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잘 찍기
1. 계획이다. 알고 여행하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고 흔히 이야기 하지만 사진가의 여행에는 거의 필수적이다. 떠나기 전에 미리 찍을 소재를 연구하고 염두에 담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데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며 실패할 확률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지의 풍광, 풍습, 사람, 언어, 종교 등 가능한대로 다양하게 연구를 하는 것이 좋다. 미지의 세계로 여행한다면 그 계획이 다소 무리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와 그전에 다녀온 많은 여행자와 사진가의 경험 등을 수집해서 나름대로 이번 여행에서 어떤 사진을 담을 것 인가를 잠시 생각해보고 구상하는 것이다. 물론 계획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막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현지 안내인이나 지도 교수를 통해서 무엇이 좀 더 근사한 그림이 될 것인 가를 같이 고민해보고 이에 걸 맞는 장소와 일정을 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약식 계획은 현지에서 여행 중에 여건에 따라 매일매일 하루 단위로 수정해가면서 계획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2. 준비이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이 출사 여행의 성패는 준비에 있다. 그 지역 기후에 맞는 옷가지, 상비약, 세면도구, 화장품, 간식 등 을 철저히 준비하여야 한다. 심지여 무박 1일의 국내 출사에도 여름이라고 해서 간편한 여름 차림으로 산에 올랐다가 추워서 낭패를 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사진을 찍을 목적으로 여행하기 때문에 사진 장비를 챙기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충분한 메모리 칩과 여유 있는 배터리는 기본이고 여행 지역과 맞는 렌즈와 삼각대를 고르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장비를 고르는 데는 “장기 여행임으로 간단하고 가볍게” 와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모처럼의 여행임으로 가능한 다양한 장비를 다 갖추어 간다.”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전자의 경우 카메라 하나 28~300 mm 렌즈 하나 여행용 삼각대 하나 면 얼추 충분하다. 후자일 때는 카메라, 서브 카메라 광각, 표준, 망원 렌즈와 이에 걸 맞는 삼각대, 각종 필터 등을 두루 포함해서 짐을 꾸리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자기의 체력과 목적 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 후자를 선택 할 참이다. 나도 처음에는 “간단하고 가볍게”를 강조하였지만 실제 여행을 해 보면 많은 장비가 그렇게 부담을 주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장비를 호텔이나 버스에 두고 그날의 일정에 따라 혹은 당장 나가는 출사지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장비만 골라들고 나가면 큰 부담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것으로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처럼 여행이라 완벽한 그림을 담겠다는 의욕만으로 있는 장비를 모두 챙겨들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행지의 촬영이란 그리 여유도 없을 뿐 아니라 여행 거리도 만만치 않아 작가 스스로 미리 지쳐버리면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아져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진보다 여행이 우선이고 지속적인 건강과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해야만 근사한 사진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장비의 점검과 청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준비의 하나이다. 여행 중에 카메라나 렌즈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이보다 더 큰 낭패가 없을 것이며, 간혹 배터리나 메모리 칩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더러 있다. 따라서 서비스 센터도 없는 외국 오지로 며칠씩 장기간 여행하는 경우 반드시 카메라와 렌즈를 사전에 점검하고 핀 교정과 청소를 하고 떠나야 한다. 3. 내 카메라의 특성과 작동 법을 얼마나 숙달하고 있는가. 여행사진에서 뿐만 아니라 사진가가 카메라를 구입하는 순간부터 그 기기를 이해하고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필수라 하겠지만 순간순간 기회를 포착해서 촬영을 해야 하는 여행사진에서의 카메라 작동 법 이해는 특히 중요하다. 간혹 좋은 사진을 담겠다는 의욕으로 나는 M모드로만 찍겠다느니, Raw파일로만 담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 것을 고집하다가 정작 필요한 것을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 많은 사진작가의 고백을 들어보면 여행 중에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P모드로 찍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한다. 