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유통업태별 영향 전망 및 분석
유통업 전반적으로 모든 업체가 알리바바그룹의 진출에 의해 크고 작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 나아가 소비재 업체(수요 증가와 함께 결제 편의성까지 더해짐), 택배사(배송), PG업체(알리페이와 제휴 증가), 골판지 업체(택배 상자), 병행 수입업체(중국 직구가 확산됨에 따라 위협) 등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장에서는 국내 유통업체 중심으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 지 전망해 보도록 한다.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유통업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두가지 관점에서 같이 살펴 보아야 한다. 첫째로 알리바바그룹의 오픈마켓(타오바오, 티몰)이 우리나라에 직진출함에 따른 인바운드 영향이 있다. 이는 인터넷 쇼핑 시장의 가격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두번째는 우리나라 유통업체가 알리바바그룹 B2C 사이트인 타오바오에 입점함으로써 받는 아웃바운드 영향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알리바바그룹의 플랫폼을 중국 진출의 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에서 가장 유리한 입지에 있는 업태는 1) 인터넷몰 매출비중이 낮아 가격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2) 그동안 출점의 한계에 부딪혀왔기에 중국에서 확장 포텐셜을 찾을 수 있는 백화점이라고 판단한다.
합리적 소비가 확고해 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유통업체의 돌파구는 1) 가격 차별화가 되거나(가장 저렴하게 팔거나), 2) 상품 차별화가 되어야 하는 것(가장 차별화된 상품을 팔거나)이라고 판단한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소수의 유통채널을 통해(할인점, 백화점 등) 상품을 공급했고,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활성화 되고, 여기에 해외 유통채널까지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가격 비교는 습관으로 굳어졌고, 이에 소비자들은 모든 채널을 비교하여 가장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게 됐다. 현재는 미국을 위주로 직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중국 직구가 늘어나게 되면 가격 경쟁은 더더욱 심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트렌드의 돌파구는 상품 차별화다. 최근 백화점 업계가 프리미엄 식품관 및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강화하는 움직임, 홈쇼핑의 독점상품 강화 및 콜라보 브랜드 런칭, 편의점의 PB상품 강화 등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가격으로 승부가 되지 않으면 ‘우리만 파는’ 상품을 강화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1. 알리바바 → 국내 진출 효과(인바운드)
최근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매회 빠지지 않고 타오바오 앱이 등장했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끔에 따라 중국 기업 최초로 한국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며 PPL(간접광고)를 넣은 것인데, 알리바바그룹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하려고 하는 시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1) 상대적으로 위험하다: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홈쇼핑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가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되는 업태는 오픈마켓과 소셜 커머스 등 온라인 기반의 유통업체이며, 전통 유통채널 중에서는 홈쇼핑도 상대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국내 오픈마켓 시장은 현재는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옥션)와 SK플래닛(11번가)의 양강 구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글로벌 유통 공룡인 아마존이 최근 한국 지사 매니저를 구인해 사실 상 오픈마켓 진출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올해 6월, 네이버는 오픈마켓 ‘샵N’을 종료하면서 한 발자국 물러선 것처럼 보이나, 샵N을 상품등록 플랫폼 형태인 ‘스토어팜’으로 새롭게 개편하면서 알리바바의 사업 모델로 변경하고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 알리바바의 오픈마켓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양강구도에서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i) 오픈마켓
오픈마켓에게 있어서 낮아지는 판매수수료는 더욱 부담이다. 10%를 훌쩍 넘는 오픈마켓의 판매수수료와 비교하면 알리바바그룹의 티몰과 11메인은 2.5~3%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낮은 판매수수료의 플랫폼에서는 판매자가 그만큼의 차액을 가격 할인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다. 본 사업 모델로 전환한 네이버의 경우, 직접적인 오픈마켓 시장에서는 철수했지만 인터넷 쇼핑 시장 전체로 봤을 때는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마존까지 우리나라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시장 플레이어가 늘어남에 따라 판매수수료 인하 압박도 존재할 것으로 전망한다.
