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읽었던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안동 하회마을이 인상에 깊게 남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학 2학년 여름방학에 안동에 가보자고 친구, 선배, 3명이 의기투합해서 기차를 타고 3박4일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하회마을 앞에서 만난 할머니가 우리 집에서 민박 안하겠냐고 하시는 바람에(호객행위였죠...) 그 집으로 가서 3박을 했고, 안동 여기 저기 걸어서... 또는 시내버스를 타고, 겁도 없이 차도 얻어 타고 여행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요즘 같이 인터넷으로 여행 정보를 찾기도 힘들었고, 스마트폰도 없어 지도를 보거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거나... 그때 그때 문제를 해결하며 여행을 했고,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 중 하나일 정도로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그 중 최고는 병산서원과 안개낀 하회마을과 부용대...
버스에서 내려 뚜벅뚜벅 한참을 걸어가서(지금 기억으로는 아마도 20분 이상) 도착하니 우리 셋 말고는 아무도 없는 그냥 언젠가부터 그곳의 주인이었던 것처럼 병산서원이 있었습니다. 만대루에 큰대자로 누워 한참을 있다 보니 집에 가기가 싫어서... 버스 시간에 맞춰 나서야 하는 시간을 한참 지나서야... 일어났습니다. 그 서원서 공부하던 유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과거시험을 잘 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어진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그런 곳에서 공부를 했다면.... 억지로 일어나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 버스를 타러 걸어가는데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죠... 아주 퍼붓더군요... 우리 셋은 쳐다보면서 너무 좋아서 웃었습니다... 나중에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추억이 있는 병산서원을 5년 전쯤 운전해서 찾았는데... 주변이 너무 깨끗하게 정리되고 관광지처럼 변해 있어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오히려 예전의 방치된 듯 한 그 모습이 더 좋았습니다.
지난 토욜에 갔던 병산서원 역시 잘 정리된 관광지처럼 보였지만,,, 하회마을까지 걸어가면서 길에서 이 얘기 저얘기 하고 주변도 돌아보고 하니...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하회마을까지 계속 이어진 들판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구요.
하회마을 만송정도 좋았고, 부용대에 올라 한 눈에 담은 마을 전체 모습이 오래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도 남김 ^^)
아... 그리고... 마지막 들렀던 화천서원은 마치 예전 병산서원에서 느꼈던 아무렇게나 방치된 그곳의 주인 같은 느낌을 주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 타고 편하게 하는 여행보다는 많이 걷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이 좋구나... 늘 그런 생각으로 또 다른 길에서 만나뵙겠습니다. ^-^
![](https://t1.daumcdn.net/cafeattach/1WdEr/3d165dc9ad9db5809372095f22f06dd4d043bcd1)
첫댓글 하회마을에 그런 추억을 갖고 계셨군요^^ 우리가 하는 걷기여행의 묘미 아닌가 싶습니다 차타고 가면서 못 보았을 것을 걸으면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 다음 여행에서 뵐게요~^^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주는 변수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더군요.
파노라마로 담은 하회마을 사진이 시원한 느낌을 주네요.
후기 재밌게 읽고 갑니다^^
아 저도 저렇게 파노라마처럼 찍고 싶었는데...ㅠㅠ 사진 엄청 멋있게 잘 찍으셨네요!!
추억부자세요^^
행복한 안동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