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케팅의 국내 사례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를 직․간접적으로 활용해 돈을 만들어 내는 고부가가치형 사업이다. 최근 들어 미디어수단으로서 스포츠의 가치가 더욱 높아짐으로써 스포츠는 기업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정훈 / 한국경제신문기자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돈이 모인다. 사람은 어느 곳에 모일까. 신나고 재미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신나고 재미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스포츠다. 신나고 흥미로운 축제인 스포츠에 누구나 관심을 갖고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따라서 이 스포츠에 돈을 투자하면 몇 배 몇 십 배의 과실이 열린다.
이 때문에 스포츠마케팅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많은 기업들이 너도 나도 여기에 진출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은 스포츠를 직․간접적으로 활용해 돈을 만들어 내는 고부가가치형 사업이다. 최근 들어 미디어수단으로서 스포츠의 가치가 더욱 높아짐으로써 스포츠는 기업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에 따라 스포츠마케팅의 비즈니스 기회는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은 그 성격상 당장 돈과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거대한 황금과일이 돼 주인에게 보답한다. 황금과일을 맺는 이 스포츠마케팅사업을 기업들이 가만히 둘 리 없다.
우리 기업들도 스포츠 마케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한참 늦었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스포츠 마케팅사업의 용틀임이 시작됐다.
지난 6월 1일, 경기도 용인의 레이크 사이드골프클럽. 이 곳에서는 4일간 일정의 현대 마스터스 국제골프대회의 마지막 날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주변에 운집한 3만 여명의 갤러리(관중)들의 눈에는 홀마다 세워진 현대자동차입간판과 캐디복에 새겨진 현대자동차로고가 수시로 들어왔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대회가 TV에 3차례나 중계되면서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에 자연스럽게 현대자동차의 로고와 브랜드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또 일간신문에는 관련기사가 사진이 연일 대서특필됨으로써 현대자동차의 대중노출빈도는 엄청났다. 동남아지역을 가시청권으로 하는 홍콩 스타TV는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를 1시간짜리 프로그램으로 엮어 방영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가 이 대회를 통해 얻은 무형의 기업이미지제고 및 제품선전효과는 대략 6백만 달러치의 광고비를 투입한 것과 맞먹는다는 게 현대자동차사의 자체 판단이다. 이 대회에 투자한 돈이 50만 달러의 상금을 포함해 모두 1백 50만 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비의 4배에 달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이 골프대회를 통한 현대자동차의 스포츠 마케팅은 우리기업들이 국내에서 벌이고 있는 수많은 스포츠 마케팅행사중 하나일 뿐이다.
이보다 며칠 뒤인 6월 5일부터 8일까지 SK텔레콤도 골프대회를 개최해 회사이미지를 높이면서 회사이름을 사람들의 눈과 귀에 집어넣었다. 이처럼 스포츠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스포츠와 관련된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 활동은 다 스포츠마케팅이다. 프로야구구단을 갖고 있는 두산그룹이나 해태그룹 등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팬클럽을 만들고 각 기업의 회사로고가 새겨진 모자나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도 스포츠마케팅이다. 국내에 스포츠마케팅이 본격화된 것은 아무래도 프로야구팀이 창단된 지난 82년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당시 6개 구단에 1백 44명의 선수로 출발한 한국프로야구는 현재 8개 구단에 1천여 명이 넘는 선수로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야구팀을 운영중인 기업과 그룹은 엄청난 홍보효과를 거두었다. 대표적인 예로 해태그룹을 보자. 사실 해태그룹은 해태제과나 해태음료 등 그다지 크지 않은 기업들로 구성된 보통정도의 기업군이다. 그러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사이에서 해태그룹은 현대나 삼성, LG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그룹들 못지않은 명성을 누리고 있다.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노인들로 해태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바로 이것이 스포츠마케팅의 위력이다. 이를 통해 해태그룹이 얻는 유형무형의 이득은 감히 돈 가치로 계수화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기업들이 운영중인 프로 및 아마추어 스포츠 팀은 70여 개로 10여 년 전에 비해 배 이상으로 늘었다. 최근 들어서는 스포츠마케팅을 하나의 수익사업으로 키우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어 스포츠마케팅도 이제는 어엿한 영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스포츠대회를 열어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회사를 선전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돈도 벌 수 있는 스포츠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에 눈을 돌리고 있는 기업들은 주로 광고회사들이다. 광고회사들 중 금강기획이 진행 중인 국제유도연맹(IJF)의 마케팅대행이 스포츠마케팅의 수익사업화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94년 국내광고업계에서 처음으로 별도의 스포츠사업부를 조직한 금강기획은 향후 5년간 IJF의 각종 국제유도대회를 관리하면서 방송중계권료, 캐릭터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IJF에 5년에 걸쳐 3백 7만 달러를 지불하는 대신 전 세계를 상대로 한 TV중계권 판매, 기업스폰서유치, 대회휘장판매사업 등으로 적어도 5백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특히 금강기획의 IJF마케팅사업은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국제대회의 모든 관리와 진행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행하기 때문에 국내 스포츠마케팅의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남다르다.
