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5일
名不虛傳 智異山 縱走 !!!
성삼재 (3:05) - 노고단고개 (3:43) - 임걸령(4:29) - 노루목(4:53) - 삼도봉 (5:07) - 토끼봉 - 연하천 (6:45) - 벽소령(8:01) - 선비샘 (9:03) - 칠선봉(9:31) - 영신봉(10:23)-세석대피소(10:32) - 촛대봉 (10:51) - 장터목 (11:51) - 천왕봉 (12:57) - 통천길입구 (14:54) 이상 (34km 총 11시간 49분)
종주의 밤이 왔다.
제법 많이 했는데, 늘 종주을 맞이하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긴장이되고, 조신해진다.
철없이 종주의 길에 들어갔던 과거와 달리,
언제부턴가는 종주전엔 술자리도 자제하고, 영양보충도 신경을 쓴다.
이번에도 살아(?) 돌아와야 할낀데....
설악종주는 수려한 경관이 좋아서,
늘 해마다, 한두번씩해서, 지금 기록을 보니, 19번 했는데,
지리종주는 이번이 6번째.
가슴벅찬 길임엔 분명한데, 설악대비, 경관의 특성이 종주길내내 비슷해서,
원하는 코스를 나눠하고자 해왔고,
산악회 미션이 주어지는 경우를 중심으로 종주길을 걸었다.
이번엔 조금 다른 욕심이 생긴다.
종주산행은 내가 얼마나 Aging이 되어가는지 가늠하는 척도로 잘 인용할 수 있어서,
데이터를 유심히 보고 있는데,
설악종주는 데이터가 많아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쉽게 가늠이 되는데,
지리종주는 산악회미션을 하다보니, 데이터가 정확치 않다.
이번엔 중간을 선다고 하고, 담백하게 나에 충실한 걸음을 하고 싶었다.
일찌감치 후미에 서주실 대장님을 찾아본다.
사인여천대장님이 서주시기로 했다가, 몸상태가 안좋아 불발. ㅠ
그렇게 넋놓고 있다가, 당일 차안에서 차미대장님이 먼저 물어오신다.
"후미설거지?"
뜻밖의 선공에 당황
"아뇨~ 형님이 서주시죠~"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수락. 만세!!
생각해보면 차미대장님이 경륜이 풍부하고, 몸을 풀어주는 전문가시라,
후미대장님으로 딱이었는데, 잘되었다.
이날도 후미에서 회원님들 몸 풀어주시면서 진행하셨다는 후문이 들린다.
이번엔 뒷풀이를 자체로 하고자 하는 회장님과 길따라 자문님의 협의가 있었나보다.
봄봄총무님이 단톡방에서 투정. (그러시면서 엄청난 수고를 도맡아 해주셨다.)
무응답 회장님. ㅋㅋ
그러고 보니, 나도 산악회 운영진으로 몇차례 지리종주를 거들었을때보면,
산우님들의 하산시간의 밴드가 넓어서,
식당을 이용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면에서 자체 뒷풀이가 딱인데, 총무님들이 엄청 고생하시겠다는 걱정이 있었다.
막상 준비위가 가동이 되고, 진행되는 형국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거의 야유회를 방불케하는 회장님과 총무님들의 수고가 엄청났다.
함께 숟가락을 얹은 나로서는 미안하고, 너무나 고맙고....
심지어는 그 분들께 존경의 마음도 생긴다.
뒷풀이 장소선정에 있어서도 회장님의 수완이 빛을 냈다.
직전 지리산 종주산행이었던 2020년엔 산악관광센터에서 아주 편한 널찍한 공간을 제공받았는데,
이번엔 대여료를 엄청 높게 통보를 해왔다고 해서,
대안으로 펜션을 예약하셨다.
자체 뒷풀이장소로서는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대아아파트 앞에 행사를 위해 준비한 식재료 및 부대물품이 산처럼 쌓여있다. ^o^ !!!!!
회장님의 전화.
