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날,
아름다운 춘삼월에 서울 한복판을 밟을 생각하니 가슴이 떨려온다.
무슨 일을 한들, 어떤 취미생활을 한들,
최고 권력층이거나 특별히 국위선양 하고 카퍼레이드를 벌이지 않는한
교통순경 통제 받으며 서울시내를 내 맘데로 활개치며 달릴 수 있을 것인가?
마라톤이란 거창한(?) 취미를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 겨우겨우 기다시피 어기적 거리며 집에오자 아들이 문을 열어준다.
“아들아, 엄마가 서울바닥에서 이러이러 하고 왔다. 너거 엄마 장하지?”
“엄마, 나는 마라톤 안해도 해봤어”
“니가 언제?”
“군대 있을때 국빈 영접할 때마다 맨날 취타대로 동원 되어서 했자너”
“아, 글쿠나! 엄마가 너무 좋아가꼬 잠깐 니가 군악대 근무했다는걸 까먹었다 미안타!”
어쩌고 저쩌구 했덩만 남편이 모자지간에 죽이 딱딱 맞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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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서 첫풀 머리올리러 갈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풀 한번 뛴다고 한걸
5:18분에 완주해서 18분이란 꼬리표 떼고싶어 겁도 없이 다시 동마를 신청했는데
이때부터 고난의 가시밭길이 시작된것 같다.
추운겨울 일욜날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30분 먼저가고 1시간 늦게 들어오는 어려움을 감내하고
나름 열심히 했다.
나뿐만이 아니겠지만, 새벽에 안떨어지는 눈 비비고 일어나면
“선수될래? 피곤하담서 쉬지, 눈오는데 쉬지, 비오는데 쉬지, 야근했는데 쉬지”등등
남편은 이불속에서 나오는 내가 안돼 보이는지 나갈 때마다 쉬지 쉬지를 한다.
주위에서 동아는 춘천보다 주로가 평지니까 18분은 충분히 짤라버릴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믿었다.
토끼친구 영호의 패매를 약속받고 계옥이를 찾았다.
게옥이가 토끼들 있는곳으로 찾아온다고 했는데
아무리 눈을 휘휘거려도 안보인다.
아마 E그룹에서 순도씨 만나 잘 올거야!!!
영호는 A그룹 난 D그룹, 딱 중간 C그룹에서 보모도 당당하게 출발했다.
청계천을 마주보며 만나는 친구들마다 화이팅을 외치며 하프까지 기분좋게 잘도 갔다.
슝슝 잘도 나간다.
25키로 지점에 오니 계옥이가 옥연언니 패매를 받으며
언니, 하면서 내 앞을 휭~~하고 가는데 갑자기 힘이 쑤~~욱 빠져버린다.
“영호야 더이상 못가겠어, 배가 이상해”
“왜, 배고파?”
“아니”
“그럼 배아파?”
“아니, 그런게 아니고 배가 딱 반으로 접어질것 같애”
“괜찮아, 천천히 가자. 시간에 연연하지 말고 천~천~히 가면 된다 아직도 멀었으니까 조급해 하지마”
스폰지란 스폰지는 다 받아서 딱고
또 사이사이 있는 급수대에선 파워젤과 물 포카리를 다 먹었다.
형래가 배고프면 절대로 못가니까
다른 사람보다 두배를 더 뛰니까 파워젤 7개 가꼬가서 먹으라고 한것을
주머니가 작아 파워젤 5개, 아미노*** 4개, 진통제 3개를 허리에 차고
급수대마다 번갈아서 먹었더니, 영호가 뭘 그리 많이 먹냐고 ㅎㅎㅎ 내가 생각해도 참 많이도 먹는다.
5키로 5키로 갈때마다 줄어드는 키로수를 보며 조금만 조금만을 되뇌이며 갔다.
중간에 힘들다고 영호가 길바닥에 앉혀놓고 마사지도 해주고
손도 붙들고 끌고도 가고 어떻게 어떻게 35키로 40키로쯤 왔다.
주로 통제가 풀렸다고 인도로 가란다. 딱 2키로 남았는데 인도고 나발이고 남들도 다 차도로 간다.
가다보니 클럽버스가 보인다. “영호야 저게 우리 버스야”
(이말을 쓰는 이유 있다, 말 안했으면 어쨌을까 싶다)
잠실운동장에 들오자 이제 끝났구나 하는 안도의 숨을 쉬며 신나게 달렸다.
진즉에 달렸으면 조금이라도 땡겼을틴디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된것이다.
두팔을 하늘에 벌리고 피니쉬를 밟았다.
남들은 sub-3를 하네 sub-4를 하네 하지만 내 기록에 감사한다.
5시간 29분 40초, 이렇게 긴 시간 고장나지 않고 달려준 건강한 몸과 팔, 다리가 있어 행복하다.
물폼보관소 앞에오니 영미언니가 기다리며 샤워하러 가자는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토끼친구들을 이때 안보면 언제볼지 몰라서
“언니 내가 버스 봤으니까 잘 찾아갈 수 있으니까 먼저 가있어 시간 맞춰서 차로 갈게”
토끼 부스에 들러 밥한그릇을 개눈 감추듯이 먹고, 아까 들어올 때 본 버스 찾으러 나갔다.
난 길치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길치다.
남편이 집에 찾아오는것 보면 신기하다 그런다.