광고업계에서는 이밖에 제일기획과 LG애드, 한컴 등도 스포츠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일기획은 세계태권도연맹이 여는 각종 대회의 마케팅을 맡고 있다. LG애드는 세계여자배구선수권 아시아 예선대회의 운영 및 PR대행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 들어 스포츠 마케팅에서 최고의 개가를 올린 것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통신기기부문에서 지난 5월 코카콜라 IBM비자 코닥 등 11개 세계일류기업들과 함께 오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파트너 (TOP)로 선정됐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올림픽 엠블렘 등 각종 올림픽로고를 휴대폰 등 자사의 통신제품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오는 2000년 말까지 세계 1백 97개국에서 올림픽 엠블렘과 로고를 새긴 제품을 판매할 수 있고 광고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글로벌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TOP이 됨에 따라 정보기간분야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이 회사가 TOP로 선정된 후 오는 2000년 무선통신부문 매출목표를 당초의 42억 달러에서 47억 달러로, 이익을 1천5백억 원에서 2천억 원으로 늘려 잡은 것만 봐도 스포츠마케팅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스포츠마케팅 성공의 대명사로 통하는 미국 나이키사의 타이거 우즈 마케팅신화는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전략의 본보기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이키 사는 지난해 일찌감치 타이거 우즈를 회사의 움직이는 홍보맨으로 만들겠다는 계획 하에 그를 5년간 후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월 4천만 달러라는 거금을 선뜻 그에게 지불했다. 그 후 지난 1년 반 동안 타이거 우즈는 세계적인 골프대회를 휩쓸면서 매스컴의 주목을 한껏 받았다. 그가 경기에 나올 때 마다 착용하는 나이키신발과 옷 그리고 모자에는 나이키의 기업로고가 선명하게 아로새겨져 있었고 이 나이키로는 그 자신의 모습과 더불어 전 세계 수십억 명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로 인한 나이키의 골프용품에 대한 광고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타이거 우즈의 명성이 높아지는데 비례해 나이키의 골프용품에 대한 명성도 덩달아 뛰어 올랐다.얼마 전 삼성연구소가 내놓은 한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키 사는 타이거 우즈를 이용한 스포츠마케팅 덕분에 빈사상태에 빠져 있던 골프용품사업을 기사회생시켰다. 우즈가 나이키의 옷과 신발 모자로 치장하고 필드에 나서는 것만으로 나이키는 지난해 미국 골프의류시장에서 1위, 골프신발시장에서는 2위로 도약했다. 지난해 골프용품의 매출은 전년보다 60%나 늘어난 1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스포츠마케팅은 죽어가는 사업도 살릴 수 있는 기업마케팅전략의 핵심요소이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 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에 더욱 나서고,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기법과 수단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는 우리기업들도 국내에서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국내경기장에 펜스광고나 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스포츠마케팅에서 탈피, 멀리 해외스포츠마케팅시장에 활발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마침내 우리기업들도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회사이미지를 홍보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유럽이나 중국 등 시장잠재력이 큰 곳일수록 스포츠마케팅은 시장공략의 첨병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회경비지원, 각종 대회개최 등에서부터 해외스포츠 구단을 인수해 이를 운영하는 것에까지 국내기업들의 해외 스포츠마케팅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 2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국제 실내육상대회를 삼성컵 실내육상대회로 이름을 바꿔 대회를 개최했다. 지난해부터는 매년 루마니아에서 20만 달러 규모의 삼성컵 축구대회를 열고 있다. 또 동유럽지역을 순회하면서 연인원 24만 명이 참가하는 1백만 달러 규모의 런닝페스티발도 벌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91년과 94년에 배구월드리그에 25만 달러를 지원한데 이어 올해에는 50만 달러를 출연한다. 현대자동차는 독일명문 프로축구팀인 함부르크 SV에 연간 10만 달러씩 지원하고 있다. 올해엔 덴마크 AGF, 스웨덴의 AIK등에 대한 지원도 시작했다.