"대아에서 손이 필요해요. 힘좋은 부회장님 등 내려오셔서 거들어주세요~"
그대로 앞에 앉아계시면서,
무슨통화인고... 넋놓고 보고계시는 부회장님들께 들은 그대로 전달해드린다. ^^
웃으며 당하신 부회장님들..
"나 연약한데...."
습한 기온탓인지, 벌써부터 땀이 난다.
차안의 공기가 눅눅하다.
뒷자리 팬이 열심히 가동되는 소리가 들린다.
서서히 무박산행을 위한 소등에 들어간다....zzzz
잠에서 깨었다.
3시 좀 안되어 도착한단다.
성삼재에서는 3시 입산통제를 엄격하게 않고,
위에 올라가 노고단고개애서 3시에 엄격한 통제를 했던 경험이 뚜렷해서,
3시이전에 최대한 일찍 산행을 올리면 좋겠다는 건의를 했는데,
주어진 계획대비 조금 일찍 산행이 시작되었다. 다행이다.
지난 20년엔 막판에 몸에 문제가 생긴 산우들이 다수 나타나면서,
후미에서 15시간을 넘겨서 통천길로 하산했던 기록이 있다.
이번엔 차미대장님과 맥사이버대장님이 후미에서 관리를 잘하셔서,
그때보다는 나은 성적으로 하산이 마무리되었다.
은근한 오르막을 걷는다.
새벽 기운으로 추울까 걱정했지만,
기상청예보상의 기온이 반팔상의만으로도 충분해보여, 데이터를 믿기로 하고, 단촐한 복장으로 오른다.
다행히, 온기가 있다.
되려 땀이 샘솟기 시작.
오늘 내 다리가 잘 버텨주길.....
날씨가 흐림으로 되어있어, 드라마틱한 일출은 없겠다.
되려 다행이다. 일출로 소비하는 시간은 없겠다. ㅎㅎ
어?? 근데, 달이 휘황찬란?
어여삐 허공에 떠있는 둥그런 달을 잠깐 쳐다보는 여유를 갖는다.
노고단 고개에 도착.
인증을 하고,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이제 본격 시작이구나~~'
오늘따라 종주를 하는 인파들이 많다.
예전에도 이랬나? 어색할 정도.
요즘 산악마라톤이 인기인가..
평범한 등산채비보다는 산악구보를 위해 레깅스를 입고,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산악마라톤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칠수 있으니, 되도록 길을 양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노파심에 무전을 쳐본다.
거침없이 달린다.
중간 임걸령에서 목을 축이는 것이 관례이긴 한데,
아직 갈증날 단계는 아니다.
산길치고는 무척이나 스무스한 초기 구간을 속보로 진행하면서,
순식간에 단축이 되는 천왕봉 이정거리가 곁눈으로 스쳐지나간다.
한편으론
아 언제 저리로 가게 될까... 마음을 단디먹어본다.
노루목도 거침없이 통과.
삼도봉 도착.
일단 첫 삽은 잘 떴다.
선두일행들이 모여계신다.
영광스럽게 단체사진에 숟가락을 올린다. ㅎㅎ
주변을 둘러본다.
오호~ 운해가 있다.
그렇지.. 날이 흐리면 이런 맛이 있지.
오늘의 컨셉은 운해다.
일단 땀을 식히면서, 자연이 연출하는 장엄함을 느껴본다.
길따라 자문님을 앞에 세워드리고, 사진도 담아본다.
자연스럽게 선두를 보내드리고, 여유를 가지면서,
중간의 위치를 확보해본다.
지리산 종주는 어둠속에 시작하는 데다가, 대단한 인파로 인해서,
단체를 꾸려 이동하는 건 대단한 수고를 요한다.
대장님들 자신들의 체력에도 부치는 코스이기때문에,
오늘은 후미를 보시는 차미대장님께도,
후미관리를 하시지만, 적당하게 본인을 챙기시면서, 진행하실것을 주문해본다.
날이 밝아오고,
헤드랜턴도 가방에 들어가면서, 몸이 더욱 산뜻해진다.
