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비가 온다.
요 며칠 동안
초여름 답지 않게 무척 더웠는데
시원한 비가 와서 뜨거웠던 공기와 대지를 식혀주니 좋다.
세상은 차분해지고
그리고 물을 한껏 머금은 신록의 초록빛깔은 더욱 짙어 질 것이다.
제주 남단에 장마 전선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는데
그 전조가 되는 비일지도 모르겠다.
암튼 썩 달갑지 않은 비는 아니다.
산 속에서 맞는 비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날에는 한 박자 쉼을 해서 좋다.
일을 하던, 놀던, 쉬던 아니면 잠을 자던.
무엇을 하던지, 잠시 쉬었다가 갈 수 있는 시간이다.
어차피 산으로 향하기 어려운 날이니
새로운 산행지나 살펴보자는 차원에서 컴퓨터를 켰다.
가장 처음 보는 곳은 당연 유튜브다.
자주 보는 컨텐츠, 검색 기록 등을 전체적으로 스코어링하여
추천 엔진에 넣고, 그에 가장 유사한 컨텐츠를 올려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늘 보던 컨텐츠다
유뷰버들은 유뷰브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
자신만의 차별화된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그래서 요즘의 지리산과 설악산 등 유명 산행지는
날마다 새로운 컨텐츠가 올라오기 때문에
거의 실시간으로 그곳 상황을 알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컨텐츠는 대중성 있는 장소에 집중되어 있을 수밖에 없어
소위 “오지” 또는 “그 밖의 산행지”는 상대적으로 빈약할 수밖에 없다.
싱글 처자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는데
가평의 오지 산에 나홀로 갈까? 택도 없는 이야기다.
암튼 유튜브를 통하니 그래도 곳곳을 둘러보고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2차원의 단 컷 사진이 아닌
2차원이 시간 순으로 배열되어 생생한 현장을 전해주는
동영상으로 구성된 플랫폼이 아닌가?
강화도 석모도 바람길 또는 상주산 가는 길의
세찬 바람을 2차원 사진으로만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동영상, 저 동영상을 뒤적뒤적하니 몇 가지 장소가 눈에 띈다.
첫째는 역시. 충북 제천과 충주 지역이다.
당연히 넓은 지역에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월악산 국립공원 구역 내의 지역들이다.
우선 표준화된 탐방로로 자리 매김한 월악산 주봉 코스.
수산리 보닥암에서 출발하여 주봉인 영봉을 거쳐 덕주사까지의 코스가
여름 산행지로 소개 중이다.
주 능선 코스가 길지 않아, 일반인도 자주 다니는 코스다.
두 해 전 뜨거운 여름 어느 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오느라 정말 고생했던 코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작 힘들었던 것은 주봉인 영봉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송계 계곡에서 보덕암까지
지도에도 없는
실체 없는 탐방로를 따라 가는 것이었다.
실제로 탐방로가 끊긴 곳도 있어서, 부분적으로 칡넝쿨을 끊고
거미줄도 헤치면서 나아가야 하는 막산 타기도 해야 했던 곳이다.
그래서 안내 산악회의 월악산 주봉 산행 출발점인
보덕암에 도착했을 때
난 이미 땀으로 쩔어 헐떡거리며 물을 들이켰다.
날도 엄청 더운 날이어서
여름철이면 휴양지로 유명한 송계 계곡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었다.
귀가 길도 고생길이었다.
송계 계곡과 충주 터미널 간을 오가는 버스가 중간에 고장 나서
제 시간이 오지도 않아 원래 계획한 시간보다 한참 늦게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월악산 국립공원은 참 재미있는 곳이다.
아직도 가보지 못한 구담봉, 옥순봉, 제비봉도 이 구역 내에 있다.
이 곳들은 단양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고
이미 대중교통도 알아본 곳이어서
기실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다만 단양역까지 운행되는 KTX를 어떻게 값싸게 타고 가는가 하는 것이 이슈일 뿐이다.
KTX를 최저가에 타라면
한 3주 전쯤, 화-목 사이의 날에 하행 첫 열차를 예약해야 한다.
