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론 1. 연구 목적 2. 연구 범위와 내용 3. 연구 방법 제1장 통계자료로 본 한국 천주교회의 현황과 특징 1. 한국 천주교회 신자 수와 복음화율 변화 추세 2. 전년도 대비 신자 증가율, 냉담률, 주일미사 참여율 추세 3. 신심 활동 단체 가입 현황 제2장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평신도에 대한 이해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나타난 평신도 이해 제3장 통계자료로 본 성령쇄신 운동의 발전 방향 1.‘성령’과 삼위일체 친교 신비와 친교 공동체 2. 한국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생활 실태조사의 목적과 의의 2.1.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생활 실태조사’(2006)의 목적과 의의 2.2. 한국 성령쇄신 봉사회에서 시행한 과거 설문조사 실태와 의의
3. 통계를 통해 본 성령쇄신 운동의 현황과 전망 3.1. 성령쇄신 운동의 목적 3.2. 교구와 본당 중심의 조직과 운영 3.3. 하느님 체험과 영적 성장 활동 3.4. 평신도 양성과 공동체 참여 확대 제4장 통계자료로 본 레지오 마리애의 발전 방향 1. 레지오 마리애 개요 2.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신앙생활 실태조사의 목적과 의의 3. 통계로 본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신앙생활 현황과 전망 3.1. 레지오 마리애 단원 현황과 선교 사명 3.2. 레지오 마리애 운영원리와 단원 활동과의 관련성 3.3. 레지오 마리애 교본의 의의와 역할 3.4. 레지오 마리애 영성 4. 레지오 마리애 영성의 원천: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 성모 신심의 재발견
▩ 결 론 |
서론
통합사목연구소에서 주최하는 본 연구발표회의 주제는 ‘통계자료에 근거한 단체와 소공동체 발전 방향’으로 두 가지 발제로 구성되어 있다. 제1발제는 ‘통계자료로 본 신심 단체들의 발전 방향’이고 제2발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상 실현을 위한 단체와 소공동체의 관계 모색’이다. 이 중에서 필자는 ‘통계자료로 본 신심 단체들의 발전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연구 목적
가톨릭 교회의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신심 및 활동 단체들이 각기 다른 시대적 요청과 필요에 따라 생성, 유지, 소멸을 거듭해 왔다. 이러한 신심 활동 단체들은 각 단체마다 고유한 목적과 활동, 영성을 지니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특별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재발견되어 강조된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은 기존 단체들이 더욱 활성화되고 새로운 단체들이 많이 설립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한국 천주교회도 이러한 맥락에서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다양한 신심 활동 단체들이 도입되었고 본당 사목의 중심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성장해 왔다. 한국 천주교회의 본당 사목은 지금까지 많은 신심 활동 단체들에 의해 유지, 운영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령의 감도에 힘입어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재발견하고 교회 역사의 획기적 전환점이 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칼 라너의 표현처럼 오늘날 새로운 교회를 위한 “한 시작의 시작”이 되었다. 공의회 폐막 40주년을 기념하면서 한국 천주교회는 오늘날 교회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지금, 여기에서’ 잘 실현하고 있는지 성찰하고 제삼천년기 한국 교회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기 위해 다양한 주제와 영역에서 연구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도 창립 이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면서, 이제 지난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여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발전 전망과 실천적 대안들을 찾아야 할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이와 관련된 조사 연구 작업을 점차 시도하고 있다.
본 연구 주제인 ‘통계자료로 본 신심 단체들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는 데 있어 필자의 연구 목적과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심 단체의 신앙실태를 ‘통계자료’에 근거하여 파악함으로써 응답자인 단체 소속 회원들의 실제 신앙의식과 생활을 객관적으로 알아보고, 이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현장을 기초로 한’ 신심 단체의 주요 특징과 문제점, 과제를 타당성 있게 도출해보고자 한다. 둘째, 이렇게 나타난 신심 단체의 특징과 문제점, 과제를 단체의 설립 목적과 활동 목표에 비추어 살펴봄으로써 단체의 정체성과 사명의 재확립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셋째, 신심 단체의 발전 방향을 단체 자체의 목적과 활동 안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의 실현이라는 확장된 열린 지평 안에서 탐구하고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교회의 비전 안에서 신심 단체의 발전 방향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2. 연구 범위와 내용
필자에게 제시된 연구 주제가 통계자료로 본 ‘신심 단체들’의 발전 방향이므로 연구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한국 천주교회에 어떤 신심 단체들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천주교회에 있는 다양한 단체들은 각각의 설립 목적과 활동에 따라 크게 그 유형을 신심 단체와 활동 단체로 구분해볼 수 있다. 신심 단체에는 성령쇄신 봉사회, 레지오 마리애, 지속적인 성체 조배회, 푸른 군대, 꾸르실료, MBW(Movement for Better World), ME(Marriage Encounter), 포콜라레(마리아사업회) 등이 속할 수 있고, 활동 단체에는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선종 봉사회(연령회), 특수한 기능을 담당하는 교사회, 자모회, 청년회, 성가대, 제대회, 성서 모임 등과 같은 단체와 성별 및 연령별로 구분된 성모회, 안나회, 베드로회, 대건회, 요아킴회 등이 있다. 그런데 각 단체의 설립 이념과 주된 목적에 따라 신심에 더 치중하느냐, 활동에 더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신심 단체와 활동 단체로 나눌 수 있으나, 많은 단체가 신심과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 이를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은 실제적으로 쉽지 않다.
필자는 본고에서 앞에서 언급한 신심 단체들 중에서 두 신심 단체를 선정하여 연구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이 두 신심 단체는 ‘성령쇄신 봉사회’와 ‘레지오 마리애’이다.
먼저 성령쇄신 봉사회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1967년에 미국에서 시작된 성령쇄신 운동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오늘날 교회가 “새로운 천년대에 성령을 선포해야 하는 자신의 사명을 다시 한 번 새롭게 깨닫고 사람들로 하여금 영과 진리 안에서 하느님을 섬기도록 강력히 일깨우기 위해”1) 노력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아 이를 위해 노력해왔다. 성령의 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 하느님 백성 전체가 성령을 새롭게 체험함으로써 신앙을 쇄신할 수 있도록 더욱 불림을 받은 이 때에, 성령쇄신 운동이 교회 안에 살아 있는 숨결로써 작용하여 교회가 생명력을 되찾고 쇄신해 가는 데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해보기 위해서이다.
둘째, 성령쇄신 운동은 한국에 1971년에 도입된 이래 올바른 정착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으며 그 결과 현재 4개의 특수 기도회와 지구 및 본당 기도회(서울대교구 215개 본당 중에서 147개 본당에서 본당 기도회 구성)가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본당에서 시행되는 교육과 견진 교리에서 ‘성령 세미나’ 내용이 지속적으로 채택되어 전국적으로 1년에 약 20-30만 명이 성령 세미나를 수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령쇄신 운동에 직접 참여해보지 않은 일부 신자들은 여전히 성령쇄신 운동에 대해 부담감이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성령쇄신 운동의 의미와 특징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고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셋째, 한국 성령쇄신 봉사회는 30년사를 담은 ‘한국의 성령쇄신’(2002)을 발간하고 제삼천년기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통합사목연구소와 협력하여 기도회에 참석한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회원 6,000명을 대상으로 신앙실태 조사를 시행하고 ‘성령쇄신 운동의 현황과 전망’(2006)이라는 조사연구 보고서를 발행하였다. 성령쇄신 봉사회 지도신부인 문종원신부와 필자가 이미 본 조사연구 보고서에 수록된 제언을 통해 성령쇄신 운동의 현황과 전망을 피력한 바 있다. 따라서 본고의 성령쇄신 봉사회 관련 부분은 필자의 제언 내용에 준하여 전개될 것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다음으로 레지오 마리애를 선정한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레지오 마리애는 1953년에 도입된 한국의 첫 평신도 사도직 신심 단체일 뿐만 아니라 약 3만여 개의 쁘레시디움과 27만여 명의 행동단원(협조단원 약 25만 명)을 두어, 다른 어떤 단체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조직을 지닌 한국 최대 규모의 신심 단체이다. 실제로 레지오 마리애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복음 선교와 교회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고 본당 사목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레지오 마리애를 제외하고는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를 논할 수 없을 정도이다.
둘째, 레지오 마리애가 지난 2003년 한국 도입 50주년을 기점으로 레지오 마리애의 현실 진단과 내적 쇄신을 도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한국 레지오 마리애 오십년사’(2003)를 발간하고 ‘한국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레지오 마리애 정신 회복’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2003)하였으며, 올해에는 통합사목연구소와 협력하여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간부 약 9,000여명을 대상으로 신앙생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의 현황과 전망’(2006)이라는 조사연구 보고서를 발행하였다. 따라서 본고에서 이 통계조사 결과를 근거로 레지오 마리애의 발전 방향을 연구하는 것은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본고의 레지오 마리애에 관련된 내용은 위의 조사연구 보고서에 수록된 필자의 제언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임을 명시하고자 한다.
본고는 제1장에서 통계자료를 통해 한국 천주교회의 현황과 특징을 개괄적으로 진단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와 레지오 마리애 신앙생활 실태조사 연구를 중심으로 ‘통계자료로 본 신심 단체들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기에 앞서, 통계자료에 나타난 한국 천주교회의 현주소를 먼저 인식하고 미래 사목 방향과 지표들을 예측해보기 위함이다. 또한 교회 관련 통계자료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과 시각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제1장의 부차적인 목적이다.
제2장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평신도에 대한 이해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통해 새롭게 재발견된 오늘날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을 살펴봄으로써, 신심 단체들의 발전 방향을 알아보기 위한 신학적 기초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제3장에서는 통계자료로 본 성령쇄신 운동의 현황과 전망을 다룰 것이다. 먼저 성령쇄신 운동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위해 성령을 삼위일체 신비 안에서 신학적으로 조망해보고, 통계조사 자료를 통해 나타난 성령쇄신 봉사회의 신앙생활 실태의 주요한 특징을 정리하여 제시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4장에서는 통계자료로 본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레지오 마리애에 대한 개요를 간략히 언급하고 통계자료를 통해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신앙생활 실태와 특징,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전망을 살펴볼 것이다.
3. 연구 방법
특별히 필자에게 제시된 본 연구 과제의 연구 방법에서 ‘통계자료에 근거’하도록 요청된 것은 최근에 통합사목연구소에서 시행한 세 차례의 통계조사 연구 결과를 적극 활용하여 더욱 실증적이며 종합적인 분석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그 직접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사목연구소는 최근에 서울대교구의 구역 반장, 성령쇄신 봉사회, 레지오 마리애의 신앙생활 실태조사를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각각 실시하고, ‘소공동체 현황과 과제’(2005.8), ‘성령쇄신 운동의 현황과 전망’(2006.6),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현황과 전망’(2006.12)이라는 제목으로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또한 교회 내 연구 활동에서도 현대 인문 사회과학의 중요한 연구 방법론 중의 하나로써 통계적 기법을 주로 활용하여 객관적인 수치로써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분석하는 양적 조사 방법이 점차 그 이용도와 영향력이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종교와 신앙의 영역을 과학적 연구방법인 양적 조사 방법을 통해 계량화, 수치화, 객관화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문제제기와, 표본 집단 추출과 구조화된 설문지 구성 등의 연구 과정에서 개입될 수 있는 인위적 조작이나 연구 결과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일반화의 오류와 위험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사회 조사 연구 방법론을 활용하는 교회 내 연구 작업들이 통계를 중심으로 한 양적 조사 방법이 갖는 특성과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면접 참여관찰 사례연구 등의 질적 연구 방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조사 연구의 객관성과 정확성, 신뢰성과 타당성을 높이고 심층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며 도전일 것이다.
