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수사도북 종주하는 날이다. 웬지 개운치가 않다.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금주에 틈틈히 운동도 하였는데..
혹시 아무도 안오는것은 아닐까! 설마...
어쩌면 나혼자만의 약속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안오면 어떤가. 약속인데.
불광동에서 기다리는데 속속 전화가 온다. 아무도 못온다고...
경동암벽반에서 야영을 하는데 지금이라도 집에가서 장비챙겨 야영장으로 갈까...
하다가 그래도 약속은 지키자 하고 혼자산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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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바위역까지 가지않고 불광역에서 가장 가까운곳으로 진입한다.
헤드렌턴을 꺼내고 목폴라를 하고 산행준비을 하고 산행 시작이다.
(오른쪽 아래 시간은 9시 20분경인데 수정이 안됐음. 아래 사진부터는 제 시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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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길을 따라 단숨에 족두리봉까지 오른다. 숨이 차지만 언제나처럼 첫산행후 30분은 숨이 적응하기 위해 힘들다.
아무도 없는 산길, 눈이나 비가 온다더니 별도 보이고 그리 어둡지 않은 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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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나홀로 산행을 하던 시절 많이 다니던 길이어서 그런지 어둡지만 길이 낯설지가 않다.
향로봉, 언젠가 부터 난간이 설치되고 못가는길로 되버렸다.
그리 어렵지 않은 바위길이지만 초보 산행하는 분들이 따라 올라가다가 인명사고가 많이 나는곳.
이곳을 장비를 착용하고 갈수도 없고, 안전요원때문에 그냥 가지도 못하고, 항상 우회만 했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 오랜만에 한번 가보자. 오래된 볼트(쇠로된 원형 볼트)가 두개인가 박혀있는 코스.
계단식 페이스북 형태의 코스지만 맨질맨질하다.
하여간 오랜만에 올라온 향로봉이 나를 반기나 정상부근에 올라서자 마자 비봉뒤에서 달이 솟아 오른다.
이런..ㅎ 둥근 보름달은 아니지만 여간 반갑지가 않다.
향로봉 능선에서 첫바람을 맞아본다. 서늘하군. 하지만 별에 달까지 떠 올라 그리 외롭지 않은 산행이 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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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비봉능선을 신나게 걷는다. 헤드렌턴은 꺼버렸다. 달빛에 별빛에 길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문수봉 바위길도 철난간이 설치되곤 다시 가보지 않았는데 오늘은 한번 가볼까.
철난간이 설치된곳 말고도 오를수 있는 코스가 여럿있지만 일반 산행꾼들때문에 평소에 가보지도 못하는 곳이다.
철난간을 따라 문수봉에 올랐다. 불광동에서 문수봉까지 두시간. 한창때와는 조금 늦네..ㅎㅎ
속도전을 하는것은 아니지만 잠시 몇년전 나와 비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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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문위에 뜬 달이 멋져 보여 카메라가지고 한참을 찍었는데 대남문 지붕과 달의 절묘한 장면을 담는데는 실패했다.
오늘은 달빛을 따라 성곽으로 가기로 했다. 돌계단 형태의 성곽길이지만 서울의 야경과 달빛의 인도를 받을수 있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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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앉아본다. 처음으로 물도 한 모금 마시고.
만경대로 위문까지 갈까..하다가 내심 참는다. ㅎㅎ.
대남문에서 용암문까지 이어지는 산성능선은 언제나 정겨운 코스이다.
야심한 밤에 혼자 걸어도 마찬가지로 정겹기만 하다.
나는 이산에 이새벽에 왜 혼자 있는 것일까.
약속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왜 이 야심한 길을 혼자 가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산에 가는 이유와 가장 관계가 많을것 같기도 한데.
그럼 왜 산에가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 그리고 왜~~~~
인수야영장 샘터에서 물을 한모금 마시고 생각을 해본다.
동대캠프장에 잠시 들릴까? 아마도 들리게 되면 그자리에 주저 앉을것 같다.
가뜩이나 혼자하는 산행에 대한 구실을 찾고 있던 차인데.
여기서 그만두면 혼자 시작했지만 산행의 의미가 퇴색될것 같아..
혹시나 샘터 주위에 있지 않나 하고 둘러봣지만 없다. 그래..그냥 산행을 하자.
우이동으로 하산해서 도봉산에 진입하기만 하면 더이상 유혹도 없을 테니까..형님들 죄송합니다.
저는 여기서 물한모금 마시고 그냥 내려갑니다.
하루재에서 내려가는중에 배낭을 메고 올라오는 34기 김성석형님을 만났다.
모른척하고 그냥 내려갈수도 있지만 내심 경동산악회 형님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물어봤더니 역시나 형님이셨다.
같이 올라가자고 하시는데 또한번 흔들리기는 했지만 ㅎㅎ 산행을 계속해야 합니다.
하고 아쉬운마음을 뒤로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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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 편의점에서 따끈한 커피한잔을 마시고 도봉산으로 오른다.
언젠가 산선배가 한말중에 겨울에는 찬물을, 여름에는 미지근한 물을 마셔야 한다고 한말이 생각난다.
산에서는 그냥 있는데로 마시라는 말일 것이다.
아마도 그이후에 난 여름엔 얼음물, 겨울에 보온병을 안가지고 다녔다 보다.
산에서 인위적인것을 많이 만들지 말자는 그 취지는 사람 사는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편의점의 따끈한 커피 한잔의 유혹은 떨어버릴수가 없다.ㅎ
이곳에서 휴식을 취했어야 하는데 잠깐 서서 커피한잔 마시고 산행시작한 것이 화근이 될줄은 몰랐다.
