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4,5 - 금,토,일 3일은 Jakarta International Jazz Festival이 성대하게 열렸다. 약 1000명의 참가자들이 3일동안 자카르타 컨벤션 센타의 각 홀에서 시간별로 다양한 공연을 펼치는 상당히 규모가 큰 국제적인 행사로,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치러지는 재즈축제이다.
사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고,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반 한 두어장씩은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유명 아티스트가 상당히 많이 초청되었기 때문에, 가까운 싱가폴이나 말레이지아, 심지어 한국에서까지 찾아올 정도로 큰 행사였다. 작년보다 가격은 많이 올라서, 올해의 경우 하루동안 모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1day pass가 35만 루피아 - 한화로 약 3만 8천원- , 3일 프리패스의 경우 90만 루피아 - 한화로 약 9만 7천원-, 그리고 스페셜 쇼라고 해서 매일 2-3차례씩 공연되는 특별공연은 15만루피아 - 한화로 약 16500원 - 였다.
상당히 일찍 공식 홈페이지- http://www.javajazzfestival.com/2006/를 오픈하고 티켓판매를 했는데, 온라인 및 각 대형음반매장, 대형서점, 공식대리점 등에서 2월 초까지 구입하는 사람은 약간의 할인된 금액으로 표를 구매할 수 있어, 나역시 설레이는 마음으로 미리 표를 구매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이맘 때는 임신중이어서 가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미리 나온 스케줄표를 보고 5일 마지막 공연일 표와 Incognito특별공연표를 구입했는데, 금요일부터 시내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일요일 오후에 공연장을 찾은 소감을 지금부터 이야기해 보겠다.
공연장 바로 입구는 차량이 통제되었기 때문에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여러 명의 암표장수가 성가시게 따라 붙는다. 이런~ 시작부터 너무하는군.
이번 공연의 스폰서는 담배, 은행, 전자, 음료, 자동차, 여성지 등 각계의 큰 회사들이었는데, 각 홀의 명칭을 스폰서의 이름을 붙여 짓고, 매 공연시마다 후원사의 이름을 꼭 나열하는 등 상업적인 홍보전략이 돋보였다. 특히 담배회사인 SAMPORNA의 DJI SAM SOE가 최대 스폰서였는데, 다른 홀보다 공들여 제작한 화려한 홀과 마임공연, 현수막 등 투자를 많이 한 모습이었다. 한국기업으로는 LG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장 내에는 돈대신 토큰이라는 공식화폐를 사용하여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여러 개의 스낵바, 협찬사에서 설치한 홍보용 부스, 공식 기념품 판매대, 음악채널 방송부스, 안내 데스크 등이 있고, 중앙 홀에도 두 개의 무대가 설치되어 쉼없이 계속 공연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규모와 화려한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공연의 진행이란 정말 허술하고 엉망이기 이를데 없어서, 안내 데스크에는 공연 스케줄표가 일찌감치 동이 난 상태이고, 제대로 된 안내판이나 일정표, 줄을 서는 계획 및 안내 도우미가 전무하다시피 하여 상당히 어수선한 모습들이었다. 게다가 제멋대로 변경된 공연일정으로 인해 관객들이 우왕좌왕 하게 함은 물론, 갑자기 예정된 공연이 기술적인 사고로 인해 4시간 가까이 지연되어 수많은 관객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 하였다.
문제는 사고가 난 홀이 바로 특별공연을 하는 쇼장이었기 때문에, 15만 루피아짜리 유료공연까지 어이없이 시간이 뒤로 밀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7시 반으로 되어있던 유료공연이 10시 반에 시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10시 반 예정이던 마지막 Kool & the Gang공연은 12시 반으로 밀리는 웃지못할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공식적인 사과나 안내방송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환불이 되느냐? Oh NO! 인도네시아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주최측의 잘못이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법. 아마 우리나라 같으면 관객들이 환불소동하고 난리가 났을 터인데, 다들 무슨 난민처럼 애 어른 할 것없이 다들 바닥에 주저앉아 음식 등을 사먹으며 기다리니 참 천성들이 느긋하다고 해야할지..........
인도네시아 사람들 뿐 아니라 서양사람들도 많이 왔는데, 그들역시 '역시 인도네시아야~ ' 하면서 허허 웃으며 기다린다. 하긴 클래식 공연이 아니라 재즈 공연 아닌가. 재즈 라는 것이 원래 자유로운 것이니 그렇게들 이해하는 셈.
