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축구를 조금 아는 혹자는
"축구를 영국에선 'football'이라고 하고, 미국에선 'soccer'라고 한다."
이렇게 알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영국에서 살짝 살아본 결과, 이것이 흑백 논리처럼 딱 나뉘어지는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한때부터 무언가를 발로 차는 놀이는 존재했었다.
길거리에 깡통 같은게 놓여져 있으면 은근히 차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무언가를 던지고 싶은 욕구 같은 것도 있다.
악플이: 뭔 개소리냐 난 그런거 없거든? 또 개념없는 일반화냐?
물론 누구나 그런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욕구가 대체적으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풋볼(football)은 우리나라 말로 대충 직역하면 "발로 공차기", 즉 발과 공을 사용하는 모든 놀이를 통틀어서 쓰는 단어다.
그러나 이 뜻은 "무조건" 발로 공을 차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대에 말하는 축구라는 것이 생기기 전에는 각 국가, 그 국가내 지역, 그 지역내 마을이 고유의 "발과 공을 사용하는" 놀이(이제부터 편의상 "축구"라고 하겠다)가 있었다.
영국을 예로 들자면, 이튼 같이 식민지 시대의 엘리트들이 다니던 사립학교와 대학교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유형의 축구가 생겨났다.
그러나 다른 학교들간에 경기가 있을때는 언제나 룰이 달라서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래서 캠브리지 대학에서 상당수의 학교 대표들이 모여서 축구 규칙을 통일했고 이 축구 형태를 "Association Football"(직역하면 "공동 축구")라고 했다. (이것이 현대 축구의 룰이 됐다.)
이 미팅은 나중에 축구협회(Football Association, FA) 창설에 제일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발만 쓰는 이 축구 형태에 대한 다른 학교의 반발도 높았다.
럭비 학교(럭비는 지명이다)는 손도 쓰는 "럭비 축구"(Rugby Football) 룰을 고집했다.
그래서 이것은 지금의 럭비가 되었고,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조금 다르게 룰이 변형되었다.
미국내에서는 미국식으로 변형된 "럭비 축구" 형식이 "공동 축구"보다 더 널리 퍼져 "미식 축구"(American Football)가 되었다.
그러다가 미국에서는 미식 축구가 그냥 "축구"(Football)라는 단어로 굳어져 버렸고,
영국 본토에 널리 유행한 "공동 축구"를 따로 싸커(Association Football에서 soc를 빼서 er을 추가)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편 영국은 (럭비 축구를 제외하고) 모두 "공동 축구"로 통일됐기에 Associataion을 빼고 그냥 "Football"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축구를 싸커라고 부르는 영국인들도 생각보다 상당히 된다.
특히 스포츠를 학문적으로 공부하면 풋볼이란 단어가 진짜 축구(Association Football), 럭비(Rugby Football), 미식 축구(American Football) 등을 다 의미할수 있기 때문에 공동 축구의 줄임말인 싸커를 쓰게 된다.
악플이: 제목이 축구 리그라며? 리그는? 낚인거야? 응?
이제 리그란 것이 어떻게 출발했는지 말해주겠다.
그 전에 축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말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것 같아 위에서 끄적거려 본것이다.
하지만 리그로 들어가기 전에 한군데 더 경유해서 가야 한다.
축구의 대중화
<레알 마드리드 로고>
영국은 옛시절에는 사교 클럽이 많이 존재했다. (지금도 존재한다.)
같은 계층들끼리 클럽을 형성해 아예 건물을 지어서 클럽 회원은 누구나 들어와서 즐길수 있도록 한곳이 많았다.
우리 나라로 보자면 더 심오하고 체계화된 동아리 모임이나 사교 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여러가지 형태의 축구를 즐긴 학생들은 졸업하고 나서도 축구를 계속 하기 위해 축구를 하는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교 모임이 영어로 "Social Club"이라면 축구 모임은? 빙고! "Football Club"이다.
이것이 지금 축구 구단을 지칭하는 단어인 "Football Club"의 시초다.
하지만 축구 클럽은 처음에는 럭비 축구와 공동 축구를 함께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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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그 당시 대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식민지를 통치할 엘리트들이어서 자기가 배운 축구를 그대로 식민지로 갖고 갔다.
