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홍의 아동문학통신 149/ 서평〛
결핍, 연민, 소외를 거쳐 마침내 사랑에 이르다
김여나의 동화집 『난장마녀 꽃목걸이』
바다를 꿰고 있는 해양 동화작가
김여나의 첫 동화집인 『난장 마녀 꽃목걸이』(모해출판사, 2024.3, 105쪽, 12,000원)에는 모두 여섯 편의 단편 동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작품들을 꿰고 있는 키워드를 단어로 나타내면 결핍, 연민, 소외, 사랑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동화집은 여느 작가들의 동화와는 차별성을 이루고 있다. 결핍을 비롯한 네 가지 키워드는 다른 작가들도 이미 다루었던 보편적인 주제이지만, 인물들이 활동하는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엄연하게 구분된다. 거의 모두가 작가가 현재 살고 있는 부산광역시 기장군의 갯마을을 그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작가는 현재 기장군 기장읍에서 31년 째 살며 두 딸을 키웠기 때문에, 작품의 무대가 된 갯마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환히 꿰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또 하나의 차별성을 든다면 작품 속의 일상생활이 해녀의 일상적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느 작가가 갯마을을 무대로 한 작품을 쓰고 싶다면 직접 현지를 찾아 공간적 특징과 일상적 삶에 대한 자료 수집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자료 수집을 철저하게 했다 해도 뼛속 같이 깊이 알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료 취재를 통한 상상과 현장적인 삶의 뉘앙스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김여나 작가는 현장에서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이미 그곳의 삶이 온몸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멀리 떨어져서 바다를 구경하듯 바라보는 것과 바다에 대한 현장 체험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은 다르기 마련이다. 김여나 동화 작가는 기장 군보인 《기장사람들》에 매달 한 번씩 18개 갯마을과 해녀들의 삶을 취재해 연재한 바가 있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해녀들의 마음을 열게 해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소회한 바가 있다. 해녀들은 타지의 작가나 연구자들이 자신들을 취재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하다가, 단물만 쪽 빨아 먹은 다음 휑하니 내뺀 경험을 통해 외지인들의 속셈을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김여나 작가에게도 같은 기장사람이지만 좀체 말문을 열지 않았을 것이라고 작가는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가 있다.
어떻게 보면 이번의 첫 동화집인 『난장 마녀 꽃목걸이』는 18개 갯마을과 해녀들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단련된 창작의 소산물일지도 모른다. 김여나 동화 작가는 직접 해녀들과 함께 물질하거나 미역을 말리면서 갯가의 일상을 하나하나 곡식의 낟알을 줍듯이 메모하고 기록했을 것이다. 갯가 아이들의 외로움과 소외, 가난과 결핍, 연민과 사랑을 하나하나 거두어들여, 작가의 상상력을 거기에 버물어 완성된 형태의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동화집에 수록된 여섯 편의 동화는 ‘해양 박물지’와 같은 자료적 가치와 갯마을의 삶에 대한 민속학적 가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8개 갯마을과 해녀들의 삶을 취재하는 과정을 통해 김여나 작가는 이번 동화집을 얻을 수 있었고, 지금은 해녀들과 모녀지간의 두터운 정을 쌓는 등 한층 성장한 해양 동화 작가로 거듭난 셈이다.
해양박물지와 민속학적 자료 가치
이 작품집에 수록된 여섯 편의 동화 중 「해녀와 아기 돌미역」(41〜55쪽)과 「파도타기 딱 좋은 날」(56〜69쪽) 등 두 편의 작품은, 해녀들의 삶과 작업을 아주 세밀하게 형상화해 해양박물지로서의 자료적 가치가 있다. 수중 바위를 닦아 돌미역의 씨앗을 심는 과정과 ‘일노래’(노동요)의 민속적 내용을 소상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해녀와 아기 돌미역」), 해녀들의 물질 작업 과정을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①
나는 아침밥을 먹자마자, 선착장으로 내달렸어요.
철썩, 처얼썩. 파도 소리가 요란했어요. 우리 할머니 잔소리처럼 귀가 따가왔지요.
샛노란 은행잎이 내려앉은 해녀 천막을 열었어요. 빨랫줄에 고무로 만든 우리 할머니 잠수복만 보였어요. 벽에 걸린 주황색 테왁과 망사리,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검정 고무신, 동글동글한 납으로 엮은 연철 허리띠, 물안경, 전복을 따는 빗창과 호미, 모두 할머니 거예요.
-『난장 마녀와 꽃목걸이, 김여나,「해녀와 아기 돌미역, 42쪽.
②
간다 샛바람에 물이 막 간다
용왕님 딸 해녀가 연꽃보다 어여쁜 테왁에 몸을 싣고
실룩거리는 파도를 둥실둥실 넘는다
어이야 디야 어이야 디야
바다에서 해녀들이 돌을 씻을 때 부르던 노래였어요.