ii) 소셜커머스
소셜커머스는 체질적으로 더욱 불리하다. 2010 년 소셜커머스가 처음으로 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공동 구매 방식으로 지역 기반의 서비스 가격을 할인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일반 상품들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소셜커머스라는 이름과 다르게 오픈마켓과 다를 것이 없는 정체성을 지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상품 차별화’ 전략보다는 ‘가격 경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셜커머스 사이트인 그루폰의 행보를 보면 비슷하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소셜커머스 모델로의 성장이 한계를 보이면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셜커머스 업체들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한 그루폰은 2008 년 Deal-of-theday(오늘의 딜)을 내세우며 출발했다. 그루폰은 경쟁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해 엄청난 할인 공세를 펼침에 따라 실체가 있는 일반 상품들을 판매하는 전통적인 오픈마켓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으나, 기존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공룡들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iii) 홈쇼핑
전통 유통채널 중에서는 홈쇼핑도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홈쇼핑의 경우 인터넷몰 매출 비중이 타 전통 유통채널 대비 높은 편이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 시장의 가격 경쟁을 가장 전면으로 마주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4년 상반기 말 기준 홈쇼핑 3사의 평균 인터넷 취급고 비중은 23%에 달했고, 백화점 3사는 9.7%, 대형마트는 5% 미만으로 나타났다. 홈쇼핑의 상품차별화는 분명 경쟁력이 있으나, 최근 모바일의 비중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가격 경쟁은 피하기 어렵다. 홈쇼핑 취급고 중 TV부문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대부분 오픈마켓에서 판매하지 않는 단독 상품이거나 독점 상품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들이 인터넷 취급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밖에 되지 않는다. 즉, 홈쇼핑의 인터넷몰은 오픈마켓에 있는 똑같은 상품들과 가격 경쟁을 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홈쇼핑 업체의 경쟁력은 상품 차별화 및 해외 모멘텀 등의 확장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2)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i) 백화점
백화점 업체들은 매출에서 인터넷몰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라(2014년 상반기 말 기준 3사 평균 9.7%), 알리바바의 진출에 따라 바로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백화점은 상품 차별화가 되는 업태 중 하나인데, 그 증거로 최근 백화점 내에서 유일하게 성장해 온 카테고리인 명품과 식품 부문을 보면 그러하다.
의류나 화장품, 잡화 등의 상품은 사이즈를 확인해보고 인터넷으로 구매하거나, 기존에 쓰던 제품들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명품은 접근성이 쉽지 않으며, 가격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다. 고급 의류 또한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만큼 사이즈나 색상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크고, 소재 확인이나 세탁 관리 등에 대한 설명을 점원에게 듣는 편을 선호한다. 이러한 상품을 유통시키는 데에 있어서는 백화점이 온라인몰보다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고급 수입 브랜드 의류는 우리나라 업체와 계약을 맺고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고, 브랜드 이미지 관리 정책 상 알리바바의 타오바오나 티몰에 입점할 확률이 낮다. 더불어 타오바오와 티몰은 ‘짝퉁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품이 난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리지널 브랜드들이 온라인몰에 입점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또한 최근 프리미엄 아울렛과 도심형 아울렛으로 진출 하고 있는 백화점 업태의 행보도 긍정적이다. 아울렛은 중국인 관광객까지 흡수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있으며, 이들 상품은 온라인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 더불어 단순히 물건을 파는 채널이 아니라, 주말에 나들이를 나가는 컨셉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어 향후 전망은 밝다고 판단한다.
