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학기 수업진단평가서
수업 과목: 서양 고대 철학
수업 일자: 2012. 05. 31.
이 름: 송혜성
1. 오늘 공부한 학습 주제와 학습내용 중 학습주제를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용어를 5개 쓰시오.
― 엔독사(ἐνδóξα), 질료(ὔλη), 형상(εἶδος), 위계질서(ἱεραρχία), 운동(κίνησις).
2. 위의 중요한 용어를 활용하여 학습주제를 200단어의 문장으로 논술하시오.
― ‘그 철학자(The philosopher)’라고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늘날과 같은 학문의 분류 체계를 마련한 최초의 사람입니다. 그는 ‘이론(theory, θέωρία)’이란 말을 처음으로 쓴 사람이기도 한데, 그리스어로 ‘이론’을 가리키는 말인 ‘θεωρία’는 ‘바라보다, 고찰하다’라는 의미였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말을 지식 탐구의 출발점은 삼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보고 있는 것보다 사유를 강조한 플라톤과는 달리 인간이 보고 있는 것들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강조한 사람이었습니다.
플라톤이 ‘ίδεα’를 지지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지한 것은 ‘ἐνδóξα’이었습니다. 경험에 대한 의견들의 세계인 ‘δóξα’를 부정하고, 본질 그 자체이자 사유 세계인 ‘ίδεα’를 유일한 ‘지식(ἐπιστήμη)’으로 받아들인 플라톤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δóξα’의 세계에서 ‘ἐνδóξα’를 추출해내어 이것이야말로 ‘지식(ἐπιστήμη)’이라 부를 만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δóξα’의 세계를 긍정했다고 해서, 소피스트나 자연철학자들과 같은 세계관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식을 인식하는 ‘논리의 세계’와 현상이 존재하는 ‘경험의 세계’ 모두를 중시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계가 ‘질료(ὔλη)’와 ‘형상(εἶδος)’으로 이뤄져 있다고 보았는데, ‘질료’는 기본적으로 물질 그 자체와 그 물질을 이루는 구성 성분이나 요소까지 가리키는 포괄적인 개념어였고, ‘형상’은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영혼’ 또는 ‘정신’이 대치된 개념어였습니다. 이 둘이 결합해 만물의 개별적 대상 하나하나를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자연(φίσις)’이란 본디 이 ‘질료’와 ‘형상’이 합성체로 상존하는 무엇이었던 것입니다. 탈레스․데모크리토스로 이어지는 자연적 세계관과 소크라테스․플라톤으로 이어지는 관념적 세계관을 융합하고자 하는 하나의 시도였습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사물엔 ‘위계질서(ἱεραρχία)’가 있다.”라고 말했는데, 플라톤의 계급적 세계관을 어느 정도 승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만물 각각에 적절하고 합당한 위치(πρέπων)가 태생적으로 존재하고, 그러한 자리에서 훌륭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κόσμος)라는 것입니다. 동물에겐 동물로서 고정된 무엇이 있고, 무생물엔 무생물로서 고정된 무엇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이나 원숭이이고, 바위나 강물입니다. 노예에겐 노예로서 고정된 무엇이 있고, 귀족에겐 귀족으로서 고정된 무엇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예이고, 귀족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 세계에 합당한, 불변의 위치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했습니다. 만물의 위치를 고정시키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만물 중 ‘운동(κίνησις)’하지 않는 객체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 ‘운동(κίνησις)’은 생성과 소멸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동적 개념인데, “생물․무생물을 무론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예외 없이 ‘운동(κίνησις)’한다.”라는 말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만물에 모종의 목적의식을 부여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위계질서’는 곧 만물에 ‘존재의미’를 부여하는 말이었던 것입니다.
3. 오늘의 학습 내용 중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질문 형식으로 쓰시오.
― 아리스토텔레스는 ‘위계질서(ἱεραρχία)’에 따라 훌륭하게 돌아가는 세계를 ‘코스모스(κόσμος)’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질병(νόσο)’이라는, ‘위계질서(ἱεραρχία)’에 대한 반동적 행위를 정의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위계질서(ἱεραρχία)’와 ‘코스모스(κόσμος)’라는 말로 이 세계를 고정된 무엇으로 정의해놓고, ‘질병(νόσο)’이라는 말로 그 고정된 세계가 파괴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입니다. 숨겨진 전제에 대한 추가적 설명이 없다고 본다면, 이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여타 만물과 구별되게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정의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첫째 질문으로, 위와 같은 맥락에서 ‘코스모스(κόσμος)’를 파괴하는 ‘질병(νόσο)’도 인간 유일의 행위로 정의했는지 알고 싶고, 둘째 질문으로, ‘코스모스(κόσμος)’를 ‘위계질서에 따라 훌륭히 돌아가는 세계’라고 정의했는데, 만약 ‘질병(νόσο)’라는 것이 실존한다면, 사실상 세계는 ‘위계질서(ἱεραρχία)’에 따라 훌륭히 돌아가고 있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과 더불어, 그렇다면 ‘코스모스(κόσμος)’는 실존하는 세계를 가리키는 개념어라기보다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개념어인지 묻고 싶습니다.
4. 오늘의 수업활동에서 재미있었거나 인상적인 것 또는 수업 방법 중 개선을 바라는 의견이 있으면 쓰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