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타산 무릉계곡: 金時習 등의 흔적 간직, 史劇 촬영지로 유명
2. 치악산 영원사계곡: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골짜기
3. 白羽山 龍沼계곡: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활엽수림 속으로
4. 王避川 下流: 산과 절벽 사이에 숨은 秘境, 上·下流 모두 絶景
5. 설악산 九曲潭계곡: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나면서 놀라운 풍광 연출
6. 芳台山 朝耕洞계곡: 《鄭鑑錄》이 꼽은 20대 避藏處 중 하나
7. 五臺山 小金剛계곡: 십자소, 세심폭, 만물상 등 絶景들 散在한 ‘작은 금강산’
8. 膺峰山 용소골: ‘산꾼’이라면 꼭 한 번 가 봐야 할 스릴 넘치는 계곡
9. 中元山 중원계곡: 원래의 아름다움 간직한 ‘경기의 금강산’
10. 강씨봉 논남계곡: 서울에서 지척, 궁예의 전설 속으로
[편집자 주]
여름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를 피해 많은 이가 바다로, 산으로, 혹은 해외로 나갈 것이다. 근래에는 계곡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계곡은 더위도 피하고 풍광도 즐길 수 있는 一石二鳥의 피서지. 계곡에 따라서는 트레킹을 하면서 건강까지 챙기거나,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여름에 찾으면 좋은 계곡’ 열 곳을 선정해 소개한다.
1. 두타산 무릉계곡2. 치악산 영원사계곡: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골짜기
3. 白羽山 龍沼계곡: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활엽수림 속으로
4. 王避川 下流: 산과 절벽 사이에 숨은 秘境, 上·下流 모두 絶景
5. 설악산 九曲潭계곡: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나면서 놀라운 풍광 연출
6. 芳台山 朝耕洞계곡: 《鄭鑑錄》이 꼽은 20대 避藏處 중 하나
7. 五臺山 小金剛계곡: 십자소, 세심폭, 만물상 등 絶景들 散在한 ‘작은 금강산’
8. 膺峰山 용소골: ‘산꾼’이라면 꼭 한 번 가 봐야 할 스릴 넘치는 계곡
9. 中元山 중원계곡: 원래의 아름다움 간직한 ‘경기의 금강산’
10. 강씨봉 논남계곡: 서울에서 지척, 궁예의 전설 속으로
[편집자 주]
여름이다. 푹푹 찌는 무더위를 피해 많은 이가 바다로, 산으로, 혹은 해외로 나갈 것이다. 근래에는 계곡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계곡은 더위도 피하고 풍광도 즐길 수 있는 一石二鳥의 피서지. 계곡에 따라서는 트레킹을 하면서 건강까지 챙기거나,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여름에 찾으면 좋은 계곡’ 열 곳을 선정해 소개한다.
神仙이 노닐었을 계곡의 秘境을 가슴에 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onthly.chosun.com%2Fupload%2F1408%2F1408_306_1.jpg)
강원도 동해 두타산(頭陀山) 자락에 숨어 있는 ‘무릉계곡’은 그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듣는 순간 이상향(理想鄕)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이미 1977년 국민관광지 1호로 지정되었다. 맑은 계류와 소(沼), 폭포,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비경의 골짜기로 오래전부터 많은 사랑을 받던 곳이다. 무릉계곡이라는 이름은 조선 선조(宣祖) 때 삼척부사 김효원(金孝元)이 ‘신선(神仙)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있는 무릉도원의 풍광과도 견줄 만하다고 해서 붙였다고 전한다. 입구의 호암소에서 용추폭포까지 약 4km 구간을 따라 무릉계곡이 펼쳐진다.
무릉계곡 매표소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널따란 무릉반석이 나타난다. 이곳에 조선 전기(前期) 4대(大) 명필(名筆) 중 한 사람인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의 석각(石刻)과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의 시(詩)가 새겨져 있다. 이외에도 무릉계곡의 수려함에 반한 시인(詩人)·묵객(墨客)들의 흔적이 바위 위에 가득하다. 워낙 계곡의 풍광이 아름답고 장쾌해 드라마 사극(史劇)의 촬영지로 자주 이용되는 곳이다.
무릉반석 위를 잠시 걷다가 산길을 따라 삼화사(三和寺)로 드나드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 위에서 무릉계곡과 백두대간이 한눈에 드는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삼화사 안으로 보이는 단아한 삼층석탑과 대웅전의 조화가 멋지다.
삼화사에서 상류 방면으로 500m 거리에 관음암으로 연결된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 오른쪽 길은 관음암을 거쳐 기암절벽을 가로지르는 코스로, 두타산과 산성12폭 등 무릉계곡 일원의 산세(山勢)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닌 곳이다. 산길은 하늘문길로 이어지며 용추폭포와 쌍폭 바로 아래로 연결된다. 하산길에 이 두 폭포까지 둘러보면 무릉계의 핵심지역은 모두 탐승하게 된다.
계곡을 따르려면 갈림길을 지나 계속해 상류로 오른다. 잠시 후 오른쪽으로 학소대 안내판이 보인다. 거대한 암벽이 지계곡을 병풍처럼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 벼랑에 형성된 폭포에서 가는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다. 잠시 바위 위에 올라 학소대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학소대를 지나 계곡을 가로지른 철다리를 건너니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두타산성을 거쳐 두타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두타산을 원점회귀로 산행할 때는 보통 이 왼쪽 길을 따라 정상을 먼저 오른 다음 계곡을 타고 내려온다. 계속해 계곡길을 따라 쌍폭·용추폭포 방면 탐방로를 따른다.
산성 갈림길에서 무릉계곡 길로 잠시 나아가면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 삼거리다. 오른쪽 길은 하늘문과 문간재로 이어지고, 직진하듯 진행하면 쌍폭과 용추폭포 방면으로 산길이 연결된다. 용추폭포는 무릉계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곳으로 여름철 수량이 불어나면 장관을 이룬다. 무릉계곡을 찾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이 용추폭포를 구경하고 돌아간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가벼운 계곡 산행이라면 이곳까지 왕복하는 일정도 괜찮다.
두타산의 바위병풍과 폭포를 두루 보고 싶은 이들에겐 조금 더 역동적인 코스를 권한다. 삼화사~관음암~하늘문 코스로 올라 문간재 너머 바른골을 다녀온 뒤, 쌍폭~용추폭~무릉계~삼화사 코스로 하산하도록 한다. 산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한 코스다.
