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알리바바그룹 국내 진출
1. 알리바바그룹의 한국 진출에 대한 4가지 Fact
1) 알리바바그룹은 2000년 국내 진출을 시도했다가 1년만에 한국 사무소를 철수한 경험이 있다. 그 이유는 당시 인터넷 보급률이 낮았고, 알리바바 내부적으로 자금이 부족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2008년 9월 한국에 사무소를 다시 설립, 한국무역협회를 한국파트너로 결정하고 B2B 사업만 영위해 오고 있었다.
2) 그리고 올해 초 알리바바그룹은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분야 진출을 선언하며 국내 시장을 다시 노리고 있다. 국내 게임을 중국 모바일 시장에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하기로 선언하면서, 게임 사업 해외부문 총괄로 박순우 전 한빛소프트 해외 본부장을 선임했고, 알리바바 코리아 지사장으로 텐센트 코리아 출신인 황매영씨를 영입했다. 5월부터는 ‘파티게임즈(9월 1일 현재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통과)’, ‘네시삼십삼분’과 제휴를 맺고 퍼블리싱 사업을 시작했다. 알리바바그룹은 게임 개발사에 매출 70%를 제공하고, 알리바바가 20%, 농촌진흥기금으로 10%를 할당하는 방식의 파격적인 유통구조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3) 알리바바그룹은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에 이어 국내 전자 결제 부문에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여러 국내 업체와 제휴하는 식으로 우회 진출 중이고,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결제 시스템 제휴 확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4) 알리바바그룹은 올해 6월 11일, 아마존 및 이베이와 겨루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 ‘11메인’을 미국에 런칭하며 유통업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그룹의 지속적인 사업 확장 및 해외 진출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 이유는 알리바바그룹이 상장을 앞둔만큼, 높은 밸류에이션(2013년 실적 기준 P/E 55배)을 성장 스토리로 증명해줘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진출 확률은 높다고 보고 있으며, 한국 진출은 어떻게 이뤄질 것이고 국내 유통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 지 분석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2. 국내 진출 시나리오
알리바바그룹이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 진출할 수 있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에 기진출한 미국에서의 사업 방향과, 최근 국내 진출을 선언한 유사 업체 아마존의 행보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도록 하자.
Q1. 진출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당사는 알리바바그룹이 향후 우리나라에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유통업과 전자 결제부문이라고 판단한다. 우리나라는 1)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덕분에 모바일 쇼핑이 활성화 되어 있고, 2)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에도 유리한데, 3) 전자 결제 환경은 열악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그룹의 핵심 비즈니스는 앞서 기술했듯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고, 그 거래에서 핵심 플랫폼은 알리페이라는 결제 시스템이다.
Q2. 오픈마켓으로 진출하게 되면 어떠한 형태가 될까?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나 티몰이 우리나라에 진출하게 되면 아주 쉽게 말해 인터파크나 지마켓같은 오픈마켓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당사는 이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패턴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소비 양극화는 확대될 것이며, 가격 차별화가 확실하게 되거나(가장 저렴하거나), 상품 차별화가 되는(단독상품, 독점 라이선스 상품) 유통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알리바바그룹의 오픈마켓 플랫폼은 판매수수료가 없거나 매우 낮다. 타오바오는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광고비로 수익을 올리며, 티몰은 5%의 판매수수료를 받고 있다. 올해 6월 미국의 아마존, 이베이에 대항하기 위해 진출한 ‘11메인’의 경우 판매수수료가 3.5%로, 티몰보다도 낮다. 아마존 및 국내 오픈마켓들의 평균 판매수수료가 12~15%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이다.