필자는 본고를 준비하면서 신심 단체와 관련된 시대별 통계조사 자료들을 수집 분석하여 추세를 살펴보고 서로 다른 단체들의 신앙생활 실태에 대한 비교 분석을 시도하고 통계자료를 이용하는 양적 조사 방법에 대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면접 및 사례 연구 등에 대한 질적 연구 방법을 부분적으로 도입하려 하였으나, 필자의 부족한 연구 수행 능력과 제한된 여건으로 인해 본고는 위에서 언급한 양적 조사 방법에 의한 통계조사 연구 보고서를 근거로 하여 연구해보았다. 본 졸문이 첫 걸음이 되어,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발간된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와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신앙생활 실태 조사 연구보고서가 관심 있는 분들과 관계자들의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잘 활용됨으로써 성령쇄신 운동과 레지오 마리애의 성숙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1장 통계자료로 본 한국 천주교회의 현황과 특징
통계청에서 지난 5월에 발표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중 종교 인구 집계 결과는 한국 종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일반 언론 매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이를 보도하였다. 통계청에서 10년 만에 발표한 종교 인구는 국민 전수를 대상으로 자기 확인 방식에 따른 조사 결과를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기관의 조사 방식에 비해 정확도와 신뢰도가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를 비롯하여 한국의 3대 주요 종교인 불교, 개신교는 그동안 다른 조사 기관과 자체 조사를 통해 집계한 종교 인구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는 이번 조사 결과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와 과제를 분석하고 미래 전망을 예측하기 위해 촉각을 세우고 다양한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2)
본장에서는 이와 같은 선행 연구를 전제로 한국 천주교회의 현황과 특징을 통계로 나타난 ‘한국 천주교회 신자 수와 복음화율 변화 추세’와 ‘전년도 대비 신자 증가율, 냉담률, 주일미사 참여율 추세’를 비교해 살펴봄으로써, 한국 천주교회가 외적 성장과 내적 성숙을 균형 있게 이루어갈 수 있는 비판적 시각과 장기적인 안목, 통합적인 사목 정책과 활동 계획을 수립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신심 활동 단체 가입 현황을 통해 신자들의 단체 활동 참여도와 의의를 알아보고자 한다.
1. 한국 천주교회 신자 수와 복음화율 변화 추세
1) 통계청‘인구주택총조사’종교 인구 분포 및 변화 추세
<표 1> 인구주택총조사 종교인구 분포1) |
(단위 : 천 명, %) | |||||||
|
1985 |
1995 |
2005 |
증감 (1995년 대비 2005년) | ||||
인구 |
구성비 |
인구 |
구성비 |
인구 |
구성비 |
인구 |
증감율 | |
총인구 |
40,806 |
100.0 |
44,554 |
100.0 |
47,041 |
100.0 |
2,488 |
5.6 |
종교 있음 |
17,203 |
42.6 |
22,598 |
50.7 |
24,971 |
53.1 |
2,373 |
10.5 |
불교 |
8,120 |
19.9 |
10,321 |
23.2 |
10,726 |
22.8 |
405 |
3.9 |
기독교(개신교) |
6,569 |
16.1 |
8,760 |
19.7 |
8,616 |
18.3 |
-144 |
-1.6 |
기독교(천주교) |
1,865 |
4.6 |
2,951 |
6.6 |
5,146 |
10.9 |
2,195 |
74.4 |
유교 |
489 |
1.2 |
211 |
0.5 |
105 |
0.2 |
-106 |
-50.4 |
원불교 |
81 |
0.2 |
87 |
0.2 |
130 |
0.3 |
43 |
49.6 |
기타 |
204 |
0.5 |
268 |
0.6 |
247 |
0.5 |
-21 |
-7.7 |
종교 없음 |
23,422 |
57.4 |
21,593 |
49.3 |
22,070 |
46.9 |
117 |
0.5 |
(1) 한국의 종교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와 같이 급속하게 종교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는 않지만 종교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85년에 종교 인구가 42.6%, 1995년에 50.7%, 2005년에는 53.1%로 나타나 20년 전에 비해 전체 인구 중 종교 인구 구성비가 10.5% 증가하였음을 볼 수 있다.
흔히 현대인들의 종교 의식이 약화되어 종교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번 통계 조사 결과는 인간은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지 다 종교적이며 종교심은 인간이 지닌 보편적인 품성이라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3)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특정 종교의 형식과 구조에 맞추어 생활하는 것에는 배타적이지만, 반면에 인간으로서 본질적인 종교적 성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절대성의 척도가 부재한 다원주의 사회의 속성과 탈세속화 현상으로 인해 종교와 영성에 대한 갈망과 요구가 더욱 높아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와 같은 사회 문화 환경에 적합한 선교 정책을 마련하여 비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선교 활동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2) 천주교 신자수가 다른 종교에 비해 급증하였다
한국의 종교 인구 분포를 살펴보면 항상 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순서로 신자수와 구성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각 종교의 인구 구성비 추세를 10년 전과 비교하여 살펴보면 불교는 23.2%에서 22.8%로 0.4%로 감소하였고 개신교는 19.7%에서 18.3%로 1.4%나 감소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천주교는 6.6%에서 10.9%로, 4.3%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10년 동안 늘어난 종교 인구 약 2,373,000명 중에 천주교 신자가 2,195,00명을 차지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천주교회는 천주교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호감과 신뢰를 줄 수 있었던 특징과 요소, 원인이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미래의 사목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2)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와 통계청 발표‘천주교 신자수 ・ 신자율’비교
<표 2> 천주교 신자 |
(단위 : 명, %) | |||||||
|
1985년 |
1995년 |
2005년 |
신자증가율 (1995년 대비 2005년) | ||||
신자수 |
인구대비 신자율 |
신자수 |
인구대비 신자율 |
신자수 |
인구대비 신자율 |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
1,955,905 |
4.9 |
3,451,266 |
7.7 |
4,667,283 |
9.5 |
35 | |
통계청 |
1,865,397 |
4.6 |
2,950,730 |
6.6 |
5,146,147 |
10.9 |
74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와 통계청에서 집계한 천주교 신자수를 비교해 보면 1985년과 1995년에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의 통계 결과가 통계청에 비해 각각 0.3%와 1.1%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2005년에만 오히려 1.4%가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통계 조사의 차이는 통계청의 조사가 국민 전수조사로서 응답자의 ‘자기 확인(self identification) 방식’에 의한 통계 수치이며,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는 ‘교적상의 세례 받은 신자’만을 통계로 집계한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즉 통계청에서 파악한 ‘천주교 신자’는 영세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 신자’와 천주교에 호감을 갖고 있는 ‘준비 신자’ 그리고 가족 중 응답자가 천주교 신자로서 가족 모두를 천주교라 답변한 ‘희망 신자’ 및 지금은 냉담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천주교 신자라 여기는 ‘정서적 신자’들로 추정하는 견해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여러 외부 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천주교 신자에 대한 과거의 통계 결과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발표한 통계 결과와 비교해서 살펴보면 1984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 갤럽의 1984년과 1989년 조사 결과와 통계청의 올해 조사 결과를 제외하고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발표한 천주교 신자 비율이 항상 모두 높게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4)˯뜀서해 통계 결과의 차이에 대한 위의 분석과 견해가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처럼 이번에 발표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의 종교 인구 분포와 다른 조사기관들에서 발표된 결과와의 차이를 놓고 다양한 분석과 이해가 많이 개진되어왔다. 그런데 필자는 한국 천주교회가 이와 같은 외부 조사기관의 통계결과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조사 방법적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의 차이만을 분석하는 데 머무르기보다는 근본적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자체 통계조사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평가를 통해, 현행 교세 통계자료의 범주와 내용을 재구성하고 조사 과정 및 방법 등을 보완해나갈 것을 제안한다.
2. 전년도 대비 신자 증가율, 냉담률, 주일미사 참여율 추세
<표 3> 전년도 대비 신자 증가율, 냉담률, 주일미사 참여율 |
(단위 : 명, %) | ||||||||
연도 |
신자수 |
신자 증가율 |
냉담자 |
주일미사 | |||||
계 |
주소확인 |
거주미상 |
냉담률 |
참여자수 |
참여율 | ||||
1995 |
3,451,266 |
3.4 |
912,899 |
412,588 |
500,311 |
26.5 |
1,201,759 |
34.8 | |
1996 |
3,562,766 |
3.2 |
1,001,993 |
427,709 |
574,284 |
28.1 |
1,081,574 |
30.4 | |
1997 |
3,676,211 |
3.2 |
1,091,271 |
500,264 |
591,007 |
29.7 |
1,101,501 |
30.0 | |
1998 |
3,804,094 |
3.5 |
1,137,428 |
495,507 |
641,921 |
29.9 |
1,168,477 |
30.7 | |
1999 |
3,946,844 |
3.8 |
1,249,115 |
556,103 |
693,012 |
31.6 |
1,164,630 |
29.5 | |
2000 |
4,071,560 |
3.2 |
1,360,614 |
679,822 |
680,792 |
33.4 |
1,182,747 |
29.0 | |
2001 |
4,228,488 |
3.9 |
1,427,520 |
673,016 |
754,504 |
33.8 |
1,171,099 |
27.7 | |
2002 |
4,347,605 |
2.8 |
1,524,758 |
695,282 |
829,476 |
35.1 |
1,152,374 |
26.5 | |
2003 |
4,430,791 |
1.9 |
1,581,321 |
710,588 |
870,733 |
35.7 |
1,191,114 |
26.9 | |
2004 |
4,537,844 |
2.4 |
1,635,396 |
727,438 |
907,958 |
36.0 |
1,272,907 |
28.1 | |
2005 |
4,667,283 |
2.9 |
1,699,968 |
750,154 |
949,814 |
36.5 |
1,254,572 |
26.9 |
앞에서 한국의 종교 인구 분포의 추이를 통해 천주교 신자수가 10년 만에 74.4%가 증가하면서 다른 종교에 비해 교세가 급속히 성장해왔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아래 제시된 통계 자료들은 천주교가 이러한 외적인 교세 성장에만 만족해서는 안 되며 내적인 성숙과 쇄신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전년도 대비 신자 증가율과 주일미사 참여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으며 냉담률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에 3%를 유지하던 신자 증가율은 2000년대에 들면서 2%대로 떨어졌으며, 주일미사 참여율은 10년 만에 34.8%에서 26.9%로 7.9%나 감소하였음을 볼 수 있다. 또한 냉담률은 1995년 26.5%에서 2005년에는 36.5%로 1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 신자를 새로 입교시키는 것 못지않게 세례 후에 신자들이 교회에 소속감을 가지고 교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신앙생활을 지속적으로 성숙시켜 갈 수 있는 사목적인 방안과 대책을 마련하여 실천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신심 활동 단체 가입 현황
1) 가톨릭신문 창간 기념 신자 의식조사 보고서
<표 4> 신심 활동 단체 가입 현황2) |
(단위 : %) | ||||
|
한 단체 |
두 단체 |
세 단체 이상 |
없음 | |
1987년(60주년 기념) |
34.0 |
16.7 |
8.4 |
38.2 | |
1998년(70주년 기념) |
44.9 |
10.6 |
5.9 |
38.7 | |
2006년(80주년 기념)* |
33.5 |
12.5 |
4.3 |
49.7 |
일반 신자들의 신심 활동 단체 가입 수를 살펴보면 한 단체에 가입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지만, 두 단체 이상 가입하여 활동하는 비율도 1987년에는 25.1%, 1998년에는 16.5%, 2006년에는 16.8%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 신자들의 약 58%가 한 단체 이상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사 참여율을 평균 30%로 생각했을 때 미사 참례자의 절반 이상이 구역 반모임을 제외하고 두 단체 이상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2006년에 시행된 조사에서 표본 집단에 냉담자를 일정 정도 포함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고 한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비율이 1998년 38.7%에서 2006년 49.7%로 11%나 증가한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현대인들이 어떤 규칙이나 규범, 의무에 구속되거나 외부 환경 요소에 의해 개인 생활이 영향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회피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통계 결과는 신자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평신도 사도직을 활성화하는 효과적인 도구인 단체 활동에 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동기 유발과 권한과 책임의 부여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신자들의 본당 활동 및 단체 참여에 대한 효과적인 동기 유발의 방법과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H. Maslow)의 5단계 욕구이론을 적용해볼 수 있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로 5단계로 구분하고 가장 낮은 것으로부터 가장 높은 것으로 올라가는 계층 형태로 보았다.5) 그러나 인간의 욕구는 매슬로우가 주장한 것처럼 실제로 이러한 계층 구조에 따라 명확히 구분되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이 욕구이론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신자들이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단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위 욕구인 존경과 자아실현 욕구가 단체 활동을 통해 실현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체 가입을 통해 신자들이 단순한 심리적 안정이나 소속감을 느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과 특성, 능력에 적합한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함으로써 그리스도의 한 지체로서 각자의 카리스마를 계발하여 지도력을 발휘함으로써 평신도 사도직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동기를 유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단체 활동을 통해 신자들은 본당 공동체에 소속감과 유대감을 가지고 더욱 일치할 수 있으며 공동체의 친교를 체험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 통합사목연구소 시행 신앙생활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6)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기도회원 중에서 성령쇄신 봉사회를 포함하여 두 단체 이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율이 35.8%로 나타났다. 또한 이러한 단체 활동과는 별도로 사목위원이나 구역장・반장을 겸임하는 경우도 22.7%나 되었다.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단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문항은 단체 가입수를 묻지 않고 사목회 및 단체, 구역・반모임에서 맡고 있는 직책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하나를 표시하도록 구성되었다. 쁘레시디움 단장 중에서 67.4%가 본당 임원이나 구역장・반장, 다른 단체 간부를 겸임하고 있었으며 이중에서 45.7%가 자신이 맡은 직책 중에서 구역장・반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역장・반장 월례연수에 참석한 구역장・반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 단체 이상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비율이 76.5%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두 단체 이상 가입 비율도 38.4%를 차지하였다.