무릉계곡 주차료 1일 소형 2000원, 대형 5000원.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700원. 무릉계곡 관리소 (033)539-3700
교통 자가용 차량으로 접근할 경우 강릉방면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해고속도로 동해 나들목으로 나온다. 이후 삼척 방면 7번 국도를 타고 진행하다 무릉계 이정표를 보고 진입한다. 서울→동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매일 40~50분 간격으로 수시(06:30~20:00) 운행.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9회 운행. 3시간30분 소요. 강릉→동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일 10분 간격으로 운행. 40분 소요. 부산→동해: 종합터미널에서 매일 10여 회(05:56~16:08) 운행. 5시간30분 소요. 대전→동해: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매일 6회(09:00~18:25) 운행. 4시간 소요. 동해→무릉계곡: 12번, 12-6번 시내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수시(06:20~21:00) 운행. 20~30분 소요. 버스편 문의: 동해고속버스터미널(033-531-3400) 동해시외버스터미널(033-533-2020) 동해시내버스(강원여객·033-534-6628). ![]() 숙식(지역번호 033) 무릉계곡 입구 상가단지에 민박을 겸한 식당이 여럿이다. 무릉회관(534-8194) 두타식당(534-8288) 영진회관(534-9116) 등이 줄지어 서 있다. 무릉계곡 매표소 근처에 있는 반석식당(534-8382)은 밥상차림이 깔끔하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도토리묵·빈대떡 등을 취급한다. 산행 후 도토리묵이나 빈대떡을 안주 삼아 하산주(下山酒)를 즐기기 좋은 곳들이다. |
2. 치악산 영원사계곡
짙은 숲과 幽玄한 계곡, 그리고 멋진 폭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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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인들이 치악산(雉岳山)을 이야기할 때 ‘치가 떨리고 악에 받쳐 오르는 산’이라는 농담을 많이 한다. 산이 높은 데다 지형이 험악하고 가팔라 그만큼 힘들다는 비유다. 실제로 치악산은 오르기 어려운 곳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그만큼 깊은 계곡이 많기 마련이다.
치악산 줄기 남쪽의 금대봉 자락에 숨은 영원사계곡은 짙은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골짜기로 유명하다. 여름이면 영원사계곡은 풍부한 수량과 아름다운 풍치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영원사계곡으로 가려면 치악산 남대봉(1181m)이나 상원사를 찾는 이들이 이용하는 금대자동차야영장 기점(起點)에서 접근해야 한다.
영원사계곡은 피서철 많은 이들로 붐비는 장소다. 국도를 벗어나 야영장으로 가는 길 주변에 숙박시설이 제법 많다. 도로 끝 자동차야영장 역시 최근 재단장을 마치고 개장하며 많은 이용객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탐방객은 접근이 쉬운 금대리 주변의 하류에 머문다. 그러나 호젓하면서도 멋진 비경을 감상하려면 상류인 영원사(鴒願寺) 인근의 계곡을 찾아야 한다.
자동차야영장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영원사 가는 길에 짙은 숲과 웅장한 산세가 일품으로 계곡미 또한 탁월하다. 조용한 분위기가 일품인 영원사계곡은 여름 장마 직후 수량이 늘면 훨씬 생기가 넘친다. 곳곳에 작은 폭포가 형성되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계류가 살아 흐른다.
차가 다니는 넓은 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제법 넓은 계곡이라 하늘이 그대로 보인다. 평탄하게 이어지던 도로는 경사가 가팔라지며 왼쪽 계곡과 멀어진다. 수량이 늘어나면 계곡에 형성된 작은 폭포들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계속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갑자기 넓은 공간이 나오면서 영원사로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이 눈에 들어온다. 절집에 올라 계곡을 내려다보고 돌아 내려와 계속해 산길을 따른다.
갈림길에서 정면에 보이는 하늘을 가리는 숲 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다. 길 바로 옆으로 계곡물이 시원한 물줄기를 그려내며 흘러내리고 있다. 조금씩 좁아지며 깊어지던 계곡은 결국 우람한 폭포를 만들어 낸다. 숲속에 숨은 굵직한 폭포수가 만들어 낸 물안개가 산길까지 덮치며 사방을 적신다. 폭포 위의 계단에서 사방으로 부서지며 흐르는 급류와 폭포를 내려다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계곡 산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폭포를 통과해 양쪽으로 수직 절벽이 형성된 협곡을 통과하면 물줄기가 점차 가늘어진다. 그리고 조금만 더 걸으면 계곡 양옆에 기둥처럼 커다란 바위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 바위를 지나면 등산로가 급격하게 가팔라지며 남대봉을 향해 고도를 높이게 된다. 실질적인 영원사계곡 산행은 이곳에서 끝난다. 계곡만 감상하려면 이곳에서 발길을 돌려 금대리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남대봉이나 상원사를 보려면 계속 산길을 따른다.
기둥바위 직후 시작된 급경사의 돌길을 따라 1km 정도 걸어 오르면 남대봉 능선에 올라선다. 산죽이 우거진 산자락을 헤치고 내려서면 남대봉 갈림길과 만난다. 이 삼거리에서 왼쪽 사면을 따르면 남대봉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남대봉은 특별한 조망은 기대하기 힘든 곳이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상원사로 갈 수 있다.
상원사는 치악산 이름의 유래인 꿩의 보은 설화가 전해 오는 곳이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육중한 산줄기가 둘러싼 멋진 경관이 펼쳐진다.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곳이라 조망이 좋고 바람도 시원하다. 잠시 고산에서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땀에 젖은 몸을 말려도 좋을 것이다.
자가용을 금대리에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을 경우, 남대봉이나 상원사에 올랐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편하다. 상원사계곡을 타고 성남리로 내려설 수도 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금대리자동차야영장에서 영원사를 거쳐 남대봉까지는 5.2km 거리로 2시간40분 정도 소요된다. 영원사계곡은 호우주의보가 내리면 산행이 통제된다.
교통 대중교통의 연결이 손쉬운 원주에서 금대리로 접근한다. 금대리까지는 원주시 장양동을 출발, 고속버스터미널과 원주역을 거쳐 신림까지 운행되는 21~25번 시내버스 이용(30분 소요), 금대리 입구에서 하차해 매표소까지 도보로 이동하면 30분쯤 걸린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신림나들목에서 빠져나온다. 금대리로 가려면 신림을 거쳐 원주 방면(5번도로)으로 진행하다 금대계곡 입구에서 우회전해 끝까지 간다. 성수기에는 자동차야영장 아래 1km 지점의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야 한다. ![]() 숙식(지역번호 033) 숙박은 영원사계곡 입구 금대리 일원에 청운산장(763-5886) 계곡산장(763-3084) 치악산장(762-4338) 등 음식점을 겸한 민박집이 산재해 있다. 2014년 7월 1일 확장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한 금대자동차야영장은 오토캠핑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인기다. 이곳에서 캠핑을 하며 계곡을 즐겨도 좋다. 치악산국립공원 금대분소(763-5232). |
3. 白羽山 龍沼계곡
俗世를 떠난 秘境의 물줄기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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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의 백우산(白羽山・894.7m) 자락에 위치한 용소계곡은 홍천 8경으로 꼽는 수려한 골짜기다.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인 구불구불한 계곡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시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지만 오솔길을 따라 걷는 트레킹은 가능하다.