현대그룹은 또 지난 95년부터는 중국연변 조선족축구단에 매년 4억원과 축구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브라질후루미넨스 축구팀에도 매년 1백 44만 달러씩 후원 선수들이 현대자동차로고를 유니폼에 사용토록 하고 있다.LG그룹은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1백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LG 챔피언십 골프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는 세계정상급 프로골퍼 80여명이 참가해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LG는 이 대회를 통해 최소한 5백만 달러어치 이상의 광고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3월에는 파키스탄에서 LG배 하키대회를 열었다. 또 영국에서는 영국 럭비 프로 1위 팀인 리체스터타이거팀에 매년 15만 달러를 지원, LG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올 초 폴란드의 명문 프로축구팀 레기아를 아예 사버렸다. 동유럽진출의 발판인 폴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축구라는 점에 착안, 지난해 프로리그에서 준우승한 이 팀을 인수했던 것이다. 대우는 레기아팀을 운영하면서 폴란드의 대우자동차 생산 공장과 함께 이 지역에 대우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우는 이와 함께 독일 축구팀 한자로스토크에 연간 3백 30만 마르크를 후원하면서 이 팀의 기자회견의 배경무대에 대우자동차로고를 박거나 경기장펜스에 대우브랜드를 걸고 있다. 올 4월 금호타이어의 중국천진공장 준공식에도 우리기업들의 해외 스포츠마케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이 준공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화려한 준공식행사보다는 행사장 한쪽에 있는 낯익은 로고의 유니폼을 입은 미녀들에게 자꾸만 쏠리는 눈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 미녀들은 천진 금호타이어의 여자배구단이었다.
금호그룹이 천진공장준공과 때를 맞춰 기존의 천진시 배구팀을 인수, 금호그룹의 전속배구팀으로 만들었다. 15명의 선수로 배구구단과 홈엔드어웨이 방식을 경기를 펼치고 있다. 그때마다 금호타이어로고가 새겨진 옷과 신발을 신고 나오는 여자선수들은 금호의 살아있는 홍보간판으로서 대단한 기업 PR효과를 내고 있다.
기업들이 이처럼 해외스포츠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기업PR을 위해서다. 둘인 돈에 비해 훨씬 큰 광고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마케팅은 기업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서도 매우 유용하다. 현지화를 향해 치달으면서 기업들이 단순한 돈벌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체육 및 문화사업에도 투자해 현지인들을 위한 일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자사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품질과 가격만으로는 상품을 팔 수 없다. 여기에 덧붙는 알파가 있어야 된다. 이 알파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좋은 이미지이다. 기업이미지가 나쁘면 물건이 아무리 좋고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판매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들은 결국 소비자들의 호의적인 이미지를 사기 위해 스포츠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미지가 좋지 않거나 기업PR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람들에게 회사가 알려지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스포츠마케팅은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기업 PR효과를 제고하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따라서 앞으로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은 더욱더 활성화 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스포츠 마케팅을 미래의 전략적인 수익사업으로 키우는 기업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종합적인 마케팅의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광고회사들이 스포츠마케팅을 키울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