서서히 코스의 굴곡이 도드라지면서,
종주길에서만 쓰는 스틱이 몸을 거들기 시작한다.
연하천이 다온 거 아닌가하는 갈구가 벌써부터 느껴진다.
몸이 피곤해지기 시작하는게지... 쩝.
벌써부터 그러면 안되는데...
했다가 예전에도 이랬던 기억이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한다.
이런게 경험치겠지. ㅎ
오호~~ 시끌한 소리가 들린다. 야호.
이내 연하천이 나타난다.
아침식사하시는 분들 얼굴에 고단한 표정이 보인다.
대강 사진만 찍고, 이동하려는데,
"그냥 가게?"
자주 걸음을 맞추었던 산수자문님이 나타나신다.
종주길에 이렇게 만나면 참 반갑다. ㅎㅎ
벽소령에서 아침먹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잠깐 달랬던 다리를 재가동한다.
굴곡이 있었어도, 아직까지는 코스가 순하다.
점점 심해지는 패턴인데...
역시나, 속도가 뚜렷하게 둔화된다.
벽소령까지 3.6km
쉽게 벽소령을 내어주지 않는다.
많은 횟수의 오르내림이 나를 막는다.
조망터 도착.
여기에서 산우와 반갑게 시간을 보냈던 어느 해를 떠올려본다.
운해가 장관이다.
모르는 산객과 다정하게 사진을 교환해본다. ㅎ
멋진 돌무덤도 지나고...
아직도 이정표의 거리는 그대로네.. ;;;
이런 수치도 담담하게 즐길수 있는 체력이 있다면 좋으련만..
벽소령 도착.
귀한 물을 들이킨다.
지리산은 물을 담을 수 있는 포인트가 곳곳에 있어서,
물 두통만 들고 이동하고 있는데, 귀한 느낌이 드는 것은 본능이다.
벽소령에서는 예전에 삼광님이 물뜨러 내려가셨다가,
땀범벅으로 올라오신 기억이 있어서, 절대 여기선 물을 구걸하지 않는다. ㅋ
감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역시 대단하신 감사님.
"저 신경쓰지 마시고, 먼저 진행하세요~~"
"신경 쓰라는 얘기 같은데?"
손사래를 치면서, 보내드린다.
종주길에서는 자기 호흡이 중요하다.
언젠가 또 만나겠지... 했는데,
결국은 중산리 하산길에 이르러서야 만나 같이 하산을 하였다.
대단하신 감사님.
음정 이정표를 유심히 본다.
예전 아토산산악회에서는 음정에서 B조가 올랐는데,
우린 거림에서 올린다.
그래서 처음 찍어본 성삼재 - 거림 차량구간.
헉.... 2시간????
오늘 C로 정의된 그룹들이 차안에서 많이 지치셨겠다는 걱정이 있었다.
음정에서 올렸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럼 산행거리가 길어 부담이겠지?
자.. 다시 시작해보자.
벽소령부터는 굴곡이 본격화된다.
세석까지 6키로.
늘 이곳에서부터 고전했던것 같다.
다큐님이 스쳐지나가신다.
이따금 만나는 회원님들이 반갑다.
"동대장님 어디세요오~~?"
맥사이버대장님의 무전.
벽소령 막 지났다고 하면서 거친 숨소리를 여과없이 들려준다. 헉헉
"곧 만나겠네요~~"
응? 내 페이스로는 만날 수 없을거라고 미리 예고해드리고,
그 팀도 장시간 버스에서의 지리함을 훌훌 털고, 즐거운 산행을 기원해본다.
선비샘 도착.
여기서 귀한 물을 보충하면서, 목을 축인다.
화전민 이씨가 죽어서 절을 받고자,
샘터위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효심지극한 자손들이 받들어 모셨다는 선비샘.
다시 보며 웃어본다.
첫댓글 덕분에 지리산종주 리딩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일출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구름낀 날씨가 오히려 적당한 기온 유지에 도움이 되어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지 않았나 쉽습니다.
