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는 하루 종일 인터넷에 묻혀 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을 찾는다. 그리고 혹시 메일이 온 것은 없는지, 블로그에 어떤 내용들이 올라와있는지, 그리고 그 날의 간단한 뉴스까지 눈을 비비며 찾는다.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뉴스를 챙기고 자기의 관심사를 찾아본다. 그러한 행동은 전철에도 계속되고 마침내 사무실에 들어서면 자기에 앉기가 무섭게 컴퓨터 전원을 켠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는 상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의 구매 정보는 관련 앱에 연결이 되어있다. 음식도 집에서 배달을 해서 먹고 택시를 이용할 때도 예전처럼 거리에 나가 빈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 필요도 없다.
공연 예매는 물론이고 명절 귀향길에도 버스 터미널에서 길게 줄을 서서 표를 살 일도 없어졌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해갈까?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온갖 기기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의 개발로 지금은 인간이 컴퓨터로부터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영역이 바둑이 아닌가 싶다. 인공지능이 바둑 최고수를 이긴 것은 이미 한참이 되었고, 지금은 그 최고수들조차 컴퓨터로부터 기상천외한 수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인공지능 컴퓨터에 앞으로 AI가 어떻게 발전해갈지를 물어보자 서슴없이 자기들이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어떻든 컴퓨터며 스마트폰이 폰이 보편화되고부터는 인간은 깊이 생각하기를 기피하는 듯하다.
인터넷은 단순한 정보 유통 수단을 넘어서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터넷의 편리함이 인간을 어떤 형태로든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니콜라스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뇌의 가소성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간 성인의 뇌는 고정되어 있다고 여겼지만 우리의 뇌에는 광범위한 가소성이 존재함이 입증되었다. 즉 모든 뇌 회로는 감각, 시각, 청각, 동작, 사고, 학습, 인식 또는 기억 등 어느 것에 관여하든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의 발달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저자는 지도 제작과 기계식 시계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도 제작의 역사적 발전은 단순히 인류의 발전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 지식의 발전을 이끌고 가속화했다. 기계화된 시계는 스스로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꾸어놓았다.
지도과 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도 변화시켰으며, 자연현상을 묘사하는 언어를 바꾸었다. 언어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의식적 생각, 특히 고차원적 형태를 한 사고의 틀이므로 언어를 재구성하는 이 기술은 우리의 지적 생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므로 언어의 역사는 사고의 역사이기도 하다. 글자는 수메르 인이 쓰기 시작한 특수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구텐베르크의 인쇄 기계 발명으로 책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문자 생활에 일대혁신을 가져왔고, 우리 생활을 문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것도 잠시 20세기 중반 전기 전자 미디어의 등장으로 우리의 시간과 관심을 빼앗아 가면서 책은 우리 지적 생활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데스크톱, 노트북, 휴대용 기기 등에 의한 전자 혁명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이메일로 인해 손 편지가 사라지고 웹 페이지에 사진과 그림을 삽입시키는 일이 가능해졌다. 인터넷은 라디오, 축음기, 테이프 플레이어와 같은 전통적인 소리 처리 장비를 대신하였으며, 인터넷이 영화와 텔레비전 기술까지 포괄하게 되면서 드디어 비디오까지 온라인에 등장했다.
지금은 동영상 전화도 보편화되어 손안의 스마트폰에서도 구현이 되고 있다. 인터넷의 쌍방향성에 힘입어 사업과 거래의 통로로 바꾸어 놓았다. 클릭 몇 번으로 주문, 배송, 은행거래, 태식 호출 등 필요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은 우리 서로를 연결시킨다. 이는 상업적인 매개물인 동시에 개인적인 방송 수단이기도 하다. 블로그나 비디오, 유튜브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창작물이 쏟아지고, 미디어들의 양방향성은 이곳을 트위터, 카톡, 페이스북 등 세상의 소통 장소로 만들었다.
그에 비례해서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책과 신문은 소리나 동영상을 다룰 수 없으며, 영화와 텔레비전은 문자를 보여주기에 적합하지 않고, 라디오, 전화 등은 소리 송출로 기능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정보가 디지털화되자 미디어의 경계가 사라졌다.
우리는 특수 목적 기기를 만능 기기로 교체한 것이다. 인터넷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생활 속에 밀접하게 자리 잡으면서 인터넷 사용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강해지고 있다.
알파벳과 숫자 체계를 제외한다면 인터넷은 보편적 사용이 가능한, 사고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기술이 되고 있다. 인터넷은 맛과 냄새를 제외한 모든 감각을 동원하고, 이 같은 감각을 동시에 느끼도록 한다.