적절한 휴식도 산행의 일부인것을, 예전생각만 하고 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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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암 가기전 위험탐방로와의 갈림길에서 벤치에 앉았다.
산행하면 거의 앉는일이 없는 나이지만 지금 종아리, 허벅지 근육이 정상이 아니다.
가져온 무릎보호대 하나를 왼무릎에 찬다. 두개가져올걸.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도 배낭에서 꺼내본적이 없었는데.
속도가 쳐진다. 걷는게 힘이든다. 불수도북종주를 하면 어느쪽에서 시작하던 도봉산은 최악의 코스이다.
가장 깊은 새벽시간이어서 졸리고, 지치고, 때로는 가장 고통스러운 코스.
아마도 내몸상태도 그럴것이다. 그러다 도봉산에서 맞이하는 일출을 보며 몸의 피고가 다 풀리는 그런곳.
그래 가보자. 처음 가보는 길도 아닌데.
무섭지는 않다. 아마도 늙은건가.ㅎ 혼자 종주하는것이 3번째인데 두번은 무척이나 무서웠었다.
내가 이 무서운곳을 왜 혼자 걷고있는지 자신에게 짜증도 엄청 냈었는데. 오늘은 왜 안무섭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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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능선 갈림길에서 처음으로 사람과 조우했다. 종주대라고 한다.
불암산에서 시작한. 아저씨 두분이 씩씩하게 걸어간다.
그이후에 두 팀과 더 조우했다. 아마 전체가 한팀인가?
알수없고 의미도 없지만 10여명의 종주대와 마주쳐 지났다.
이제는 흔하게 5산종주대를 만나지만 내가 처음 종주하던 10년전에는 극히 드문 일이었는데.
그나 저나 다리상태가 완전히 심각하다. 도봉산능선에서 10번도 더 앉았나 보다.
이런일이 없었는데. 고관절하고 허벅지의 상태가 최악이다.
내려설때나 올라설때 힘을 못주니...
중간에 내려갈까도 생각해보지만 도봉산이 어느곳에서고 내려가는길이 만만한 길이 있나.
차라리 능선길따라 계속가는것이 더 편하기도 하니까. 또 새벽이 지나가면 나아지겠지 하는기대감도...
또 한번 산에서 새삼 느껴본다. 산에서는 항상 겸손하라는 것을.
예전에 뛰어서 가던 그 길이 지금 이길과는 다른것을.
예전에 이길을 뛰어가던 나도 지금의 나와는 다른것을.
다음에 올때는 또다른 새로운 마음과 다짐으로 이길에 서리라는 겸손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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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첫눈인것 같다.
내가 본바로는.
제법 많이 내린다. 다리도 성치 않는데 눈까지 싸이면.
사패산 을 뒤로하고 회룡사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산행포기가 아닌 코스수정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코스변경에 대한 변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열거하지는 않으련다.
어차피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한 산행이고 보면 오롯이 다 내 몫인걸. 모든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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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사계곡은 철계단이 많다. 눈이 쌓인 철계단은 다리에 더 힘이 들어가게 한다.
아무도 지나치지 않은 눈길에 내 발자욱만이 선명하다. ㅎ
처음 가는길은 항상 흥미롭다.
그것이 눈길이면 더욱더.
목적한 바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나홀로 하는 산행도 또한 의미있다고 할 것이다.
또다른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 알피니스트들의 정신이건만.
나는 또 갈것이다.
나의 산으로...
첫댓글 산악인!!! 수고 하셨네~~^^
형님 다음에 불러주세요. 같이 불수사도북 종주...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역시 성종이구먼
..날도 차갑고 눈까지 내려 미끄러운길 산행하느라 애 썼다..같이 하산주 할 사람이 없어서 좀 거시기 했겠다..ㅎㅎ
아쉬움이 남겠지만 다음에 또 도전할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나도 도전하려고 계획중이나 자신이없어서...내년에 몇개 테마산행중 하나..
짐 새로 1시27분, 이 시간 즈음에 우린 조우를 했었지요.
근 25년 만에 인수를 랜턴없이 터벅터벅 올라 가는데 위에서 반짝이는 랜턴 하나,어찌나 반갑든지요..
인사를 나누었는데,,와우,,,,경동 후배님일 줄이야..
잠간 인사를 나누고 산행목적을 듣고는 조심하라며 헤어졌습니다.
가쁜 숨을 뒤로 하루재 올라서며 아래를 보곤 중얼거립니다.
"경동 산악회가 저 하루제 위로 걸린 은은한 달빛마냥 든든할 것이라고...."
그 옛날 설악을 헤메고 다니며 설악가를 흥얼거리던 그 발걸음의 후배를 만난것이
왜 이리도 맴이 훈훈해져 오던지,,,
그저 그 외로된 길을 멈추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많은 관심, 걱정 감사합니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인가 봐요...ㅎ
하이!풋시맨, 나 지금 집에 들어왔다. 확실하군 우리의 풋시맨^^
그날 밤, 야영캠프에 왜 안들렸나 했드만 깊은 뜻이 있었구만 그려~^^
(그래도 글치, 들러서 따듯한 커피라도 한잔 하지..!)
담엔 외롭지 않게 동행을 만들어서 꼭 완주하시게나~
수고했다 이성종!!!
내년에 우리 같이 해 볼껴~~~~ 불수사도북 말 그대로 불암산 으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