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는 차례(茶禮)가 아니라 차례(次第)다
명절 제사를 차례라고 하는데, 현대에 와서 다례(茶禮)의 중국식 발음과 근사한 차례라고 하며 명절 제사를 차례(茶禮)라고 하고 있다.
다례(茶禮)는 사당(혹은 상청)의 초하루 보름에 올리는 제사를 말한다. 명절의 제사는 문자 그대로 제사이지 다례(茶禮)의 차례가 아니다.
명절 제사를 차례라고 하는 것은 명절은 사대조부에게 제사를 지내데 술을 고조부ㆍ증조부ㆍ조부ㆍ선친의 순서, 곧 차례대로 단잔을 올려 차례라고 하는 것이다. 이 차례는 순서를 뜻하는 차례(次第)라야 한다.
순서라는 의미의 차례(次第)는 중고음가가 ‘차뎨’이고, 이후 모음 사이에서 ‘ㄷ’음이 유음 ‘ㄹ’로 변음되어 차례로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디가 보리로 모단이 모란으로 변음된 예가 있다.
명절 차례는 고조 증조 조부 선친의 차례로 지내야 하므로 차례이지 차를 올린다는 다례(茶禮)는 아니다. 오늘날은 차(茶)의 음가를 주로 ‘차’로 읽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말로 결합할 때는 찻집처럼 ‘차’로 읽고, 한자음끼리 만나면 ‘다게’라고 하듯이 ‘다’로 읽는다.
근자에 모든 경우에 차회, 차인, 차도 등 마구잡이식으로 읽고 있는 현실이다. 차의 중국음가는 ‘다’보다 ‘차’가 가깝다. 우리말의 중국음은 초기 도입될 당시의 음가가 전해지고 있지만 한자의 음가는 우리식으로 변해졌다.
어느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명절 제사를 차례라고 할 때 차를 올리는 다례의 차례라고 하면 현실적으로 맞지도 않다.
일부 불교인 가운데 제사상에 술을 쓰지 않고 차를 올리니 차례(茶禮)라고 해야 맞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몇 분 있다. 설령 차를 올릴지라도 차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차례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제수를 올리는 제사라고 해야 한다.
명절 제사를 차례라고 하는 것은 차를 올리는 차례가 아니라 윗대 순서대로 차례대로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의 차례(次第)라고 하는 것이 의미가 분명해진다고 할 수 있다.
명절 차례와 세배 등은 다 차례를 잘 지켜야 한다. 아랫사람이 윗사람보다 먼저 절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설날의 통알도 마찬가지다. 품계별로 죽 도열하여 주상전하를 알현하는 것이 통알이다.
그럴 듯한데 속는 것은 지혜로운 이가 할 일이 못 된다.
빠라미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