마친 이후 차를 향해 걷는데,
나름 따사한 햇살에 적당히 술을 깨고 차에 오를수 있어 좋았던 거 같기도 하다.
차에서 여흥을 대화로 나누면서 즐기고,
섬산행을 가볍게 마무리 했다.
이젠 봄이네.....
첫댓글 동그라미 대장님!
방금 읽고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우연히 만난 선두팀과 맨 꼴찌 나홀로 팀?인 저를 만나 기꺼이 사진 찍어주시고 뒤풀이 자리도 한컷 남겨 주셨네요
사실은 먼저 간 막내 동생 생각에 몹시 슬프고 쓸쓸했었거든요 그러나 심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잔잔한 물결소리까지 다 저의 친구였으니까요
무엇보다 동그라미대장님같은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대장님이 계시니까요 고맙습니다 ~!
어디에서나 마음속에 같이 계실거에요.
산행후반부에 뵈어 반가왔습니다.
자주 나오세요.
낭도 둘레길에 '산타바오'길이 있어
저 먼나라 순례길 같은걸까? 아님, 에버랜드 겸둥이 푸바오(루이바오, 후이바오)의 사촌이라도
있는걸까! 하며, 속으로 바오바오를 읖조려 보았더랬는데 결국 그 길은 언저리도 못가고
모처럼 따라나선 산악회와 발을 맞추느라 느림표를 찍으려던 나만의 프리스타일 봄 맞이 여행은 수포로 돌아가버렸지만, 분홍빛 노랑빛 연두빛 알코올기 없는 봄기운에 흠뻑 취해 행복했던 하루였더랬슴돠.
낭랑18기 동대장님의
낭도 즐거운 발자취..
즐감하고 갑니다.
그래요. 그렇게 여유스러운 걸음을 하기 좋았던 날이었는데,
생각보다 여유가 없었습니다.
다음엔 뒷풀이식당을 좀 떨어진 곳으로 잡아서,
산행을 좀 더 여유롭고 충실하게 잡을 수 있도록 협의하겠습니다.
이번엔 식당을 너무나 일찍 점유를 하는바람에 좀 일정이 쫓긴 측면이 있었습니다.
동대장님의 산행후기는 단편소설을 읽는것 처럼 잼있고 웃음을 짓게 하네요
수고 많으셨어요
등장인물들과 소재들이 좋으니까요~~^^
이번엔 어떻게 동선이 많이 안 겹쳤네요. 다음에 뵈어요.
정말~봄~이다~
동대장님
글속에서도 봄향기가 솔솔요~^^
저흰
대한토에 오기전 다니던 산악회
정모산행이 있어
남해 설흘산 응봉산 다녀왔어요
남해
가는길에 휴게소에서
대한토 버스를 보니
급ㅡ흥분 버스에 뛰어 올라썼내요~ㅎㅎ
아하, 설흘산.
거기도 봄기운이 만연했겠네요.
안가본 산인데, 언젠가 인연이 있겠죠.
낭도의 봄소식 잘 보고 갑니다
뒷풀이때 신경쓰시느라 마음 고생좀 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아마추어라서 그렇죠 머.
이번기회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갑니다.
"압도적인 선두의 위상에 흠결을 입은 산수님과 터보맨님이 불편해하신다."
명문이네요. 이 문장이 저 두 분의 세계관을 명확히 드러내주네요. ㅋㅋㅋ
재밌는 산행기 즐독했습니다. 선두 리딩하느라 수고 많으셨구여..
중간에 그 두 분을 만나 재미나게 걸었습니다.
난이도가 낮은 섬 트레킹 산행이라,
선두에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
산행후에도 이곳저곳을 신경써 주시고 채워주시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멋진 주간 낭도소식지
정독요~^^
다음에는 백두대간의 중심, 호랑이의 허리에서 파묘하느라 결석하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 고문님 200회 기념산행날이네요. ㅠㅠ
축하드리고, 지원과 도움 아끼지 않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