용소계곡은 지형도에 표기된 12km 경수천 가운데 차량 접근이 불가능한 약 5km 구간을 지칭한다. 계곡의 경관만 보면 상류인 광암리 위쪽도 훌륭하지만 찻길과 민가가 가까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찻길이 없는 하류 구간을 걷는 것으로 충분한 눈요기가 가능하다. 물 바로 옆으로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날이 더울 때는 신발과 바지를 적시며 3~4시간 정도 계곡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장마철에 용소계곡을 찾으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류에 긴 계곡이 있어 비가 내리면 쉽게 물이 불어나기 때문에 위험하다. 계곡 입구의 안내판에도 폭우 시에는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의 글이 쓰여 있다. 일기예보를 참고해 트레킹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용소계곡은 상류인 두촌면 광암리 군유동과 하류의 천현리 수태 마을까지만 차량이 진입할 수 있다. 이 두 마을 사이 구불구불한 골짜기 남쪽 사면을 따라 산길이 나 있다. 트레킹 기점인 광암리로 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다. 고개를 넘고 산을 돌아 좁은 골짜기를 찾아가야 하는 아득한 오지다. 산자락의 좁은 도로를 타고 끝까지 가면 용소계곡 안내판과 간이화장실이 있는 마지막 민가가 보인다. 이곳에서 용소계곡 트레킹을 시작한다.
계곡 옆 산자락에 오솔길이 있지만 더위를 피해 물속을 걸어도 좋다. 물을 따라 500m가량 하류로 내려서면 계곡이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튼다. 골짜기에 놓인 커다란 바위를 넘어 잔잔한 모래톱을 밟고 진행할 수 있다. 상류에 마을과 골프장이 있어 수질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심산유곡(深山幽谷)의 분위기만큼은 일품이다. 찻길도 민가도 전혀 보이지 않는 깊은 골짜기다.
용틀임치는 물굽이를 따라 30분쯤 내려서면 계곡이 넓어지며 너럭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완만한 경사의 넓은 바위 위로 계곡물이 퍼져 흐르고 있다. 그 아래 펼쳐진 소는 수영장처럼 잔잔하다. 용소계곡 가운데 가장 시원스런 조망을 볼 수 있는 장소다.
너럭바위를 지나면 물줄기는 좁아졌다 넓어지며 이리저리 방향을 튼다. 능선을 피해 뱀이 기어가듯 물줄기가 구불거린다. 물속을 걷는 것이 힘들면 바로 옆의 산길을 따르면 된다. 용소계곡은 숲길도 훌륭하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한 활엽수림 사이로 호젓한 오솔길이 나 있다.
상류에서 출발해 2시간 정도면 계곡이 넓어지며 넓은 초원 옆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이 일대는 ‘용소원’이라는 사유지로 농작물 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용소원을 지나면 다시 길은 숲으로 숨어든다. 계곡과 가까운 곳에서 다시 물길로 걸어가며 땀을 식힐 수도 있다. 계곡 트레킹은 이런 즉흥적인 피서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하류로 갈수록 골짜기가 조금씩 넓어지다가 마침내 비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상류의 민가에서 이곳까지 약 5km 거리로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계곡물을 가르며 쉬엄쉬엄 걸으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트레킹을 마치고 산길로 다시 출발지점인 광암리로 돌아가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용소계곡과 백우산을 하나로 엮는 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가족고개에서 시작해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른 뒤 서쪽의 십자안부를 거쳐 북쪽 군유동으로 내려와 용소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코스다. 더운 여름철에는 계곡에 들어가 땀을 씻고 하산할 수 있어 인기다. 하지만 산행 기점인 가족고개와 용소계곡 하류인 두촌면 사이는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관광버스를 이용한 단체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산행 방식이다.
교통 서울-춘천고속도로 동홍천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인제, 속초 방향으로 10km 진행한다. 두촌교와 자은교를 지나 원통교차로에서 오른쪽의 다리를 건너 괘석리 방향으로 진행한다. 고개를 넘어 10km 가면 좌측에 ‘둥지속펜션’ 간판이 보이고 조금 더 진행하면 오른쪽에 ‘용소계곡’ 간판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우회전해 좁은 포장도로를 이용해 계곡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광암리 마지막 민가에 닿는다. 이곳에서 용소계곡 트레킹을 시작한다. ![]() 숙식 용소계곡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취사야영을 규제한다. 사실 용소계곡은 골이 좁아 야영이 가능한 곳이 많지 않다. 용소계곡에서 야영하기 좋은 곳은 상류인 군유동 일대다. 마지막 민가인 ‘농부의 집(010-3158-0436)’에 민박과 야영이 가능하다. 마지막 민가로 진입하기 직전의 계곡 건너편에 위치한 용소계곡펜션(www.yongsops.com)에도 야영장이 마련되어 있다. 물품 구입이나 식사는 용소계곡을 드나들 때 거치게 되는 두촌면이나 내촌면에서 해결해야 한다. |
4. 울진 王避川 下流
상류 보존지역 못지않은 절경이 숨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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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왕피천(王避川)은 오지(奧地)다. 여러 매스컴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적 강줄기 트레킹 코스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찾기 어려운 곳이다. 높은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여 접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형적이 영향 덕분에 때 묻지 않은 비경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었다. 왕피천 상류는 보존된 자연의 희소성을 높이 평가해 2000년대 중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왕피천은 상류와 하류 모두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굴구지 산촌마을에서 시작해 청암정과 성산지로 이어지는 하류 구간 역시 상류 못지않은 비경을 자랑한다. 오히려 일부 구간은 상류에 비해 풍광이 더 낫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다.
왕피천 하류 트레킹은 차량 접근이 용이한 굴구지 산촌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마을 앞의 널찍한 강변에서 출발해 천천히 하류를 향해 걷는다. 높은 강둑이 둘러싼 마을 주변은 평범한 풍광이다. 강 옆의 희미한 길을 걷거나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물을 헤치며 하류로 이동할 수 있다.
굴구지 마을로 넘나드는 길목인 구고교를 지나며 물길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잠시 뒤 골짜기가 좁아지며 짤막한 여러 단의 와폭이 나타난다. 폭포를 지나면서 강변 풍광이 한층 역동적으로 변한다. 덩치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솟구친 모습이 웅장하다. 집채만 한 바위를 넘어서면 시커먼 물이 고여 있는 ‘이심소’가 나타난다.
거친 바위지대를 지나 물을 건너니 얕은 물이 나타난다. 바닥에 둥근 자갈이 깔린 완만한 지형으로 물속에 돌출된 바위가 없는 장소다. 잠시 물놀이를 즐기며 땀을 식히기 안성맞춤인 지역이다. 이어 작은 폭포 옆의 바위지대를 통과해 하류로 진행한다. 그러면 잠시 뒤 절벽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왕피천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친 바위들이 둘러싼 계곡 풍광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계곡이 좁아지며 길이 마땅치 않은 것이 문제다. 새까만 소는 물이 너무 깊어 헤엄을 치지 않으면 통과가 불가능하다.
남쪽 사면의 청암정 앞으로 길이 나 있지만 사유지라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청암정은 예전에 시인묵객들이 찾던 작은 정자로 1950~60년대 이 지역의 대표적 화전놀이 장소였다. 청춘남녀들이 모여 놀던 곳인데, 개인 소유라 지금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여기서는 어쩔 수 없이 왕피천 북쪽 사면의 바위 절벽을 타고 통과해야 한다. 바위 턱을 넘어서면 희미하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다. 잡목이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내려서면 커다란 소가 발아래 펼쳐지는 넓은 전망대 바위가 나타난다. 굽이져 흐르는 왕피천이 한눈에 드는 장소다.