매사가 절충이 필요한 것은 비록 사진뿐만 아니라 어쩌면 인생까지도 그러하지 않겠는지 일출사진을 위해 밤새 달려 삼각대 밭치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정작 해가 막 떠오르는 순간 셔터가 눌러지지 않아 당황했던 일은 허다하고, 갑자기 노출부족이나 노출과다로 사진이 검게 되거나 희게 되어 놀란 일도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보지 않고도 속도 조정은 물론 깜빡이등도 켜고 와이퍼도 작동하고 음악을 들으며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한다. 조종사는 자기 비행기를 애기(愛機)라 부른다. 사진가의 애기는 카메라 일 텐데 나는 이 애기를 얼마나 이해하고 얼마나 잘 다루는가. 적어도 뷰파인더 안에 있는 정보만 가지고 촬영 제원을 능숙하게 조정하고 측광 모드, ISO, 화이트 밸런스, FL, 노출보정 버튼 등 주요 버튼은 보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선택하고 조정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한다. 4. 사진은 찰나의 미학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말도 있지만 여행 사진의 경우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스냅사진에 만족해야한다. 필름사진 때부터 사진 활동을 했다는 어떤 이는 자기는 셔터를 함부로 누르지 않고 아낀다 하기도 하고 어떤 사진 선생은 마구 눌러 대서 소 뒷걸음으로 참새 잡는 식으로 A 컷을 고르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그 두 의견 모두에 동의하지 않는다. 너무 셔터를 아끼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함부로 찍어대는 것도 옳지 않다. 즉 여행사진에서 셔터를 아낄 필요는 없되 생각 없이 찍어대는 것 또한 경계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의 카메라는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고, 피사체의 밝기를 측정하여 신속하게 적정 노출을 계산하며 사진가가 원하는 피사계 심도는 물론 초스피드부터 장 노출까지 다양한 기능으로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한 각종 제어 장치와 거의 무한대의 저장능역을 가지고 있다. 이 가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가능하면 다양하고 많은 사진을 담되 내가 원하는 그림을 얻기 위해서는 한 장 한 장의 사진에 의미와 고민을 담는다는 기본 정신을 잊지 말아야 된다. "준비된 사진가에게 좋은 그림이 주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항상 카메라를 휴대하고 예정된 목표에 접근 할 때는 물론 언제든 멋진 장면이 보이거든 즉시 촬영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한다. 5. 그곳의 전통과 문화, 종교에 집중하라 어느 여행지든 우리 집처럼 편할 수는 없다. 열악한 환경, 힘겨운 이동거리, 음식과 언어 어느 것 하나 만족한 것이 없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은 현지 사정과 현지인의 책임이 아니라 그런 환경을 이해하고 경험하려는 여행자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그곳만의 전통과 문화, 종교에 주목하여 되도록 사람과 풍속 생활상을 담는데 집중 할 필요가 있다. 여행사진의 첫째는 나와 다른 환경을 체험하고 사진으로 담는 것이다. 따라서 여행지의 냄새가 물씬 나는 그 곳 만의 특성을 나의 사진으로 표현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때로는 현지인의 연출을 통해서도 그들만의 전통적인 모습을 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래 전에 내가 유럽을 자유여행 한 일이 있었는데 나는 되도록 그 문화와 생활상을 체험하기 위해서 숙소부터 가장 그 나라다운 호텔을 잡은 일이 있었다. 예를 들면 불란서에서는 200년이 넘은 5층짜리 석조건물 호텔, 독일 뮌헨에서는 중세기 때의 고성을 개조해서 만든 20실 규모의 아주 작은 호텔인데 동네 아낙 들이 아르바이트 하는 곳, 스위스 인터라켄 에서는 계단이 삐걱거리는 목조 4층짜리 전통가옥 모양의 여인숙 같은 곳인데 주인과 종업원 2명이 숙박 객과 맥주도 마시고 아침도 함께 먹는 그런 곳을 찾아 머문 일이 있었다. 지난번 파단지린 사막으로 출사를 갔었는데 40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에 블록으로 허름하게 지어진 숙소,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고 마실 물도 화장실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3박4일을 보낸 일이 있다. 