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4. 능선미가 아름다운 섬 - 거금도 여행에 무관심하게 살아온 사람에게는 '거금도' 이름 자체가 낯설다. '거금도 적대봉' 산행 안내문을 발견했을때도 겨울바다나 한번 볼 요량으로 그냥 따라 나선게 사실이었고..
녹동항에 내리니 이야기로만 들어 왔었던 소록도가 지척이고 크지도 작지도 않는 아담한 포구에서 바라보는 풍경속에는 소록도 연륙교 너머로 천관산이 바다 위에 떠 있어 더욱 운치가 있다.
선상에서 바라본 소록도와 거금도(고흥 금산면) 사이를 잇는 연도교. 이 다리가 연결되고(下) 다시 완도 신지도까지 연결되면, 머지아나 고흥에서의 완도 뱃길은 추억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오늘은 동정마을에서 시작하여 적대봉, 마당목재, 기차바위, 전망바위를 거쳐 오천리로 하산할 계획이다. 안부에 올라서니 도암만에 떠있는 올망졸망한 아름다운 섬들과 우리가 지나왔던 소록도 연도교가 한 폭의 그림이다.
적대봉 오르는 능선길, 북동쪽 하늘가엔 팔영산의 하늘금이 뚜렷하고, 발 아래 섬 속 산골마을(홍련)의 구불구불 산길에는 한가로움이 배여있다.
적대봉을 오르면서 앞 과 옆, 그리고 뒷 풍경을 눈에 담아본다. 언제인가부터는 앞만 보며 달리는 시간재기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조망을 즐기는 산행을 하고 싶어졌다. 물론 그 예습이 필요하지만..
매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매바위'다. 날개를 퍼덕이며 금방 비상할 듯한 깃 세운 모습이다.
적대봉 봉수대에 올라서 본다. 정성스레 쌓지 않는 듯 하지만 꽤 넓다.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높은 곳이어서, 바다에 박무만 끼지 않았다면 서쪽의 완도, 동쪽의 여수 일원과 남쪽의 제주도까지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우리가 가야할 방향으로 금당도(완도 금당면)와 멀리 조약도(완도 약산면)가 다도해 해상에 떠 있다(위). 그리고 하산 지점의 오천리 앞바다에는 준도, 독도와 함께 매밀도, 송도를 거느린 시산도가 우릴 기다리고 있고..(아래)
적대봉 능선에 남아있는 억새가 지금도 아름다운 걸 보면, 제 철에 보았다면 얼마나 장관이었을까~!! 말 잔등같이 매끈하고 부드러운 곡선미와 백마의 갈기처럼 휘날리는 하얀 억새가 한데 어울리는 풍경이..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산세(山勢)와 바라보는 마음이 포근하고 아늑하다. 뒤돌아본 적대봉과 468고지 사이는 마치 한마리 준마의 잔등같고..(아래)
오늘 처음으로 진주봉산악회에 참석하신 분이다. 겨울바다가 보고싶어 그냥 왔고, 왜 혼자 왔느냐는 질문엔 나에게 오히려 그 질문으로 되묻기에 서로 그냥 웃고 말았다.
고향이 이곳, 거금도이신 분이다.(위) 고향에 대해 남다른 애착과 잔잔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시는 듯하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옛 추억과 동경 그리고 애틋한 향수가 서려있는 곳이 아닌가?
하산 마지막 길에 동쪽 바다와 서쪽 바다에 심어진 신비의 섬 조각들을 눈속에 다시 한번 아로 새겨 넣는다. 언젠간 꼭 다시 한번은 와 봐야 할 곳이지만, 그래도 생각날때 즉시 떠 오르게 하려면 가득 채워넣어 두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오천리 앞바다를 조금씩 크게 담아본다. 깨끗함과 아름다움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앞바다 독도의 모양은 흡사 고래 한마리가 먹이를 앞에 놓고 사냥하는 모습이다.(아래)
오천리 "하얀파도 팬션"이 있는 바닷가의 전경.. 동그랗고 큰 바윗돌이 무척 이쁘고 인상적이다. 마치 동그라미 수석만 전시해 놓은 해변정원 같기도 하고..
우리가 돌아가야 할 시간엔 낙조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고, 일년쯤 후에는 추억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 섬사람들의 애환을 실어나르는 철부도선도 다가오고 있었다.
왜.. 살아오면서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상상 이상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얻고, 발견한 날이 더러 있지 않는가?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 아닌가 생각한다. 옥색 바다와 어우러진 '적대봉' 풍광이 준 오늘의 그 감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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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강산돌님 멋진 사진과 좋은글 넋을 잃고 감상했습니다
함께하지못한 아쉬움이 너무 크군요~~
아침에 인사만 남기시고 가시기에 다소 의아해 했습니다.
함께 하셨으면 더욱 좋았을걸 저도 아쉽습니다. 건강하시고요, 다음을 기대할게요..
와우~~ 강산돌님 ^^* 사진을 보고있으니 오마이뉴스 여행편을 읽고있는것같습니다//.... 잘읽고 즐기고 갑니다 ㅎ
중책 아닌 중책을 맡으시고 후미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주 참석치 못해 어느 분인지 인사 드리지도 못했고요. 담에 뵙지요..
워매~ 사진 볼수록 안타까움에 배가 살살 아풀라캅니다...
저는 연지님이 뉘신지 아는데..
이번에 연지님이 불참석하셔 쬐금 서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산행기와 작품사진 즐감하고 갑니다. 감솨감솨
홍두깨님께서도 이번 불참하셨지요. 이번엔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생각했는데, 알만한 분들이 빠지셔서 그랬군요. 고운 흔적, 감사합니다.
강산돌님의 사진과 산행기는 역시 최고이십니다. 즐감입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다녀오고 나서야 눈동자님을 알았습니다.
산행동안 알았으면 인사라도 나눴을건데.. 아쉽습니다. 담에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