전망대 바위에서 급사면을 통과해 바닥으로 내려설 수 있다. 좁은 계곡을 빠져나와도 한동안 커다란 바위들이 강변에 가득하다. 하지만 큰 어려움 없이 걸어갈 수 있는 구간이다. 강폭이 넓어지며 수심도 얕아진다. 천천히 물속을 따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민가를 끼고 걷는 왕피천 구간이 끝나면 수중 콘크리트 다리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하류 2km 구간에는 주변에 아무 것도 없다. 굴구지 마을로 연결된 찻길 역시 멀리 산 위로 지난다. 하지만 강을 끼고 이어진 농수로에 트레킹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수로에 기둥을 박아 난간을 만들고 계단까지 설치해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해 뒀다.
왕피천 옆의 수로에 조성된 길은 탄탄하고 편안하다. 수로가 끝나면 작은 공터가 있고 그 오른쪽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나온다. 계속해 물길을 따라 내려갈 수도 있지만, 보통 이곳에서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성산지를 거쳐 굴구지 마을로 돌아간다. 굴구지 산촌마을에서 출발해 왕피천을 따라 성산지로 내려간 뒤 찻길을 이용해 구고교까지 돌아오면 총 9km 거리다.
교통 왕피천은 대중교통이 없다. 자가용 차량으로 트레킹 기점인 굴구지 마을로 이동해야 한다. 울진에서 접근할 경우 7번 국도를 타고 성류굴 가는 길로 진행하다가 성류굴을 지나 500m 거리에 서쪽으로 갈라지는 포장도로가 있다. 입구에 구산리 방면의 이정표가 보인다. 이 표지판을 따라 1km 가면 왼쪽으로 왕피천으로 들어가는 큰길이 보인다. 이 도로를 이용해 좁은 산길을 타고 넘으면 구고동(굴구지 마을)에 닿는다. 마을 앞의 초소 부근이나 강변에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 숙식(지역번호 054) 굴구지 마을에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굴구지산촌펜션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이다. 아이들과 농촌체험도 하면서 왕피천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6~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객실 6개를 갖추고 있다. 이용료는 비수기 8만~15만원, 성수기 10만~20만원. 문의 782-3737, www.gulgugi.co.kr 왕피천모래언덕펜션은 왕피천 하류의 핵심지역에 위치해 물놀이와 트레킹을 즐기기 좋은 장소다. 2인실(9만~15만원), 5인실(14만~24만원), 10인실(22만~35만원)을 갖췄다. 문의 783-0625, www.sanddune.co.kr |
5. 설악산 九曲潭계곡
웅장한 계곡미 자랑하는 내설악의 대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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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웅장한 산세만큼이나 계곡의 아름다움도 뛰어나다. 바위 병풍으로 둘러싸인 멋진 골짜기들이 산자락 곳곳에 산재해 있다. 구곡담(九曲潭)계곡은 수렴동대피소에서 사태골과 청봉골이 갈라지는 지점까지의 골짜기를 말한다. 천불동계곡을 외설악을 대표하는 골짜기라 치면 구곡담은 내설악을 대표하는 골짜기로 꼽을 수 있다.
구곡담계곡은 가야동계곡이 갈라지는 곳에 자리한 수렴동대피소에서 1시간 거리인 백운동 합수지점 전후의 풍광이 매우 대조적이다. 초반부는 넓은 암반에 부드럽게 형성된 와폭과 쪽빛 소가 연이어 나타나며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하지만 백운동 합수지점을 지나면 용손폭, 용아폭, 쌍폭 등 규모가 크고 위압적인 폭포들이 연이어 나타나면서 놀라운 풍광을 연출한다.
구곡담계곡으로 들어서려면 인제군 용대리 백담계곡 길을 따라야 한다. 용대리 외가평에서 백담사(百潭寺)에 이르는 약 7km 길이의 백담계곡은 등산객과 탐방객뿐 아니라 불교 신도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골짜기다. 옥빛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와폭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가 하면, 맑고 고요한 담(潭)에는 조약돌이 깔려 있어 편안한 분위기다. 거북바위, 은선도, 청룡담 등 명소가 여럿 있다. 백담매표소에서 6.5km 떨어진 백담사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백담사를 지나면서 시작되는 수렴동계곡 길은 가야동과 구곡담으로 갈라지는 수렴동대피소에 이르기까지 내내 골짜기 왼쪽으로 이어진다. 영시암을 지나면 산길은 아름드리 숲으로 들어서거나, 목도(木道) 계단길을 타고 산사면으로 오르는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오세암을 거쳐 마등령으로 오르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따르면 지계곡으로 내려섰다 철다리를 건너 다시 계곡길로 10여 분 이어지다 수렴동대피소에 닿는다.
수렴동대피소를 지나 내내 골짜기 왼쪽 사면으로 이어지던 길은 백운동 합수지점에 이르면 계곡을 한 차례 건넌다. 철다리를 건너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서면 백운동계곡인데, 골짜기 입구가 구곡담보다 넓어 자칫 그리 들어설 가능성도 있으니 조심하도록 한다.
합수지점을 지나 잡목 숲길을 30분쯤 오르면 드디어 폭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3단으로 형성된 첫 번째 폭포는 용손폭으로 협곡 안에 들어서 있어 웅장하면서도 기묘한 형상이다. 폭포 오른쪽 바위 사면에 걸려 있는 철다리를 타고 용손폭 위로 오른 다음 철다리를 세 번 더 건너면 오른쪽에 쌍폭(일명 쌍룡폭), 왼쪽에 10여m 높이의 수직폭이 앞을 가로막는다. 50여m 높이의 쌍폭은 구곡담을 대표하는 폭포다. 폭포 맞은편 전망대에 올라서면 마치 협곡에 갇힌 기분이 든다.
쌍폭이 걸려 있는 골짜기는 구곡담 지계곡인 쌍폭골로, 구곡담은 쌍폭골 왼쪽 골짜기다. 전망대에서 철다리를 타고 폭포 위로 올라서면 구곡담은 육산의 평범한 골짜기와 같은 모습으로 사태골과 청봉골 합수지점까지 이어진다.
봉정암으로 오르려면 합수지점에서 왼쪽 사태골로 들어서야 한다. 사태가 자주 일어난다는 이 골짜기는 제법 가파른 편이나, 10여 분만 고생하면 사태골 상단의 고갯마루에 올라설 수 있다. 사태골 길은 골짜기를 따라 곧장 이어지다 오른쪽으로 휘어지고, 고갯마루에서 왼쪽 길을 따라 10여 분 가면 봉정암에 닿는다.