“앗!”
나는 소리를 지를 뻔했어요. 할머니가 다친 손으로 연철 허리띠를 들고 있었거든요.
기장 바다는 물살이 세고 바윗돌 천지라 무섭지만
용왕님께서 해녀를 귀하게 여기시니
임금님 진상품으로 바치던 기장 돌미역을 지키러 간다
어이야 디야 어이야 디야
세찬 바람과 파도를 맞으며 수양버들 마냥
부지런히 움직여
쑥쓱 자란 영양가 좋은 돌미역으로
산모들 몸조리도 하고, 생일 때 미역국도 끓이지
어이야 다야 어이야 디야
오늘따라 할머니 노랫소리가 구슬펐어요.
“용왕님요. 제발 좀 살려 주이소. 영영 물질을 못 하면 어떡하지예?”
- 김여나, 위의 책,「해녀와 아기 돌미역, 47〜48쪽.
위 인용문 ①은 화자인 내가, 몸이 아파 수중 돌을 닦아 돌미역의 씨앗을 심는 “쓰레질”을 앞두고 참가하지 못하는 ‘해녀 대장’인 할머니를 대신해 참가하기 위해 해녀 천막 안을 관찰하는 내용이다. 바다 위에 둥둥 떠 해녀들의 몸을 의지하는 테왁, 작업할 때 신는 잘 미끄러지지 않는 검정 고무신, 물질할 때 수중에서 쓰는 물안경, 전복을 딸 때 작업 도구로 쓰는 빗창과 호미, 해녀들의 몸이 물 위에 떠오르지 않게 무게추 역할을 하는 연철 허리띠 등의 해녀 물질 작업에 쓰이는 도구들을 설명하고 묘사하는 대목이다
인용문 ②는 기장군 연화리 서암마을과 시랑리 동암마을 경계 지점에 있는 첩첩의 기암 절벽인 ‘원앙대’에서 화자의 할머니가 다쳐 쓰레질 작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한밤중 장독대에서 푸념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내용이다. 붉은색으로 표기된 ‘쓰레질’ 노래는 일종의 ‘일노래’(노동요)로 쓰레질하러 작업장으로 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돌미역은 옛날 임금님께 진상하는 미역의 일종으로, 해녀들에겐 아주 좋은 수입원이기도 하다.
작가는 18개 갯마을과 해녀들의 삶과 일상생활, 그리고 물질 작업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직접 고무 옷을 입고 해녀들과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 물질 작업을 관찰하고, 쓰레질 작업을 체험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일노래를 직접 채록해 이 작품에 녹아들게 해 현장 작업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작가는 또한 이 작품에서 ‘동암마을’, ‘서암마을’, 그리고 두 마을의 경계 지점인 ‘원앙대’ 절벽의 표기를 그대로 시용하고. 노동요를 직접 채록해 작품 속에 녹여내는 창작 과정을 통해, 이 작품이 읽을거리에 치중하지 않고 중요한 민속학적 가치로서의 해양박물지에 해당되는 자료로 남겨놓고 있다.
“호이잇, 호잇.”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며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 삼월이라 바닷물이 차가웠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이 얼얼했지만, 참을 수 있다.
나는 꼬마 해녀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엄마를 따라 바다에서 놀았다. 엄마가 물속에서 바윗돌을 뒤집으며 뿔소라를 줍는 사이, 나는 돌섬에서 해초를 뜯었다. 그러나 작년 이맘때부터 엄마가 물려준 검정 고무신에 고무로 만든 잠수복을 입고 진짜 해녀가 되었다.
그 덕분에 나는 우리 학교에서 인기 짱이다.
바닷물이 줄줄 흐르는 망사리를 메고 육지에 오르면 방송국에서 나온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퍽퍽 찍어대곤 한다.
“혜주야, 힘들어서 어떡하니? 네 엄마가 서울 큰 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이나 되었는데, 아빠는 감감무소식이라며.”
마을 어른들은 모두 우리 가족을 걱정한다. 할머니들은 반찬을 만들어 주고, 뒷집 할아버지는 해산물이 가득 찬 망사리와 테왁을 실은 손수레를 끌어 준다.
-김여나, 위의 책,「파도 타기 딱 좋은 날, 58〜59쪽.