이상에서 본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단체 간부나 회원 그리고 구역장・반장들이 본당의 여러 단체에 가입하여 많은 역할과 활동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측면은 열심히 활동하는 신자들의 경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본당 활동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본당 신자들이 골고루 균형 있게 본당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고 양성해가야 할 것이다.
제2장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
본장에서는 평신도에 대한 이해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여 교회 문헌에 나타난 평신도에 대한 기술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획기적 전환을 이룬 오늘날 평신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이해를 극명하게 제시해보고자 한다.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평신도에 대한 이해
‘평신도’를 뜻하는 라틴어 용어 ‘laicus(λαιχος)’는 ‘백성’을 뜻하는 그리스어 ’라오스(λαος)’로부터 유래하는데 이 말은 1세기 교황 클레멘스의 서한에서 부제나 사제와 구별되는 보통 신자를 지칭하는 의미로서 최초로 등장하였고 3세기경부터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4세기 들어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 종교가 되면서 성직자에게 특권이 부여되고 점차 성직자와 비성직자가 상반되는 성격을 지니게 되었으며 ‘평신도’란 용어는 부정적이고 제약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7) 8세기 이래 평신도는 교육언어인 라틴어를 이해하지 못하여 전례를 따라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청중의 역할로 밀려나 비전문가, 무식자, 바보, 문외한, 속물 등으로 비하되기에 이른다.8)
중세에서 근대교회 이르기까지 교회가 제도로서 이해되는 상황에서는 성직자들은 평신도와 교회를 관리하는 위치에 서게 되고 그 결과 평신도는 사목의 대상이 되고 성직자는 사목의 주체가 되는 이원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9) 이러한 교회 구조 안에서 성직자는 전권적 관할권을 지니고 평신도들을 가르치고 성화하며 다스리는 신분임에 비하여, 평신도는 가르침과 성화, 그리고 관할권의 통치를 받는 수동적인 낮은 신분에 속하는 교회 성원으로 규정되었다.10)
1142년에 반포된 교령 Gratiani는 교회 안 두 신분의 첫째 계급인 신부와 수도자를 둘째 계급에 속하는 평신도로부터 구별하였다.11) 1296년에 반포된 교황 보니파시오 8세의 회칙「성직자와 평신도」(Clerics laicos)에서는 성직자와 평신도가 적대관계로까지 묘사되기도 하였다. “평신도는 성직자의 적이다. 이는 과거에 충분히 입증되었고, 이 시대에도 다시 가르쳐야 할 내용이다.”12)
트리엔트 교리서(1545-1563)의 내용들은 이러한 정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주교들과 사제들이…… 하느님의 위격을 친히 지상에서 대리하기 때문에, 그들의 직책은 필시 보다 높은 다른 직책을 생각할 수 없이 높은 직책임에 틀림없다. 그 때문에 그들은 천사들이라고 불리어질 뿐 아니라 ‘신’(神)들이라고 불리어지는 것이 당연하다”(II, 7, 2).13)
1884년도의 붸쩌(Wetzer)와 뷀테(Welte)의 대표적 교회백과사전은 표제어 ‘평신도’를 “평신도는 성직자를 보라”고 간명하게 처리하고 있다. 여기서는 평신도가 단순히 부정적 형체, 곧 비성직자로 묘사되고 있다. 이 백과사전의 ‘성직자’ 항목은 “평신도 사제직이란 진지하게는 아무한테서도 주장될 수 없다”고 단정하고 있다.14) 성직자와 평신도가 이처럼 대조적 신분의 교회 구성원으로 파악되는 상황 속에서 제1차 바티칸 공의회(1869-1870) 문헌 초안에는 교회가 하나의 ‘불평등 사회’라는 진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모든 신자들이 동등한 권한을 소유하고 있는 평등한 사회가 아니다. 교회는 하나의 불평등한 사회이다. 이것은 신자들 중에서 한편은 성직자들이고 다른 한편은 평신도들이기 때문만이 아니고 무엇보다도 한편의 신자들에게는 성화하며 가르치고 다스리도록 주어져 있는데 다른 편의 신자들에게는 주어져 있지 않은 하느님으로부터의 전권이 교회 안에 있기 때문이다.”
1908년에 반포된 교황 비오 10세의 교서 Haerent animo의 한 문장에서 사제직과 평신도와의 차이가 얼마나 크게 강조되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교황은 사제와 평신도의 차이를 “하늘과 땅 사이처럼이나 크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금세기 중엽까지 재위했던 교황 비오 12세(Pius XII, 1939-1958)의 교서「하느님의 중재자」(Mediator Dei, 1947)에서도 발견된다. “세례가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그리스도인들로서 표지하며, 정화의식으로 씻기어지지 않은 그리스도의 지체가 아닌 사람들로부터 가려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품성사는 사제들을 이 은총 선물을 갖추지 못한 나머지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로부터 구별시킨다.”15)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나타난 평신도 이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하느님 백성’ 개념을 통해 교회 내에서의 평신도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면서 교회 구성원의 동등성을 회복하였다.16) 하느님 백성은 교계제도(성직자)에 대한 신앙인(평신도)의 무리로서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을 포함한 전체로서의 교회를 의미한다.17) 모든 신앙인이 하느님 백성이다. “이 백성은 그 신분으로 하느님 자녀의 품위와 자유를 지니며, 성령께서는 그들의 마음 안에 머무르신다.”18) 이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통하여 믿고 순종하며 완전한 사랑으로 헌신하라는 요구를 받은 사람들이다. “하느님의 백성에 관하여 말한 모든 것은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에게 똑같이 해당된다.”19) 물론 하느님 백성 안에도 공동체 내부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구별이 있지만20), 모든 하느님 백성의 기본적 존엄성은 본질적으로 동등하며 이 동등성은 다른 구별보다 선행한다는 것을 밝힌다.21) 이처럼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직, 사제직, 왕직에 참여하게 되었고22) 이를 근거로 모든 신자가 교회의 성장과 성화에 이바지하도록 위촉받았고 능력을 부여받았음을”23) 천명하였다.
신심 단체들의 구성원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재조명된 평신도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통해 각 단체의 카리스마에 맞는 사목 활동에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보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평신도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왕직과 예언직에 참여하며 교회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백성 전체의 사명을 나름대로 수행”24)할 수 있어야 한다.
제3장 통계자료로 본 성령쇄신 운동의 발전 방향
본장에서는 성령쇄신 운동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과 성령쇄신 운동과 교회와의 관계를 조명해보기 위해 먼저 성령과 삼위일체 친교 신비와 성령과 삼위일체 친교 공동체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성령쇄신 운동의 현황과 전망: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생활 실태조사’(2006)의 목적과 의의를 알아보면서 한국 성령쇄신 봉사회에서 그동안 시행했던 설문조사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해보고자 한다. 이어 이번 통계조사 자료를 통해 나타난 한국 성령쇄신 운동의 의의와 특징을 발전 전망과 함께 첫째, 교구와 본당 중심의 조직과 운영 둘째, 하느님 체험과 영적 성장 활동 셋째, 평신도 양성과 공동체 참여 확대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제시해보고자 한다.
