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6일
주작-덕룡
지금 와서 기록을 뒤적여보니, 이번이 7번째 향하는 구만.
거리도 멀고, 까칠한 산이라 개인적으로는 늦게 발을 놓았던 이곳이지만,
추후에 유명세에 편승해서 진달래가 피는 이맘때 내가 산악회 산행을 주관해서 가기도 하고,
따라가기도 하고, 또 100대명산을 안밟았다는 주변 동료들을 이끌고, 치고 빠지기 하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같이 간 사람들끼리는 호평을 받았었지만, 사실 산악회 흥행차원에서는 재미를 보진 못했다.
문득, 지난 2015년 대한토에 갔을때 기억을 아래와 같이 되살려본다. ㅋㅋ
지난 가리왕산에서 부상을 입은 바른길 대장님의 근황을 일찌감치 살핀다.
잘은 모르지만, 많이 쾌차는 했으나, 아직은 정기산행을 리딩할 수준까지는 아님을 파악하고,
신경쓰지 마시라 해놓고, 내가 대신 주관준비를 한다.
그러던 어느날, 다큐대장님한테서 연락이 온다.
명실공히 대한토의 터줏대감이시고, 수석대장님까지 역임하셨던 분이라,
남의일로 보지 않으셨던 모양. 감사하기 이를때 없다.
다만, 행선지에 대해서는 내 생각처럼 주저.
과거 대한토의 이력도 보면 처참한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흥행에 실패를 한 경험이 많기 때문인데,
좋은 산임은 명확하나, 까칠한 곳이라,
분위기가 살살 올라오는 타이밍에서, 굳이 어려운곳으로 안내를 할 필요가 있겠나란 생각으로,
진달래로 유명한 다른 순한 곳, 혹은 대한토의 미답지를 후보에 넣고 고민을 하였다.
이날 주관을 예정했던 바른길대장님이나, 회장님의 의견도 중요하게 받긴 했는데,
두 양반은 내심 주작덕룡 고수를 희망. ;;;;
흐음... 그럴까아....
다큐님과 함께 다시한번 주작덕룡에 기회를 주기로(^^) 최종 결정을 했다.
이번에도 참패하면 아마 오랫동안 이곳은 쳐다도 안볼듯.
다만 지난번처럼 종주로 가혹하게 코스를 잡지 말고,
소석문, 오소재에서 각각 출발해서 작천소령에서 합류해 내려오는 걸로 마일드하게 하기로.
했다가, 집중도가 떨어져 관리하기가 어려울 거 같아서, 소석문에서 출발하는 코스만 살리기로 하였다.
그쪽이 탈출로가 제법 많으니까..
했다가, 오소재로 안올리면 안간다는 분도 계셨던 모양이다.
결국 초기 계획대로 두 군데서 다 올렸다.
신청을 바라본다. 예상대로 어째 신청자수 오르는 속도가 둔하다. 흐음....
너무 인기에 매몰되어 트레킹으로 컨셉이 전환되면, 올드한 산악회 이미지가 고착되어 이상해진다.
산악회는 산을 타야지.
대범한 마음으로 인원이 안차더라도 제법 난이도가 있는 산도 고집할 필요가 있다.
이러다가... 얼라라....? 만차로 간다???
결국 만차로 마무리. 우와.
당일에 승차에 문제가 있는 한분이 생긴 모양인지, 결국 만차-1 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대단히 의미있는 선방을 했다고 본다.
이마트에서도 제법 많은 분들이 탑승한다.
차안에서의 분위기도 북적한 것이 새 봄 맞이 느낌으로 충만하다.
옥대장은 깜빡하고, 사전선거를 안했다가, 아침에 시청에서 사전선거까지 했다고... 우와.
산수자문님 차를 얻어타고 시청으로 왔는데,
"그 양반이 그렇게 일찍 나올사람이 아닌데, 오늘은 이상하더라고?"
산수자문님의 말씀에 이유가 있었다. ㅋ
길이 참 멀다.
덕분에 지난 완도에 갈때 처럼 꿀잠을 잘 잤다.
날이 좋은 듯 했다가, 산을 오를시점에 이르자 흐리다.
주작덕룡에 올땐 늘 이랬던 거 같다. ㅋ
입구에 내려 멋진 터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오르기 시작.
오늘도 나는 후미.
A 후미를 잡으면서 긴장을 한다.
오늘은 새로오신 분들도 계시고, 오랜만에 나오신 분들도 보이고 해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상황에 맞추어 서봉 지나 있는 탈출로가 비교적 잘 되어있으니, 그리로 안내하기로.
동봉에서 하산하는건 너덜길이 제법 있고, 내려와서 차있는 곳까지 멀어서....
후미에서도 훨씬 뒤에 쳐져서 오르기 시작한다.
후미에 붙어 이동을 했던 어느날 대단한 불만의 레이져광선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편하게 등산하시라고..
첫 봉우리를 오르면서 땀이 제법 난다.
날이 서늘해 그 기운은 참 좋다.
등 뒤로 보이는 멋들어진 봉우리가 벌써부터 발길을 잡는다. 그래... 기억이 나네.
좌측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평야와 바다가 남도에 내가 와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흐린하늘이 내어주는 은은한 조명도 나름 운치있고 좋다.
가끔씩 불어주는 바람도 느낌이 좋고.. 한주 쉬었던 정기산행의 즐거움을 다시한번 느낀다.
