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환경위원회 교육팀장인 조세종 디오니시오 형제님의 글입니다.
대전 성심당은 사회적경제 기업인가
성심당이 사회적경제 기업인가? 대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 대전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을 받는 빵집이 성심당(聖心堂)이다. 빵집의 이름을 ‘예수님의 마음’이라고 할 정도로 성심당의 대표는 대를 이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할 때에 교황의 식탁에 올린 빵도 이 곳에서 만들었을 정도로 성심당은 전문성있고 신뢰가 높다.
성심당이 탄생, 성장과 위기, 그리고 경영철학 등은 2016년에 ‘남해의봄날’에서 나온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필자는 성심당이 사회적경제 기업인가,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사회적기업이고 아니면 왜 아닌가 하는 점이 궁금하다. 성심당의 법인명은 로쏘주식회사이다. 2018년 로쏘주식회사의 매출액은 532억원, 영업이익 96억원, 당기순이익 91억원이고, 급여가 106억원으로 매출액의 20%, 기부금이 5억8천만원으로 매출액의 1.1% 수준이다.
그런데 2019년 매출액은 531억원으로 전년도와 비슷하나 기부금은 12억원으로 매출액의 2.3%로 증가하였고, 2020년에 코로나의 여파로 매출액은 488억원으로 감소하였으나 기부금은 41억원으로 오히려 대폭 늘어나 매출액의 8.4%에 이르렀다. 2021년 현재 사원수는 490명이다.
성심당은 사회적기업이 아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인증받지도 않았고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적도 없으니 당연히 사회적기업이 아니고, 사회적기업 또는 이와 유사하게 불러서도 안된다. 사회적기업이란 개념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참으로 협소해졌다.
성심당은 주식회사일 뿐이다. 기부금을 매출액에 비해 대단히 많은 기부를 하며, 규모에 비해 대단히 많은 고용을 하는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2016년 5월에 이탈리아 사회적경제의 거장, 루이지오 브루니 교수가 대전에 와서 ‘모두를 위한 경제(Economy of Communion, 이하 EoC)’를 소개하는 강연을 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사례로 성심당을 언급하였다.
‘포클라레(벽난로)’라는 신심 운동의 경제영역이라 할 수 있는 EoC는 “기업가의 생각이 바뀌어 시장경제 안에서 이윤이 아니라 인간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여, “개인을 넘어 기업과 산업의 영역에서 더 높은 차원의 재화의 공유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1991년 이 운동을 시작한 끼아라 루빅은 기업들의 관계가 연결되는 산업단지 같은 구상을 하였는데 마침내 전 세계로 기업들이 연결고리가 되는 모델로 2016년도에 전세계 8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성심당은 루이지오 브루니 교수가 강조하는 것처럼 “전직원들이 소통하면서 노동을 존중하며 나눔의 실천과 지역 사회, 위기 극복과 혁신의 리더십”으로 “우리 모두가 행복한 경제”를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심당이 사회적경제 기업인가? 성심당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설립된 적도 없고, 협동조합 7대 원칙을 따져 본 적이 없는 주식회사 기업이다. 본인들이 요건을 확인하지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저 빵을 만들고 빵을 나누면서 이웃을 도왔고 고용을 늘이며 지역 사람들이 고통없이 함께 행복하기를 기도하며 살았다.
과연 성심당과 EoC를 표방하는 기업의 대표들에게는 신앙이라는 공통적인 유산이 있다. 자발적인 동기, 선하고 정의로운 영향을 자유롭게 펼칠 내적인 원동력이 기업활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번 필자는 EoC 기업가들과 연구자들의 발표 모임에 초대되었는데, 법인 형태도 다르고 업종도 다른 십여개의 기업들이 기업 동기와 목표 또한 다양하였지만 그 뿌리는 가톨릭교회의 교황들의 회칙으로 구성된 사회교리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등 사회적경제가 꽃을 피우고 있는 곳에서 ‘자본보다 노동 우위’, ‘생산수단의 사회화’ 등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원칙들도 인간의 가치를 하느님의 모상으로 존중하는 신앙의 유산에서 이어져 온 것이다.
성심당은 사회적경제 기업이다. 우리나라 법률이 규정하지 못하는, 더욱 큰 잣대로 보면 틀림없이 그렇다. 규정받지 않아도 사회적 목적이 규정보다 더 철저하고 사회적 영향력이 더 큰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우리 주위에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고무시키고 우리의 생각을 자유롭게 한다. ‘모루를 위한 경제’ 기업들과 성심당의 새로운 변화가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