1. ‘성령’과 삼위일체 친교 신비와 친교 공동체
1) 성경
성경은 본래 성령의 역사로서 인간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말씀이며 성령의 감도로 쓰여진 성령 체험 그 자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신앙고백이다.25)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의 영, 즉 성령은 창조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생명을 주시는 창조와 생명의 힘을 지니신 하나의 실재(實在)로 존재하고 계시다.26) 신약성경에서는 하느님의 영, 성령이 예수 그리스도를 충만히 채우고27) 항구하게 인도하시며28) 함께 활동하시는29) 분으로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 친교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 초대교회부터 근대까지
삼위일체 친교의 신비 안에서 성령을 통해 교회가 탄생하였고30) 성령은 새로 태어난 교회가 자라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퍼지도록 교회에 생명을 불어넣고 계시다.31) 교회는 성령의 교회이고 성령께서는 교회의 성령이시다. 3세기부터 성령과 교회의 유대는 더욱 긴밀해지는데 “교회가 있는 곳에는 하느님의 성령께서도 계신다. 하느님의 성령께서 계시는 곳에 교회가 있고 모든 은총이 있다”는 성 이레네오 교부의 표현은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점차 교회론이 변화하면서 교회와 성령의 관계, 성령의 활동에 대한 시각도 바뀌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근본적으로 교회를 가시적인 조직, 법 체계, 지배 집단의 권한이 강조되는 ‘완전 사회’(Societas Perfecta)로 규정하면서 비롯되었으며 이와 같은 제도 중심적 교회관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지속되었다. 그 결과, 성령으로 충만한 친교로서의 교회, 성령께서 그 일치를 이루어주시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개념이 흐려졌다. 제도로서의 교회 안에서 성령께서 법으로 대체되신 것은 아니고 교회 안에 계속해서 작용하신다고 보았지만, 법 조직들이 영성적 실재의 일차적 보증인이 되었고 성령께서는 교회 조직들에 영적 내용을 부여하시려고 계시는 봉사자나 다름없게 간주되었다.32)
3)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령께 대한 교회의 새로운 관심과 의탁을 강조하였다. 공의회가 열리기 전날, 교황 요한 23세는 사도행전을 한 번 더 읽을 것을 권유하였고 예루살렘의 다락방에 모여 앉은 제자들이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던”(사도 1,14) 것처럼 교황은 “새로운 성령강림과도 같이 주님의 놀라운 일들을 오늘 새롭게 할 수 있도록”33) 성령께 기도하였다. 공의회를 여신 교황 요한 23세는 공의회 소집 그 자체와 교회의 현대화(aggiornamento)에 대한 계획은 성령의 감도에 힘입은 것이었다고 증언하였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공의회는 본질적으로 ‘성령론’적이며 성령께 대한 진리로 가득 차 있다. 공의회는 어려운 현 시대에 성령을 새롭게 제시해주었다”고 진술하였다.34)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는 삼위일체 친교를 살도록 초대받은 새로운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로서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교회인 하느님 백성들이 각자의 카리스마를 발견하고 결실을 맺을 수 있을 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공의회는 ‘교회헌장’에서 교회를 성령께 연결시키고 교회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현존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 안에 모인 그리스도인의 신앙 친교를 거듭 강조하였다.35)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이후 교회 가르침은 한결같이 오늘날 교회인 하느님 백성이 삼위일체 친교를 살 수 있도록 생명을 주고 생동케 하며 인도해 나가시는 분은 성령이심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성령께서는 전체 몸을 생활케 하시고 결합시키시며 움직이신다.”36) “교회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성령의 표지이며 도구이다.”37)
4)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도권과 신학자들은 교회 가르침과 사목지침, 다양한 연구 보고서 등을 통해 신학 사상적으로 성령론을 한층 심화해왔다. 또한 1967년 미국 듀케인 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이 기도모임에서 예수님의 강한 현존과 성령의 은사를 체험함으로써 시작된 가톨릭 성령쇄신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성령에 관한 다양한 신학적 사목적 연구를 촉진하는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이처럼 “새로운 천년대에 교회는 성령을 선포해야 하는 자신의 사명을 다시 한번 새롭게 깨닫고 있으며 사람들로 하여금 ‘영과 진리 안에서 하느님을 섬기도록 강력히 일깨우기 위해”38) 노력하고 있다. 성령 신학과 성령의 활동은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사건과 만남, 운동들에 대한 계시에 비추어 기도와 체계적인 성찰로부터 발전해 나갈 것이다.”39)
2. 한국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생활 실태조사의 목적과 의의
우선 올해 시행된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생활 실태조사’의 목적과 의의를 제시하고 한국 성령쇄신 봉사회에서 과거에 세 차례(1984년, 1992년, 2000년)에 걸쳐 시행한 설문조사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실태의 시대별 변화 흐름과 비교 분석을 위해 이전에 시행된 성령쇄신 봉사회 관련 설문조사에 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1.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생활 실태조사’(2006)의 목적과 의의
1) 목적
성령쇄신 봉사회가 근본적인 진단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이번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생활 실태조사’가 이루어졌다.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소속 회원들의 신앙생활과 회원들의 봉사회에 대한 인식을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통해 충분히 분석하고 검토하여 성령쇄신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평가함으로써 모호한 부분을 밝히고 교의에 어긋나는 부분을 과감히 수정하여 성령쇄신의 나아갈 바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었다.40)
2) 조사 대상자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회원 약 6,000여 명 중 2005년 11월부터 12월 초에 열린 특수기도회와 지구 및 본당 기도회에 참석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시행되었으며, 실제 2,806명(서울대교구 2,432명과 타 교구 374명)이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 의의
이번 조사의 의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본 조사는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실시한 회원 신앙생활 실태 파악으로, 모든 특수기도회(동성철야 기도회, 수요치유 기도회, 삼성산 기도회41), 작은 예수 기도회42))와 지구 및 본당 기도회 회원들을 폭넓게 조사 표본대상으로 추출함으로써 조사결과의 신뢰도와 활용가치를 높였다. 이는 전체 기도회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기도회별 그리고 지구별로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실태를 분석 비교하고 종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히 지구별로 응답자 비율이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본당 기도회 회원 중 약 54% 이상이 본 조사에 참여함으로써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종교적 특성의 상호관계를 성령쇄신 봉사회의 관점에서 지구별로 분석하고 각각의 다른 환경에서 요청되어지는 우선 과제를 도출하는 등 유용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서울대교구의 조사가 초석이 되어 다른 교구 성령쇄신 봉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회원 신앙실태 조사를 시행하고 나아가 이러한 신앙생활 실태조사가 일정한 주기를 단위로 일관된 맥락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면 한국 가톨릭 성령쇄신 봉사회가 보다 정확한 자료, 과학적인 분석과 종합적인 해석을 통해 시대의 징표를 올바로 읽고 응답하며 계속적으로 성숙해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2. 한국 성령쇄신 봉사회에서 시행한 과거 설문조사 실태와 의의
1) 실태
(1) 성령쇄신 봉사자위원회의 첫 번째 설문조사는 전국 차원에서 1984년에 실시되었다. 한국 가톨릭 교회에 성령쇄신 운동이 도입된 10주년을 기념하여 ‘성령쇄신백서’를 발간하기로 결정하였고 그 내용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성령쇄신 세미나를 전면 재검토하기 위한 의도에서 ‘성령쇄신 세미나에 대한 의식조사’를 2차에 걸쳐 시행하였고43) 그 결과는 ‘성령쇄신백서’에 수록되어 있다.44)
(2) 성령쇄신 운동 20주년에 즈음하여 1992년에 5월에 성령쇄신 운동의 새로운 방향 정립을 위해 ‘성령쇄신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고45) 11월에는 전국성령쇄신 봉사자를 위해 전국 차원의 두 번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별도로 발간된 자료집을 찾을 수 없었고 2000년도에 실시된 설문조사 보고 자료에 간단하게 언급되어 있었다.46)
(3) 세 번째 설문조사는 2000년 12월에 ‘성령쇄신 봉사자와 수도자들의 인식과 태도조사’를 위해 각 교구별로 성령세미나 수료자 수에 비례하여 시행되었다. 이 설문조사는 앞의 두 차례의 설문조사와는 달리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방법을 도입하여 그 결과를 정리하고 특히 성별, 교구별, 연령별, 학력별 상관관계 분석과 1992년도 설문조사 결과와의 비교 분석을 시도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47)
2) 의의
성령쇄신 봉사회는 위와 같이 과거에 3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시행하였으나 이 3차례의 설문조사는 조사대상과 문항 등에 있어 연관성과 연속성이 미흡하여 조사 결과를 비교 분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각각의 조사결과는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실태의 시대별 특징과 변화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교회 내에 조사통계에 근거한 현실분석의 필요성과 전문성 등 여러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았던 1980년대 초반에 성령쇄신 봉사회에서 이미 비교적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도하고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설문조사를 시행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성령쇄신 봉사회가 문제점으로 자체적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처럼 전국 및 교구 차원의 기초자료와 통계자료가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못하고 관리와 활용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48) 조사통계분석 영역에서의 실증자료 보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고려하여 이 설문조사 자료들이 앞으로 한 권의 자료집으로 엮어져 잘 보존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3. 통계를 통해 본 성령쇄신 운동의 현황과 전망
3.1. 성령쇄신 운동의 목적
성령쇄신 운동은 성령으로 인도되고 시작된 교회에 교회의 본질과 생명력을 되찾아 주기 위한 운동으로 교회 쇄신을 목적으로 한다. 즉, 살아 계신 성령으로 충만한 신자 공동체인 교회, 하느님 백성 전체가 성령을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새롭게 거듭나도록 하기 위함이다. 성령께서는 성전에서와 같이 교회 안에 “거처하시고”, 교회 안에서 “기도하시며, 증언하시고, 인도하시며, 일치시키시고, 여러 가지 은혜를 주시며”, 하느님 나라의 완전한 일치로 “이끌어 주신다.”49)
이번에 실시된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성령세미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성령에 대한 재인식 과정’이 49.5%, ‘성령의 은사를 받기 위함’이 39.5%로 응답하였다. 84년 조사결과에서는 ‘신앙쇄신’ 71%, ‘막연한 이유’ 16%, ‘성령 은사 체험’ 13%, ‘질병 치유’ 7%로 나타났다.
성령세미나의 궁극적인 목적은 신앙생활의 쇄신이다. 물론 개인의 신앙생활 쇄신은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를 통해서 공동체를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는 84년에 비해 성령세미나의 목적을 은사 체험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오히려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성령세미나 참가자들이 성령세미나와 성령쇄신의 목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며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인들에게 “여러분은 성령의 은사를 열심히 구하는 사람들이니 교회의 성장을 위하여 그것을 더욱 많이 받도록 애쓰십시오.”(1코린 14,12)라고 한 의미심장한 권고를 기억해야 한다.
3.2. 교구와 본당 중심의 조직과 운영
한국 성령쇄신 운동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의 하나는 성령쇄신 운동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교구와 본당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령쇄신 운동이 1967년 처음 미국에서 평신도들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시작되어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초기에 일반적으로 대두되었던 문제는, 성령쇄신 운동이 교도권의 지도나 교구와 본당과의 연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개별적인 집단의 형태로 추진되면서 성령쇄신 운동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미흡한 채 은사 체험의 지나친 강조와 은사 분별의 부족과 남용, 오용 등의 사례가 많이 나타났다는 것이다.50)
서울대교구는 성령쇄신 운동의 이와 같은 문제와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총 4회에 걸쳐 ‘서울대교구 성령쇄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사목지침’을 발표하면서 특히 성령쇄신 봉사회가 교계제도 안에서 조직을 재정비하도록 촉구하고 지도 신부단을 임명하여 보편교회와 일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성령쇄신 운동이 본당 활동과 쇄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였다.51) 성령쇄신 봉사회 회원 역시 성령쇄신 운동 활성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교구 차원의 지도와 본당 사제의 이해와 관심 및 지원을 가장 중요하게 지적해왔다.
