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종로문인협회 송년회>
"종로문인협회 정관에 따라 2023년도 회계결산에 대한 감사보고를 합니다."
종로문협 감사는 1부 식순에 따라 감사보고를 하였다.
우리 종로문협은 회비를 운영한다. 올해는 연회비와 시화전, 문학기행 참가비, 그리고 찬조금 등 2천5백만 원 정도의 수입으로 살림하였다. 그런데 감사보고서 앞서 2023년도 사업보고에서 올해 신년회를 시작으로 문화유적답사, 출판기념회 등을 매월 한 번씩 하였다.
종로문협은 다른 단체와 다르다. 다른 단체와 거의 비슷한 연회비로 운영되지만, 종로문협은 정기적으로 활발하게 모여서 즐겁고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든다.
문화 체육 단체장들이 그 감투를 회원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기적 욕심을 채우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종로문협은 투명하고 꾸준한 활동으로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종로문협 행사는 참석하는 내빈들이 참 많다. 정치인을 비롯하여 문학단체에서 빠짐없이 왔다. 그런데 이번 송년회 행사는 외부인사에게는 알리지 않고, 종로문협 회원들끼리만 모였다.
매월 한 번씩 꼭 모여서 서로 잘 아는 회원들끼리 즐기는 송년회이다.
가다머의 지평이론을 문학이론으로 발전시킨 야우스의 기대지평은 다양한 문인들이 모여 서로의 문학을 발표하면서 서로의 기대지평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로 라면"
빨간 산타 모자를 쓰고 흰색 블라우스에 연분홍 치마를 입은 10여 명의 합창단은 가곡 '그 집 앞' 을 불렀다. 1부에 이어서 2부 행사는 합창으로 시작하였다.
합창단장의 지휘로 아름답고 정다운 우리 가곡으로 행사장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기타 연주에 맞추어 곱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가득 채웠다. 강당이 훌륭한 음향시설을 통해서 찰랑찰랑한 어쿠어스틱 기타 연주와 잘 어울리는 합창이다.
음성은 접촉이다. 공기의 진동을 통한 신체의 접촉이다. 악수나 포옹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전하듯 목소리를 통해 심장의 고동을 느낄 수 있는 손을 대거나 건드리는 터치이다. 이런 신체접촉을 통해서 감각적으로 소통하고, 그 느낌을 오래 동안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합창은 질서 있게 무대를 가득 채웠다.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기타 연주에 맞춰 서서히 작고 부드럽게 시작하여, 빠르고 웅장한 소리로 변화와 반복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열광했고, 박수와 환호성으로 이어졌다.
회장은 강당 한가운데로 나와서 두 손을 높이 들고 흔들며 손뼉치기를 유도했으며, 입꼬리가 눈썹에 붙을 정도로 밝은 웃음으로 모두를 즐겁게 하였다.
"소리 질러요! 기분이 좋아져요!"
회장의 외침으로 관객들의 환호성은 우렁찼고, 합창은 앙코르곡으로 경쾌한 리듬이 이어졌다.
1부 행사는 사업과 감사보고로 다소 엄숙한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돈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고, 찬조금 이야기가 나오는 등 미안한 생각과 함께 마음이 무겁게 시작했는데, 2부 행사에서 그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문학인들의 특별한 능력이 있다. 삼라만상의 온갖 세상살이 속에서도 자신이 보고자 하는 가치 있는 현상을 정확히 찾아내어, 그 속에 몰입하여 새롭게 확대 재생산하는 창조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어서 시 낭송이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시낭송가는 머리에 쓴 모자부터 발끝까지 거의 완벽한 패션모델이다.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다른 한 손은 먼 곳을 가리키며 차분하고 익숙한 몸짓으로 낭송했다. 한 소절 한 소절을 또박또박 그리움과 슬픔, 그리고 기쁨이 넘치는 마음을 담아서 낭송하였다.
문학적 감수성은 어느 정도는 타고난다. 문학인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글 쓰는 취미가 있었고 또는 문학작품은 많이 읽으며 가까이하던 사람들이다. 물론 일찍 문인으로 등단하여 젊어서부터 활동하는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업에 종사하고, 일상적 가사노동에 파묻혀 살다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 가슴 속에 숨겨진 문학의 꿈을 향하여 나래를 펼치게 된다. 우리가 좋아하는 박완서, 박경리 등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들도 늦게 등단하여 꽃을 피웠다.
우리 회원들도 개인적 처지가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인지 쉽게 공감하고, 만나면 금세 친해지고, 쉽게 마음이 통한다.
대인관계라는 것이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서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문인들은 조금 다르다. 물론 세상 사는 이치와 전혀 다르지는 않지만, 서로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였을 때는 공감대가 쉽게 이루어진다.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겉으로 나타나는 서로의 행동이 자연스럽고 편해진다. 그래서 더욱더 마음속에 간직한 감성적 행동으로 기뻐하고, 그리워하는 표현들이 자연스럽다.
무대에 서는 시낭송가는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우선, 시를 정확히 암송해야하고, 문장을 말하듯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발음해야한다. 그리고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시적 정서를 읽어내고, 이를 목소리의 강약과 속도를 조절하면서 기쁨과 슬픔, 노여움과 즐거움이 잘 전달되도록 낭송해야한다. 그뿐만 아니라 몸짓으로 전달되는 움직임 역시 중요한 언어이다. 그래서 무대의상에 신경을 쓰고 곱게 차려입었다.
무대에서 연기는 관객을 위한 표현예술이다. 관객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모든 것을 보여주고 말해준다. 따라서 시낭송 공연장에서 관객은 시낭송가와 함께 중요한 한 축이다. 이렇게 하나가 되었을 때의 그 몰입감은 잊을 수 없다. 이것이 평생을 간직하는 프리마돈나의 추억이다. 송년회 때, 4명의 프리마돈나와 1명의 프리모 우오모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또 한 번 우리 인생의 금쪽같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