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김동완 벌써 가?"
혜성을 만나러 왔는지,
동완의 반에 찾아왔던 지연은
가방을 매고 하교하려던 동완과 마주쳤다.
"어...
오늘 '신화'엔 못 갈 것같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
애들한테 미안하다고 좀 전해주라-"
나쁜 일이라도 하다 들킨 것처럼,
동완이 겸연쩍게 웃으며 변명한다.
"...기다리는 사람?"
알 수 없다는 듯 되묻는 지연.
"으응, 여튼-
애들한테 그렇게 좀 말해줘, 알았지?"
서둘러 인사를 하고는 계단을 내려가는
동완을 보며
지연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요즘에...
어두워 보여서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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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촥----, 촥----'
빨래를 털자
물방울이 여름 햇볕아래
유리구슬처럼 반짝거리며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동완의 와이셔츠를 빨랫줄에 걸곤
뿌듯함에 윤아는 씨익 웃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어디 보자..
빨래랑 청소는 다했고...
또...뭐가 남았더라?"
손가락을 꼽아 가며....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윤아가 아직 다 못한 집안 일들을
세어나가고 있을 때-
집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르릉....따르르릉...'
윤아는 빨래바구니를 들고는
재빨리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잠시의 침묵 뒤에 이어진 건,
조금 못마땅한 어투의 여자 목소리....
"...여보세요?
거기- 김동완씨 집 아닌가요?"
낯선 여자의 입에서
동완의 이름이 나오자
윤아는 약간 이맛살을 찌푸렸다.
"...예에...맞는데요...?"
"...너...누구니?"
윤아의 대답이 떨어지자 마자
상대 여자는,
윤아가 자기보다 어리다고 느꼈는지
조금 공격적으로 물어왔다.
'어쭈..이게 언제 나를 봤다고 반말이야? -_-+
가뜩이나 동완오빠 이름 들먹여서
기분 드럽구만...^-_-^'
"동완이가..여동생은 없을텐데....
친척 동생인가...?"
여자는 윤아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계속 자기 용건만 늘어놓는다.
'이거, 동사무소에서 나왔나?
지가 동완오빠 가족관계를 어떻게 알아?
...순 스토커 아냐? 이 기집애??'
"....얘, 너 누구니, 정말로?
짜증난다...진짜-"
짜증난다는 말에
윤아는 결국 인내의 한계를 보이고 말았다.
"그건 댁이 알 바가 아니고요.
대관절 누구시길래
외간 남자 집에 전화질이세요??"
당돌한 윤아의 물음에
여자는 금새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화를 냈다.
"어머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말하는 거 보니 경상도 앤가 본데-
(윤아 고향은 부산입니다...-_-;;)
뭘 믿고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
여자는 기어코
윤아의 말투로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고향이 부산이다 보니
아무리 서울말을 흉내내려 애써도
억양만은 어떻게 고칠 수가 없었다....
언제나
부드러운 말씨로 이야기하는
(그야..말이 좀 많긴 해두..)
동완오빠앞에서
가끔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윤아가 무어라 미처 반박하지 못하고 있을때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딩동-'
대문을 흘끗 본 윤아의 표정이 활짝 펴진다.
그리고는-
"미안한데요-
동완오빠 왔거든요?
전화 끊어야 겠네요..."
라고 일방적으로 한마디하고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서둘러 슬리퍼를 꿰어 신고는 대문께로
폴짝 폴짝 뛰어갔다.
"동완오빠, 일찍 왔네요?"
얼마나 급히 달려왔는지...
대문을 열어주며 반기는 윤아의 얼굴이
바알갛게 상기되어 있는 것을 보고
동완은 약간 쑥스러워졌다.
"응- 수업이 일찍 끝나서..."
대문 안으로 들어서던 동완이
마당 빨랫줄에 가득 걸린
빨래들을 보곤 잠시 당황해했다.
"...아...
집에 혼자 있으려니까 심심해서요...
청소도 다 해놨어요..."
밝게 웃으며,
윤아는 칭찬받기를 기다리는 초등학생처럼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윤아가 고생하면...
오빠가 미안해지잖아..."
동완은 윤아에게 무척이나 미안해하며..
타이르는 투로 말했다.
"아녜요...고생이라뇨-
제가 오히려 오빠한테 미안하죠...
불쑥 찾아온 것두 그렇구...
쓸데 없이 밥만 축낼 순 없잖아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동완이 예의 그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상아 동생인데...
그 정도도 못해줄까봐...."
동완의 짧은 말 한 마디에...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윤아의 표정은....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이유모를 당혹감과 슬픔으로
수천, 수만갈래로 갈갈이 찢어지고 있었다....
"....윤아..야?
왜? 어디 안좋아?"
윤아의 표정이 굳은 걸 보고
동완이 의아한 듯 이름을 부른다.
"...아..아니요,
아..내 정신 좀 봐-
배고프죠? 빨리 들어와서 식사해요..."
애써 다시 태연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윤아는
앞장서 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아무래도 좋아....
오빠의 친절함이...
비록 언니때문이라도 상관없어....
윤아라는 이름보다
상아의 동생이라는 이름이
더 오빠에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해도....
어쨌든....
지금 오빠의 곁에 있으니까....
윤아는...그걸로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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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는 한참이나 멍하게
핸드폰을 들고 있다가
이윽고 폰을 바닥에 팽개쳐 버렸다.
'탕-!!'
"얼씨구...
왜 그러냐?"
친구 민영이
아까부터 얼굴빛이 싹 변해서
씩씩거리는 신비를 보며
무심하게 물었다.
"어떤 기집앤지 몰라도,
동완이 전화를 지가 받잖아!"
이제 그런 신비의 히스테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민영은
혀만 쯧쯧 차고는 다시 돌아섰다.
...누굴까...?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신비는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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