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님과 만나 데이트하고 결혼하기까지 10년의 세월동안, 두사람의 첫 해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서로 만나기 전에도 각각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고, 또 수박님이 마닐라에 있을때 제가 몇번씩 만나러 오기도 했고
국내 여행은 자주 다녔었지만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답니다. ㅎㅎ
홍콩은 둘이 만나기 전에 한 번 씩 다녀온 경험이 있는 도시였습니다.
10여년전보다 도시가 많이 깨끗해지고 공기도 많이 좋아졌더군요. 빌딩숲과 버스와 택시, 사람들로 붐비는 좁은 공간에서도 비교적 공기가 깨끗하다고 느꼈습니다.
5일간의 여행기입니다. 일기식으로 작성되어 다소 편한 말이라도 이해바랍니다.
여행일정
17일 마닐라 버자야 호텔 1박
18일~21일 홍콩 YMCA(침사추이) 3박
21일 마닐라 팬퍼시픽 호텔 1박
10월 16일
수박님은 호핑을 나가고, 내일모래 여행준비를 하며 일기예보를 보니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 여행 출발일인 18일에는 아주 심각할것으로 예보되었는데 17일까지는 날씨가 좋다..
이대로 가다가는 18일엔 비행기가 못뜰것만 같아 부랴부랴 기존의 세부퍼시픽 마닐라행 티켓을 취소하고 17일 티켓을 구했다.
얼떨결에 마닐라 1박이 추가되어 버렸다.
추가되는 마닐라 호텔은 마카티의 버자야 호텔 (구) 베스트웨스턴 아스토어 호텔로 잡았다.
호핑을 마치고 온 수박님께 내일 출발이니 짐을 싸라고 했지만.. 역시나 웹서핑을 즐기다 잠들어 버렸다.
10월 17일
어딜가든 꼭 출발 당일 짐을 꾸리는 수박탱이는 오늘도 역시나 새벽에 짐을 싸고 있다, 덕분에 어제밤 늦게까지 이것저것 정리를 하느라 잠을 못잔 나는 새벽부터 또 잠을 설쳤다.
아침 8시 칼리보로 출발해 마닐라로 왔다. 기상은 아주 좋았다.
버자야 호텔은 중가 호텔인데 역시나 룸 상태는 그닥 좋지가 않다, 그래도 에어컨이 창문형이 아닌 중앙제어식이라 소음도 없고 견딜만했다.
마닐라의 중저가 호텔은 하룻밤이라 해도 견디기 힘든곳이 많다.
수박님이 소원하는 실외 골프연습장을 찾아 좀 놀다가 그린힐 쇼핑센타를 갔다.
그린힐은 밀리오레가 생기기 이전의 동대문 상가와 비슷하다. 대부분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짝퉁가방과 신발, 그리고 저렴한 옷가지들, 몇개의 진주상과 핸드폰상가, 악세사리 점들이 있다.
직원들 선물로 몇개 가방과 파우치를 샀는데, 사기를 잘했다, 같은 물건인데 홍콩이 더 비쌌다.
10월18일
홍콩행 비행기 체크인카운터인데, 아가씨가 알럽보라카이 가방을 가지고 있다. 괜히 반갑다.
오후 7시경 홍콩 첵랍콕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고생은 시작되었다. 미리 공부한것도 없고 비행기에서 내내 "놀러와"만 시청하던 우리(특히 수박님)는 헤메기 시작했다. 다행히 공항내에서는 영어가 통하지만 길거리에서는 길을 묻기도 쉽지 않았다.
(내 생각은 워낙 길 묻는 사람이 많아서 귀찮아 대꾸를 하지 않는것 같았다)
환전을 좀하고 버스정류장을 찾아 버스를 탔는데.. 홍콩버스는 큰돈을 내도 잔돈을 주지 않는다.. 버스기사님이 가서 티켓을 사오라고 한다. 잔돈을 포기하느냐 고생스럽더라도 가서 티켓을 사오느냐 결정해야 한다.
수박탱이 열심히 달려가 티켓을 사와 무사히 버스에 탑승.. (수박탱이의 주 특기 : 준비없이 몸과 돈으로 때우기 ..)
팁 : 홍콩도 한국처럼 모두다 교통카드를 이용한다. 옥토버스라는 이름의 편의점을 비롯 여러곳에서 사용가능한 선불카드다.
편의점등에서도 구입가능하다고 하나 편의점 직원은 영어가 너무 안되서 구입하기 어렵다. 옥토퍼스 카드를 구입할 생각이라면 공항에서 구입하는게 좋을것같다.
호텔로 가는 2층버스에서..
