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속의 어머니
박 상 률
서울 과낙구 실님이동...............
소리 나는 대로 꼬불꼬불 적힌 아들네 주소
칠순 어머니 글씨다
용케도 택배 상자는 꼬불꼬불 옆길로 새지 않고
남도 그 먼 데서 하루 만에 서울 아들 집을 찾아왔다
아이구 어무니!
그물처럼 단단히 노끈을 엮어놓은 상자를 보자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곡(哭) 소리
나는 상자 위에 엎드렸다
어무니 으쩌자고 이렇게 단단히 묶어놨소
차마 칼로 싹둑 자를 수 없어
노끈 매듭 하나하나를 손톱으로 까다시피 해서 풀었다
칠십 평생을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고
단단히 묶으며 살아낸 어머니
마치 스스로 당신의 관을 미리 이토록 단단히
묶어 놓은 것만 같다
나는 어머니 가지 마시라고 매듭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풀어 버렸다
상자 뚜껑을 열자 양파 한 자루, 감자 몇 알, 마늘 몇 쪽,
제사 떡 몇 덩이, 풋콩 몇 주먹이 들어 있다
아니 어머니의 목숨이 들어있다
아, 그리고 두 홉짜리 소주 병에 담긴 참기름 한 병!
입맛 없을 땐 고추장에 밥 비벼 참기름 몇 방울 쳐서라도
끼니 거르지 말라는 어머니의 마음,
아들은 어머니 무덤에 엎드려 끝내 울고 말았다.
작가소개: 박상률 (1958년 ~ )은 대한민국의 작가이다.
1981년, 전남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였다.
1990년: ≪한길문학≫ 신인상 시 당선, ≪동양문학≫ 신인상 희곡 당선
1996년: <문학의 해 기념 불교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
1995∼2011년: 명지대, 경기대, 동덕여대, 한남대, 숭의여대 등에 강사, 겸임 교수로 출강
2001∼2006년: 계간 ≪문학과경계≫ 편집위원
2010년: 월간 ≪학교도서관저널≫ 기획위원
2006∼2011년: 계간 ≪청소년문학≫ 편집 주간
한국작가회의 <희곡, 아동문학> 분과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이버 문학광장 글틴> 획위원, 국제아동도서협의회(IBBY) 한국운영위원, 중고등학교 국어 및 문학 검인정교과서 집필 위원 등
시집
≪진도아리랑≫, ≪배고픈 웃음≫, ≪하늘산 땅골 이야기≫
소설
≪봄바람≫, ≪나는 아름답다≫, ≪밥이 끓는 시간≫,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 ≪나를 위한 연구≫, ≪방자왈왈≫, ≪불량청춘 목록≫, ≪개님전≫,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시집≫
작품감상: 삐뚤빼뚤 쓰이고 한글 맞춤법이 맞지 않은 주소임에도 그걸 알아보고 정확한 주소에 배달해준 분도 감사한 일이고, 자식에게 이것저것 챙겨 보내주신 어머니의 사랑에 울컥한 감동이 큰 작품입니다. 부모님이 다 돌아가신 상황에서 글씨기 엉망이든 내용물이 엉성하더라도 부모님이 보내오신 택배를 지금이라도 받고 싶은 엉터리같은 소망이 생깁니다.
같이 공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 올려 봅니다.
첫댓글 이번 주도 작품을 쓰지 못해 기성작가의 작품을 올립니다.ㅜㅜ
다음 주 열심히 써서 제 작품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슬퍼서 목이 너무 아픕니다. 택배 보낸 어머니 마음도 택배 푸는 아들 마음도 그대로 공감합니다. 우리 어머니이고 우리 들 마음입니다. 칠십 평생 단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으신 어머니, 눈 감으실 때까지 오직 자식 생각만을 하셨을 어머니입니다. 부모님 택배 받고 제발 농사 그만지으시고 안보냈으면 좋겠다는 후배가 있습니다. 속으로 어찌나 부러운지 모릅니다. 그 후배 마음도 딱 시인의 마음일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시 감사합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 마음을 꼭꼭 챙겨 보내셨군요. 미국에 왔다 처음 한국 방문했을 때 미국에서 배추를 못 사 김치를 못 담근다 했더니 절인 배추를 가져 가라 하셔서 안된다고 금지 품목이라 했지요. 그런데 집에 와서 가방을 푸는데 언제 몰래 넣으셨는지 절인 배추 두포기가 비닐 봉지에 꼭꼭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니 나도 모르게 엄마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다 똑 같습니다
꼭 꼭 묶은 매듭을 자르지 않고 일일이 풀었다는 아들의 마음이 가상한 작품입니다 마음 찡한 시 잘읽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영원한 것 같습니다.
세상사 힘들 때 어머니는 가슴 속 군불이 되어 따뜻하게 우리를 보듬어 주십니다.
그 크신 사랑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모든 시간이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차가워진 날씨에 건강들 조심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농사지으시며 고생하셨던, 정성어린 어머니의 마음을 그대로 나타낸, 가슴 뭉클한 글을 읽은 적 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대견한 아들입니다. 대학을 나오고 문학 쪽으로 깊게 들어가신 분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합니다.
참 감동적인 시 접하며 "왜 나는 저렇게 쉽고도 쉬운 글을 쓰지 못 할까?" 자괴감이 듭니다.
똑 같은 부모 사랑, 자식 사랑을 하면서도 절실하게 표현, 이미지화 하지 못하는 것은 감성이 무뎌져서 일까요?
자신을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