더불어 알리바바사업 모델의 특징은 ‘소비자가 구매를 하지 않아도’ 트래픽을 통한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제일 저렴하게 파는 업체가 유리한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오히려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올 수 있는 모델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네이버의 행보다. 올해 6월 1일 네이버는 기존 오픈마켓 사업인 ‘샵N’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6월 2일부터 샵N은 ‘스토어팜’으로 이름을 바꾸고, 상품 등록 플랫폼으로 개편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 모델은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와 매우 닮아 있다. 과거 샵N 모델에서는 평균 판매수수료가 12% 정도였으나, 스토어팜에서는 판매수수료가 없다. 다만 네이버 지식쇼핑, 즉 검색과 연동해 판매하면 매출연동 수수료 2%만 부담한다.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키워드 검색에 대해서만 매출로 잡는 타오바오와 같은 모델이다.
알리바바그룹은 이러한 구조로 중국 본토 및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진출했을 때에도 판매수수료가 낮은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CEO 마윈이 앞으로 아마존 모델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여러 강의에서 언급한 만큼 더욱 그러하다. 국내 오픈마켓 시장이 포화상태고, 판매수수료가 높다는 판매자들의 원성이 자자하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은 더 설득력이 있다.
당사는 상기 비즈니스 모델로의 오픈마켓 진출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가격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부분의 판매자들은 옥션, 지마켓, 인터파크 등 여러 오픈마켓에 동시 입점해 있다. 그 중 스토어팜을 통한 판매에서는 판매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 여력이 더 크게 된다. 이에 할인이나 적립금 등의 프로모션을 강하게 할 수 있고, 전체적인 온라인 쇼핑 시장의 가격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Q3. 알리페이 진출 가능성은 어떠한가?
현재로서는 알리페이가 중국 본토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그대로 진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알리페이가 중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직접 자금을 유통하고 공급하는 ‘금융업’에 해당하는데, 국내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까지 국내 IT기업이나 비금융권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한 사례는 없다. 전자금융거래법 법령에 따르면 자체적인 전자화폐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 외의 결제대행사와 같은 전자결제대행업체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마저도 등록된 기업에서 총자본액이나 회사 신용도를 바탕으로 모든 것이 확정된다.
다만 알리페이는 국내 업체들과 제휴하는 형태로 우회 진출을 하고 있다. 이는 주로 중국인들이 한국 인터넷 쇼핑몰이나 면세점에서 결제가 용이하도록 돕는 내용이다. 지난해부터 이니시스 등 국내 PG업체와 제휴했고, 올해 들어서는 하나은행과 한국정보통신과 함께 면세 환급 사업에도 발을 들여놓고 롯데면세점과 계약해 바코드 결제 방식으로 오프라인에서도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인의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직구, 국내 오프라인 쇼핑, 면세 환급등을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Q4. 그렇다면 알리페이가 최근 우리나라 업체와 제휴하는 것은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알리페이가 최근 우리나라 업체와 제휴하는 내용은, 국내 결제 시장 진출보다는 중국인의 한국상품 소비 증가로 해석하는 편이 타당하다. 알리바바그룹의 행보는, 한국 상품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고 있음을 파악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늘어나는 거래로부터 수반되는 과정을 선점하여 수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깔려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중국 소비관련주의 주가가 상승했던 점에서도, 중국인들의 한국상품에 대한 니즈는 확고하다. 여기에 알리페이를 통해 결제까지 용이해 진다면 성장은 지금보다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향후 중국 소비 관련주에 지속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알리페이를 이용하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기존보다 3배 많이 소비할 수 있다. 중국인은 신용카드 불법 복제 등의 위험성 때문에 현금사용을 선호한다. 지난 해 중국에서 거래가 이뤄진 신용카드 수는 약 4천만 장으로 전체 인구의 2.9%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누적 카드 발급 수는 3억 9,000만장으로 30% 미만이다. 한 사람이 여러 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내 신용카드 보급률은 전체 인구의 10% 안팎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인들이 해외여행 시 소지하고 출국할 수 있는 현금은 최대 2만 위안(약 330만원) 이다. 반면에 알리페이 회원은 원하는 금액을 충전해 두고 하루에 1,000만원까지 쓸 수 있다. 국내 소비재 업체들의 매출증대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알리페이가 국내 오프라인 및 온라인 결제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기존 중국 관광객들이 은련카드 등 해외에서 발행한 카드로 가맹점에서 결제할 시 카드사들이 매입수수료를 받는 부분이 사라지게 된다. 다만 그 액수가 카드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기 때문에 국내 카드업계에 당장 큰 타격을 준다고는 볼 수 없다.