그 동안의 성령쇄신 운동 신앙실태 조사결과는 이를 입증하는데, 2006년 조사에서 ‘성령 기도회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 ‘성령세미나와 본당 기도회에 대한 본당 사제의 관심’에 49.3%가 응답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조사에서는 ‘교구와 본당 사제들의 적극 지원’이 70%로 더욱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84년 조사에서는 대략 89%(‘교구차원 통제와 신자 자율성’ 49%, ‘교구차원 통제’ 40%)로 더 높은 응답률을 보이고 있다.52) 교구와 본당 사제의 관심과 지원이 성령쇄신 운동 활성화를 위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점차 응답률이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성령쇄신이 그만큼 안정적으로 교구와 본당 안에 정착되었고 교도권의 사목지침과 지도 아래 평신도의 권한과 책임, 참여가 바람직하게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 현재 한국 성령쇄신 운동은 교구 지구 본당 단위의 기도회와 전국기구가 구성되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성령세미나와 기도회 그리고 봉사자를 위한 교육, 세미나 수료자를 위한 교육, 신자재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1년에 약 20~30만 명이 성령 세미나를 수료하며 전국 본당의 50% 가량이 본당에서 기도회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15개 본당 중 147개 본당에서 장년기도회가 열리며 청년봉사회는 2개 대학을 비롯해 20여 본당에서 청년들 중심으로 매주 기도회를 갖고 있다. 특별히 두드러지는 것은 외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철야 기도회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 가톨릭 성령쇄신 운동은 조직과 운영, 활동과 내용에 있어서 교구와 본당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되어 왔다. 이와 같은 형태는 성령쇄신이 본당 공동체 활성화와 교회 쇄신에 더욱 활발하게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령쇄신 운동이 성령의 은사가 그 자체가 목적이거나 개인의 영적 성장을 위한 개인적 은사로서만이 아니라, 각 구성원과 나누는 그리스도인 공동체 전체의 은사로서 공동체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며 나아가 세상에 대한 교회 공동체의 사명을 위해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을 재인식하고 활동할 때 더욱 성숙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성령에 힘입어, 하나의 몸, 곧 “성령 안의 친교, 나눔과 우애의 공동체, 봉사와 증언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때이다.53)
3.3. 하느님 체험과 영적 성장 활동
한국 가톨릭 성령쇄신 운동은 전례와 성사 중심의 한국 가톨릭 교회가 말씀과 성령의 중요성과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하는 데 협력해왔다. 특히 신자들이 성경을 읽고 말씀에 맛들이고 기도하며 영적 성장과 신앙의 활력을 갖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또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 현대인들의 영성에 대한 깊은 갈망과 자신의 몸과 마음과 정신을 통해 직접 체험하는 것들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특성을 고려해볼 때, 아래 영성생활에 대한 조사통계 결과는 성령쇄신 운동의 그동안의 결실뿐만 아니라 성령쇄신 운동이 한국 가톨릭 교회에 앞으로 어떻게 더욱 기여할 수 있는지 그 지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성령쇄신 봉사회 회원들과54) 소공동체 구역 ․ 반장55) 그리고 일반신자들의56) 영성생활 실태를 비교해보면, 성령쇄신 봉사회 회원들이 미사 참례, 자유기도 및 화살기도, 묵주기도, 성경 읽기 등에 있어 구역 ․ 반장이나 일반 신자에 비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06년 조사에서 ‘기도회에 참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영적 성장을 위해’라는 응답률이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성령쇄신 기도회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기 때문에 신심 단체의 성격과 특성상 구역 ․ 반장이나 일반 신자보다는 영성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의무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라는 점과 회원들의 주요 연령대를 감안하여 결과를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앙은 기도와 하느님 현존 체험을 통해 성숙해가며 하느님과의 관계는 이론이나 지식, 말보다는 실천과 마음을 통해 직접 체험하고 일치를 이룸으로써 충만하고 굳건하게 자라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사통계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성령쇄신의 어떤 요소와 역할, 체험이 성령쇄신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영성생활을 보다 충실히 견지할 수 있도록 하는지 근본적인 요건과 상관관계를 더욱 면밀히 분석하고 검토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1) 미사 참례
성령쇄신 기도회 회원들이 미사에 ‘매일’ 참례하는 비율은 2006년 조사 결과 36.2%로 2000년 28%보다 증가하였으며 구역․반장 12.8%에 비해서는 20% 이상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주 1회 이상’ 미사에 참례하는 비율은 기도회 회원 98.5%, 구역․반장 97.6%로 비슷하게 나타났으나 일반 신자는 42.9%로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57)
기도회 회원이나 구역․반장들이 주 1회 미사에 참례하는 비율은 거의 같으며 평일미사에 주 1회 이상 참례하는 비율도 차이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매일 미사에 참례하는 응답률은 23%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는 기도회 회원들에게 매일 미사 참례가 더욱 일상화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58)
2) 기도
자유기도나 화살기도의 빈도를 묻는 질문에 ‘매일’이라고 응답한 경우 기도회 회원들은 63.9%, 구역․반장 40.1%, 일반신자 27.8%로 나타났다.59) 묵주기도를 ‘매일’ 하는 기도회 회원은 71.1%, 구역․반장 44.8%이며 ‘주 1회 이상’은 기도회 회원 93.9%, 구역․반장 80.2%로 나타났다.
자유기도나 화살기도, 묵주기도의 경우 기도회 회원들이 구역․반장보다 ‘매일’ 기도하는 비율이 23.8% 차이를 내며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기도회 회원들에게 기도가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회원들이 기도의 힘과 중요성 그리고 기도를 통해 하느님 현존을 깊이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성령 세미나 후 신앙생활의 가장 큰 변화’를 묻는 질문에서 84년에는 ‘기도’가 4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차지했으며 2000년에도 14%로 다른 변화와 함께 중요하게 응답되었다. 성령세미나가 참가자들의 기도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000년 조사에서 ‘기도회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충분한 준비 기도’라는 응답률이 40%로 가장 높았다. 기도회 회원들이 기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3) 성경 읽기/묵상
성경 읽기와 묵상의 빈도를 묻는 질문에 ‘매일’이라고 응답한 경우 기도회 회원들은 43.3%, 구역․반장 18.8%, 일반 신자 7.4%로 나타났다. 일반 신자의 경우 ‘전혀 읽지 않는다’에 33.4%의 응답률이 나타난 점이 눈에 띈다.60)
본당 소공동체에서는 신자들의 삶에 말씀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모임에서 복음 나누기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소공동체 지도자들인 구역․반장의 경우 성경을 읽는 회수가 매일 또는 주 1회 이상의 경우 기도회 회원들에 비해 약 20% 이상이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조사에 따르면 기도회 회원들은 기도회 모임을 통해 두드러진 영성적 변화로 ‘성경 읽기나 묵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에 21%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기도회 모임이 회원들이 성경을 더 자주 읽도록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공동체가 기도회보다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구역․반장을 비롯해 소공동체 구성원들이 성경을 더 자주 읽고 묵상할 수 있도록 촉진할 필요가 있으며 기도회 회원들이 해당 소공동체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가톨릭 성령쇄신 운동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도회 회원들이 영성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도록 기여해왔음을 알 수 있다. “영적인 사람은 성령의 도움으로 성숙되고 강하게 된다.”61)는 것을 증거해주고 있다. 성령 체험을 자주 하는 이들은 하느님께 대한 깨달음이 더욱더 깊어지고 하느님께 향한 다가섬이 더욱 쉽게 느껴질 수 있다. 바오로 사도가 하느님을 감히 “아빠, 아버지”(로마 8,15; 갈라 4,6)라고 부를 수 있다고 가르쳐 줄 수 있었던 것도 하느님께 대한 더욱 가까움을 체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62)
2006년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실태 조사에 따르면 기도회 모임을 통해 두드러진 영성적 변화로 ‘하느님 현존 확신’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성령께서 이끌어 주시는 영적인 체험, 하느님 체험 없이는 오늘날 현대인의 바쁘고 복잡한 일상생활에서 미사 참례나 기도, 성경 읽기와 묵상 같은 영적 생활을 매일 지속적으로 충실히 수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결코 쉽지 않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성경이 구약에서부터 신약에 걸쳐 예언자, 이스라엘 공동체, 사도들과 초대교회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을 앎은 곧 하느님을 체험하는 것’이라는 것임을 증언해주었듯이 하느님 체험이 이 모든 것의 바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국 성령쇄신 운동은 교회 공동체, 하느님 백성이 삼위일체 친교를 더욱 가깝게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하느님은 영”(요한 4,24)이시며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신비는 참으로 무한하고 오묘하여 인간의 능력으로는 결코 온전히 이해하고 알 수 없기 때문에 하느님과 예수님의 선물 자체이신 성령께서는 우리의 모든 것과 우리가 지향하는 모든 것 안에 궁극적으로 현존해 계시면서 우리가 “가까이 갈 수 없는 빛”(1티모 6,16), 삼위일체 신비를 희미하게나마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다.63)
3.4. 평신도 양성과 공동체 참여 확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를 삼위일체 친교의 공동체로 선언하면서 ‘그리스도 신비체’와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 개념을 통해 교회 전체 구성원들 각각의 은사의 중요성과 특히 평신도들의 교회 참여와 공동책임을 강조하였다. 이를 계기로 새롭고 다양한 신심운동들이 시작되었으며 성령쇄신 운동도 이러한 영향과 흐름 안에서 탄생되었다.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기도 모임을 통해 아래로부터 시작된 성령쇄신 운동은 1968년에 한국에 도입된 이래 다양한 교육과 기도회 등을 통해 평신도들을 양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해왔다. 지금까지 성령세미나 수료자 수는 일반 신자가 63만여 명, 성직자가 1,000여 명, 수도자가 3,200여 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64) 성령쇄신 운동은 단계별 교육과정을 비교적 다양하게 개발하여 성령세미나 후에 후속 세미나와 봉사자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봉사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영성을 심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65) 또한 일반 신자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시행함으로써 신자들의 신앙 성숙에 이바지해왔다.
2006년 성령쇄신 봉사회 신앙생활 실태조사에서 ‘성령세미나 교재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모름, 무응답’이 36.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이며, 내용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전체적으로 약 50.7%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학적, 교의적 내용의 보완’ 24.4%, ‘성서에 대한 자의적 해석의 여지 해소’ 21.8%, ‘목차 재구성’ 4.5%로 응답되었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세미나 참가자들이 교재 내용을 잘 파악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효과적으로 교육해야 하며, 성령 세미나 교재를 재검토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매년 상당히 많은 신자들이 성령 세미나 교육에 참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교재 개선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 중의 하나일 것이다.
2000년 조사에서 ‘봉사자 교육에서 가장 시급히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는 질문에 ‘교육내용의 다양화와 전문화’ 35%, ‘강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27%의 응답률을 보였다. 그 동안 다양한 교육을 시행해왔지만 각각의 교육 내용을 구분하여 보다 전문적으로 심화하고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수준 높은 강사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성령쇄신 운동은 성령께서 주시는 영구한 선물인 은사를 받은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하느님 백성이 이들 은사를 통하여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그리스도인의 사명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해왔다. “성령은 당신 은사를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따로따로 나누어 주시며’(1코린 12,11), 모든 계층의 신도들에게 특은도 나누어 주심으로써 교회 쇄신과 보다 폭넓은 건설을 위하여 유익한 여러 가지 활동과 직무를 맡기기에 적합하도록 그들을 준비시키신다.”66)
제4장 통계자료로 본 레지오 마리애의 발전 방향
본장에서는 먼저 레지오 마리애에 대한 이해를 위해 기원과 목적, 조직 규모를 간략히 언급하고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현황과 전망: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신앙생활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2006)을 바탕으로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신앙생활 실태와 특징,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과 전망을 네 가지로 나누어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단원 현황과 선교 사명 둘째, 운영원리와 단원 활동과의 관련성 셋째, 교본의 의의와 역할 넷째, 영성이다. 마지막으로 레지오 마리애 발전을 위한 신학적 토대로서 레지오 마리애 영성의 원천인 ‘성모 신심’을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 재발견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1. 레지오 마리애 개요
1) 기원과 목적
레지오 마리애는 1921년 아일랜드의 프랭크 더프(Frank Duff)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한국에는 1953년에 도입되었다. 레지오 마리애는 단원의 성화를 통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천주의 모친이신 성모님의 신심을 본받아 기도하고 봉사하는 신심 단체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교회의 지도에 따라 뱀의 머리를 바수고(창세 3,15)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는 성모님과 함께 교회의 사업에 기도와 활동으로 협력함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2) 조직 규모
현재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광주, 서울, 대구 3개의 세나뚜스와 200개의 꼬미씨움, 2천여 개의 꾸리아 그리고 약 3만여 개의 쁘레시디움과 27만 여명의 행동 단원(협조단원 약 25만 명)을 거느린 한국 최대 규모의 신심 단체이다(2005년 10월 기준).