(또한 영국 해군, 유학생 등에 의해 전파 되기도 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팬이 유벤투스를 창설했고 (그래서 셔츠가 같다)
또 밀라노의 영국인 유학생들은 AC밀란을 창설했고
(영국인과 이태리인 회원만 받아서 열받은 밀라노 외국인들은 "인터네셔널"한 클럽을 만들자고 해서 인
터밀란이 생겼다)
코린디안스란 영국내 축구 클럽은 브라질 지점을 차렸고 (지금 영국 본점은 몰락한 반면, 브라질에서는 잘나간다)
옥스포드와 캠브리지 졸업생들은 스페인에서 공부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를 창설한 반면에,
영국에서 공부한 스페인 사람은 본국으로 돌아와 데포르티보를 창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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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축구 대회의 창설
<1부리그 첫번째 시즌 성적>
악플이: 님아 도대체 언제 축구 리그 얘기해줄거삼?
안 그래도 이제 리그로 넘어갈 것이다.
축구 클럽들은 서로 친선 경기를 자주 가졌는데 부수적으로 그걸 보기 위해 모여드는 관중이 있었다.
어떤 클럽들은 관중들에게서 소액의 기부금(나중엔 입장료)을 받기 시작했고,
입장료 시스템이 정착화 되자, 클럽들은 입장료를 지불한 관중들만 볼수 있게 (밖에서 못 보게 시야를 가려 놓은) 축구 구장을 만들었다.
이들은 그 모은 돈으로 선수들에게 교통비로 지급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나중에 프로 선수를 낳게 되었다.
축구 협회는 정식으로 1871년에 프로 축구팀들이 참가하는 컵대회인 FA컵을 창설했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축구 대회다.)
하지만 컵 대회 시스템은 한번 지면 그 대회에서 탈락이기 때문에 우승 후보가 아닌 약팀들은 정기적인 수익을 낼수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친선 대회들을 각자 만들어서 중복 참가도 하지만, 대회들간 일정도 겹쳐 버려서 기권팀도 많았다.
이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한 시즌동안 정해진 수의 팀들끼리 정기적으로 서로 홈과 원정으로 두번씩 맞붙어
그중 제일 많이 승점을 챙긴 팀이 대회를 우승하는 리그제를 1888년에 도입했다. (이름은 Football League)
리그제의 장점은 탈락할 걱정이 없다는 것과 (당시에는 강등이 없었다) 모든 일정이 리그 하나에 의해 결정되니 겹칠일이 없었다.
이렇게 컵대회와 리그대회를 병행하면서 축구 클럽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축구 리그의 시초다.
현재 축구 리그의 구조
<K리그 로고>
지금 (2007년 3월 39일 현재) 우리 나라는 3부리그 격인 K3가 창설되어 첫발을 내딛으려고 하고
2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에서는 승강제 정착이 고양 국민은행 파문 때문에 큰 차질을 빚게 된걸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필자는 FM에서 맨날 고양으로 시작해서 K리그, 챔스리그, 클럽월드컵, 리그컵, FA컵 이렇게 5관까지 올려놓고는 했다.)
우리 나라는 이렇게 축구 협회가 정식으로 인정한 리그는 3개다. (아니면 태클 부탁한다)
우리의 위대하신 당시 전모 대통령님께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드리기 위해
1983년에 리그를 창설하신 이후로 솔직히 20년만에 이렇게 발전한것도 대단하다.
그러면 120년이 다 돼가는 영국은 몇개나 될까?
솔직히 몇개 되는지 아는 사람은 영국내에서도 축협 직원이 아닌 한 아주 드물것이다.
필자가 알아본 결과.. 483개의 리그가 위아래로 맞물려 있는 24개의 레벨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박지성이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까지 올라가려면 최대 23번만(?) 승격하면 되는것이다.
브리스톨이란 도시의 리그들이 워낙에 많아서 맨 밑이 24부리그지만 브리스톨을 제외하면 21부리그까지 있다.
악플이: 어이구 여기 사대부 한분 또 나셨네~ 도피 유학해 거기서 울나라 욕하니 좋디?
필자는 우리 나라 욕하는것이 절대 아니다.
맨날 우리 민족 이래서 안된다니 원래 뭐가 못났다니 하는 패배주의적인 사대부들은 더욱 아니다 -_-;
(그리고 국딩 때 필자가 인생에 대해 뭘 안다고 도피유학을 했겠는가 -_-;;)
솔직히 우리나라 축구 시스템과 영국 시스템은 거의 100년 차이가 난다.
그놈들이 우리보다 다른건 몰라도 축구 인프라 면에서는 몇수 위라는 것은 인정하자.
오히려 우리가 그 엄청난 노하우를 빨리 흡수하고 우리 나라식에 맞춰서
더 단기간 안에 영국을 앞질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풋볼 리그의 현재 로고 - 프리미어리그를 제외한 프로 리그인 2,3,4부를 대표한다>
하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맨 밑에 있는 리그들은 도시나 마을 리그다.