위 인용문은 「파도 타기 딱 좋은 날」의 서두 부문으로, 역시 1인칭 시점으로 꼬마 해녀를 소재로 하고 있다. 화자인 ‘나’는 해녀 엄마의 딸로 어릴 때부터 갯가에서 엄마의 물질 작업을 관찰하면서 성장해, 엄마가 아파 서울의 큰 병원에 입원하고부터 홀로서기로 엄마의 대를 이어 해녀 물질을 하고 있다. 이 작품에도 역시 ‘호이잇, 호잇’ 같은 해녀의 숨비소리, 물질할 때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이 얼얼한’ 몸의 통증을 느끼고, ‘바닷물이 줄즐 흐르는 망사리’를 메고 육지에 오를 때 방송국 기자들의 카메라를 들이대는 경험을 하고, 홀로서기를 하는 자신에게 이웃들이 반찬거리를 주고 수레를 밀어주는 연민과 연대로서의 사랑을 느끼며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만다라를 그리는 단짝 친구인 강찬희와 서로 틀어져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심리상담 정미 선생님의 배려와 도움으로 꿋꿋하게 세파를 헤쳐 나간다. 결국은 화자인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찬희 할머니의 말친구가 되어주면서 둘 사이는 다시 가까워진다. 결국은 찬희가 화자인 혜주에게 잠수를 가르쳐달라고 하면서 둘 사이는 예전의 친구 사이를 회복하기에 이른다.
위의 세 작품을 꿰뚫고 있는 키워드는 결핍, 소외, 연민, 그리고 연대이다. 「난장 마녀와 꽃목걸이」의 화자인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는 결핍을 겪으며 외할머니와 함께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그 이유와 정황은 나타나 있지 않다. ‘난장마녀’인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평소에 할머니가 거두어 베풀던 고양이들이 돌담에 쭉 늘어서서 조문하는 마지막 장면은 연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해녀와 아기 돌미역」 역시화자인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결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가 아파 쓰레질에 참여하지 못할 때 이웃의 말숙 할머니가 ‘해녀 대장’ 없이는 작업이 곤란하다며 어서 병석에서 일어나라고 부추기는 장면 역시 연민과 연대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파도 타기 딱 좋은 날」은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하고 있고 아버지는 ‘감감무소식’인 결핍과 소외에 옥죄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처럼 위 세 작품의 화자인 주인공들은 모두 결핍을 겪으며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옴짝달싹 못하는 삶의 환경이 낙담하지 않고 꿋꿋하게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그것은 곧 이웃 사람들과 친구들의 연민과 사랑이 주는 연대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시 아버지의 병환과 사망, 그리고 어머니의 부재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할머니와 함께 세파를 헤쳐나간 작가의 삶의 이력이 그대로 작품 속에 들어나있다. 이처럼 결핍과 소외는 절망과 낙담이 아니라 연대와 사랑의 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과, 문학의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삶의 이력과 경험을 통해 체화하고 있다.
연대와 사랑으로 가족을 이루다
이 작품집에 실려 있는 여섯 편의 동화는 한결같이 결핍의 상황에서 출발해, 연민과 사랑으로 연대하고, 끝내는 그것을 바탕으로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말총머리 내 친구」는 머리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 병을 앓고 있는 다해는 친구들의 놀림으로 소외되고 있지만, 우연히 짝이 된 경호와 티격태격 갈등을 겪다가 결국에는 연민과 사랑으로 화합하는 우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리고 말미에 실려 있는 「연밭 가족」은 결핍으로 인한 소외를 사랑과 연대로 극복하고 끝내는 하나의 ‘유사 가족’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뭉클한 감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①
나는 다해 꿈을 이루어주고 싶었다. 머리카락은 또 자라니까 괜찮다.
“무슨 소리야? 너, 오리발 사서 잠수 배워야지.”
다해가 팔을 저으며 말했다.
“맨발로 잠수하면 돼. 내가 이래 봬도 이을포 잠수 왕이다.”
나는 너스레를 떨었다.
“우와! 넌 무지무지 멋진 짝꿍이야.”
다해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다해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다해가 웃으니, 내 마음도 환해지는 것 같았다.
어느 새 해무가 말갛게 걷혔다. 바다는 은빛으로 살랑거렸다.
“앗싸! 해수욕하러 가자.”
두 손을 치켜들며 고함을 질렀다. 다해도 따라 외쳤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신나게 웃었다.
-김여나, 앞의 책, 「내 꿈은 말총머리」, 84쪽.
②
연잎밥을 다 만들고 하양이를 보러 천막에 갔다. 뜻밖에도 할머니가 먹다 남은 고등어구이가 담긴 양재기를 들고 거기 있었다.
“나리야!”
깜짝 놀라 천막 앞에 서서 발가락만 꼼지락거렸다.
“나리야, 낳은 사람도 부모지만 가른 사람도 부모란다. 나는 아기 때 연밭 둑에 누워 있었고, 너는 다섯 살 때 연밭 둑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지. 우리는 연꽃이 맺어준 연밭 가족인 거야. 연꽃처럼 향기로운 가족으로 살면 안 되겠냐?”