체크인하고 룸에 들어오니 10시가 넘었다, 저녁먹으러 너츠포드테라스 라는곳으로 갔다. 외국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하던데 정말 외국인들로 좁은 거리가 꽉차있다. 비싼 저녁 먹고 좀 돌아다니려 했으나 너무 피곤해 들어가 잤다.
10월 19일
보라카이 호텔은 기본으로 조식이 포함이나 홍콩 호텔은 기본으로 조식이 불포함이다.
내가 묶은 YMCA 호텔은 가장 저렴한 룸타입으로 150$정도였는데 괜찮은 곳이기는 하나 고급 호텔은 아니었다. 마지막날 마닐라의 팬퍼시픽 호텔은 조식 불포함시 비슷한 가격대이나 룸은 두배정도 좋았다.
아침을 먹고 룸으로 돌아오니 9시가 조금 넘었다. 둘이 얼굴 마주보고 "뭘하지?" 라고 묻는다..
나는 열심히 안내책자를 살펴보는데 수박탱이는 옆에서 비웃는다, 놀러와서 무슨공부하냐고 나가서 닥치는 대로 하면 된단다..
그래 우선 나가보자.. 침사추이에는 쇼핑센타들이 유명하고 레이디스마켓이라는 골목시장도 있으니 거기부터 가보기로 한다.
오랜 보라카이 생활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홍콩은 너무 복잡하다.. 웬지 지하로 들어가는 MTR은 타기가 싫다..
어제밤에도 저녁먹으며 왕복으로 택시를 탔는데 결국 또 택시를 탔다. 슬슬 돈걱정이 된다..
비싼택시를 타고 도착한 랑함플레이스(?)는 영업시간이 11시~11시이다.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10시가 조금 넘었다.
지도상으로 레이디스 마켓이 바로 옆이니 그곳에 가보기로 한다. 지도에서는 바로 옆이지만 아주 한참을 갔다.
그런데 역시 여기도 문을 열지 않았다.. 홍콩의 아침은 늦게 시작되는가 보다.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시간버리고 돈버리고 ㅠ.ㅠ ,, 좀 쉬면서 다시 준비를 해서 나가보기로 한다.
오후의 일정이 결정되었다
피크에 올라가 전망을 보면서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센트럴 플라자 전망대에 갔다가 배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피크에 올라갈때는 버스를 내려올때는 트램을 탔지만 버스가 훨씬 재미있었다.
전망대에 있는 크록스 매장에서 노랑 장화를 샀다, 맘에 든다. 필리핀에도 한국에서도 볼수가 없었던 성인용 장화다.
10월 20일
이제 좀 슬슬 홍콩이 익숙해진다. 호텔 주변의 지리도 알것 같고, MTR도 겁나지 않는다.
오늘은 옹핑케이블을 타고 근처에 있는 디즈니 랜드도 겸해 구경하기로 했다.
옹핑케이플카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360도 조망이 된다는 특징와 케이블카 타는 시간이 30여분 정도로 길다는 점 말고는 별다는 특징은 없는 곳이었다. 뭐 그래도 나름 잼있었고, 도심을 벗어나 좋았다.
오래 전 도쿄디즈니 랜드 실망했던 나는 그닥 흥미가 없었지만, 수박님이 디즈니랜드를 가고 싶어했다.
그냥 입장권만 구입해 구경 좀 할려 했지만 한국처럼 자유이용권, 빅3, 입장권 구분이 없다. 게다가 요금이 엄청 비싸다.
1일권이 350HK$ 인데, 1년이용권이 650HK$ 이다.. 이건 뭥미..
그래도 들어가자는 수박님을 디카를 사준다고 겨우 달래서 호텔로 돌아왔다.
8시에 스타의거리에서 홍콩섬을 보며 심포니오브라이트? 를 관람했지만 건물들의 네온이 별로 켜지지 않아 시시했다.
오션티시로 가서 디카를 하나 사고 아이폰4를 찾는데 SOLD OUT 이란다. 물건이 없다.
그나마 겨우 물건이 있는 집은 웃돈이 많이 붙여 판다 (5,888 HK$ 짜리가 7,500HK$ 정도에 판매된다)
10월 21일
마닐라로 돌아왔다, 피곤해서 호텔에 들어가 계속 잤다.
팬퍼시픽 1층의 규몬(牛門 , 일식+한식 소고기 구이점)에서 밥을 먹었다, 원래 비싼 곳인줄 알고 있었지만
공기밥 한그릇(한국의 반그릇양)에 130페소다.. 미쳤소였다. 이젠 절교다.
10월 22일
오후 3시, 까띠끌라행 세부퍼시픽을 탈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다.
