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수행
요즘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절 수행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템플스테이나 사찰 수련회 프로그램에서도 108배 정진은 빠지지 않는 인기 프로그램입니다. 환자들에게는 건강을 되찾기 위한 운동법으로, 여성들에게는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수험생들에게는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들에게는 심신의 안정을 위한 수행법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절은 부처님을 비롯해 스님들에게 경의를 표하거나 아상을 버리고 무아를 체득하기 위한 불교 수행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절을 통해 자신을 낮추고 교만심을 없앰으로써 업장을 소멸하고 궁극적으로 열반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용수보살이 저술한 <대지도론>에서는 ‘사람의 몸에는 머리가 맨 위가 되고 발이 맨 아래가 되니 머리로 발을 향해 예배하는 것은 극진히 공경한다는 표시이다’며 절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절 수행은 하심(下心)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기 때문에 교만심을 없애는 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마음으로 자신을 닦는 과정을 동시에 병행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집중해 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은 물론 유체의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무엇보다 집중력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는 점이 절 수행의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절을 통해 마음과 몸에 집중하다보면 선정에 이를 수 있는데 참선 수행을 통한 집중은 정적인 반면 절은 신체를 움직이면서 삼매에 든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강화시키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고 이름다운 육체를 만드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절 수행은 허리와 배를 규칙적으로 접었다 펴는 굴신운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소화기관의 운동을 활발하게 돕고 당뇨병, 고혈압, 스트레스 등 성인병을 줄이는데도 탁원한 도움이 됩니다. 매일 같이 규칙적으로 절 수행에 매진해 질병이 해소되고 건강해졌다는 사례를 언론을 통해 우리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절 수행을 언제 어디서나 실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유통과 달리 넓은 공간이나 운동기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공간만 있으며 간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108배의 경우, ‘수행과 건강'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수행법이자 탁월한 운동입니다.
절이 바른 불교 수행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불교의 중도 연기적 세계관과 가치관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 절 수행만 강조하게 되면 자칫 육체적인 운동으로 전락될 수 있습니다. 모든 수행에는 의식과 절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절 수행 의식과 절차에 대한 원칙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절을 한 횟수를 절 수행의 척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저 절을 많이 한다고 해서 수행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의 절은 능례(能禮)와 소례(所禮)로 이루어지는데 능(能)은 주체요, 소(所)는 대상으로, 능례는 절하는 '나'를 소례는 그 절을 받는 불보살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중생의 분별 세계에서는 이 능과 소가 언제나 붙어 다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중요시하는 '나'도 '너'가 있기 때문에 있는 것입니다. '너'가 없으면 '나'라는 존재도 있을 수 없습니다. 선악(善惡)도 마찬가지요, 사랑과 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상대적인 것이 결코 두 몸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손등과 손바닥의 관계처럼 항상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곧 예배를 하는 이와 예배를 받는 분이 완전히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불이(不二)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절을 하는 사람과 절을 받는 분은 무엇에 의지하여 손의 앞,뒷면처럼 존재하게 되는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참된 마음자리입니다. 절을 받는 부처님은 참마음 자리를 회복해 가진 분이요. 절을 하는 우리는 참 마음자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하고 있는 존재인것입니다. 따라서 기도하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 또한 우리의 마음자리 능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만 하면, 절을 받는 부처님과 절을 하는 우리의 마음자리가 하나로 계합하여 어떠한 소원도 능히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참 마음 자리! 모든 것은 이 마음자리로부터 생겨납니다. 비록 이 마음 자리는 특별한 모습이나 실체가 없지만, 인연이 화합하면 갖가지 묘한 모습과 작용을 나타내 보이게 됩니다. 좋고 궂은 모든 일도 바로 이 마음자리에서 일어나고, 기도 성취의 근원적인 힘도 이 마음자리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산란하고 약하고 탐심. 진심, 치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절을 계속하면 나쁜 마음이 일어나지 않고 약한 마음이 튼튼하게 됩니다. 산란하던 마음이 가라앉고 침착해져 주의력이 생기고 정진력이 생기며 따라서 지혜가 열립니다. 또 참회가 되고 기도가 되어 업장이 소멸 되고 액난이 사라집니다.
절 수행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절 수행입니다. 절하는 마을은 모든 사람을 공경하는 마음이요,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이요. 모든 어려운 사람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마음이요. 어떤 고난에 구애받지 않는 여유로운 마음입니다. 여러분 모두 절 수행을 열심히 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나무 반야 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