ii) 할인점 & 편의점
할인점과 편의점은 의도치 않게 상품 차별화가 된 경우다. 식료품, 특히 신선식품을 온라인에서 전문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업태는 현재 대형마트가 유일하며, 편의점 매출은 안정적인 담배매출과 신선식품의 비중이 대부분이다.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유통에서 다른 업태와 차별화 될 수 있는 강점이다. 중장기적으로 온라인몰 및 창고형 할인점 강화 등 사업구조 다변화와 PB 등 상품력 강화에 따른 전략으로 대응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2. 국내 유통업체 → 알리바바 진출 효과(아웃바운드)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국내 유통업체 및 소비재 업체들이 중국 시장 진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한다. 알리바바그룹만 한국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업체들이 알리바바그룹의 유통채널에 입점해 중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중국은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아 인터넷 쇼핑 시장이 메인 채널로 커지고 있고, 2) 한국 상품에 대한 니즈가 매우 확실하며, 3) 지리적으로 가까워 중국으로의 해외 배송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는 향후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1) 중국은 인터넷 쇼핑이 메인 채널 → Capex 절감 가능 및 진출 안정성 확보
[그림63]에 나타나듯 중국은 소매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국토 내 1평방미터 당 소매점 면적을 보면 미국이 2.6㎡, 일본이 1.3㎡인 데 비해 중국은 0.6㎡에 지나지 않는다. 오프라인 판매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만큼, 온라인 판매가 파고들 여지가 충분했고, 이에 따라 전체 소매 시장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인터넷 보급과 함께 2004년 0.1%에서 2013년에는 8%로 크게 확대 됐다.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중국 정부가 전자상거래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법적 정비 및 조치 등을 잇달아 실시해 왔으며, 올해 3월에는 전자상거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30개 시범 도시를 선정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발전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요소다. 홈쇼핑을 제외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최근까지 토지 및 건물을 임대하여 유통업 진출을 해왔는데, 중국의 거대한 면적으로 지속적인 출점이 어려웠고, 이에 따라 바잉파워 확보가 힘들어 가격 경쟁력에서 경쟁업체에 밀리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었다. 전통 유통업체 중에서는 그나마 홈쇼핑이 현지 미디어 업체와 합작해 보다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채널에 입점을 통해 국내 오프라인 업체들에게도 중국 시장으로 확장하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
2) 한국 상품에 대한 니즈가 매우 확실하다
앞 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 알리바바그룹의 관계회사인 알리페이는 한국 상품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고 있음을 파악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늘어나는 거래로부터 수반되는 과정을 선점하여 수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국내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 2012년 기준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 여행 시 총 소비액의 61%를 쇼핑에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지출 비중인 43% 보다 높아,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음을 보여준다.
타오바오가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05년부터 2013년 5월까지 타오바오를 통해 ‘한국풍’ 제품을 구매한 사람은 1억 1,800만명이나 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네티즌이 약 6억명인데, 중국 네티즌 다섯 명 중 한명이 한국풍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타오바오에서 ‘한국풍’ 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약 5천만개의 제품이 검색될 정도로 인기있는 키워드다.
이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알리바바그룹을 통한 국내 유통업체의 중국 진출은 알게 모르게 진행중이다. 우리나라 유통업체가 티몰에 입점할 경우 별도 법인을 설립할 필요가 없는데다, 결제와 배송도 티몰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파크와 지마켓은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이름을 달고 이미 티몰에 입점해 패션, 의류, 유아동 제품 등을 주력으로 판매 중이다. 지마켓은 티몰 내 쇼핑몰 카테고리를 ‘가로수길’ ‘이대 앞’ ‘명동’ 등 중국인이 자주 찾는 한국 패션 거리 중심으로 분류했다. 서울 길거리 패션 트렌드를 소개하며 한류 열풍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목표다.
올해 7월, 롯데백화점도 중국 내 한국 상품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음에 따라 티몰 입점을 선언했다. 당초 롯데백화점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닷컴과 함께 중국에 독자적인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중국 전국 단위 물류, 인허가 등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일단 알리바바와 제휴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알려졌다. 온라인 거래액을 늘려 롯데백화점 중국 법인의 바잉 파워가 확대되면 중국 내 시장 점유율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3) 지리적으로 가까워 중국으로의 해외 배송에 유리하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미국이나 유럽보다 배송에 유리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중국 상품을 주문했을 때, 최종목적지까지 배송대행지 등의 루트를 거치지 않고도 무료로 15일안에 도착했고, 약 13달러를 내면 EMS로 3~5일내에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영문몰을 운영하고 있는 11번가, 지마켓, 롯데닷컴은 EMS를 통해 중국으로 배송하고 있다. 1kg 무게의 소포를 EMS로 중국까지 발송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3~5일이 소요되고 배송비는 18,800원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비슷한 가격대의 배송 옵션(약 24달러)을 선택하면 6~10일이 소요되고, 3~5일안에 받으려면 배송료가 58달러에 달한다. 이처럼 한국 상품에 대한 높은 수요와 함께,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점은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 진출에 있어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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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