그럼 한 30% 이상 요금을 경감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3주 전이라는 것이 아킬레스 근이라…
물론 대중 교통의 전가의 보도인,
“예약하고 취소하기” 하면 되지만,
썩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 코스의 또 다른 문제는
차도를 한참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지역 버스 시간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곳도 있었다.
바로 금수산.
이곳도 역시 월악산 “구역” 안에 있고, 올해 가야 할 1번지로
일찌감치 자리 매김을 해 둔 곳이다.
뭔가 개인적인 상황이 정리되고, 심적 여유가 생기면 다녀오려고 한다.
금수산에는
설악산의 공룡능선과 용아장성과 같은 암릉이 모두 있는 곳으로
탐방로도 열려 있다.
그래서 설악산 비탐 지역인 용아장성에 아쉬움이 있다면
대안으로 금수산의 용아장성 산행을 해도 좋을 듯 싶다.
마음 속으로 계획하고 있는 코스는
공룡능선으로 산을 올라 정상에 이르고
다시 용아 장성으로 하산하는 방식이다.
이 산행 역시 대중교통과의 시간 맞춤이 중요하다.
지난 2월 쯤 가능성 점검 차 제천 지역의 대중 교통편을
확인하여 계획을 세워 두었는데
3월 이후 제천의 대중 교통 시간이 모두 조정되었기 때문에
이곳에 다녀오려면
전체적인 시간을 다시 한번 업데이트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 포인트는
시점이 초중고 개학 기간인지 또는 방학 기간인지 잘 파악을 해야 한다.
왜냐면 제천의 버스 시간표는
방학을 기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렇듯, 월악산 국립공원의 여기저기가 눈에 들어온다.
시즌은 여름이라 충주호의 푸른 물과 조화를 이루는 월악산이
타산 대비 더욱 생각나는지도 모르겠다.
소백산이나 지라산보다..
그리고 월악산 보다는 가까운 곳도 있었다.
서울과 가까운 조비산이다.
비록 270여 미터 정도이고
오르는데 30여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지만
360도 뷰는 끝내준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270여미터 산에 “일망무제”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거시기 하지만..
모~ 길동무에게는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경기 옛길 영남길이 통과하는 곳이고
구봉산의 지산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까운 또 한 곳은
이천의 원적산이다.
이 산의 최대 장점은 대중교통의 접근성이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동원대학교가 들머리이며 날머리이고
잠실에서 동원대학교까지 광역버스가 자주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행 루트로
능선을 따라 정상을 찍고 다시 들머리로 오는 원점 회귀도 가능하지만
정상 도착 후 그곳에서 조금 하산 후
산아래의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출발점까지 복귀도 가능하다고 하며, 이 길이 아주 좋다고 한다.
교통도 좋다고 하고, 길도 좋다고 하면 Why Not? 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조금 먼 곳에 있는 지리산이다.
지리산 능선 산행로 중
자주 다니던 주능선 코스가 아닌 그 반대 쪽의 서북 능선이다.
성삼재에서 천왕봉 향인 동쪽 방향인 아닌
서북으로 향하는 길이다,
그래서 말 그대로 서북능선이다.
들머리는 성삼재이고
날머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함양의 인월 마을이다.
자주 언급했지만 인월은 교통 요지이다.
동서울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가 함양과 인월을 거쳐 성삼재로 향하며
그 반대로 성삼재 또는 경남의 그 밖의 지역에서 출발한 버스가
인월과 함양을 거쳐 동서울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교통의 기능 상으로 따지면, 경남 산청의 원지와 유사하다,
진주에서 출발한 버스가 거의 대부분 원치를 거치 듯이.
그래서 인월에서는 서울행 버스가 자주 있다.
이 외에도
인월은 또한 지리산 둘레길의 거점 도시이기도 하다.
제주 올레길 코스 중에도 몇 개의 베스트 코스가 있듯이
지리산 둘레길에도 몇 개의 추천코스가 있는데
이 중 인월 - 금계 사이의 지리산 둘레길 3코스도 그 중 하나이다.
각설하고
성삼재에서 시작하는 서북능선의 거리는 대략 21km 정도다.
그래서 천왕봉 향보다 부담은 적다.