2.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신앙생활 실태조사의 목적과 의의
레지오 마리애의 50년 전통과 한국 천주교회 발전에 기여해온 중요한 역할과 눈부신 활약상, 거대한 조직 규모에 비추어 볼 때 그동안 레지오 마리애에 대한 다양한 조사 연구 활동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때에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통합사목연구소와 협력하여 레지오 마리애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대교구 쁘레시디움 간부 약 9,000명을 대상으로 하여 32개 문항에 대해 신앙생활 실태조사를 시행하였다.67)
이번 조사 연구는 객관적인 통계 자료를 근거로 레지오 마리애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문제점과 과제를 찾아내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며 향후 전망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또한 꼬미씨움별, 지구별 결과 분석을 통해 나타난 각각의 특성과 현안, 과제에 대한 심층 연구도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3. 통계로 본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신앙생활 현황과 전망
3.1. 레지오 마리애 단원 현황과 선교 사명
1) 실태: 단원 고령화 현상과 단원 감소 추세
(1) 단원 고령화 현상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나타난 레지오 마리애(이하 레지오) 단원의 연령대 분포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중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95.5%(40대 25.3%, 50대 48.5%, 60대 이상 21.7%)로 40대 미만의 젊은 연령층은 거의 없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레지오 단원의 고령화 현상은 한국 천주교회에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향으로 비단 레지오에만 해당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현안임은 분명하다.68) 특별히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70.2%로 상당히 높게 나타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단원 감소 추세
레지오의 주된 목표는 성모 마리아의 군대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선교이다. 따라서 레지오가 한국에 1953년 도입된 이후 레지오와 한국 천주교회의 양적 성장은 아래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며 1980년대까지 급속도로 발전해왔다.
표 5. 전년도 대비 신자 증가율 및 레지오 행동단원 증가율
그런데 1990년대 들면서 한국 천주교회 신자 증가율은 점차 둔화되었고 레지오의 단원 증가율 역시 하락세를 나타내었다. 레지오의 경우 1990년 이래 양적 성장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하였으며 1996년에는 레지오 역사상 처음으로 단원이 약 2천여 명 줄어들었고 이후 현재까지 10년 동안 6번이나 단원 총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69)
2) 원인 분석
레지오 단원 고령화 현상과 단원 감소 추세 원인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레지오의 경우 매주 1회 모임에 참석하고 최소 2시간 이상 활동하는 것을 의무화하기 때문에 오늘날 맞벌이를 많이 하는 30-40대 직장 여성과 자기 계발과 여가 활용을 중시하는 30대 미만의 젊은 층에게는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직장 생활과 자녀 교육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연령대인 50대 이상이 더 많이 소속되어 활동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과거 한국 사회는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와 군사 문화가 지배적이었으며 이러한 사회에서 교육받고 성장해온 50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레지오의 상명하달의 일방적 의사소통 체계나 형식, 규율 중심의 군대식 운영 방식이 별다른 문제없이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수용되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는 다원주의, 개인주의, 참여민주주의의 영향으로 쌍방향 의사소통과 네트워크, 자율과 개성 그리고 참여와 개방을 중시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사회 문화 속에서 성장해온 30대 미만의 세대에게는 레지오의 운영방식과 문화가 더 이상 호감을 주지 못하거나 부담감이나 거부감, 무관심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셋째, 한국 천주교회는 1960년에 불과 45만이던 신자수가 2005년에는 10배가 넘는 470만이 되었고 복음화율 역시 당시 2%에서 지금은 9%에 이르렀다. 레지오 행동단원의 경우 1960년에 단 1만에 불과했었는데 2005년에는 27만으로 무려 27배가 증가하였다.70) 지난 반세기 한국 사회는 선교를 활성화할 수 있었던 복합적인 배경이 있었고 한국 천주교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레지오를 통해 본연의 사명을 잘 수행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 사회의 인구 증가율이나 종교 인구, 사회 문화적 변화 등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감소 추세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천주교 신자 및 레지오 단원 증가율의 감소 추세를 과거 20세기의 급격한 양적 성장률과 비교하여 21세기의 심각한 문제와 과제로 단순하게 거론할 수는 없다. 21세기 한국 천주교회와 레지오의 선교 사명은 과거 비신자를 대상으로 한 전교 활동을 넘어 기존 신자들을 위한 재복음화 활동으로 그 중심 이동이 필요하며 나아가 아시아 교회 선교 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지평을 더욱 확대해나가야 한다.
3) 전망: 가정 공동체와 구역 ․ 반 소공동체를 기초로 한 신자 재복음화 활동
레지오는 성모님의 정신에 따라 복음화에 앞장서는 신심 단체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레지오가 비그리스도인들에게 말씀을 선포하는 선교 활동에 주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이와 함께 냉담자나 거주 불명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재 신자의 미사 참례율은 불과 30%에 불과하며 냉담자 비율도 30%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당면 과제는 신자들의 재복음화일 것이다. 또한 이번 설문 조사에서 레지오 단원들에게 하고 있는 활동 중에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새 영세자, 전입 신자, 쉬는 신자 방문 등‘신자 돌봄’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1.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레지오 단원들도 신자를 돌보는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레지오 단원들이 성모님의 군대로서, 이미 세례를 받았지만 신앙의 활력을 잃고 복음적 생활을 하지 못하는 많은 신자들을 찾아가 그들이 교회 공동체의 친교를 체험하고 신앙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활동을 장기적인 활동목표로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첫째, 무엇보다도 신자들이 신앙의 활력을 되찾고 삶과 신앙의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기초이자 근원이 되는 가정 공동체가 되살아날 수 있어야 한다. 가정은 신앙의 터전이자 그리스도 교육의 살아있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가정 공동체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새로워지고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정의 기도인 묵주기도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모여 가정에서 바칠 수 있도록 권장해나갈 필요가 있다.71) 특별히 레지오에서 일정 기간 동안 가정 공동체 안에서 묵주기도가 생활화 될 수 있도록 이를 주회의 묵주기도 지향으로 정해 함께 기도하고 나아가 레지오 단원들의 가정이 모범이 되어 이를 실천하며 확산시켜 나갈 수 있는 활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가정 공동체는 신자 재복음화를 위한 모태이기 때문이다.
둘째, 레지오 단원들은 냉담자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가지고 신앙 생활을 해나가고 복음 나누기를 통해 ‘말씀’에서 힘을 얻고 참된 ‘친교’를 체험할 수 있도록 이들을 구역 반 소공동체 모임으로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구역 반 소공동체 구성원들이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줄 수 있도록 함께 협조해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레지오 단원들은 신자 재복음화를 위해서 본당 신자들의 삶과 신앙, 복음화의 못자리인 구역 반 소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앞장설 수 있다. 삶의 자리에서 복음 나누기를 중심으로 하며 실천 활동을 하는 구역 반 소공동체는 가장 작은 기초 교회 공동체로서 신자 재복음화를 위한 터전이며 보편교회의 희망이 될 수 있다.72) 그러나 아직까지 본당의 적지 않은 신자들이 구역 반 소공동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맞벌이 활동과 유동 인구의 증가, 취미 및 여가 활동의 증대 등으로 인해 구역 반 소공동체 모임에 잘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레지오 단원들이 냉담자들을 구역 반 소공동체 모임으로 인도하여 공동체 안에서 함께 보살피고, 구역 반 소공동체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면서 말씀을 전하고 신앙을 증거한다면, 구역 반 소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신자 재복음화를 이루어 가는데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3.2. 레지오 마리애 운영원리와 단원 활동과의 관련성
1) 실태: 단원 경력과 단원으로서의 자부심 및 어려움에 대한 응답 결과
레지오 단원의 경력을 살펴보면, 응답자 중 단원 경력 5년 이상이 76.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중 5-10년 활동한 단원들이 3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11년 이상이 38.2%(11-20년이 31.1%, 21년 이상이 7.1%)이다. 반면에 성령쇄신 봉사회 기도회 경력을 살펴보면 5년 이상 활동한 회원이 55.5%(10년 이상 25.7%)로 레지오 보다 약 20% 낮게 나타났다. 이처럼 레지오 단원들의 경우 레지오에 가입한 지 오래된 단원들이 많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레지오 단원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에 대한 질문에서 자부심을 ‘어느 정도 느끼거나 대단히 많이 느낀다’는 비율이 단원 경력이 오래된 단원일수록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레지오 경력 5년 미만은 23.8%로 나타났는데 이들의 경우 단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 원인 분석
레지오 단원의 경력 분포가 이와 같이 나타나는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레지오 도입 시기에서 비롯되었다. 레지오는 1953년에 한국에 처음 도입되었고 이후 조직의 확산과 발전을 도모하였다. 이를 고려한다면 레지오 단원의 경력 기간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필연적 결과이다.
둘째, 단원 선발과 조직 운영방식이다. 레지오 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3개월의 예비단원 기간과 단원 의무를 수행하겠다는 선서식을 거쳐야 한다. 또한 교본은 단원들에게 주회 참석은 다른 어떤 의무보다도 우선하는 으뜸가는 의무이며 어떤 경우에라도 교본에 명시된 단원의 의무를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73) 이처럼 교본에서 가르치는 엄격한 규율과 강인한 군인 정신의 끊임없는 강조가 지금까지 많은 단원들이 주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오랫동안 단원으로서 활동하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나, 동시에 주회 참석이 단원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과 부담이 되었으며 이와 같은 반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레지오 행동단원의 년도별 증가율을 살펴보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996년 이후 현재까지 6번이나 단원 총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것은 기존 행동단원들이 활동을 중단하거나 탈퇴 처리되었음을 의미한다. 레지오의 규율 중심과 군대식 운영방식이 오늘날 단원들에게 그리고 청소년 청년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계속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개선할 점은 없는지 성찰하도록 하는 대목이다.
셋째, 단원 경력 5년 미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은 본 신앙실태 조사가 쁘레시디움 간부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단원 가입 후 일정 기간 이상을 활동한 단원 중에서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이들을 간부로 선출하게 된다. 그런데 특별히 이들이 단원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이 낮게 나타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원으로서 가장 어려움을 느낄 때를 묻는 질문에 대해 주회와 관련된 응답이 68.8%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주회 참석에 대한 어려움’(단원들의 불성실한 참석 39.1%, 바빠서 참석이 어려울 때 17.5%)이 56.6%이며 ‘형식적인 주회’라는 응답도 12.2%로 나타났다.