보통 도시/마을 리그 안에 6~8개 레벨(21부~14부 리그에 해당)의 리그가 승강제로 운영된다.
만약 21부에서 시작해 14부리그까지 쭈욱 승격만 했다면 13부 리그부터는 각 도시 14부리그의 우승팀들이 모여 있는 권역별 리그가 있다.
이 권역별 리그도 5개 정도의 레벨(13부~9부 리그)이 있다.
이 권역 리그까지 벗어난다면 이제 각 지방의 강자들을 모아놓은 지방 레벨인 북부/남서부/남동부 리그 (8,7부 리그)에 들어간다.
그것도 벗어나면 더 큰 북컨퍼런스(Conference North)와 남컴퍼런스(Conference South) 리그(6부 리그)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승격하면 이제 대망의 전국 레벨(5부~1부리그)로 올라간다.
5부 리그는 컨퍼런스 내셔널 (Conference National)
4부 리그는 리그 2 (Football League 2)
3부 리그는 리그 1 (Football League 1)
2부 리그는 챔피언쉽 (League Championship)
1부 리그는 누구나 다 들어본 프리미어리그 (Premier League)
구지 우리 나라로 비유해 얘기 하자면, (랜덤하게 부천을 예로 들겠다)
부천 안에 도시내 1부에서 8부 리그까지 있다.
"부천 1부 리그"를 우승하면 다른 서부 수도권내 도시들의 1부 리그 우승팀들이 모인 수도권 리그의 최하위인 "서수도권 5부 리그"부터 시작한다.
오르고 올라 수도권 1부 리그를 평정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수도권 1,2부 리그"고
그것까지 뛰어넘으면 "중부 리그"에서 경합을 벌인다.
중부 리그를 제패하면 남부 리그 팀들과도 맞붙는 전국 레벨 리그의 최하위인 K5 리그가 있다.
계속 승승장구~! 그러면 국내 최고 권위의 K 리그,
K리그 우승하면 아시아의 각 나라 리그 우승팀을 모아 놓은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챔피언스 리그 우승하면 각 대륙 챔피언스 리그를 제패한 팀만이 참가하는 클럽 월드컵에 진출하고
그게 일개 축구 클럽으로써 오를수 있는 영광의 끝이다.
필자가 사우스햄튼에서 공부할때 한국인 선배님들과 팀을 구성해서 사우스햄튼 리그에 가입해 1시즌 동안 매니저 일을 했던 적이 있다.
(리그 가입비가 대략 40만원 정도 했던걸로 기억한다.)
사우스햄튼은 리그가 7부리그 밖에 없어서 우리 팀은 20부리그에서 시작한것과 마찬가지였다.
19번만 승격하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지성과 마짱뜰수 있겠네? 하면서 혼자 감상에 젖어 웃기도 했다.
악플이: 19번 승격하면 박지성 그땐 나이가 40대 중반이거든, 미친소야?
하여튼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자 마자 돌풍을 일으킨 위건이 특히 주목 받는 이유가 당시 제일 낮은 리그 레벨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1900년대 이전에 창단된 팀들은 대부분 지금의 상위 리그인 1,2부리그부터 시작한 반면,
이들에 비해 훨씬 늦은 1932년에 창단된 위건은 지금의 10부 리그에 해당되는
체셔주 리그(Cheshire County League, 지금의 North West Counties Football League)에서 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이게 클럽 리스트냐고? 아니다 이것은 각 레벨에 해당하는 리그들의 리스트다>
<대략 10~20팀이 각 리그에 들어가 있으니 공식 클럽수 계산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반면 전국 레벨로 올라가면 이렇게 깨끗하다>
우리 나라도 이것과 같이 리그간의 승강제를 최대한 빨리 도입하면 처음부터 K리그에 가입하는 낙하산 팀들을 자연스레 막을 수 있고
리그 가입비를 크게 줄이면 수많은 팀의 참여를 유도하여 리그의 확장을 가져오고
형평성을 위해 가입하는 팀들은 무조건 최하위 리그에서 뛰게 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연관성이 없는 두개의 리그로 시작한 프로 리그 K리그와 실업계 리그 내셔널 리그를 연관시키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것이다.
(우선 실업계 팀들을 모두 프로화 시켜야 승강제 도입이 별 문제가 없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입비 수십억원이 아닌 몇만원으로 참가하는 수많은 팀들이 언젠가 K5리그까지 확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