한국의 사찰 가운데 가장 높은 해발 1500m대 고지에 위치한 봉정암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층석탑과 적멸보궁(寂滅寶宮)으로 유명하다. 암자 왼쪽 계단길 끝에 위치한 5층석탑 일원은 공룡릉과 그 양옆으로 벌어진 내설악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봉정암에서 가파른 산길을 30분가량 오르면 소청대피소, 여기서 20분 더 오르면 소청 정상이다. 제법 가팔라 힘든 구간이다. 대청봉과 중청봉 사이의 중청대피소에서 묵을 계획이라면 사전에 국립공원 홈페이지(www.npa.or.kr)를 통해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백담계곡은 도보로 2시간, 수렴동계곡은 1시간30분, 수렴동대피소에서 소청까지는 6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백담사 입구인 용대리 외가평 마을에 선다. 일단 원통까지 수시로 운행되는 원통·속초행 직통버스를 이용한 다음, 원통에서 진부령 방면 직행이나 군내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서울→백담사 입구: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21회(06:05~2:10) 운행. 약 2시간 소요. 원통→백담사 입구: 진부령 경유 대진·속초행 직행편이나 30분~1시간 간격(06:40~21:20) 운행되는 진부령행 군내버스나 원통 택시를 이용한다. 원통 시외버스터미널 (033)461-3070. 원통콜택시 (033)461-8244 ![]() 숙식(지역번호 033) 백담사 입구 용대리에 민박집과 음식점이 많다. 한옥민박(462-5818) 포시즌민박(462-1602) 등. 중청대피소는 인터넷 예약을 받고, 나머지 대피소는 도착순서대로 자리를 배정받는다. 구곡담~천불동 코스에는 수렴동대피소, 희운각대피소, 양폭대피소가 있다. 대청봉이 목표라면 중청대피소를 거쳐야 한다. |
6. 芳台山 朝耕洞계곡
原始의 계곡 속에 시간이 멈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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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자리한 조경동(朝耕洞)계곡은 열목어가 헤엄치는, 맑고 청정한 물이 흐르는 곳이다. 조경동의 본래 이름은 ‘아침가리’다. 아침나절이면 밭갈이가 모두 끝날 정도로 땅이 좁다는 의미다. 이를 한자로 바꿔 아침 조(朝), 밭갈 경(耕) 자를 써서 조경동으로 표기한다.
조경동계곡은 언제나 여름철이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계곡 트레킹 코스 가운데 한 곳이다. 그 덕분에 예전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제법 많아졌다. 하지만 지금도 애초 알려질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할 정도로 맑고 아름답다. 특히 구절양장으로 굽이치는 조경동계곡의 하류부는 천혜의 비경으로 꼽을 만하다.
조경동은 구룡덕봉, 응복산, 가칠봉, 갈전곡봉 등 해발 1200m가 넘는 준봉들이 둘러싸고 있는 길이 20km가량의 깊은 계곡이다. 그런데 1970년대 초반, 조경동 서쪽의 방동리에서 고개 넘어 계곡 중간으로 길이 뚫렸다. 고개 아래 방동약수터의 명성 덕분에 찻길이 산을 넘은 것이다. 이 길의 초입은 포장이 완료된 상태다. 덕분에 조경동계곡 하류의 비경은 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조경동은 근처의 결가리, 적가리, 진동리의 연가리와 함께 4가리라 불리며, 《정감록(鄭鑑錄)》에서 말하는 피장처(避藏處) 20곳에 속하는 장소다. 이 《정감록》을 믿고 평안도나 함경도 사람들이 찾아들어, 한때 조경동 안에는 수백 명의 화전민(火田民)이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뒤로 모두 이주하고 이제는 텅 빈 계곡이 됐다. 상류에 민가가 없는 것도 조경동 계곡이 청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인 것이다.
조경동계곡은 제법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라 골 양쪽으로 길도 뚜렷이 나 있다. 하지만 계곡산행의 참맛을 보려면 굳이 길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반바지 차림으로 물 가운데로 거슬러 오르는 것이다. 조경동 계곡을 오르다 보면, 잠시 폭이 좁아지며 깊은 소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넓은 편이다. 하상의 경사가 완만하여 장마철 이후 물이 빠진 다음에는 허벅지 이상 들어가는 곳이 거의 없다.
방동리 갈터 마을 드는 다리(진동2교)를 건너기 직전, 방태천변의 농수로를 따라 들어가 낙엽송 숲을 빠져나가면 조경동 물이 방태천과 합류하는 지점에 다다른다. 갈터 마을에서 곧장 방태천 건너 계곡으로 들어서도 된다. 조경동의 하류부는 물굽이가 매우 심하다. 때문에 굽이마다 작은 자갈밭이나 모래톱이 형성돼 있다. 물도 맑아서 깊은 소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도 선명하게 보인다. 암반의 형태와 색깔도 화려하면서 다양하다.
방태천 합수지점에서 찻길을 만나게 되는 지점까지 거리는 약 7km. 이 구간이 끝날 때까지 환상적인 계곡이 펼쳐진다. 이렇게 물속을 거닐다 보면 한여름 더위도 까맣게 잊게 된다.
조경동계곡 입구에서 약 4km 상류 지점, 계류의 흐름을 막으려는 듯 버티고 선 바위가 있다. 그 바위절벽 왼쪽 아래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곳에 검은 물빛을 자랑하는 뚝발소가 자리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아찔한 물빛에 두려움이 들 정도다.
이후 넓은 계곡을 지나다가 이윽고는 들판이 보이는 곳에서 다리를 만난다. 오른쪽으로는 고개를 넘는 찻길이, 왼쪽 산자락에는 민가 한 채가 보이는 이 지점이 조경동의 비경이 끝나는 곳이다. 여기서 발길을 되돌려 내려가거나, 아니면 고개 넘어 방동약수터 쪽으로 돌아간다. 양쪽 코스 모두 걷는 시간은 비슷하다.
긴 계곡 탐승을 원한다면 찻길을 따라 계곡 상류로 오를 수 있다. 폐교된 조경분교를 지나 왼쪽으로 네 번째 나타나는 큰 지계곡을 통해 삼봉약수터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가칠봉 동릉을 넘어 삼봉약수골 하류의 명개리까지 가려면 한여름 긴 하루해로도 모자란다. 조경동 하류부 7km 트레킹으로 더위를 식히는 것이 적당하다.
교통 일단 인제군 현리까지 가서 진동리행 버스를 탄다. 서울→현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회(08:15~17:36) 버스 운행. 2시간 10분 소요. 현리→진동리: 현리 버스정류장(033-461-5364)에서 오전 7시부터 1시간30분 간격으로 방동약수 입구 경유 갈터까지 군내버스 운행. ![]() 숙식(지역번호 033) 방태산 자연휴양림(463-8590)의 산림휴양관을 이용할 수 있다. 국립자연휴양림 관리소 홈페이지(www.huyang.go.kr)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휴양림 인근에 민박집이 산재해 있다. 진동리 버스종점인 갈터 마을 일대에도 펜션과 민박집이 여럿 있다. 갈터 종점의 갈터쉼터(463-5082)에서도 민박과 식사가 가능하다. |
7. 五臺山 小金剛계곡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화려한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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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五臺山) 국립공원에서 가장 뛰어난 비경지대로 꼽히는 곳이 바로 청학동(靑鶴洞) 소금강(小金剛)이다. 이름 그대로 금강산을 방불케 하는 뛰어난 풍광을 지닌 골짜기다. 기암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계곡의 비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계곡을 따라 식당암, 금강사, 십자소, 세심폭, 만물상 등 멋진 절경들이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의 어느 계곡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뛰어난 아름다움을 갖춘 곳이다.
