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들과 책 읽기 행복
김의원
우리 부부는 아들 하나를 키웠고 손주가 3명 있다. 손주로는 쌍둥이 손녀에게 3년 아래로 손자가 하나 있다. 쌍둥이 손녀는 올해 14살이 되었고 손자는 6월이 되면 11살이 된다. 손녀들은 7학년까지는 학교 공부를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르게 지내더니 8학년에 올라가니 심각해진 모습이 보인다. 손자 녀석은 여전히 학교 공부하는 눈치가 전혀 안 보인다. 주간 동안 하루는 방과 후에 아이들을 픽업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픽업하면서 손자에게 “오늘 새로 배운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Nothing.” 한다. 그러면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잘 이해하느냐”고 물으면 “Sure, no problem!”이라고 선뜻 대답하니 더 할 말이 없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손주들은 인생의 비타민이라고 한다는 데 동감이 가는 말이다. 그냥 같이 지내기만 해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아들네와 같은 도시에 사는 것은 참으로 복된 삶이다. 쌍둥이 손녀들이 태어났을 때는 낮 동안 근무하는 보모가 있었고 혼자서 두 아이를 다루는 것이 힘들어서 우리가 한 주에 3번씩 아이들과 지냈고, 손자 때는 재택 보모가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과 지냈다. 아이들과 같이 노래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쇼핑센터도 가고, 놀이터에도 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신경을 써서 책을 많이 사서 틈이 나는 대로 읽어 주는 것을 항상 잊지 않았다. 아들을 키울 때도 책을 많이 사줬고, 자기 전에 반드시 책을 읽어주고 아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아들의 읽기 수준이 7학년 수준이라고 해서 은근히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며느리와 아들에게 반드시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기도하는 것을 지키도록 당부했다. 놀랍게도 쌍둥이 손녀들도 3학년 때 11학년 수준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때 손자네 유치원에서 아침 수업 전에 부모나 조부모가 책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손자만이 자기가 책을 선택해서 우리에게 읽어 주어서 마음이 뿌듯했다.
은퇴하고 보니 반드시 해야 할 일도 없고 특별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어서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 같은 생활이었다. 그래서 독서, 운동, 학습, 교제, 자녀 교육 등으로 나 자신과 주위에 가치를 부가할 수 있는 일을 규모 있게 실행하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실행 사항 중 하나로 손주들과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거의 매주 갖는다. 읽은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있으면 같이 관람한다. 손녀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고, 평가하고, 좋은 문구를 발췌해서 “Google Chat”를 통해 서로 나눈다. 매일 아침 “Google Chat”를 통해 동서고금의 금언들을 하나씩 골라 손주들의 자라는 모습을 찍은 사진 4장과 함께 띄워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손녀들은 가끔 금언에 대한 소감을 표하기도 한다. 손주들이 자기들의 어릴 적의 사진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참으로 기쁘다.
손녀들은 독서를 즐기는 많은 동호인들이 쓰는 “Goodreads”라는 앱(App)을 통해 읽은 책에 대한 소감 (Review)와 평가(Rating)를 발표한다. 쌍둥이 손녀들의 활동 상황을 보며 내 자신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각 개인의 역사를 보면 언니 손녀는 2023년에 391책(총 118,435 페이지)를 읽었고 친구가 260명, 동생 손녀는 441책(총 137,699 페이지)를 읽었고 친구가 282명이다. 2022년에는 언니 손녀는 402책 (총 124,366 페이지), 동생 손녀는 294책 (총 101,618페이지)이다. 손녀들은 어디를 가나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닌다. 읽는 속도가 대단하다. 애들이 추천한 책을 작년 말 현재로 32권을 읽었다. 아무래도 청소년을 위한 내용이어서 낯선 단어가 많아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읽을 수 있다. 올해 들어 4권을 더 읽어서 전부 36권 읽었다.
이번 생일에 손주들로부터 스스로 만든 생일 카드를 받았다. 손자와 언니 손녀는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었고, 동생 손녀는 자기 손으로 만든 카드였다. 특히 언니 손녀는 내가 읽은 32권의 책 표지의 사진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정렬하여 한 페이지에 올렸다. 그 솜씨에 우리는 감탄했다. 손녀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읽으며 마음이 뭉클했다. 언니 손녀가 보낸 축하 메시지를 읽으며 우리 부부의 마음에 커다란 감동이 왔다. 손녀의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할아버지 생일을 축하해요. 저는 할아버지와 같이 읽은 모든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를 사랑해요. 할아버지가 보내시는 매일 아침 메시지는 우리
가족에게 항상 기쁨과 지혜를 제공하고 있어요. 우리 학교 영어 시간에
우리는 한 질문에 대답해야 하지요. 그 질문은 “Who is someone who you
look up to / guide you in life?”. 저는 할아버지가 제 삶에서 바로 그 사람이라고
대답하지요. 할아버지가 저에게 늘 용서하며 지내라고 상기시켜 주시는 말씀이
정말로 제 삶에 변화를 불러왔어요. 제가 존경하는 할아버지 이시고, 나도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게 해줘서 고마워요.”
8학년이 되면서 학교 공부에 시간이 많이 빼앗긴다고 하며 요사이는 많이 못 읽는다고 한다. 여기는 학년 초 새로운 반을 형성할 때 자기 소개를 팻말에 이름과 장차 나아 갈 방향을 써서 소개한다. 언니 손녀는” Screenwriter”, 동생 손녀는 “Author”손자는 “Architect”였다. 바라기는 늘 건강하고 지혜와 지식을 겸비한 생애가 되기를 소망한다.
첫댓글 참으로 특별한 할아버지 역할 잘 하십니다.
아무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존경을 표하고,
잘 따라주며 성장하는 손주들 대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손주들과 대화를 이어가기에는 최적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도 좋지만 요사이 새로 나오는 도서들을 읽느라 저도 많은 공부가 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주(2/16)조선일보에 발표합니다.
대단한 독서력은 조부모님의 사랑과 격려, 관심과 응원이 뒷 받침 된 것이고
또한 손주들의 몰입도가 깊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습니다.
뭐든 일체가 되어야 하고 꾸준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6세부터 19세까지 읽는 책들이, 평생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책을 많이 읽어야 이해력, 창의력, 문장력 ... 이 좋아지니,
손주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이 사회에 필요한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새해가 밝은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올해도 건강하시고 댁 내 만복을 기원합니다. ^^
늘 수고가 많으신 소교님,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갑진년에도 우리 문협이 더 활성화되고 계획 된 사업이 형통하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가족이 건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