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무위당 장일순선생님 추모제

[버들(이명화)]

원주에서 1박2일로 무위당 장일순선생님 21주기 추모식에 참여하고 왔어요. 원주에 사시는 분들이 많았고 순천 사랑어린배움터 식구들이 많이 오셨더군요. 김민해목사님과 교사들, 학부모교사들, 중학생들이 오셨더군요. 지난 겨울 생평학교에서 처음 뵙고 두번째 뵙는 거라서 무척 반가웠어요. 울산에서는 제가 혼자 참석하여서 순천 사랑어린배움터 식구들이 많이 챙겨주셨어요. 은하수님께서는 친절하게 사랑어린배움터에 있는 여러 모임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셨어요. 순천식구들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전국여성농민회 임봉재선생님이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여성의 몸으로 결혼도 하지 않으시고 농민운동에 평생을 바치셨더군요. 지금도 사백평의 밭농사를 하고 계신다고 해요. 몬산토같은 외국자본에 의해 우리나라 토종씨앗들이 사라지고 있고, 앞으로 5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우리 토종씨앗을 살 수 없게 될 거라고 경고 하셨어요. 그래서 직접 농사 지어서 얻은 토종씨앗들을 농사를 짓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해요. 저도 귀촌해서 육십평정도의 밭농사를 하고 있는데 여자 혼자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농사는 힘을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서요. 올해 이른여섯의 나이이신데 아주 예쁘고, 곱고 맑은 얼굴빛과 눈빛에 놀랐어요. 우리 친정어머니도 연세가 비슷하신데 많이 연로하시거든요. 건강하셔서 참 다행이고 앞으로도 오래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합장.

우창수 김은희부부도 인상 깊었어요. 귀농해서 창녕 우포늪 근처 마을에 살고 계신다더군요. 무위당 장일순선생님 말씀에 곡을 붙여서 기타 연주를 하며 부부가 함께 노래를 부르셨어요. 주로 시위현장에 가서 시위참가자들의 사연을 듣고 즉석에서 가사를 만들고 곡을 붙여 불러주며 사기를 북돋워주는 일을 해오고 계시더군요. 치열하고 힘겨운, 눈물나는 시위현장을 하나의 문화제나 축제로 만들어 주고, 힘든 마음 따뜻하게 위로해 주며 억울한 마음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우포늪이 가을과 겨울, 아침 동트기 전과 해질녁, 보름달 뜬 날 한밤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하네요. 초가을에 한번 놀러오라고 초대해 주셨어요.

이경국선생님도 기억에 남는군요. 지난 겨울 순천 생평학교에 오셔서 강의 해주셨지요. 젊은 시절부터 장일순선생님의 뜻에 함께하며 민주화운동을 오랫동안 하셨다구요. "기어라"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시골가서 모르는 사람들 속에 어울리려면 기는 수밖에는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것이 장일순선생님의 말씀이라구요. 그렇다고 비굴하게 굴라는 건 아니고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이고 배우려는 자세를 말한다구요. 저도 귀촌해서 살고 있는데 현재의 저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를 배운 것같아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또 시인 김지하님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 것도 기억이 납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님의 사위라구요.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이유로 여러 번의 옥살이를 감내해야 했고 그때 받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마약에 손을 대게 되어 정신병원에까지 입원을 했으며 자살시도까지 했다구요. 눈물이 나더군요. '타는 목마름으로'와 같은 훌륭한 참여시를 쓰며 그 누구보다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앞장서셨던 분의 말로가 이토록 비참하다는 것이 제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습니다. 유신 군사독재시절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몸 바치신 분들의 공로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억울한 옥살이와 고문이 남긴 정신적 충격은 어떤 약으로도 치료되기 힘들고 어떤 금액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위로와 후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무위당선생님과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어요.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은 저의 아버지이고, 그 다음으로 가장 존경해 온 분은 김종철선생님입니다. 김종철선생님은 현재 녹색평론의 저자이시고, 저의 대학교 은사님이십니다. 시를 좋아하는 저는 김종철선생님의 시강의를 아주 좋아했어요. 김종철선생님의 강의는 시에 대해서 보다는 거의 자신의 철학과 생각을 말씀하시는 것으로 채워졌었어요. 제게는 세상을 보는 시야에 있어서 아주 큰 공부가 되었어요. 김종철선생님께서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 무위당선생님이예요. 그래서 무위당선생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녹색평론을 읽으며 궁금했던 무위당선생님과 동학사상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어요. 이번 추모제에 참가하여 무위당선생님의 삶과 사상에 대해, 그리고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를 추앙하고 있는지에 대해 잘 알게 되었어요. 예수같은 삶을 사신 분이라는 것을요.

이번에 만나서 알게 된 모든 인연들에 감사하며 충북 보은취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가만히 기대해 봅니다.

[생명평화결사]

생명평화!! 먼길 잘 다녀오셨네요^^ 함께 하지못해 죄송하고 아쉽네요..세심한 마음으로 살펴.. 잔잔히 적어놓은 글솜씨에..막연한 그리움 묻어납니다.

[버들(이명화)]

~^^~

[빵미]

아름다운 사람들... 배경음악을 들으며 읽으니 마음이 아릿합니다.
이 세상이 돈과 권력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저 또한 함께 쳇바퀴에 걸려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어딘가에 이런 분들의 향기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