단 대피소는 전무하다. 따라서 물은 보장이 되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바래봉 근처의 샘터 외에는 전무하다고 한다.
그런데 바래봉은 날머리인 인월과 가까워서
갈증해소에
썩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만일 더운 여름날 이 능선을 걷게 된다면,
분명 임걸령 샘, 선비 샘을 포함하여
지리산의 여러 대피소의 샘터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 뻔하다.
참고로
서북 능선 상의 주요 포인트는
성삼재를 비롯하여 (작은) 고리봉, 만복대, 정령치, (큰) 고리봉, 세걸산, 바래봉, 덕두산 등이다.
백두대간과는 큰 고리봉에서 헤어지며
이곳에서 백두대간은 고기리 마을을 거쳐 수정산으로 이어지며
종국에는 설악산까지 뻗어나간다.
서북 능선이라는 곳은 어디든 감정상 갈등을 주는 곳 같은 느낌이다.
귀때기청봉, 장수대, 선녀탕을 거쳐 남교리까지의 설악산 서북 능선을 계획하고 출발을 해도
한계령 삼거리에 이르렀을 때면
늘 반대편의 대청과 공룡능선으로 갈까? 하는 마음이 생기듯이
분명 지리산 서북능선을 계획했음에도
성삼재에 이르면
왠지
노고단과 반야봉, 더 나아가 천왕봉 방향으로 마음이 끌릴 것이 뻔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언젠가 한번은 가야 할 길로 자리매김을 해두기도 했다.
그 “언제”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러다가 혹시 모르겠다..
어느 날 또 갑자기 필 받아서 그곳으로 가게 될지.
대중교통이 빵빵한 그곳은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이라서 좋다.
그래서 지리산이 좋다……………………………………………….###
첫댓글 올림픽공원 가는길 입니다, 동창 모임이 인근이라 조금 일찍 출발했습니다. 비오는 날 걷는것도 괜찮을것 같네요^^*
선생님, 어제 잠시지만 지하철 역에서 만나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뵈오니 예전 강화 나들길을 걸을 때의 송정역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참으로 열정적으로 도보 여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송정역처럼 둥근 앉을 의자가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계단 아래 쪽에 있어서 어쩌다보니 서서 말씀을 나누게 되었네요.
어제 보슬비가 내리시는 중에 올림픽 공원 걸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은 마지막 뵌 것이 지난 해 10월에 무의도 trekking 때였는데, 그때 이후 벌써 8개월이 흘렀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예전이나 변함 없이 활기찬 모습이십니다.
친구분들 모임이 아니라, 올림픽 공원 걸으실 때 이쪽으로 오시면 연락 주십시오. 일정이 맞으면 한 바퀴 동행토록 하겠습니다.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 오는 날 모처럼 한가한 시간에 좋은 생각들을 떠올리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네요.
산행에 대한 즐거운 기억들과 또 떠나야 할 부푼 계획을 언제쯤 실행에 옮기실지?
멋진 산행 기대가 됩니다.
다녀오면 늘 마음과 머리 속에는 산에 대한 생각들로 꽉 채워져 일상이 지장을 받을 만큼
산의 모습들과 즐거웠던 기억들이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 힐링이 되고 중독이 되어 가는 거 같지요.
더운 날씨지만 장마 기간 비 조심하시고 즐거운 산행 이어 가시기 바랍니다.
비 오는 날의 단상 잘 봤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비가 오니 비가 와도 좋은 산으로 가볼까 싶습니다.
우산을 들고 지리산 종주도 했었으니, 딱히 두려움은 없는 것 같습니다.
폭우가 아니고 쏠쏠하게 내리시는 비라면
야트막한 산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고즈적하고 조용하고요.
설악산 종주로에 아직도 있는 철쭉을 보니
꽃을 이제 피웠는데, 또 3달 정도만 있으면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단풍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산 속에서는 시간이 더욱 빠른 것 같습니다.
아침도 늦게 시작하고, 밤을 빨리 오고…
그리고 봄은 늦게 시작하고, 가을과 겨울은 빨리 오고…
산계와 인간계이 시간은 분명 다른 듯 싶습니다.
비가 내내 내린다는 한 주.
평안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