레지오의 미래 가능성과 발전 전망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레지오 단원 전체 중 약 3/4을 차지하는 단원 경력 5년 이상의 단원보다는 약 1/4에 해당하는 단원 경력 5년 미만의 비교적 신입 단원들의 레지오에 대한 이해와 반응 및 평가, 참여도 등을 지속적으로 면밀하게 조사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전망: 시대의 징표 식별과 마리아 영성에 따른 조직 운영
레지오가 규율에 집착하거나 문자적 의미에 갇히기보다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게 변화하는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일찍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의 메시지가 새로운 문화들, 현대인의 사고 방식과 감수성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현대인의 마음에 그리스도 교회가 파고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74)에 대하여 교회가 깊이 숙고하고 그 실천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레지오는 이 시대에 레지오가 직면하고 있는 이와 같은 한계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열린 마음과 유연한 자세로 실천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강구해나갈 필요가 있다. 학생 파티마의 성모 꼬미씨움을 지도하는 김숭호 신부는 “레지오가 청소년 특성에 대해 연구하고 그에 맞는 형식과 방법의 전환을 고려해야 하며, 과거의 규칙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본질은 잃지 않으면서 형식의 변화와 운영의 개방성을 연구해 모든 세대를 포용할 수 있는 레지오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다.75)
레지오가 마리아의 ‘군대’라는 본연의 사명을 수행할 때 세속의 군대 개념과 정신, 문화가 교회의 공동체성과 마리아 영성을 가리거나 앞서 나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는‘성모 마리아’의 영성을 살아가는‘마리아’의 군대이다. 교본은“무엇보다도 레지오는 그 영성과 조직이 성모님과의 결합이라는 강력한 원칙”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레지오는‘마리아’의 군대로서 그 본질과 영성을 새롭고 깊이 있게 재조명하고 교육해나가야 한다. 이처럼 단원들이 마리아 영성의 풍요로움과 깊이를 깨닫고 실천할 수 있을 때 단원으로서 참된 자부심을 느끼며 레지오 활동에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해 나갈 수 있다.
3.3. 레지오 마리애 교본의 의의와 역할
1) 실태: 교본 공부의 적은 회수와 낮은 이해 정도
이번 설문 조사에서 단원들이 교본을 어느 정도 자주 읽고 있는지 알아본 결과 주 1회라고 응답한 비율이 53.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 2회 이상 읽는다는 응답은 23.8%, 주 1회 미만은 22.6%이다. 이러한 응답률은 단원이라면 거의 대부분 최소한 주 1-2회는 교본을 읽을 것이라는 예상과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레지오에서 주 2회 이상 교본 공부를 단원의 의무로써 단원의 교본 공부를 매우 강조하고 있고 주회에서 영적 독서로 대부분 교본을 읽고 연구하며 교본 공부가 활동으로 배당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본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를 10점 만점 기준으로 질문했을 때 평균 점수가 약 6.6 이었다. 이러한 응답 결과는 많은 단원이 교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원인 분석
본 실태 조사가 쁘레시디움 간부들을 대상으로 시행되었다는 점과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단원 경력이 5년 이상인 단원이 76.2%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의 두 응답 결과는 뜻밖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경력이 오래된 쁘레시디움 간부들이 교본을 주회 때 외에는 거의 읽지 않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도 상당히 낮게 나타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보아야 한다.
첫째, 레지오의 교본 고수에 대한 강경한 입장과 태도로 인해 교본의 문자적 의미와 내용을 넘어선 교본과 레지오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 깊은 연구가 극히 제한되었고, 단원들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는 내용 표현과 효과적인 전달 방식을 개발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단원들이 교본에 맛들여 교본을 자주 읽고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레지오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글이나 선행 연구 결과를 검토해 보면 레지오 교본과 관련하여 대부분 분명한 문제 제기와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그 표현은 소극적이고 간접적으로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이유 역시 ‘교본’에서 찾을 수 있다. 교본은 “교본에 적혀 있는 규율과 규정은 레지오의 제도로 아무리 사소한 사항 하나라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며” 지역 실정이나 특성, 시대에 맞게 교본을 수정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 제기와 요청을 비판적으로 지적하고 있다.76) 레지오 마리애의 사절로 한국을 세 차례 방문한 맥그래드 신부는 “만일 이 지구상에서 가톨릭의 모든 서적이 사라진다 해도 레지오 교본 한 권만 남아 있다면 능히 가톨릭 교회를 재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교본에 대한 토론과 연구를 발전적으로 충분히 전개할 수 없는 풍토를 조성해왔다.
둘째, 박성대 신부의 지적처럼 근본적인 문제는‘교본’그 자체에 있다. 교본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른 레지오 마리애의 영성과 본질을 재발견하고 이를 원천으로 작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77) 교본을 새롭게 할 필요성은 계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이번 실태 조사 결과 역시 그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강남지구 바다의 별 꼬미씨움을 지도하는 황흥복 신부는“레지오가 100년 전 교본만을 내세워 충실히 수행할 것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레지오 정신이 각 지역의 문화와 전통에 맞게 토착화되어 접목되어야 하며, 진리는 똑같지만 설명과 적응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78)
셋째, 간부와 단원들을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못했고 효과적이고 현대적인 양질의 교육 교재와 교수법이 개발되지 못했다. 단원들 각자가 교본을 읽거나 주회에서 이루어지는 짧은 교본 공부와 훈화만으로는 5년 이상 단원으로 활동하더라도 교본을 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80년대에 단원 정예화 교육 과정이 시작되었지만 단원 교육의 중요성이 자각되고 전국적으로 교육을 시행한 것은 1994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레지오의 50년 역사에 비해 단원 교육의 역사는 10여년 남짓에 불과하다.
현재 교구마다 각기 다양한 형태로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데 서울 세나뚜스의 경우에는 기본, 심화, 영성의 3단계 교육과정이 개설되어 있고 꾸리아, 꼬미씨움 별로 간부 교육과 단원 교육을 일년에 1-2회 정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쁘레시디움 간부들에게 교육에 참여하는 정도를 물었을 때 65%의 응답자는 비교적 잘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나(매번 34.2%, 자주 31.8%) 나머지 35%는 잘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교육의 도움 정도에 대해서는 ‘약간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85%로 높게 나타났으나 이러한 대답을 교육 효과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으로만 해석하여 만족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레지오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다양한 교육과 행사’라는 응답률이 25.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교육 내용이나 방법의 개선과 향상에 대한 요청과 지적 역시 자주 제기되어 왔다.
3) 전망: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른 교본 개정과‘말씀’체험
레지오에서 교본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와 역할이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레지오의 창설자인 프랭크 더프가 1927년 초판을 펴낸 후 1947년에 정규본이 발간되었다. 현재 한국 레지오가 사용하고 있는 교본은 1993년에 꼰칠리움에서 발행된 제5차 수정 증보판으로 한국에서는 2000년도에 번역본이 발행되었다. 교본은 레지오의 기원, 정신과 원리, 규칙과 운영 방법 등 레지오와 관계된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지침서로 단원들은 교본을 철저히 공부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교본 공부 없이는 레지오 활동을 올바로 수행할 수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79)
현재 사용하고 있는 1993년에 발행된 교본은 5차 수정증보판이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중 교본과 관련된 부분을 인용하여 첨가한 정도가 초본과 달라졌을 뿐 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폐막된 지 43년이 흘렀지만 한국 천주교회가 공의회 정신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고 있다는 각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거듭되고 있다. 한국 세나뚜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 정신과 변화된 시대적 맥락 안에서‘교본’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깊은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꼰칠리움과 협의하여‘교본’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필요가 있다.
레지오 교본의 개정보다 근본적으로 더 중요한 과제는 단원들이 교본보다 ‘말씀’에 맛 들이고‘말씀’을 원천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단원들을 지도하고 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요한 정신 중의 하나는 ‘말씀’을 교회의 중심에 되찾아 놓은 것이며 공의회는 모든 신자가 성경을 가까이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80) 또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그의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서 성모님과 강생하신 말씀과의 관계를 “성모님께서는 하느님 말씀으로 말씀하시고 생각하신다. 하느님 말씀이 그분의 말씀이 되며, 그분의 말씀은 하느님 말씀에서 나온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 말씀에 온전히 젖어 계셨기 때문에 강생하신 말씀의 어머니가 되실 수 있었다”81)라고 설명하고 있다. 레지오 단원들의 성모 신심을 나날이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말씀’이 살아 있어야 한다.
레지오는 단원들이 매일 성경 공부를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을 활동 지침에 기록해 놓았지만 실제 운영과 강조는 교본에 있다. 신자들의 신앙의 뿌리는‘말씀’이 되어야 하고 교본은 단체 정신과 운영의 지침서가 되어야 한다. 레지오는 단원들이 성경을 읽고 서로 나누며 성장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레지오에서 별도로 성경 나눔이나 교육 과정을 개설하는 것보다는 교회 안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성경 교육 과정에 참석하도록 안내하고, 단원들이 소공동체 모임에 참여하여 공동체 안에서 복음 나누기를 통해 ‘말씀’을 읽고 나누며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할 것을 제안한다.
3.4. 레지오 마리애 영성
1) 실태: 단원의 묵주기도 봉헌, 미사 참례, 성체 조배 실태
레지오는 단원들의 개인 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신심 단체이다. 따라서 단원들이 활동에 앞서 영성 생활을 통해 자신이 먼저 성화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단원은 묵주기도를 매일 15단 이상 바치고 주 2회 이상 평일 미사를 봉헌하며 성체 조배를 주 1회 이상 하는 것을 활동 지침으로 정해 놓았다. 그런데 이번 신앙실태 조사에서 나타난 쁘레시디움 간부들의 영성 생활은 이러한 지침과 기대와는 달리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묵주기도의 경우 주 4-5회 이상 바친다는 응답이 68.9%(매일 54.3%, 주 4-5회 14.6%)이고 나머지 약 30%는 주 2-3회 이하로 응답되었다.
미사 참례는 주 2-3회라는 응답이 39.2%로 가장 높았으나 주 1회가 21.4%로 나타났고, 주 4-5회 이상은 29%(매일 12.4%, 주4-5회 16.6%)에 머물렀다. 그런데 성령쇄신 봉사회 기도회의 경우 주 4-5회 이상 미사 참례율이 57%(매일 36.2%, 주4-5회 20.8%)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매일 미사 참례율은 레지오보다 3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역 반장의 미사 참례율도 주 2-3회 이상의 비율이 약 75%로 레지오 약 79%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성체 조배는 주 2-3회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불과 16.4%로 단원들이 성체 조배를 자주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성령쇄신 봉사회 기도회에서는 주 2-3회 이상 성체 조배를 한다는 응답률이 52.1%, 구역 반장은 22.6%로 나타났다.
2) 원인 분석
쁘레시디움 간부들의 묵주기도를 바치는 회수에 대한 응답 결과는 기대보다 저조하게 나타났다. 레지오에서 단원들이 묵주기도를 바치도록 강조하고 활동 보고에도 속한다는 점, 단원은 레지오 주회 때마다 그리고 레지오 교육에 참석했을 때도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예상 밖의 결과이다. 한국의 많은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치고 있으며, 성령쇄신 봉사회 기도회 회원들의 경우 주 4-5회 이상 묵주기도를 드리는 비율이 80.7%(매일 71.1%), 구역 반장은 57.1%(매일 44.8%)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레지오 단원이라고 해서 다른 일반 신자들보다 더욱 열심히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교본의 지침이나 주회가 단원들의 자발적인 영성 생활과 신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단원들에게 성모 신심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를 묻는 항목에서 ‘형식적인 묵주기도’라는 응답률이 39.2%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주목해야 할 결과이다. 묵주기도를 바치는 회수보다도 단원들이 묵주기도의 의미와 영성을 올바로 깨닫고 묵주기도를 잘 바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고 근본적인 과제이다.