일출은 많이 봤는데요 멀~^^
대신 운해가 주는 감동이 컸습니다.
정말 산행하기 최적의 날씨였던 것 같습니다.
하루 지난 오늘 장대비가 내렸는데, 하루 오차가 이리 짜릿할수 없네요~~^^
앞에서 든든하게 리딩을 해주신 자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갈망하던 지리산 종주,,,
사진속 익숙한 풍경들~~
겁나 가고 싶었어요 ㅠㅠ
수고하셨어요~~^^
요즘 바쁘셔서....
함께 하셨음 좋았을 종주길이었습니다.
길현대장님이 안계셔서 2% 부족했습니다.
와… 이 길을 11시간대에 들어오시다니… ㄷㄷㄷㄷㄷㄷㄷ 글을 읽다 보니 지리산 또 가고 싶어요~~~~~~
언제 한번 같이 가요.
이번엔 천천히 곱씹어가보는건?
별보고 출발해서 별보며 내려오기?
중간대장하며 여러모로 산우들 챙기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근데 산행궤적에 세석-천왕봉 구간이 날라갔네요?^^
천왕봉 가면서 깜놀했어요.
이런 귀한 궤적이 날라가다니.... ㅠㅠ
잽싸게 이어가기 해서 그나마 이거라도 확보했어요.
어쩜 그리 잘 타세요~~
익히 같이 걸으며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청대장님 체력에 놀랐습니다.
저같은 저질체력인 사람은 A코스 타신분들
다 존경의 대상입니다
부럽네요 종주~
함 같이 해봐요~~^^
근데, A코스길은 체력이 떨어져서 아름다움을 느끼는건 잘 안돼요.
세상은 공평한가봐요.
삼도봉 도착했을때 선두그룹에 의외의 인물들이 있었다는 후문이.. 산ㅇ 자문님과 동ㅇㅇㅇ님
거기까진 괜찮은데......
늘 그 이후에서 난관에 봉착하죠. ㅋ
그래도 선전했던 하루였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고, 재치있는 운영에 늘 탄복합니다.
지리산 종주산행은
언감생신,
하지만 구간구간
잘 나누어
언제고 만끽하고픈
그런 산이랄까요?
종주는 동대장님을 통한
대리만족으로~~^^
C코스의 여유.
사실 이 코스도 20키로에 가까운 쉽지 않은 코스인데,
종주때문에 과소평가되는 것 같아요.
부회장님의 여유있는 사진들을 보면
체력이 대단하심을 느낍니다.
수석대장님의 무게에 맞게 전체적인 산행진행 완존 100점 만점에 만점 드려요~ㅎㅎ
항상 고맙고 감사합니당~♡
다리부상이 완쾌되지 않았음에도 너끈히 천왕봉을 넘으셨네요. @@
체력이 대단하세요.
뒷풀이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정말 훌륭하게 해주셨어요~
덕분에 편안하고 즐거운 뒷풀이를 경험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고맙습니다.
산행기 재미나게 잘 읽었어요
기억력 천재^^
잊어버리지 않을라고 바로 적고 있어요~~^^
사진보고 기억하는 거죠머. 머리는 썩 좋지 않아요.
몸상태가 안좋음에도 선두에서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웬만한 소설책보다 재밌는 동대장님표 후기
어쩜 그리
기억력이 좋으신지...ㅎ
정말 대단하십니다
읽는 내내 지리산 종주길어 눈에 선해
행복했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길이 길어 그런지, 그리고 너무 힘이 들어서인지,
쓸 내용이 많아 좋았어요~^^
천왕봉에서 부회장님과 즐거운 한때를 같이 보내서 너무 좋았습니다.
산행 수필 잘 읽었어요.
시간내서 이런 글쓰는 게 여간 어려운게 아닌데...
덕분에 예전 해마다 걸었던 종주코스, 다시 한번 더 떠올려 보며 대리만족해요.
나중에 독서용으로 쓰고 있어요~~^^
쉽게 사라져가는 아까운 기억들이 덕분에 쉽게 되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