호텔근처 쇼핑몰에 가서 아침을 먹고 핸드폰 매장을 기웃거렸다. (영업시간 10시~10시)
아이폰4 , 16기가가 35000페소라고 한다, 질렀다. 웃돈이 붙은 홍콩의 판매가보다 쪼금 싼가격이다.
2시, 택시를 타야할 시간인데 수박님 햄버거를 드셔야 겠단다. 먹었다 그리고 공항에 2분 늦었다. 비행기 못탔다 ㅠ.ㅠ
까띠끌란행 티켓이 너무 비싸 칼리보로 선회해 집에 왔다.
먹을 거에 목숨거는 수박탱이때문에 내 언제가 이런날 있을줄 알았다.
10년을 함께 했어도, 여행을 함꼐하는것은 어려웠다. 몇번 더 다녀보면 조율이 될려나....
PS.홍콩의 유명한 망고쉐이크 체인점인 허유산.. 왜 유명한지 알수가 없다, 보라카이 망고랑 비교할 수가 없다.
첫댓글 두분이 함께하는 첫번째 여행이라니 더 좋았겠습니다...
그리고 올리실때 사진도좀 부탁드릴께요...ㅎㅎㅎ
일기식 후기라 뭔가 더 와닿는 느낌입니다.
얼른 담 후기 읽고 싶어요~
아우~~ 기대되요~ 가신다고 할때부터 후기 기다렸는데~~
ㅋㅋ 아무리 부부지만 여행가게되면 서로 하고싶은것도 생각하는것도 달라 한번쯤은 트러블이 생기게되는것 같아요- 종종 두분만의 여행 갖으세요!!!
여행후기를 저렇게 칼 같이 쓰시는 분 첨 뵙습니다. ㅎㅎ 다른 시야에서 나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였네요.
홍콩의 야시장 구경도 잼나는데~~야시장은 다녀오셨어염?? 크레이지크랩도 맛나고`~~부부동반 첫 해외여행이라니 의외에요!~~ 두분이 항상 같이 다니실꺼같은뎅 ~ ㅎㅎ^^
ㅎㅎ 둘다 일찍 자는 편이라 홍콩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잘다녀오셨군요! 좋은구경 많이하셨겠어요 저도 곧 캄보디아로 떠납니다 히히~
저도 홍콩자유여행을 다녀왔는데,비슷하네요.홍콩은 서울보다 작아서 별로 부담스럽진 않더군요.
또한 교통이 잘 발달되어서 별로 불편하지도않고요.
한식당에가면 한글로 된 여행지도가있어요.하나 얻어서 쥔장에게 물어보고 좋은곳 소개해달라면 잘 알케줍니다.
옥토버스카드 구입하시고 쓰시다가 금액이 많이 남아있는경우 공항에 있는 옥토퍼스 구입처에 가시면 소정에 수수료를 제하고 환불도 해준답니다. ^^
빅토리아피크는 야경이 좋은데~ 낮에 가셨군요~ ^^ 오후 5시 이후로는 피크에있는 레스토랑의 모든 창가 자리는 예약되어 있는 자리라.. 저희는 5시에 쫓겨났다는..ㅋㅋㅋ
ㅎㅎ 담에 가면 더 잘할 수 있겠지요~
수박탱이..ㅋㅋ 분노가 느껴지는 호칭이네요 저도 가끔신랑한테 분노하면 호칭이 달라집니다 ㅎㅎㅎ
두분 너무 아름다우시네요. ㅋ ㅋ 행복하세요~
ㅋㅋ 저두 수박탱이에서 터졌어요. 잘 다녀오셨네요...^^ 아..부러워요...첫여행이라 더 좋으셨죠?ㅋ
수박탱이 ㅎㅎㅎㅎㅎㅎ
잘 다녀오셨네요~~ 즐거운 여행 되셨나요~~
푸하~ 수박탱이~~ 저는 왠수남편이라 부르는데~~~~ㅎㅎ 하지만 그 왠수남편이 여행때만은 제가 하자는대로 따라한다는^^
근데......피곤해서 잤다라는 대목이 좀 많아보여요ㅎㅎ
저희 남편 완전 허유산 매니아였는데 올해 보라카이가서 망고주스 먹어보고는 허유산 버렸어요 ㅋㅋㅋ 전 지금 몇시간째 씨윈드리조트 망고주스가 생각나 입맛만 다시고 있어요 입덧중이거든요 ㅠ_ㅠ 당장 가고 싶어요 보라카이 내 망고주스~~ㅠ_ㅠ
저 역시 수박탱이의 소절에서 빵 터졌다눙~_~
항상 지금같은 부부, 아니 지금보다 더더 행복하세요^-^
아 웃겨.... 이제야 봤어요.. 언니의 입담을 정말 짱짱짱!!! "내 언젠가 이런 날이 올줄 알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남,선녀 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