지난주는 개인적으로 집안의 큰 행사가 있어서 쉬었다.
문중의 장자 조상님들 20구를 정성들여 수습해서, 납골당을 조성해서 모셨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에 선산이 있는데,
마침 때 맞춰 개봉된 영화 파묘의 정확한 지리적 배경이 되는 곳이고,
그 곳이 백두대간의 중심, 호랑이의 허리라고 표현된 그 대목을 인상깊게 보았다.
우측으로 보이는 저수지.
까칠하게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고된 코스이긴 하지만,
산 자체는 야트막해서, 오르고 난 후 숨고르며 좌우의 아름다운 조망을 즐기면서 즐겁게 걷기 참 좋다.
대강 대열이 형성이 되고, 후미분들이 보이면서,
좀 더 속도를 늦춘다.
7차례 와 보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주작산에 가지를 못했는데, 이번에도 어렵겠다. ㅠㅠ
허나 들리는 이야기로는 주작산은 주 능선대비 그냥저냥했다는 주변정보를 통해서 크게 미련은 없는데,
다음엔 꼭 올라봐야지.
주 등로방향으로도 시야가 펼쳐지면서,
남성미 충만한 암릉의 뼈대가 드러난다.
그 등을 타고 오르는 대한토의 대열도 보인다.
"대한토오~~~!!"
오늘따라 청이 좋은데?? ㅋ
앞에서 돌아보는 아우라가 느껴지면서 최대한 당겨 찍어본다.
거의 형체만 드러나는 이미지 같지만, 의미가 있다고 보고.
'우리 일행 맞겠지이?'
나중에 이미지를 확대해서 보니, 핵심 운영진 그룹이셨구만. 제대로 잡았네.
"어? 봄봄 총무님 A 타셨네요?"
"봄총무님 화내십니다~~"
실력을 과소평가한 건 아닌데...
함께 잘 다니시던 레간자대장님은 B로 가셨는데, 떨어져 계셔서....
"그건 아니고요~~ 레간자 대장님이 적적해 하실거 같아서요~~;;"
재빠른 수습.
어느순간 내 등뒤에서 카오스맨님 등장. ㅋ
후미대장 뒤에 있으면 혼난다고 가끔 어나운스했는데..
카오스맨님은 대전토요에서 수석대장도 하시고 해서...
"잘 오실거 믿고 신경안쓸께요~~"
하며 자유로운 산행을 맡긴다. 사실 후미대장 역할이 산행안전을 도모하는것이 크지만,
또다른 중요한 덕목이 후미시간을 잘 관리해서 뒷풀이 식당 시간을 최적화시키는것인데...
조금은 어렵게 되었지만, 약속된 초기설정된 하산시간을 당기긴 어려운 날이니만큼.
알아서 약속된 시간인 4시에는 내려오시라는 선문답을 하고 앞서 진행한다.
앞쪽에서는 진달래가 조금은 시기가 안맞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중간으로 향하면서 싱싱한 꽃잎들이 눈앞에 속속 등장한다.
활짝 모여 피어, 군무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철쭉들도 멋지지만,
이렇게 바위틈에서 혹은 숲 곳곳에서,
적당히 다발정도의 크기로 한들거리는 모습도 참 좋다.
앞쪽 행렬의 끝에서, 후미대장인 나를 많이 신경쓰시는듯 해서,
난 일찌감치 밥을 먹기로 한다.
밥 먹을 동안 멀리 편안하게 가시라는 의미였는데,
어떻게 잘못 소통되어 같이 옆에서 상을 펴신다. ;;;
"그래요~~ 같이 드시죠~~"
선두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식사의 즐거움을 누린다. ㅎㅎ
성인음료도 들이키고. ㅎ
함께 먹는 일행들이 마음을 놓지 않도록 이따금 갈길이 녹녹치 않음을 주지도 시켜드린다.
좀 불편하셨는지.. 나를 남겨놓고, 속속 여장을 챙겨서 일찌감치 일어나신다. ^^;;;
"그래요~~ 천천히 진행하세요~~~"
하면서,
"혹시 저한테 잡히면 그땐 좀 부지런히~~ㅎㅎ 전 오늘 주어진 4시하산에 맞춘 템포로 이동합니다."
함께 드신 분들을 먼저 보낸 후,
시간을 좀 두고 일어나 다시 까칠한 등로로 천천히 발을 옮긴다.
첫댓글 2015년도 사진도 있었네요. 그때 저는 일만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네요. ㅎ
1, 2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어요.
오랜만에 오셨죠? 자주오세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언제 가도 늘 멋진 곳
24년도에는 주작&덕룡과 인연이 없어 아쉬웠는데 동대장님의 후기로 대리 만족하고 갑니다
넘 수고하셨습니다 ~~
네 시간되실때 나오세요~~^^
개인사가 제일 중요하죠.
그러한 고심이 있어서 산행코스가 오락가락했었군요.^^
후미에서 넉넉하게 이끄느라 편안했겠다 말하면 선 넘는 거겠죠?^^
수고 많았습니다.
맞습니다. 편합니다~ㅎ
그런 속도로도 주작산까지 가겠다고 예상했는데,
늘 느끼는 과거 이력의 미화였습니다.
예전에도 무척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암릉산행 마니아로서 시작부터 주작산은 선택지에 없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무조건 덕룡산이었기에.....😅
후미에서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아하~ 앞에서 거침없는 걸음에 이유가 있었네요~
늘 살림 잘 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