종이에 인쇄된 글 하나하나가 홍수 같은 정신적 자극에 대한 우리의 갈망을 그저 적셔주는 수준이었다면, 인터넷은 그야말로 온몸을 푹 담그게 해주고 있다. 그로 인해 ‘오래된 뇌의 지적 기능과 활동에 사용되던 회로들은 약해지고 해체되기 시작’하고 있다.
뇌는 사용하지 않는 뉴런과 시냅스를 더욱 긴급한 다른 업무 수행을 위해 재활용한다. 뇌는 새로운 기술과 시각을 얻지만 오래된 것은 잃어버린다. 결국 디지털 기술의 폭발은 우리 삶의 방식과 소통 방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뇌도 급속히, 상당한 수준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한편 인터넷은 우리로 하여금 아는 지식의 축소와 함께 찾을 수 있는 지식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인터넷은 어느새 개인 기억의 보조물이 아닌 대체물로 인식되게 되었다. 우리는 점차 기억하려는 행위를 포기한다. 온라인에서 즉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적 능력은 기억을 확장할 때마다 향상된다. 그러나 인터넷을 개인적인 기억의 대안물로 사용하면서 내부적인 강화 과정을 건너뛴다면 우리는 그 풍부함으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을 텅 비게 하는 위험성을 안게 된다. 기억 강화의 핵심은 집중이다.
신경통로의 가소성 덕분에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의 뇌는 더 산만해지도록 훈련받는데, 이를 통해 정보를 매우 빨리, 효율적으로 처리하길 하지만 지속적인 집중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뇌는 망각에 익숙해지고 기억에는 미숙해진다.
인터넷 사용으로 생물학적인 기억 장치에 정보를 저장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면서 우리는 인터넷의 광활하고, 쉽게 검색 가능한 인공지능에 더욱 의존한다. 우리가 인터넷을 보편적으로 사용하면서 우리 사고 속에서 일어나는 풍부한 연관 짓기를 희생한다.
웹은 그 자체가 네트워크이지만 그것이 우리 뇌의 시냅스와 같지는 않다. 뇌의 연결은 단순히 기억에 대한 접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기억을 구성한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시간을 검색과 서핑에 쏟는다 해도 결코 웹의 연결이 우리 것이 되지는 않는다.
기계에 기억을 아웃소싱 할 때 우리는 지성이나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 역시 아웃소싱 하는 것이다. 기억을 아웃소싱하면 문화는 시들어간다. 컴퓨터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생각을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한다면 인간의 뇌는 상당 수준 그 능력이 감소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에 접속했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명령 체계, 즉 숨겨진 코드가 비록 공개되어 있긴 하지만 우리 중 거의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알고리즘 명령을 따르고 있다. 구글이나 다른 검색엔진을 통해 정보를 찾을 때 우리는 특정 명령 체계를 따른다.
이 명령 체계들은 테일러주의를 따르는 공장에 있을 때처럼 매우 기발하고 놀랍도록 유용하지만 이는 또한 지적인 탐구, 심지어 사회적인 애착이라는 혼란스러운 과정 역시 기계화한다. ‘빅 브라더‘의 그림자가 아른거릴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는 가장 사적이고 개인적인 인간의 행동을 각각의 단계가 웹 페이지의 논리에 따라 암호화되어 있는 생각 없는 의식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지식과 직관에 따라 행동하기보다 기계의 작동 신호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지적은 오싹하다.
어린 아이들에게 테블릿을 들려주고 하루 종일 만화나 화면 변화가 빠른 놀잇감을 보게 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들이 그것을 보는 순간은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조용함이 아이의 사고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아이에게서 테블릿을 회수하면 금방 산만해지거나 테블릿을 달라고 떼를 쓴다. 그런 아이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줄 모르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물론 산만함은 공감과 열정 같은 감정 경험도 앗아간다.
인터넷이 우리의 도덕성을 훼손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성급할 수 있어도, 인터넷이 우리의 살아 있는 통로의 경로를 바꾸고 사색 능력을 감소시키고,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의 깊이도 바꾸어놓는다는 저자의 지적은 끔찍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이 출판된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인터넷의 발전 과정으로 본다면 까마득한 옛날이다. 그 동안 AI가 생활 전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가 하면 하늘에는 드론은 넘어 무인전투기가 날아다니며 인간을 대신해 전쟁을 치룰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러다가 인터넷이 인간을 대체하는 날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득함마저 느낀다. 그런데도 인류가 존재한다면 지금까지의 인류와는 사고 구조가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신인류라 불러도 분명 손색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