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육과 윤리원칙 - FOCUS 01 미래교육으로서, AI교육 무엇이 필요할까?
글_ 반창모 대전오류초등학교 교사
AI교육과 윤리원칙
지능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라 우리 삶에서 인공지능(AI)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고, 이미 학교 현장 곳곳에서는 AI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만 AI교육의 정책 방향과 AI를 다룸에 있어 어떤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할지, 어떠한 윤리원칙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다. AI교육에 필요한 요소, 그리고 교육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AI 윤리원칙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지 벌써 6년이 흘렀다. 인간이 바둑에 패배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개발자인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의 배경에 대해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사비스는 도대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길래 이런 놀라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을까? 바둑처럼 복기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 태어난 하사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체스를 배웠다. 그는 이미 8살 때 U-8 런던 대회 챔피언이 되었다. 독특한 점은 대회 상금을 가지고 컴퓨터를 구입하였고 프로그래밍을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게임 제작사에 입사하여 학업과 개발을 병행하였다. 이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뿐 아니라 뇌와 인지과학을 연구하며 알게 된 동료들과 딥마인드를 창업하게 된다.
AI교육의 핵심 요소
이러한 하사비스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바야흐로 2025년 정규교육과정으로 AI교육 도입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교육은 이제 새로운 퀀텀 점프(어떤 일이 연속적으로 조금씩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뛰어오르듯이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를 준비하고 있다. 시작 단계에 있는 만큼 올바른 주춧돌이 놓여야 할 것이다. 새롭게 나아갈 AI교육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무엇일까?
첫째, AI교육에 인문적 소양이 필요하다. 인문이란 인간과 삶에 대한 탐구이다. 모든 학생에게 AI를 가르쳐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AI가 학생의 삶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AI, 특히 머신러닝이 하는 일은 주로 ‘예측과 분류’이다. 이러한 예측과 분류가 사람에게 적용될 때, 윤리적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AI가 일으킨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 AI로 인한 불평등과 차별 문제는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인재, 즉 인문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AI교육이 되어야 한다.
둘째, 데이터와 수학적 이해가 수반된 AI교육이어야 한다. 오늘날 AI가 각광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머신러닝의 발전 때문이다. 머신러닝은 ‘알고리즘을 자동으로 수정하는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사람의 역할이 기존과 좀 달라지게 되었다. 코딩보다는 어떤 데이터를 제공하고, 모델의 성능이 괜찮은지 평가를 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결국, 데이터로 문제를 바라보는 힘과 데이터를 잘 다루는 능력이 AI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학생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AI에 대한 오개념을 많이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이는 아이들이 영화에 나오는 초인공지능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 학습한다’는 표현이 주는 느낌 때문에 머신러닝을 과대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머신러닝이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철저하게 수학적 반복에 의한 것이지 스스로 사고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수학적 원리를 명확하게 이해하면 머신러닝이 어디에 써야 적합한지, 한계는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AI교육을 위해 필요한 지원
바람직한 AI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미 교원들의 AI교육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그렇다면 현장에 필요한 정부의 교육적 지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질 높은’ 교원 연수의 지원이다. AI 담당 교원 연수를 단순히 양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양적 목표 달성을 위해, 겨우 30시간 남짓 연수를 이수하면 핵심 교원이 되는, 스마트교육과 SW교육에서 발생했던 문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형태는 일반 교원의 AI에 대한 반발심을 키울 수 있으며, 자칫 전체적인 AI교육의 질도 떨어뜨릴 수 있다.
대안으로 개선된 마스터 티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고의 전문적 실력을 가진 교사를 선발하여 지역의 멘토링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기존 연수와의 차이점은 일회성 연수가 아닌 1년에 수차례 교류를 통해 노하우와 암묵지를 배운다는 것이다. 특히, 최고의 교사가 가진 암묵지가 중요한데, 단발성 수업 공개와 연수로는 결코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태계 속에서 우수 교원을 양성하며, 그러한 교원이 AI교육 연수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교육부에서 교원 연수에 대해 양적인 평가보다는 질적인 평가를 중시해야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AI교육을 위한 올바른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AI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인프라는 무엇일까? 극단적으로 노트북만 있으면 거의 모든 AI교육이 가능하다. 현장에는 태블릿은 넘쳐나지만 노트북은 찾아보기 힘들다. 태블릿은 GPU 성능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코딩과 데이터 분석, 가공에 적합하지 않다. 학교 자체 예산으로는 한 학급 분량의 노트북 구입이 불가능하여 교육청 지원으로만 가능한데, 노트북은 지원 항목에 제외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안으로는 교육청 단위에서 AI에 대한 이해가 있는 내부 전담팀을 양성하여 행정 지원에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학교의 AI교육 예산 운영을 도와주는 컨설팅 지원이 요구된다. 앞으로 점차 확대될 AI교육 예산이 학생을 위해 효율적으로 쓰이는 데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과학기술문화 전문 잡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 케빈 캘리가 말했듯, 앞으로 새롭게 생길 신사업은 X에 AI만 붙이면 된다고 한다. 모든 분야에 AI가 연결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시대에 교육 분야에 AI가 도입되는 건 당연하다. 학생들의 삶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될 AI교육을 준비하는 지금, 올바른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교육에 대한 모두의 이해와 협력이 있다면, 학생들의 미래에 밝은 길을 비추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출처 : 행복한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