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의 절대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
······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 강유원, 『책과 세계』
책의 위력을 느끼게 해주는 가장 단적인 것은 "금서(禁書)"의 존재일 것이다.
책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것을 구태여 금서로 지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금서였던 것은 그것을 읽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권총 자살을 했다는데 있다.
이처럼 한권의 책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 놓는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 그것은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러한 행동들은 세상을 바꾼다.
지금의 세상을 유지해야 할 사람에게 새로운 생각을 담은 책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물건인 것이다.
그렇기에 세상의 위정자들은 금서를 지정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도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따라서 책은 세상과 분리될 수 없다.
그렇기에 TEXT는 CONTEXT를 통해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사람이 예나 지금이나 다를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을 기준으로 지난일을 평가한다.
그랬기에 플라톤이 독재를 찬양했고 마키아벨리는 잔인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런 말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알 수 있다.
플라톤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겪은 사람이다.
그는 전쟁과 전후의 황폐를 겪은 사람이기에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였다.
그러한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을 담은것이 그의 대표작『국가』인 것이다.
따라서 그의 문제의식과 상황을 배제한채 단지 철인정치를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플라톤이 독재를 찬양했다고 말하는것은
플라톤이 하려고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이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유원의 책 『책과 세계』(살림, 2004)는 text와 context의 이야기이다.
인간에게 책이 어떤 의미이고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인간 지성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는『길가메시 서사시』를 출발점으로 삼아 『종의 기원』까지 이야기하며
인간의 삶을 사람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또하나 이 책은 매체의 중요성 역시 언급하고 있다.
책(冊)의 한자가 죽간을 묶어 놓은 것임을 생각할때
text가 반드시 종이책에 기록된것은 아님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책을 쓰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는 요즘 e-book의 출현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끔 하기도 한다.
2500년전 플라톤이 고민하던것을 적어놓은 책을
오늘날의 사람들도 읽는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
그것은 분명 인간에게 보편적인 무엇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보편을 읽기 위해서는 분명 특수함을 분별해낼 수 있어야 한다.
살림 지식총서에서 나온 문고판 책인 『책과 세계』는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로 12cm, 세로 19cm의 손바닥만한 크기에
96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이 책을 읽는것이 쉽지는 않다.
쉽지 않은 그의 책을 읽으면 특수함과 보편을 구분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첫댓글 사람은 얼마만큼 진화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제로에서 다시 시작한다. 다시 학교를 다니면서, 보편적인 것들 더하기 시대가 원하는 것들을 익혀야 한다. 그리고 또 다시 군대에 가야할지 모른다.ㅠㅠ / 나같은 범인은 이 시대에만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입에 풀칠하기에 급급하다. 이 굴레를 벗어날 방법 좀 누가 갈켜주삼~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이말에 깊은 공감이 가네요...저도 사실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게 병든 후였거등요~~^^96페이지 밖에 안되는 책에 이렇게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니...행간에 함축된 의미가 매우 깊어 보여요~~ 한장 한장 읽는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역시 끌리는 책이네요....^^(또 리스텁~~~)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갑자기 잘 나가는 팀장이 이야기 생각납니다. . 성공하기 위해서 술 잘 마시고 잘 놀고 골프치고, 필요할때 잘 나가고 가장 중요한건 줄을 잘서야 하고 그리고 이게 선결 과제이고 그 다음을 학벌/학력이야~ 라고 하는말... 그렇지 않으면 유재석같이 살던가..또 한번의 장고를 할수 밖에 없는 내용을 보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