소금강 일대 23km²는 국립공원 지정 5년 전인 1970년 이미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됐다. 수려한 풍광과 사철 풍부한 수량, 그리고 동해안이 가까운 위치 때문에 특히 피서철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금강계곡의 산길은 강릉시 연곡면 소금강 관리사무소를 출발, 청학동 골짜기를 따르다가 노인봉 북동릉을 거쳐 노인봉 정상으로 이어진다. 청학동 소금강은 험난한 계곡이지만 안전하게 탐방이 가능하다. 절벽지대에는 철계단이 놓여 있고, 계곡을 건너는 곳에는 다리와 탐방로가 설치돼 있다. 폭우가 내리지 않는 한 큰 어려움 없이 산행할 수 있도록 시설물이 조성되어 있다.
소금강 관리사무소를 지나 블록이 깔린 길을 따라 10분쯤 오르면 마지막 주차장이자 산행 시작점이 나온다. ‘小金剛’ 표지석을 보고 숲이 우거진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잠시 후 철다리를 내려가면 이내 소금강 계곡의 수려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작은 둔덕을 넘어서면 옛 청학산장 자리가 나타난다. 등산로는 산장 터 옆을 통해 상류 쪽으로 이어진다. 십자소와 연화담 등의 절경을 감상하며 골짜기를 따라 오르다 보면 소금강 유일의 사찰인 금강사에 이른다. 제법 큰 규모의 사찰을 둘러본 뒤, 다리를 건너면 넓은 너럭바위인 식당암 암반 위로 내려선다. 이어 모퉁이를 돌면 아치형 다리가 나오는데, 그 다리 왼쪽의 기암이 신선암이다.
신선암을 지난 이후 구룡폭포 부근까지 특별히 눈에 띄는 경관은 없다. 구룡폭포 삼거리 직전 계곡 건너편에 보이는 가느다란 폭포가 세심폭, 그 오른쪽의 너럭바위가 청심대다. 구룡폭포 삼거리에 이르면 철다리 두 개를 건너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선다. 계곡을 건너면 입산통제소가 있는데, 산불예방기간에도 이곳까지는 산행이 가능하다. 가벼운 트레킹을 원하는 사람들은 구룡폭포까지 다녀오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왕복 산행시간은 넉넉히 잡아 3시간가량이다.
입산통제소를 지나면 잠시 평범한 계곡이 이어지다 다시 소금강 특유의 절경이 펼쳐진다. 학유대, 구곡담, 만물상에 이를 때까지 여러 차례 계곡의 철다리를 건넌다. 만물상에서 암반이 길게 펼쳐진 백운대까지가 소금강의 절경을 맛볼 수 있는 백미 구간이다. 이후 소금강계곡은 평범한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맑고 깊은 산중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차츰 폭이 좁아지던 계곡은 삼폭포, 광폭포를 지나면서 거칠게 일어선다. 급사면이 수시로 나타나지만 곳곳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낙영폭포를 지나면 산길은 온전히 급경사 사면길로 바뀐다. 여기서 노인봉 북동릉상의 갈림길까지 줄곧 오르막이다. 체력소모가 심한 구간이다. 능선에 오르면 왼쪽 길을 따른다. 노인봉대피소까지는 10여 분 거리. 안전시설물이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위험요소가 많은 구간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대피소에서 노인봉 정상까지는 1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소금강~노인봉대피소 구간은 6시간 이상 소요되는 만만치 않은 코스다. 소금강계곡을 통해 노인봉을 올랐다면 하산은 진고개 방향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인봉에서 진고개까지는 1시간30분이면 내려설 수 있다..
교통 서울→강릉: 동서울터미널에서 강릉시외버스터미널까지 수시로 버스가 운행된다. 강릉→소금강: 강릉종합버스정류장에서 1일 평균 7회씩 운행되는 303, 303-1 시내버스 이용. 동해상사 시내버스 (033)653-0320 자가용 차량의 경우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에서 접근한다. 진부톨게이트를 나와 좌회전한 뒤 4.5km쯤 가면 횡계와 오대산 방면으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의 6번 국도를 따라 다시 4.2km를 가면 오대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앞 삼거리에 이른다. 이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진고개를 넘은 뒤 계속해 외길을 따라 진행하다 보면 오른쪽에 청학동 소금강 입구가 나온다. 6번 국도상의 소금강 삼거리에서 주차장까지 약 6km 거리. ![]() 숙식(지역번호 033) 굴구지 마을에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굴구지산촌펜션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이다. 소금강 집단시설지구의 민박업소와 음식점을 이용한다. 경북산장(661-4357) 무릉산장(661-4132) 반도산장(661-4309) 언덕위에집(033-661-4422) 제일산장(661-4152). 소금강 입구의 오토캠핑장에서 캠핑이 가능하다. 텐트 200동, 야영객 12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야영장이다. 야영장 이용료는 1일 1대 기준 비수기 1만3000원(성수기 1만8000원)이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예약통합시스템(https://reservation.knps.or.kr)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
8. 膺峰山 용소골
설악산 계곡에 버금가는 절경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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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응봉산(膺峰山·998.5m) 북동쪽의 용소(龍沼)골은 험준한 골짜기다. 초심자에게 권하기 어려운 다소 모험적인 산행이 필요한 곳이다. 벼랑이나 엄청난 물줄기가 쏟아지는 폭포로 앞이 가로막히는 지점이 여러 군데이기 때문이다. 요소마다 쇠난간이나 밧줄 등이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산행지다. 하지만 산꾼이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 봐야 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용소골은 전체적으로 수준 높은 풍광을 자랑한다. 특별히 어느 한 곳을 지정하여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경의 연속이다. 한 굽이 돌 때마다 색다른 풍치의 폭포며 암반 계류가 나타난다. 게다가 용소골 계곡물은 그리 차지 않다. 오래도록 몸을 담그고 있어도 괜찮은 적당한 수온이다. 그래서 하루 종일 물속과 산길을 번갈아 오가며 걷는 진정한 계곡 산행이 가능하다.
용소골 산행은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서 시작한다. 골 입구의 커다란 주차장 끝에서 계곡 옆으로 찻길이 이어진다. 이 포장도로가 6km 안의 덕풍마을까지 이어지는데, 주변 계곡은 마을휴양지로 운영한다. 물놀이나 플라잉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자주 찾는 장소다. 덕풍마을에서 민박하며 당일 산행으로 상류까지의 왕복 산행을 즐기거나, 아니면 계곡 중간까지 올라가 하룻밤 산중 야영을 하는 것도 좋다.
마을 맨 윗집 앞을 지나 골 왼쪽의 농수로를 따라 오르면 곧 쇠난간이 나온다. 이 쇠난간 길을 지나 5분쯤 올라가면 제1용소다. 이곳은 과거 시퍼렇고 깊은 소였으나 지금은 자갈로 메워져 있다. 그래도 제1용소는 웅장함에 있어서 용소골에서 최고다. 용소 우측 벽 중간을 가로질러 동아줄이 설치돼 있는데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다.