할머니는 가슴을 문지르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는 구부정한 할머니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눈을 찔렀다. 눈이 따가웠다. 살짝 비볐는데 눈물이 났다. 하양이가 혀로 눈물을 핥아주었다.
-김여나, 위의 책,「연밭 가족, 100쪽.
위 인용문 ①은 화자인 말총머리 경호와 머리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 병을 앓고 있는 다해가 서로 핀잔과 갈등을 극복하고 연민과 사랑으로 연대해 화합하고 있는 작품의 결미 부분이다. 학원에서 다른 아이들의 질시로 소외되어 있는 다해가 우연히 짝지가 되면서부터, 화자인 나와 다해는 티격태격 핀잔과 질시로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한가지씩의 결핍이 있다는 복지관 관장님의 연대의 부추김에, 화자인 경호는 다해에 대한 핀잔과 질시의 마음을 거두게 된다. 다해가 다리가 저려 주저앉게 되자 경호가 업고 걷는 대목은 하근찬의 단편소설 「수난이대」의 결미 부분이 연상될 만큼 감동적이다. 위 장면은 두 친구가 서로 연대의 정신으로 화합해 함께 해수욕하기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인용문 ②는 이 동화집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동화로 지금까지의 모든 작품이 품어오고 있던 결핍과 소외를 사랑과 연대로 극복해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작품으로, 여섯 작품 중에서 독자의 마음을 건드려 가장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 속의 모든 인물은 하나같이 결핍을 겪고 있다. 나리를 딸로 키우고 있는 할머니는 부모를 모른 채 연밭 둑에 누워 있다가 다른 부모의 딸이 되었고, 나리 역시 부모를 모른 채 연밭 둑에 웅크리고 있다가 할머니의 딸이 된다. 그것만이 아니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붕장어잡이로 바다에 나가고 나면 할머니가 대신 가족의 일원이 되어주는가 하면, 낚시꾼에게 학대를 당하던 고양이를 구해 집으로 데리고 와 기르기로 마음먹은 나리 역시 고양이의 부모가 되어주기로 한다. 모두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은 결핍과 소외에 휩싸여 있지만, 서로 연민과 사랑으로 보듬어주며 가족이 된다.
그러니까 마지막 작품인 「연밭 가족」은 여섯 작품을 마지막에 한 줄로 꿰어 정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결핍으로 인해 소외를 당하지만 이웃의 연민과 사랑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에는 피를 나눈 가족 이상으로 또 하나의 유사 가족을 이루는 작품이다. 결국 이전의 다섯 작품은 이 마지막 작품의 총합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부분으로, 이 작품의 주제 구현을 위한 통일성으로서의 부분 집합인 셈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마지막 「연밭 가족」이 모든 작품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가장 결정적인 감동의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작품 분석에 언급되지 않은 맨 처음 작품인 「항아리 꽃집과 고양이 아파트」(10〜23쪽)는 바다를 무대로 한 해녀들의 삶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결핍으로 출발해 사랑과 연민으로 회복하는 큰 주제와 연결되어 한 줄로 꿸 수 있는 작품으로는 손색이 없다.
작가가 유념해야 할 앞으로의 과제
이 작품집에는 같은 주제라는 한 줄로 꿸 수 있는 유사성을 지니고 있어, 어떻게 보면 소재는 비록 차별화되어도 주제는 서로 연결되는 연작 동화 모음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연작 동화의 유사성 때문인지 결핍, 소외, 사랑, 연대,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어 있기에, 서로 인물과 상황은 다르지만 서사 구조가 엇비슷해 각 작품마다 제 나름의 특징이 결여되어 독창성이 희석되어 버리는 느낌을 주고 있다. 말하자면 동어 반복의 주제로 꿰어 있기 때문에 각 작품의 독창성이 반감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소재는 어느 작가든지 취재만 정확하게 한다면 누구도 쓸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갯마을에 오랫동안 살아온 작가로서의 장기를 발휘하여,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소재와 주제, 그리고 독창적인 서사 구조로 해양 동화의 한 전형성을 획득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작품을 창작하는데 심혈을 쏟아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하려면 해양박물지와 민속학적 가치가 풍부한 깊이 있는 장편 창작에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 갯가의 이야기만 가지고서는 본격적인 해양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서사 구조의 전개에 있어서 대화도 중요하지만 서술과 묘사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 서술과 묘사에 해양박물지의 성격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창작 기능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여나의 첫 동화집인 『난장마녀 꽃목걸이』는 우리 동화작단에 해양 동화 창작의 물길을 트고 있다는 점에서, 또한 해녀들의 작업과 삶의 모습을 통해 민속학적 가치를 도드라지게 보여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값진 성과를 이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주목을 받을만하다. 이번의 작품집을 계기로 작가의 창작 세계가 더 깊어지고 넓어지기를 바란다. (2024.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