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여름철 서민에게 흔한 보양식이 닭과 오리로 만든 요리이다. 요리법도 다양하고 인삼이나 약재와 궁합도 잘 맞다. 집에서 해 먹어도 좋고 음식점을 찾아도 좋다. 13일은 말복. 남은 더위를 이겨낼 '몸보신'을 생각하고 있다면 멀지 않은 김해의 두 곳을 추천한다.
■김해 대동 '정원'
맛집을 찾는 방법 가운데 가장 실패 확률이 낮은 것은 지역 공무원들이 즐겨 찾는 곳을 찾아보는 것이다. 지금 소개할 집도 김해 대동면 공무원들 사이에 이름난 곳이다.
구포대교를 건너서 김해 대동 안막지구의 둑길을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낙동강 변의 조용한 음식점. 널찍한 마당과 잔디가 곱게 깔린 뒤뜰이 인상적이다. 이곳이 대동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오리전문집 '정원'이다. 20년 넘게 이 곳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윤상열 대표가 손수 짓고 가꿨다.
도심에서 꽤 떨어진 곳인데다 점심 시간을 훌쩍 넘긴 평일 낮인데도 음식점 안은 붐빈다. 소문을 듣고 찾아 온 단체손님이 많다.
오리·닭요리와 메기매운탕 뿐인 메뉴도 단출하다. 요즘 잘나가는 메뉴는 오리탕과 메기매운탕. 특히 안주인이 직접 끓여내는 청둥오리탕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맛의 비결을 물었더니 별 것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날 잡은 오리를 껍질을 벗겨 내고 요리합니다. 그래야 담백하거든요. 그리고 양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쓰지 않아요." 따로 육수를 쓰지 않는다는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하다. 큼직하게 썬 감자와 아낌없이 넣은 채소가 조미료를 대신해 맛을 낸다. 해장국으로 그만이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손님들 가운데는 이 오리탕 맛에 반해 10년 넘게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이 꽤 많다. 부산 다대포에 사는 한 단골 손님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찾아온단다. 양파절임과 함께 곁들여 나오는 밑반찬도 하나하나가 정갈하고 먹음직스럽다.
오리백숙은 오리 특유의 느끼한 맛을 쏙 빼서 무척 담백하다. 당귀 대추 등 약재를 듬뿍 넣고 고아 낸 타이밍이 절묘한지 육질은 부드럽고 씹는 맛은 쫄깃하다. 닭고기보다 퍽퍽함이 훨씬 적다.
마지막 입가심으로는 음식점 옆에서 직접 수확한 매실로 만든 매실차가 나왔다. (055) 323-0263
■김해 진례 '성림가든'
'성림가든' 옻닭백숙
옻이 오른다는 건 옻이 몸 속 독소를 해독하는 과정이란다. 흔히 옻닭을 먹을 때 해독제를 미리 먹는데 그러면 옻닭 먹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한의사 친구가 귀띔했다. 그럼 옻이 올라야 좋다는 말인데…. 선천적으로 옻이 오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지만 처음 먹는 옻닭이라 은근히 걱정했다.
김해 진례면에서 산꾼들 사이에 옻닭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성림가든을 찾았다. 진례면 신안리 평지마을. 아래쪽 저수지 낚시꾼들을 상대로 닭을 삶아주던 가게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지금은 마을 전체가 백숙촌이 돼 버렸다.
정원에 작은 연못과 큼직한 물레방아가 있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정원에서 자라는 나무를 그대로 살린 채 깔아놓은 널찍한 평상이 시원하다. 정원 한쪽에 플라스틱으로 대충 만들어 둔 새집이 있다. 가게 운영을 맡고 있는 송두혁 씨에 따르면 심심풀이로 3년 전 새집을 만들어뒀더니 새가 날아와 올해 새끼를 낳았다고 한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눈도 못 뜬 새끼들이 어미인 줄 알고 주둥이를 벌린다.
미리 주문한 옻닭백숙이 평상 위에 차려졌다. 카레를 넣은 듯한 노란색이 이색적이다. 백숙에 같이 찐 밥 색깔도 노랗다. 옻나무는 멀리 강원도에서 직접 공수해온다. 옻 오를까 걱정했더니 주인장이 참기름에 띄운 달걀노른자를 소주잔에 가져다준다. 민간요법의 하나인데 먹고 나면 희한하게 옻이 오르지 않거나 덜 한단다.
백숙에 다른 재료는 넣지 않고 오로지 옻나무와 녹두만 넣는다. 그래야 옻닭의 효능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육질이 단단하면서도 질기지 않다. 별다른 냄새도 없다. 주인장 송 씨가 옆에 앉아 "닭과 함께 나오는 국물이 진짜 좋다"며 한 그릇 더 권한다. 국물 역시 카레보다 더 진한 노란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