알리페이와 제휴한 가맹점에서는 중국 관광객이 상품을 구매한 뒤 스마트폰에 표시된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한데, 이러한 스마트폰 바코드 결제는 기존 결제방식과 달라 규제 사각지대에 속하는 데다 위변조, 결제정보유출 등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홍콩, 대만 등 해외 금융당국으로부터는 제재를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최근 알리페이의 움직임을 두고 올해 8월 15일, ‘중국 고객들만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면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현재 알리페이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나, 향후 이용고객 범위가 한국인으로 넓어진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알리페이의 활성화를 위해서 금융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 규정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리페이 측 관계자는 중국 회원들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히며 한국 회원을 모집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Q5. 중국 구매자의 역(逆)직구의 확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해외 구매자들이 우리나라의 유통업체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역(逆)직구는 지금보다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알리페이가 발빠르게 국내 유통업체 및 결제대행업체와 제휴를 하고 있고, 이들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통한 결제의 편리성이 중국 소비자들의 역직구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중국 관련 소비주들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중국의 해외 직구 시장은 약 2~3년전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하다.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주도하면서 아동복, 유아용품 구매 위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먹거리와 명품도 인기 품목이다. 2013년 중국 소비자의 직구 금액은 약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12년 대비 54.6% 성장한 수치다. 이용자는 1,800만명에 육박했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해외 직구가 지난 해 1조 400억원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중국의 해외 직구 시장은 2018년까지 1조위안(약 164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직구 시장이 2018년 8조를 바라보는 것을 감안하면 성장성이 매우 돋보인다. 롯데닷컴에 따르면 국내 쇼핑몰을 이용하는 중국 소비자는 30대 초반 여성이 가장 많으며, 한국산 화장품과 의류잡화, 가전제품을 많이 사고 있다. 국내 롯데닷컴의 객단가는 10만원이지만, 중국인들의 객단가는 22만원으로 두배 가량 높다.
특히 드라마와 K-pop 등 한류 붐을 타고 역직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타오바오가 지난해 개설 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3년 5월까지 타오바오에서 ‘한국풍’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총 1억 1,800만명에 달했다. 중국 인터넷 인구가 2013년 기준 6억명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국내 주요 인터넷 쇼핑몰 중 영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은 11번가, G마켓, 롯데닷컴 등인데, 11번가 영문 사이트의 올해 1~4월까지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7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비율이 44%로 가장 높았고, 중국이 12%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Q6. 우리나라 소비자를 위한 중국 상품 직구 서비스도 가능해 질 것인가?
알리바바그룹은 이미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룹 내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가능하다. 알리바바닷컴이 중국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해외 도매상들을 중국 제조업체와 연결시켜주고 정보를 공유하는 B2B 사이트라면, 알리익스프레스는 도매로 구매하고 싶어하는 업체 및 최종 소비자가 직접 구매 가능한 곳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특징은, 타오바오나 티몰처럼 중국 상품을 구매할 때 배송대행지를 거치거나 한국까지 비싼 배송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차이나 포스트(China Post)를 통해 무료 배송이 가능하며,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도 무료로 배송해 주고 있다. 배송 기간은 15일에서 34일이 소요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워 2주 정도면 도착하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각종 상품 중 타오바오나 알리익스프레스에 리스팅 되어 있는 상품들이 매우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가격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한 개에 22,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핸드폰 액세서리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6개 세트에 약 34,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한 개에 5,000원 꼴인 셈이다. 이러한 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중국으로부터 직구를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직구족에게도 이제 막 알려진 단계로, 미국에 이어 중국 직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합리적 소비 트렌드는 확고해 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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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