검푸른 바위 웅덩이인 요강소를 지나 제2용소에서는 폭포 수량이 많을 경우 주의해야 한다. 제2용소는 용소골에서 가장 위험한 한편 꾼들은 가장 재미있어 하는 곳이다.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리는 폭포 물줄기 우측 바로 옆에 설치된 로프를 잡고 올라서야 하는데, 아찔한 고도감 때문에 오금이 저릴 정도다. 초심자는 마지막 한 걸음을 주의해야 한다.
제2용소 이후 계곡 왼쪽 사면의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갑자기 짤막한 절벽이 나선다. 과거엔 이곳의 나무에 매인 로프를 잡고 내려서야 했지만 사고 후 지금은 쇠사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제2용소 이후부터는 다소 마음을 놓아도 된다. 왼쪽에서 수량이 풍부한 지류인 큰터골 물이 합류하는 곳에서는 흰바위라 부르는 경치 좋고 커다란 암반지대를 만난다.
응봉산 정상으로 이어진 등산로가 나 있는 작은당귀골 입구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용소골 절경지대의 최종점인 제3용소다. 큰당귀골과 원골이 합해지는 곳으로 이곳에서 발길을 되돌리도록 한다. 작은당귀골 입구 근처의 계곡가에 나무 그늘이 있어 한참 쉬어갈 만하다.
덕풍마을에서 제3용소까지 왕복하는 데 최소 8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당일 산행의 경우 아침 일찍 출발해야 제3용소까지 보고 내려올 수 있다. 수십 번 반복해서 계류를 건너야 하는 용소골 산행은 신발을 적시며 걷는 것이 편하다. 허벅지까지 물에 담그고 걸어가다 보면 물속의 길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훨씬 빠르고 편하고 재미있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교통 영월을 경유해 태백으로 간 다음 삼척 방면 도로를 따르다가 통리 검문소에서 우회전, 호산으로 이어지는 427번 지방도를 타고 신리고개를 넘는다. 풍곡리 삼거리에 이르러 지방도를 버리고 직진, 풍곡분교 옆을 지나 계속 진입하면 덕풍계곡 입구의 주차장이 나온다. 태백시에서 34km, 40분 소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태백에서 호산·풍곡리행 버스를 타고 덕풍계곡 입구에서 하차한다. 1일 4회(08:30, 13:00, 15:45, 19:00) 운행되며 40분 걸린다. 버스정류소에서 계곡 입구 주차장까지 700m 떨어져 있고 여기서 산입구인 덕풍마을까지는 6km 떨어져 있어 1~2시간 정도 걸어가야 닿는다. 택시를 부르면 3만5000원을 내야 한다. 호산택시(033-572-0616), 개인택시(011-364-6736). ![]() 숙식(지역번호 033) 덕풍마을 용소골 입구에 덕풍산장(572-7378) 덕풍민박(572-7380) 등에서 숙식이 가능하다. 덕풍계곡에는 황토방민박(572-5801) 덕풍계곡펜션(010-9218-7144) 영곡슈퍼민박(573-0978) 등이 있다. 덕풍계곡 주차장에서 덕풍마을로 이어진 길에 야영장이 있다. |
9. 中元山 중원계곡
電鐵로 갈 수 있는 양평의 청정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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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계곡은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의 중원산(中元山·800m)과 도일봉(863.7m)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다. 깊고 아늑한 느낌이 특징인 중원계곡은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 산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일대의 산줄기는 ‘경기의 금강산’으로 불릴 정도로 산세가 웅장해, 정상에 올라 둘러보는 재미 또한 특별하다. 게다가 서울에서 용문까지 전철이 다녀 접근도 쉽다. 여러 모로 장점이 많은 곳이다.
용문역에서 중원계곡 입구까지 이동하려면 택시가 편하다. 버스가 자주 운행하지 않아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낫다. 계곡 입구인 중원리 주차장 주변에는 펜션과 민박집으로 가득하다. 주차장에서 바로 옆의 통제소를 지나면 거친 돌이 널려 있는 산길이 시작된다. 마지막 펜션을 지나 한 굽이를 돌면 간이화장실이 나오고 이어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타난다. 주차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심산유곡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계곡미가 살아 있으려면 일단 계곡 상단부에 인공 구조물이 없어야 한다. 좋다는 계곡이라면 대부분 상류에 사찰이나 기도원, 아니면 사유지라는 명목으로 민박집이나 별장 몇 채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원계곡은 상류에 인공 구조물이 없다. 초입부터 계곡 끝인 싸리재까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사방을 에워싼 산자락을 뒤덮은 울창한 수림 덕분에 햇빛을 거의 보지 않고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다리를 지나 계곡 옆에 조성된 널찍한 길을 따라 잠시 가면 산사태를 막기 위해 쌓은 시설이 보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물굽이를 따라 돌면 나무 계단과 데크가 앞을 막는다. 계단을 따라 몇 걸음 오르면 왼쪽 아래 계곡에 중원폭포 표지석이 늠름한 모습으로 등산객을 반긴다. 피서철에는 물놀이를 즐기려는 이들로 가득한 곳이다. 물놀이객들은 이곳 중원폭포 이상 올라가는 경우가 드물다. 수영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눈에 띈다.
중원폭포를 지나쳐 5분간 짙은 숲속의 계곡길을 따라 들어서면 왼쪽으로 중원산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 삼거리에서 샛길로 빠져 중원산 정상에 먼저 오른 다음, 북릉을 타고 싸리재로 이동해 중원계곡을 타고 내려올 수도 있다. 능선보다 계곡으로 내려오며 시원한 물가에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인기다.
도일봉으로 가려면 계속해 계곡길을 따른다. 중원산 갈림길에서 20분 계곡을 따라 들어서면 오른쪽 도일봉 갈림길이 나타난다. 갈림길에서 먼저 도일봉 정상으로 오를 경우, 정상에서 싸리재 방면 능선을 타고 첫 번째 삼거리에서 왼쪽 중원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또는 싸리재까지 나아간 다음, 남쪽 중원계곡으로 내려서기도 한다.
도일봉 갈림길에서 계속 계곡길로 들어가면 울퉁불퉁한 돌밭을 걷게 된다. 5분 거리인 치마폭포를 지나면 유난히 짙은 숲이 하늘을 가린다. 유일하게 햇볕이 드는 집터를 지나 20분 올라가면 10m 폭포가 시원한 물거품을 토해낸다. 별로 크지 않은 폭포지만 해발 약 450m 높이여서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10m 폭포를 뒤로하고 15분 올라가면 오른쪽 도일봉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는 치마폭포 아래 삼거리에서 도일봉을 오른 경우 싸리재로 가다가 이곳으로 하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이곳에서 도일봉으로 올라가는 경우에는 치마폭포 아래 삼거리로 하산하게 된다.