이번 공연에는 프랑스 문화원 및 한국문화예술 위원회에서 후원하여 한국가수 나윤선도 참가하였으나, 정작 일부러 찾아간 홀에는 공연일정이 뒤바뀌어 이미 공연이 끝났다는 허망한 소식 뿐이었다. 돈주고 사는 공식일정표에 나와있는 일정이 그렇게 맘대로 바뀌고도 태평하다니. 타국땅에서 고국의 반가운 목소리를 듣나 하고 설레이던 마음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의외의? 수확은 Gerald Albright라는 뮤지션의 공연이었는데, 우연히 찾아들어간 홀에서 펼쳐지는 힘있고 호소력있는 연주는 정말이지 마음 속까지 적시는 감동으로 서 있는 것도 힘든지 모를 지경이었다. 참고로 좌석이 있는 홀과 없는 홀이 있는데, 좌석도 지정좌석이 아니고 그냥 의자를 늘어놓은 형식이라 대부분 서서 보게 되어 있다. 물론 가장 큰 홀 2층은 좌석이 있긴 하지만 좁고 낡고 상당히 불편하여 공연시설의 부재를 실감하게 하였다.
지하, 1층, 그리고 별관 등으로 나뉘어 있는 공연장 탓에, 처음 온 사람들은 건물구조를 이해하지 못해 헤맬 수도 있다. 그리고 공연스케줄표 구하기도 힘들고, 있다고 해도 변경되거나 제시간에 시작하지 않고 줄세워놓기가 일쑤이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부지런히 찾아다니지 않으면 안된다. 솔직히 청바지에 낮은 편안한 신을 신고 배낭에 물과 간단한 먹거리 등을 챙겨오고, 할수만 있다면 접이식 간이의자를 들고 온다면 더없이 좋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4시간을 힘겹게 기다려 본 문제의 Bob James Quintet 공연은 정말 4시간의 기나긴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공연이었다. 어느덧 백발이 성성하고 피아노 치는 손에 검버섯이 촘촘히 피어있는 이 대단한 재즈 피아니스트와 Nathan East, Jack Lee, Lewis Pragasam, Dave Mac Murray등 각 뛰어난 연주자들이 이루어내는 환상적인 하모니는 공연장을 꽉 채우고,오랜 시간 기다린 관객들의 마음또한 꽉 채워주는 에너지가 넘쳐났다. 이것만으로도 여기 온 보람이 있다고 느낄 만큼.
특별공연인 Incognito는 Omar, Careen Anderson이라는 게스트 가수와 함께 상당히 파워풀한 무대를 선보였다. 솔직히 기대에는 못미치긴 했지만, 그 폭발할 듯한 열정적인 여가수의 가창력에는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너무나 시간이 지체되어 특별공연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쉬움을 남긴채 공연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나와보니 세상에~ 건물 전체가 너구리굴 같이 뿌옇다. 지정된 담배피우는 곳이 거의 없었던 데다가 원체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끽연률이 높기 때문에 안개를 헤치듯이 건물을 걸어 나와야했다.
사실 자카르타는 제대로 된 공연시설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공연문화가 사실 수준이 많이 떨어지고, 특히나 클래식이나 발레, 오페라 같은 대형무대 공연은 거의 이루어지기 힘들다. 하지만 서양대중문화에 열광하는 젊은층 때문인지 유명 락이나 팝가수 등의 공연은 오히려 한국보다 많은 편이며, 팝, 재즈, 락 등의 최신곡 유입은 상당히 빠르다. 그래서 대형 유명공연은 보통 싱가폴에서 많이 하고, 싱가폴 비행기,공연, 호텔을 묶은 패키지형 상품을 많이 판매하기도 한다.
신랑은 공연의 내용은 훌륭하나, 진행을 이렇게 하다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며,앞으로 이나라에서 주최하는 공연은 웬만하면 가지 않겠다고 선전포고?를 한다. 아~ 언제쯤 내용과 형식이 고루 갖춰진 문화행사를 마음놓고 즐길 수 있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소문난 잔치에 다녀온 기분이다.
(작성자:최희윤)
첫댓글 인도네시아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못보고 황당했다는 저글 보니... 마음이 씁쓸하네요. 한인들이 많이 구경했어야 되는데.. 정말 정말..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