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체험이라고 해봐야 뻔하겠지!" 산나물을 활용하거나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는 등 단순한 모습을 상상한 건 말 그대로 선입견이었다. '산촌체험'이러는 단어에서 중요한 것은 '산촌'이 아닌 '체험'이라는 것을 간과한 탓이다.
하동 의신마을, 지리산 반달곰과 어울렁 더울렁
경남 하동 의신마을은 지리산 탐방의 시작점이다. 벽소령까지는 3시간, 세석까지는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러다보니 주말이나 휴일이면 버스가 수십 대나 몰려드는 일은 다반사가 됐다. 하동 신흥마을에서 시작해 의신마을까지 이어지는 '서산대사길'을 걷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주말에는 제법 북적거린다.
그런 의신마을이 지난 2014년부터 곰마을로 불리고 있다. 종복원기술원으로부터 지리산 반달곰 2마리를 양도받으면서부터다. 마을 홈페이지 이름도 아예 '베어빌리지'로 지었다.
작은 산촌마을이 천연기념물인 지리산 반달곰을 들여오는 일은 사실 쉽지 않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등에 4년을 조르던 끝에 하동군청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지난 2010년에야 겨우 MOU를 맺었다.
[왼쪽/오른쪽]의신마을곰체험 / 지리산 반달곰
그렇게 의신마을에 살게 된 지리산 반달곰의 이름은 강이와 산이다. 산이는 19살, 강이는 14살로 모녀지간이다. 강이와 산이는 야생보다는 사람을 더 좋아해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의신마을에서 살게 됐다. 관람료는 무료.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수익사업을 할 수 없고 관람객들에게 자연 생태계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다만 곰 생태해설 체험과 야생화 화분 만들기 체험, 반달가슴곰을 주제로 한 기념품 판매,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음식체험관 등으로 강이와 산이의 식대 정도를 유지한다.
의신마을 전경
주소 :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로 1405-4
문의 : 베어빌리지 055-883-3580
체험 : 반달가슴곰 탐방 해설(11시,14시 하루 2회) 3000원, 야생화 화분 만들기 체험 5000원, 음식체험 1만원 ※예약필수
tip. 곰은 겨울잠을 잔다. 보통 12월부터 3월까지 동면 시기엔 곰을 볼 수 없다.
광양 하조마을, 별과 반딧불이와 허브의 만남
전남 광양의 하조마을은 마을 모양이 하늘에서 보면 새처럼 생겼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윗마을이 상조마을, 아랫마을은 하조마을이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다랭이논이 많아 다랭이논의 지역 방언인 '산달뱅이'를 따서 산달뱅이마을로 불렸다.
사실 하조마을이 위치한 백운산은광양의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이다. 실제로 지난해 7~8월 하조마을 성불계곡을 방문한 피서객은 공식 집계로 1만여 명에 달한다. 또한 하조마을은 백운산 둘레길 7코스의 종점이어서 방문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왼쪽/오른쪽]성불계곡 / 허브오일만들기
이처럼 훌륭한 관광여건을 갖춘 하조마을은 최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버이기 시작했다. 우선 시골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반딧불이 생태관찰 체험을 마련했다. 또 해달별 천문대에서는 낮에는 해를 관찰하고 밤에는 별과 달을 찾아보는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천문대 아래에 위치한 아로마테라피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허브체험이 가능하다. 하조마을에서 채취한 허브를 이용해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만들고, 천연비누와 오일, 양초 만들기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밖에도 장아찌 만들기와 초콜릿 만들기 등 음식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물론 이들 체험에 사용되는 재료의 대부분은 마을에서 나는 임산물을 활용하고 있다.
마을전경
주소 : 전남 광양시 봉강면 조령리 성불로 1085-10
문의 : 하조마을 영농조합법인 서재현 이장 010-3632-3377
체험 : 해달별 천문대 관측 체험 5000원, 아로마테라피박물관 체험 1만~2만5000원
tip. 체험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대부분 1~2시간가량 진행된다.
정선 한치마을, 그림 같은 바위에 싸여 힐링체험
정선 한치마을은 '그림바위마을'로 알라진 강원도 정선 화암면에 속해 있다. 화암8경이 위치한 곳으로 정선 아리랑에서도 나오는 '한치 뒷산'을 배경으로 하는 산촌마을이다.
이 마을은 최근 새롭고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임종 체험과 4묵 체험, 소원도깨비체험, 장·술 담그기 체험 등이다. 특히 늦은 저녁에 2시간가량 진행되는 임종 체험의 호응도가 가장 높다. 영정사진을 찍고, 유언장을 쓴 뒤 오동나무로 짠 관 속에 누워 숲속 나무 한그루의 거름이 되는 산림 수목장 영면까지 경험한다. 임종 체험 후에는 듣고, 보고, 말하지 못하는 3묵 체험이 기다린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체험은 소원도깨비 체험이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소원을 이뤄주는 도깨비를 콘셉트로 한 프로그램이다. 클레이로 만든 도깨비 인형을 색칠하고 자신의 소원을 적은 종이를 넣으면 이 도깨비를 화암동굴에 보관해준다. 최근에는 소원을 적을 때 로또번호를 적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왼쪽/오른쪽]몰운대고사목 / 임종체험
이외에도 고추장, 된장 담그기 체험이나 술 담그기 체험도 인기다. 장 담그기 체험을 하면 마을에서는 소정의 비용을 받고 이를 관리해준다. 또 각종 체험을 한 여행객에게는 1박 2일 숙박권도 제공하고 있다.
주소 : 강원 정선군 화암면 한치길 30
문의 : 곤드레한치마을영농조합법인 033-562-5034
체험 : 1박 3식 및 임종 체험 포함 5만원, 소원도깨비 만들기 및 장·술 담그기는 재료비만 내면 체험 가능
tip. 마을뿐 아니라 인근 면소재지도 밤8~9시면 가게가 문을 닫아 필요 물품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출처 : 청사초롱
글, 사진 : 양승진(여행전문가), 에디터 : 박은경 기자
※ 위 정보는 2017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