도일봉이 목표라면 이 삼거리에서 오른쪽 지계곡을 따라 오르는 것이 유리하다. 산길은 가느다란 계곡을 따르다가 급경사의 비탈을 곧바로 치고 오른다. 덩치 큰 돌덩이가 쌓여 있는 산자락을 지그재그로 치고 오르면 싸리재에서 도일봉으로 이어진 능선 위의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남쪽으로 200m 정도 떨어진 도일봉 정상은 평범한 헬기장이다. 도일봉이라고 쓰인 희미한 글씨가 있는 바위가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헬기장은 주변 산줄기가 시원스럽게 조망되는 장소다. 중원계곡 너머로 중원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정상에서 주변을 돌아본 뒤 능선을 따라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는 코스로 하산한다. 도일봉에서 중원계곡 중간의 삼거리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2km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경사가 가팔라 시간이 제법(1시간 정도) 걸린다. 능선길을 통과해 중원계곡으로 내려서면 서늘한 바람이 더위에 지친 등산객을 반긴다.
교통 국철 회기역에서 용문으로 향하는 용산발 중앙선 전철을 이용한다. 약 30분 간격 운행된다. 회기역에서 1시간10분 정도 소요된다. 서울 청량리에서 양평을 거쳐 용문으로 1일 9회(07:00~23:00) 운행되는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40분이면 갈 수 있다. 특히 전철이 복잡한 귀경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유용하다. 중원계곡 노선버스는 용문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인 용문시외버스터미널(031-773-3100)에서 금강운수 시내버스가 중원리까지 하루 7회 운행된다. 약 15분 소요. 용문역 앞에서 줄지어 대기 중인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용문택시부(031-773-4608). ![]() 숙식(지역번호 031) 중원계곡 입구 주차장 부근에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밀집해 있다. 쌍둥이산장(773-2188) 중원산장(774-4745) 도일봉먹거리민박(773-3998) 등에서 음식도 같이 판다. |
10.강씨봉 논남계곡
서울에서 지척인 맑고 깊은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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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과 포천 경계에 있는 강씨봉(830m) 자락에 논남계곡이란 맑고 깊은 계곡이 있다. 산 동쪽에 자리한 이 계곡은 명지산 명지계곡이나 연인산 백둔계곡의 명성에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못한 조용한 골짜기였다. 그러나 산림청에서 강씨봉자연휴양림을 지으며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휴양림이 들어설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간직한 곳이라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강씨봉(830m)은 강씨 성을 가진 이에게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두 가지 설이 있는데, 첫 번째는 오뚜기고개 부근에 강씨들이 모여 살았다고 해서 강씨봉이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궁예 부인 강씨에게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궁예의 폭정이 심해지는 와중에 강씨는 직간을 멈추지 않았고 궁예는 부인을 강씨봉 아래 마을로 귀양 보낸다. 이후 왕건에 패한 궁예가 부인을 찾아왔으나 죽고 없었다고 한다. 궁예는 국망봉에 올라 불타는 태봉국의 수도 철원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고 이에 국망봉이 되었다고 한다.
가평군 북면 적목리 논남을 기점으로 계곡을 포함한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시작은 편안한 임도를 따른다. 임도와 계곡이 조화롭게 이어져 어린아이나 초보자도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다. 길은 완만하며 계곡의 수심도 깊지 않아 피서를 겸한 소풍 코스로도 좋다.
문제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논남~도성고개~정상~오뚜기고개~논남으로 돌아오는 코스의 길이는 14km다. 일단 능선에 들어서면 오뚜기고개에 닿기 전에 가평으로 빠지는 길이 없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도성고개 쪽 골보다는 오뚜기고개 쪽 골이 더 깊고 놀기 좋은 소가 많으므로 가족 산행이라면 오뚜기고개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내려오는 게 좋다.
논남계곡 산행의 들목은 가평군 북면 적목리 ‘논남기’다. 옛날 어느 선비들이 여기서 남쪽을 논했다 해서 얻은 특이한 이름이다. 요즘은 줄여서 ‘논남’이라 부른다. 산 너머 포천시 일동면에서도 강씨봉으로 이어진 등산로가 있으나 여름철에는 논남에서 오르는 게 훨씬 시원하다.
강씨봉자연휴양림을 지나 계곡을 타고 오른다. 물길 곁을 따르는 임도로 올라 산행을 시작한다. 길은 계곡을 왼쪽 오른쪽으로 바꿔 가며 이어져 있다. 덕택에 물에 손 담그고 땀을 씻으며 걸어갈 수 있다. 능선을 만나는 도성고개까지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 지루할 정도로 긴 계곡이지만 초보자도 휘파람을 불 정도로 오르막이 완만하다. 그러나 도성고개부터는 상황이 바뀐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한북정맥 줄기답게 가파른 오르막이 앞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자연이 살아 있는 부드러운 흙길에 발길이 편안하다.
정상은 아담한 헬기장이라 충분히 쉬고 경치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시선은 주변의 국망봉, 화악산, 명지산, 귀목봉 같은 1000m대의 큰 산에 골고루 가 닿는다. 정상에서 오뚜기고개로 이어진 능선은 부드럽지만 넝쿨과 풀이 높다. 널찍한 임도가 지나는 오뚜기고개는 오뚜기부대에서 임도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리 이름이 붙었다.
구불구불 휘어지는 임도가 올라올 때처럼 계곡 곁을 따라간다. 때 묻지 않은 계곡은 보기 좋지만 10km가 넘는 만만치 않은 거리가 발목을 잡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무리 좋은 골짜기라도 이렇게 길면 지루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뚜렷한 길 덕분에 속도를 낼 수 있어 무리 없이 하산이 가능하다.
강씨봉은 질리도록 계곡산행을 할 수 있는 산이다. 계곡 옆으로 난 길은 잔잔한 바위가 많은 편이지만 능선은 푹신한 흙길이다. 풀과 넝쿨이 높아 여름에도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어야 하며, 원점회귀 산행이라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 도성고개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1.6km를 제외하면 대체로 완만하다. 대신 산행거리가 14km로 길고 능선은 산불방화선을 조성키 위해 나무를 베어 놓아 땡볕에 노출된다.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으며 산행시간은 총 6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원점회귀 산행이므로 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가평까지 간 다음 가평버스터미널에서 1일 5회(09:00, 11:00, 15:10, 16:40, 19:20) 운행되는 용수동행 버스를 타야 한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춘천고속도를 타고 화도나들목에서 경춘북로로 나와 다시 금남나들목으로 나온다. 이후 46번 국도를 타고 가평으로 가다 가평읍내를 지나 75번 국도를 타고 26km를 직진한 다음 논남기길로 좌회전해 5km 정도 가면 들머리인 논남에 닿는다. ![]() 숙식(지역번호 031) 논남마을에 몇 군데 민박집이 있다. 운암골유원지(582-4309) 아트밸리펜션(582-0063) 선덕산장(582-4703) 귀목산장(582-9987) 잣나무산장(582-5214) 등이 있다. 식당은 명지산 입구에 여럿 있다. |
첫댓글 그래도 지금까지 10곳 중에 7곳은 다녀온 곳이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