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의 초경
나유성
집에 들어오니 언제나 그랬듯이 막내딸 도도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가벼운 스킨십을 나누고 눈을 돌리니 거실바닥 여기저기에 빨간 핏방울이 몇 방울씩 떨어져 있다. 불길한 예감에 안방과 작은방을 살펴보니 외부인이 들어온 흔적은 없었고 바닥도 멀쩡했다. 무슨 피일까 고민을 하다가 며칠 전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여보,
강아지들도 나이가 6개월이 지나면 생리를 시작하는데, 도도의 나이도 8개월이 지났으니 할 때가 됐어요.
혹시라도 제가 집에 없을 때 그런 일이 생기면 놀라지 말고 전화 해줘요“
도도의 몸을 살피니 아니나 다를까 오늘 초경을 시작한 모양이다.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한숨을 돌리니 네덜란드에 유학 중인 딸 규린이의 초경 때의 일이 떠오른다.
2007년 10월 30일 늦은 가을 오후였다. 경인방송의 대표 가요프로그램인 ‘열전 가수왕’ 심사 차 강화도에서 방송을 하는 중이었는데 평소엔 잘 하지도 않는 딸아이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규린이구나”
규린이는 별일 아닌 것처럼 특유의 관심 없는 말투로
“아빠! 나 생리해”
“그래? 축하해! 규린이가 이제 숙녀가 됐구나”
방송 내내 벅차오르는 감정을 달래며 집에 올 때 케이크과 아트풍선을 준비해서 학원에서 늦게 돌아온 딸아이의 초경 식을 멋들어지게 해주었다.
사람은 사춘기가 되면 초경에 대한 교육을 학교나 가정에서 하므로 해서 그날이 와도 당황하지 않았겠지만 말 못 하는 어린 짐승은 어떤 감정으로 초경을 맞이했을까 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우리 부부가 강아지를 입양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가족 모두가 애완동물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친척들도 애완동물은 입양한 일에 대해서는 이해 못 할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큰딸이 지난해 6월에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고 난 후에 중학교 2학년짜리 아들이 전과 다르게 의기소침함을 보였다. 사춘기여서 그럴 수 있겠거니 라고 지나쳐 버리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언젠가 친구 집에서 작은 푸들을 보고 와서 강아지 기르면 안 되겠느냐는 아들의 말에 단호하게 안 돼 라고 한마디로 일축한 일이 생각나서 아내와 몇 날은 고민한 끝에 애완견 전문 분양 가게에서 아들이 원하는 한 달 된 암컷 스피츠(Spitz)를 큰돈을 주고 분양해왔다.
강아지 이름을 여자답게 도도하게 살라고 이름을 ‘도도’라고 지어주고 거실 한 편에 집과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다. 갓난아이를 기르는 것만큼 시간과 정성, 돈이 들었지만 아들의 입가에 미소가 잦아지고 귀가 시간도 빨라져서 가족 간의 대화도 많아졌다. 어느 새인가 반려동물 동거 예찬론자로 변한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반려동물과의 동거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개는 원래 육식 동물이었는데 가축으로 길들여지면서 차차 잡식화되었다. 개는 땀을 내보내는 한선이 없기 때문에 더울 때는 입을 크게 벌리고 헐떡거림으로써 체온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개는 추위에는 강하지만 더위에는 약해 여름에 심한 운동을 시키면 일사병에 걸리게 된다. 개는 주인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고 주인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데 이는 야생 시대의 떼를 지어 생활할 때 항상 리더에게 복종하던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개는 주인의 가족을 자신의 무리라 생각하고 개 자신은 지위가 가장 낮은 무리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생명이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주인의 명령에 따르는 충성심은 본능에 따른 행동이지 의무와 권리를 자각하고 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스피츠(Spitz)는 독일어로 "뾰족한 것"이라는 의미로 주둥이나, 귀의 모양으로 인하여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1920년경 시베리아 대륙을 경유하여 중국 동북지방에서 일본으로 도래했던 대형의 화이트저먼 스피츠라고 한다. 1921년경 도쿄에서 개최된 전람회에서 처음 출진했다. 그 후 1925년 캐나다에서 2쌍의 화이트 스피츠가 수입되었고 그 후 또 다시 1936년경까지 캐나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각 대륙에서 수입되며 그들의 자손에 의해 개량 번식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8년에 재팬 켄넬 클럽에 의해 통일화 된 스탠다드가 확립되면서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스피츠 계열의 특징은 귀가 작고 바짝 서있으며 V자형의 얼굴 그리고 목둘레의 고리모양의 털이다. 우리나라의 진도개나 풍산개 등의 조상도 스피츠계열로 알려져 있는데 재패니즈 스피츠의 가장 가까운 조상은 러시아(시베리아)의 사모예드라고 한다. 사모예드는 스피츠(체중 7kg 이내)보다 크나(체중 23 -30kg) 모양은 거의 비슷하며 색깔도 흰색이다.
스피츠는 1년에 10일에서 15일 정도 생리를 하며 임신일수는 60일에서 65일 정도이고 한번에 1~5마리까지 출산을 한다. 수명은 10년에서 14년 정도인데 개의 1년 수명을 사람의 수명 5년 정도로 보니 50살에서 70살 정도의 수명으로 생각한다면 사람의 수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생리혈로 빠져 나가는 철분을 보충해주기 위해 철분성분이 들어있는 간식과 생리대를 사러 마트를 둘러보니 많은 종류의 간식들이 준비되어 있다.강아지의 생리대는 사람의 생리대와 달라서 아기의 기저귀 같은 팬티형 생리대만 진열되어 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큰딸의 것도 안 사봤는데…….
첫댓글 네 ~~교수님 잘읽고 갑니다 ~! 파이팅 입니다,
난 내가 느껴보지 못한 아빠의 사랑이 느껴지네요... 따님이 무척 부럽습니다..^^
울 교수님 은 알면알수록 새록새록 섬세하고 그동안 보지못했던면이 자꾸보여 재미있는 분이에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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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6.gif)
낭군 만나신것같아요 행복하시는모습 보기좋습니다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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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정적이고 사모님은
강아지는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키우고싶지만 남편이반대해서 ㅠㅠ 집앞 공원을나가면 애견을데리고나오는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가족이상으로 애착이강하더라구요 말없는동물이지만 주인만바라보고한결같은 사랑을 느낀다고합니다.이 사회에살아가는 인생에서사람들과의관계성속에서 참된사랑의 소중함을 더욱더 애착이갑니다 ^^~~
참 ~~~*☆♬
섬세하고 자상한 아빠시군요^^
동물과 식물을 사랑하는사람에게는 악인이 없다고 하더군요 보신탕 먹는 사람보면 괜시리 미워질라고 하네요 하기야 한 때는 저도 경동시장 가서 개다리 하나 사다놓고 푹 끓여서 몇날 며칠을 먹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개를 기르다보니까 사람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아의식이 거의 없고 지능지수가 낮아서 그렇지 감정이나 생각은 사람과 별반 다를바가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