좀 근사한 호텔과 편의 시절을 갖추어 놓으면 많은 사람이 찾아 올 텐데 하고 아쉬운 마음을 가젖었지만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 열악한 사정에서 고생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제대로 된 사막 사진을 담을 수 있었겠는가 생각이 들어 오히려 개발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고 사막이 더 개발되기 전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흔히 유럽 등 선진국을 여행 할 때 그들의 선진 문화 때문에 우리와 비교하여 위축되거나 부러워했던 경험에 비해 우리보다 못한 나라를 여행 하였을 때 깔 보고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내가 선택한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으로 문화 차이의 벽을 최대한 허물고 현지인 내지 현지 사정과 내가 스스로 융화되고 다가가야만 진정한 마음의 그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TV에서 여행 관련 프로그램이 많다. 여행가와 여행 사진작가가 오지를 탐험하는 것들인데 힘들게 찾아가 그 부족의 삶을 체험하는 내용이다. 현지인의 생활 그대로 함께 먹고 자며 행동하는 것을 좋은 영상으로 담아 근사한 내레이션을 곁들여 보여준다. 물론 TV 프로는 많은 제작진과 예산을 투자하여 만드는 것이라 우리가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사진작가로서 시도해볼 만한 것을 배우기도 한다. 나는 우리 회원들이 동의한다면 내년쯤에는 베트남 남서부 오지의 원주민이나 중국의 소수민족, 또는 네팔,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의 오지에서 아름다운 풍광과 그 사람들의 생활상 등을 찾아 나서볼까 생각 중이다. 6. 자신만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재창조하라 모든 사진이 다 그렇듯이 여행 중에 만나는 풍경이든 인물이든 어떤 소재든 간에 사진가의 시선과 철학, 느낌, 감정, 신념이 묻어나야 진정한 작품이 될 수 있다. 무릇 예술작품이란 모든 장르를 막론하여 객관성보다는 작가의 주관과 느낌이 지배하여야 진정한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사진 역시 여러 사람이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에 촬영을 하더라도 그 느낌은 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가장 여행지다운 풍경에서 가장 나다운 그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나"라는 그릇 속에 무엇이든 담아 낼 수 있는 아량은 물론 무엇이든 재창조 할 수 있는 창의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어느 유명 촬영지에 다른 사진가들과 같이 출사 나갔는데 나만 고의든 실수이든 간에 카메라를 호텔에 두고 나왔다고 가정 하자. 물론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이겠지만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사진작가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는 가정 하에 여기에서(포인트), 저것을(피사체) 어떤 방향으로(앵글), 이쯤 사람을 넣고 어떤 배경으로(구상과 구도), 어떤 빛과 색상으로(사진의 질감), 이렇게(사진 제원) 찍으리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나 며칠 뒤에 다시 그 현장을 가게 된다면 카메라 없이 왔을 때의 나의 구상과 상상을 전제로 훨씬 더 나답고 훨씬 더 예술 가치가 풍부한 사진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훌륭한 예술품은 손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상상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모든 피사체가 나의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예술성에 녹아들도록 사진을 새롭고 나답게 창조하여야한다. 7. 마음에 드는 한 장의 사진에 집중한다. 사진은 촬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없는 리뷰를 통하여 맘에 드는 A컷 사진을 발견하고 보정하여 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은 사진을 촬영할 때부터 지속되는 것인데 가능한대로 내가 찍은 사진을 모니터를 통하여 그때그때 자주 확인하고 촬영 제원을 조정해 가면서 사진을 향상해 나가는 것이다. 맘에 드는 사진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들어보자, 장면이 좋아서?, 빛이 좋아서?, 또는 그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 등등 나름대로 숫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사진 찍기보다 고르기가 더 어렵다. 라고 말을 하듯이 어쩌면 사진을 잘 찍는 사람보다 더 잘 고르고 더 잘 보정하는 사람이 더 훌륭한 작가 일지도 모른다. 8. 추억 만들기 사진 출사가 하나의 훌륭한 작품을 얻기 위한 것이라 하지만 때로는 사진보다 더 중요한 동료들과의 여행이라는 점이다. 어울려 여행하면서 먹고 마시고, 즐기기도 하고 함께 고생하면서 또 하나의 친교와 호연지기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여행은 나 혹은 내 남편, 친지가 50년 전에 생사를 걸고 전쟁을 했던 지역이다. 여행자의 일부는 자기가 실제 근무하였던 그곳을 방문한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감격스럽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념사진도 찍고 동료들의 모습도 스냅으로 담으며 현지인과의 교류도 사진으로 남기는 일도 사진여행에서 빼 놀 수 없는 추억 만들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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