미사 참례나 성체 조배를 하기 위해서는 성당에 직접 나와야 하는데 위의 통계 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들이 모두 주일 미사에 참석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응답자 중 약 40% 정도가 주중에 미사 참례를 위해 한 번 더 성당에 나오고 약 30%는 두 번 이상 성당에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체 조배를 주 2-3회 이상 하는 비율이 약 16%에 불과한 것은 단원들이 성당에 나오더라도 성체 조배까지 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성체 조배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응답자들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나 본당에서 레지오 외에 다른 활동까지 하는 경우 무척 바빠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신심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물리적인 시간, 현실의 문제이다. 실제로 응답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전업주부가 60%, 은퇴나 무직이 5.8%로 응답자 중 34%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쁘레시디움 간부라는 직책 이외에도 응답자들 중 76.6%가 본당에서 구역장 반장(45.7%), 기타 단체 간부(13.0%), 본당 임원(8.7%), 기타 단체 일반 회원(9.2%) 등 다른 직책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당이나 교구에서 여러 직책을 맡은 한정된 열심한 신자 20-30%가 본당의 각종 모임이나 많은 행사, 교육, 봉사 등을 중복해서 수행해야 하는 현실이 많은 문제와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3) 전망: 성모님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체험하는 묵주기도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레지오 단원들에게 더욱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묵주기도를 더 많이 봉헌하도록 하는 것보다 묵주기도의 본질적 특성에 대한 이해와 질적인 심화를 통한 묵주기도 신심의 내면화이다. 이러한 측면은 비단 레지오 단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묵주기도에 대한 열성이 대단한 한국 신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교회 전통에서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역대 교황들 역시 자주 바칠 것을 권고해 온 묵주기도82)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신자들이 잘 알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교황들은 “묵주기도는 그리스도의 삶에서 일어난 구원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들과 동정 마리아와의 밀접한 관계를 묵상하도록 하는 데 집중되어 있는 성경에서 영감 받은 기도이다. 이 기도의 가치와 효능은 거룩한 주교들과 훌륭한 성덕의 삶을 산 사람들에 의해 입증되어 왔다”고 밝히고 있다.83) 묵주기도는 더 없이 훌륭한 관상기도이다. 그런데 한국의 적지 않은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단순한 소리기도로 생각하고 관상 없이 형식적으로 기도문만을 반복해서 외우기만 하는 경향이 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관상이 없는 묵주기도는 영혼이 없는 육신과 같다”고 지적하였다. 묵주기도는 성모님의 마음과 눈길로 주님 생애의 신비를 묵상할 수 있도록 고요한 운율에 따라 느릿하게 바칠 필요가 있다.
신자들이 성모님의 체험에서 시작된 훌륭한 관상기도인 묵주기도를 통해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며,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성모 신심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복음의 요약과도 같은” 묵주기도의 충만한 의미를 새롭게 자각하고 성찰할 때, 묵주기도를 통한 신자들의 영적 성숙이 더욱 깊어가고 그리스도인 생활의 핵심에 이르게 될 수 있을 것이다.84)
이를 위해 한국 천주교회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의 내용을 신자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교서 내용을 알기 쉽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하여 교육해나갈 것을 제안한다.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는 묵주기도의 올바른 이해와 건전한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과 신학적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기존의 환희, 고통, 영광의 신비에 이어 새롭게 덧붙여진 “빛의 신비”의 의의와 가치 역시 잘 조명하고 있다.
4. 레지오 마리애 영성의 원천: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 성모 신심의 재발견
레지오는 단원들의 개인 성화를 가장 기본이자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묵주기도, 미사 참례, 성체 조배와 같은 영성생활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레지오 단원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를 물었을 때 ‘자신이 영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라고 응답한 비율이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레지오는 특별히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강력한 지휘 아래 세속과 그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교회의 싸움에 참가하기 위해 설립”85) 되었기 때문에 그 영성의 근원이며 원천은 성모 신심에 있다. 따라서 단원들의 영성생활에 생기를 북돋워주고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단원들이 성모 신심을 더욱 깊이 깨닫고 올바로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의 여러 신심들 중의 하나인 성모 신심은 교회 초기부터 비롯되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면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변천 확립되어 왔다.86) 성모 신심은 하느님께 대한 가장 완전한 신심을 지니셨던 마리아께 자녀다운 공경과 사랑을 드리고 그분의 모범을 본받고 그분의 전구를 통하여 삼위일체 하느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려는 마음가짐과 그 실천을 의미한다.
한국 천주교회의 성모 신심은 한국 천주교회 설립 이후 박해시대에 더 강화되었고 레지오 마리애를 비롯하여 파티마 성모의 푸른 군대, 성모 기사회, 마리아 사제 운동 등 성모 신심 단체들을 통해 급성장하였다.
이처럼 성모 신심이 한국 신자들의 신앙생활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크고 각별하다. 지금까지 한국 신자들의 성모 신심은 한국인이 지니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각별하고도 고유한 정서, 즉 과거 전통 사회에서 어머니가 보여준 가정 안에서의 자기 희생과 헌신, 무조건적인 사랑 그리고 매우 친밀하게 밀착된 한국의 자녀 교육과정 및 유교의 효(孝) 사상이라는 한국인의 가치체계와 이념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왔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묵주기도 역시 성모 신심을 고양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신자들의 높은 성모 신심과 한국에 매우 많은 회원을 가진 성모 신심 단체가 여럿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모 신심의 참된 의미와 본질, 풍요로운 영성이 일반 신자들뿐만 아니라 레지오 단원들에게도 깊이 있게 잘 교육되지 못한 측면을 볼 수 있다.
성모 신심은 마리아께 자녀다운 공경과 사랑을 드리고 의탁함으로써 삼위일체 하느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마음과 실천이다. 성모 신심은 궁극적으로 성령을 통하여 성자 안에서 드러난 성부 하느님께로 향하고 있으며 성모 신심의 정당성 역시 여기에 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 제8장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의 천주의 모친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교황 바오로 6세의 ‘마리아 공경’(1974),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1987) 등에서 이와 같은 입장을 한결같이 밝히고 있다.
특별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동정녀 성모 마리아의 신비가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교회론적인 측면에서 보다 깊은 수준에서 다루어지게 되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마리아론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교회헌장’의 마지막 장에서 함께 다룸으로써 동정 성모 마리아를 교회의 원형이자 모범으로서 선포하고 있다.87)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은 참으로 “가장 뛰어나고 유일무이한 지체”88)로서 교회에 속하지만 동시에 교회의 어머니로서 교회 모성의 완전한 표상이시다.89)
비단 레지오뿐만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 차원에서 신자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회헌장’을 읽고 그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교육해나갈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신자들은 교회 헌장 제8장에 나타난 것처럼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 성모 마리아를 새롭게 발견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제4장에서는 이번에 실시된 ‘서울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신앙생활 실태조사’ 통계 결과를 토대로 레지오 단원 현황과 선교 사명, 레지오 운영원리와 단원 활동과의 관련성, 레지오 교본의 의의와 역할, 레지오 영성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레지오 신앙생활 실태와 전망을 살펴보았고 몇 가지 실천 방안을 제안하였다. 또한 필자는 레지오 영성의 원천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 성모 신심의 재발견을 제시해보았다.
결론
성령쇄신 운동이 성령 체험을 통한 신앙 성숙과 교회 쇄신을 위한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미사와 기도, 성경 읽기 등으로 그 영성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성령의 은사와 열매를 공동체를 위해 올바로 실천하는 사명을 다할 때에 성령쇄신 운동은 삼위일체 신비의 살아있는 숨결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하느님 백성 모두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로서 성령께서 주시는 은사와 열매를 받아 봉사하며, 성령으로 충만했던 초대교회 공동체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주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면서 성령의 격려를 받아”(사도 9,31) 참된 참여가 이루어지는 사랑의 친교의 삶을 살아갈 때 성령께서 우리 각자와 공동체 안에 진정으로 살아계심을 체험하는 성령 쇄신이 계속될 것이라 희망한다.
레지오 마리애는 과거 반세기 동안 시대적 요청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의 성장에 앞장 서 왔으며, 이제 새 천년기를 맞아 희망적인 출발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차게 발돋움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시노드 정신에 따라 서울대교구에서 ‘친교 공동체’ 실현을 위해 소공동체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의 올바른 관계 정립 및 협력과 발전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본 연구는 이미 2002년부터 시작된 앞의 주제에 대한 선행 연구 결과를 전제로 하여 이번에 시행된 조사통계 결과를 통해 레지오 마리애에 대한 연구를 심화해보고자 노력하였다. 논리의 전개에 따라 필요시 친교 공동체로서의 새로운 교회상과 소공동체와 레지오의 관계를 언급하기도 하였으나 제2주제 발제문과 그 내용이 중복되지 않도록 가급적 자세한 설명은 다루지 않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상 실현을 위한 단체와 소공동체의 관계 모색은 본 연구발표회의 제2주제로써 이를 통해 상세하고 깊이 있게 다루어질 것이기에 본고에서는 레지오 마리애에 초점을 맞춰 전체적인 전망과 실천적인 제안을 제시해보고자 노력하였다.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에 대한 연구 활동은 그 자체만의 테두리 안에서 정체성과 사명을 재조명하는 데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나아가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오늘날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폭넓게 인식하고 이를 구현해가는 통합적인 지평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단체는 교회의 한 부분으로서 시대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생성, 발전, 소멸하면서 교회 성장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한국 천주교회 본당 사목이 지난 50여 년 동안 많은 평신도 사도직 단체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단체와 본당의 발전 방향은 더욱 긴밀한 상호관계와 협력 안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에 따른 새로운 교회상 구현이라는 관점에서 탐구되고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공의회 정신에 따른 새로운 교회상의 기초는 교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가장 오래된 표상인 하느님 백성 개념을 통한 ‘평신도 위상과 역할’의 재정립과 그리스도 신앙과 삶의 원천이 되는 삼위일체 친교 신비를 바탕으로 하는 ‘친교 교회론’의 재발견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기간 중, 한 위원회에서 위원들 간에 집중 토론을 한 뒤 버나드 해링 신부는 오타비아니 추기경과 나눈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아주 흥미로운 경험을 하는 중입니다. 우리 모두 같은 탑 안에 있지만 각자 밖을 내다보는 작은 창 하나씩만을 가지고 있는 꼴입니다. 겨우 조금씩 세부적인 것만을 분명히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오타비아 추기경은 이렇게 대답했다. “네 신부님. 게다가 각 사람은 자기들만의 색안경을 쓰고 그 안경색에 따라서 모든 것을 판단하지요.”90)
이처럼 교회 구성원들 각자가 개별적인 처지나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나 모임의 사고와 입장을 통해서만 교회를 바라본다면, 탑 안에서 언제나 똑같은 작은 창문을 통해 정해진 방향만 내다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탑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해도 만약 여전히 같은 작은 창문을 통해서만 내다본다면 그 사람은 더 멀리 볼 수는 있겠지만 항상 같은 쪽만 바라보게 되어 시야가 제한될 것이다.
필자는 본 졸고가 신심 단체들이‘자신의 눈’으로 그러나 다른 방향에서 교회를 바라다볼 수 있게 하는‘또 다른 작은 창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교회인 우리’가 투명한 눈과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서로의 창문으로 초대하고 함께 탑을 올라갈 때, 막힘이 없이 활짝 트인 탑의 꼭대기에서 교회와 세상을 내다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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