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종교색 배제 ‘심성계발’ 초점 | ||||||
불교계의 공교육 참여 방안 ① 창의적 재량활동 | ||||||
건전한 인성과 창의성의 함양이 현대사회가 교육에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학습자 중심 교육을 진행하면서 교육과정 편성ㆍ운영에 대한 지역 및 학교의 자율성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공교육에 시민사회단체 등 공익성을 띤 기관의 참여 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불교계가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모범사례를 통해 점검해 본다. 첫번째로 지역 학교의 ‘창의적 재량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문수청소년회(이사장 정념스님ㆍ월정사 주지)의 경우를 짚어 보았다.모범사례/ 월정사 문수청소년회
문수청소년회가 창의적 재량활동을 하는 곳은 모두 5개 학교 51학급에 이른다. 수업을 받는 학생은 1649명이다. 지난 2005년 3월 진부중학교 1개 학년의 수업을 실시하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5개 학교로 확산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월정사가 있는 평창군 관내의 진부 중학교는 1ㆍ2ㆍ3학년 13학급이 모두 참여한다. 이밖에도 원주 문막중학교(1학년 7학급), 인제중학교(2ㆍ3학년 8학급), 강릉 율곡중학교(1ㆍ2학년 20학급), 강릉 사천중학교(1ㆍ2ㆍ3학년 30학급) 등 원거리에서도 수업 요청이 들어올 만큼 반응이 좋다. 문수청소년회는 창의적 재량활동 참여 의미에 대해 “미래의 동량인 중고등학생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심어주어,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청소년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 교과목표 또한 청소년들의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고루 도움을 주는 내용으로 편성했다. 문수청소년회 한혜원 사무차장은 “다른 사람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한 공감 능력을 높여주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있다”고 창의적 재량활동을 평가했다. 창의적 재량활동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 반응은 기대이상으로 좋다. 일반 과목처럼 주입식 개별학습을 실시하지 않고, 학생 6명으로 ‘모둠’을 구성해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최선의 해결책 및 방안을 제시하도록 참여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화를 통한 모둠 활동을 어색해하고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부드럽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는 등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어 학부모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문수청소년회는 방과 후 상담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인성교육을 통해 학생들과 친숙해진 지도자들을 활용해 방과 후에 학교 부적응 학생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상담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불교적 가치관 기반 인성교육 프로그램 전문 강사 수업 진행…학생 참여 이끌어 5개 학교에 시행…타지역서도 지도요청 월정사 문수청소년회가 재량활동을 실시한다고 했을 당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사찰에서 참여하기 때문에 종교적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교육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에는 일체 종교관련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며, 문수청소년회 또한 종교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정했다. 한혜원 사무차장은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혹시’하는 생각을 많이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종교를 드러내지 않고, 청소년들의 인성교육과 심성계발에 초점을 맞춰 수업을 진행해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창의적 재량활동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강사확보가 중요한 과제이다. 강의를 하려면 교사 또는 사회복지사 등 전문자격증을 소지해야 하는데, 지역에서 이 같은 강사를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다. 문수청소년회에서는 자격을 갖춘 강사를 발굴해 지역 학생들에게 양질의 강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문수청소년회의 창의적 재량활동은 청소년들의 품성과 인격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불교적 가치관을 기본으로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을 통해 청소년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청소년 스스로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자립심을 배양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수청소년회의 창의적 재량활동 참여는 미래사회를 짊어지고 나갈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청소년들이 자랄 수 있는 ‘의미있는 토양’을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 문수청소년회 이사장 정념스님“건강한 청소년상 정립에 주력합니다”
정념스님은 “청소년 포교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우려와 지적이 적지 않다”면서 “재량활동과 문화체험, 인성교육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은은하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청소년회 설립 이후 지역사회와 교구본사의 관계가 한층 가까워졌다고 평가한 정념스님은 “다른 교구본사나 지역사찰에서도 청소년 포교의 한 방안으로 재량활동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강원도에 비영리청소년단체로 등록된 문수청소년회처럼 다른 사찰들도 해당 광역시도에 청소년단체를 등록하여, 안정적으로 청소년지원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정념스님은 “지난 2년간 실시한 재량활동이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후 향후 몇 년 내에는 월정사 교구 관할지역 전체로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교구 네크워크화’를 이뤄 지역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 ‘창의적 재량활동’이란범 교과 학습.자기주도학습 실시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학교의 재량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제7차 교육과정을 만들 때 도입됐다. 재량활동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인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적용된다. 학교, 교사, 학생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교과서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재량활동은 초등학교 경우에는 영역 구분 없이 학교 재량에 따라 배당하여 시행하며, 중고등학교는 교과재량활동과 창의적 재량활동으로 나뉜다. 창의적 재량활동은 크게 ‘범교과 학습’과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구분된다. 범교과 학습은 교과 이외의 범주에 대한 학습으로, 인성교육ㆍ성교육ㆍ진로교육ㆍ통일교육ㆍ민주시민교육 등이 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것으로 체험학습ㆍ소집단 공동연구ㆍ프로젝트 학습 등이 있다. 현재 서울에서는 사단법인 밝은청소년지원센터, 학교사회사업실천협의회 등 몇 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종교관련 단체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곳은 ‘문수청소년회’가 사실상 유일하며, 간혹 타종교단체에서 특별활동시간을 활용해 특강을 하는 사례는 있다. ● 사찰이 참여하는 방법비영리 단체로 학교 인정 받아야 공립학교의 경우 종교단체에서 종교 활동을 목적으로 정규수업에 참여할 수는 없다. 사찰에서 참여하려면 월정사처럼 비영리청소년 단체를 만들어야 가능하다. 이 경우 광역시도 또는 교육청 사회복지기금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내용의 교재나 교구, 강사 등을 확인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의 가치관이다. 지도자의 가치관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불교적 가치관을 지닌 지도자를 양성하고 확보할 필요가 있다. ● 문수청소년회는 ?강원지역 청소년 교육 ‘선두주자’ 교구본사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비영리청소년단체이다. 지난 2004년 4월 설립됐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이 이사장이며, 회원수는 4280명에 달한다. 청소년 공동화 현상이 심한 강원도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청소년 포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또한 문화혜택이 적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고품질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연합캠프, 문화예술탐방, 문화역사탐방 등의 다양한 사업을 펴고 있다. 2004년과 2005년에는‘청소년에게 문화의 향기를’을 주제로 문화탐험 활동을 벌였다. 첫해에는 평창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둬 2005년에는 삼척시 도계정보고와 고한종고를 비롯한 평창중, 진부중고 등 강원도 전 지역의 학생 12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월정사 경내 8각 9층 석탑 앞 특설무대에서 청소년들의 댄스 경연대회를 개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5년 4월에 이어 올해에도 여성가족부 지원을 받아 성매매근절 및 예방을 위한 청소년 성교육을 평창군 관내에 있는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매월 한차례 원주 교학초등학교에서‘어린이 리더십 교실’을 진행하는 등 지역 학교ㆍ청소년과의 유대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불교신문 2240호/ 6월28일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