한참을 걸어 기억을 되살려 버스를 찾는데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안보인다. ㅠㅠ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다. 뭘 알아야 물어보지 질문도 알아야 하는거다
어기적거리는 다리는 풀 5시간 뛴것보다 더 떨어져 나가게 아프고
물품 보관한 비니루 가방은 왜그리 무거운지
햇빛은 내리쬐고, 토끼옷을 그대로 입고 돌아댕기니 속도 모르고 “토끼 화이팅”을 외친다.
버스 찾았냐고 토끼부스에 있는 영호한테서 전화온다.
아니 못찾았어, 나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어, 갑자기 차가 가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이 엄습한다.
차 찾기 시작한지 30분도 더 지난것 같다.
기사님한티 전화하니 지하철로 들어가 1번출구로 나와가꼬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도대체 못알아 먹겄다
다른땐 갑수가 데꼬 다녔는데, 갑수는 예비 아들 며느리 챙기느라 꼬배기도 안뵌다.
하이고~~ 옴마~ 내가 서울바닥 달리러 왔다가 집에도 못가고 깨팔러 가게 생겼어요
끝도없이 넓은 잠실운동장을 걷고 또 걷고 또 걸어도 버스 꽁무니도 안뵌다.
아직도 못찾았냐고 영호가 또 전화하길래
"이제 더이상 못찾겠어, 영호가 와서 찾아줘"
영호는 패매해준 죄밖에 없는디 이제 클럽차까지 찾아 내놓라고 허니 환장할 노릇이다.
영호를 어떻게 어떻게 지하철 넘어 만나가꼬 버스를 찾았다.
얼마나 반갑던지 울고 자펐다.
바보야, 들어올때 41키로 지점에서 봤는디 그걸 못찾고 30분이나 헤매냐고 ........
풀로 서울시내를 달렸고 버스찾으러 하프는 뛴것 같다.
드뎌 우리동네, 참좋은 동네 전주 왔다. 서방님이 버스까지 마중나왔다.
소고기 사가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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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상상력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로또 사놓고 일주일간 행복한 상상을 하듯이
뛸때마다 상상한다. 나도 몇시간 안에 뛸 수 있다면........
상상하는 순간 만큼은 행복하다.
어떤 상상을 하던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꽃피는 봄날 여러분들은 어떤 상상을 할까요?
첫댓글 눈물바다~감동에 도가니탕입니다..ㅋ
정말 수고했습니다..^^
뛸때보다
차 찾을때가 너 힘들었다
근데, 어제 올렸던 동마 단체사진 오데로 보낸거여?
그것 줘~~~
넵~다시 올리겠습니다..!!
허벌나게 수고했어
삼세 3판은 히야지 ~~ㅎㅎ
형래가 삼세판 할수 있게 또 여름에 훈련시킬라고?
아직까지는 4일째인 오늘까지 생각없뜸
엄청 고생했네요.
새만금에서는 서브-5 화이팅!!
새만금 조용히 10키로로 바꿔달라고
해서 새만금은 짧은걸로 쌈빡하게 뛸끕니다.
겨울 훈련도 많이 했는데, 자빠지면서 까지, 대단한 인내심이다. 수고했다 친구야
자빠진 값도 못허고
기록이 저따군지 몰러 ㅎㅎㅎ
난 딱 요만큼에서만 만족헐꺼여
더이상은 무리~
언니 내년에 한번 더~~
같이 뛰어보게요
수고많으셨구요
빠른 회복 하시구
합동때 뵈요~
내년?
내년이라~~~
그러게, 내년이면 또 어찌될까?
계옥이는 차츰차츰 실력이 느는것 보니까 담에는 잘할수 있을것 같다
수연아 수고했고 예뻐
영미언니가 가자고 헐때
따라갔어야 하는데
내가 비닐보따리 들고
차 찾아다니면서 올매나 후회했다구요.
글도 예쁘게 잘쓰시고 일도 잘하시고
마라톤도 잘 뛰시고
역시 전마클 홍보부장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시길......
회장니~~~임
글도 잘쓰고 (<---오키 나 혼차 자장질입니다)
일도 잘하고 (<---오키 시방까지 붙어있는것 보면 아직 쓸모가 있어서?)
마라톤도 잘하고(<--- 이건 아닌것 같아요)
글고 길도 못찾고 .......
더 밑으로 떨어질 기록도 없으니까 1분이라도 단축할수 있겠지요?
근데
요즘 회장님이 안보여서 궁금해요
무사 완주 축하드려요
이제 시작~ 담엔 좀 더 편하고
즐겁게 달릴 수 있게~ㅎ
오랜시간 달리느라, 차 찾아 헤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연희씨가 응원해준만큼 성과를 올렸어야 되는데
내 실력은 딱 요까지인가벼
국민핵교때 국민교육헌장에 나온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라고 했는데
마라톤은 나의 소질이 아닌갑서~~
ㅎㅎ
진정한 마라토너 !!!!
갑수보다 훨씬 더----------
참말이쥐?
역쉬 칭구가 쪼아~~
홍보부장님 잘 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홍보부장님 최고^&^
홍일씨 ~~ 존 아침!!
빵까루 ♪~♬
갑자기 언니가 보고싶어져요~~~~~~~~~~
보고싶으면 봐야디는디
앙그럼 상사병걸려
유정이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긋다
나보 보고싶네
그래 정말 장해.
완주자의 기쁨 그 무엇으로 표현하리
감동적인 글 이제야 보게 되어 미안하이
축하 축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