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ook.naver.com/rcmmd/view.nhn?type=THEME_RCMMD&seq=352
네이버 책- 테마 추천도서 책에 있는 내용입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재호)은 ‘6월의 읽을 만한 책’을 발표했다. 진흥원은 문학, 역사, 아동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두고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책은 ▲소금(문학) ▲몸젠의 로마사 제1권(역사) ▲사랑하지 않을 권리(철학) ▲스웨덴 스타일(정치사회) ▲날씨 읽어주는 CEO(경제경영) ▲과학 원리로 재밌게 풀어 본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과학) ▲괴물이 된 그림(예술)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교양) ▲학원 없이 살기(실용) ▲벼리서당 수상한 책벌레(아동) 등이다.
1. 문학 분야 추천도서
가족이란 무엇일까. 일본의 감독이자 영화배우인 기타노 다케시는 누군가 보고 있지 않으면 몰래 내다 버리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누군가 보고 있기에 차마 버리지는 못하는 ‘뜨거운 감자’가 바로 가족이라는 의미도 된다. 우리 인생에서 최후의 보루인 가족조차도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으로 여전히 남아있는지 의심해 봐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박범신 작가가 등단 40주년에 펴낸 40번째 장편소설인 <소금>은 가족 때문에 가출하거나 가족을 위해 일하다가 죽은 아버지들을 위해 쓴 21세기판 ‘사부곡’이자 ‘제망부가’이다. 사모곡이나 제망매가처럼 어머니나 누이동생으로 대변되는 여성을 위해 쓴 소설이 아니라, 아버지나 남동생(아들)으로 대변되는 남성들을 위해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본주의의 “빨대” 혹은 “깔때기” 노릇을 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하지만, 단지 “통장”이나 “숙맥”, “그림자” 취급을 당하는 아버지들에 주목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치사한 굴욕’과 ‘쓴맛의 어둠’을 줄기차게 견뎌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들에게도 아버지들이 필요했음을, 아버지들도 보통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불렸던 ‘청춘’이자 ‘남자’였음을 뼈아프게 증언한다.
역할이나 책임만을 부여한 채 아무런 권리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효도가 비즈니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본주의의 종합폭력세트와 같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아버지’들을 등장시켜 작가는 완전한 가족 혹은 정상 가족에 대한 환상이나 이데올로기를 문제 삼고 있다.
추천자 :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2. 역사 분야 추천도서
로마사 연구의 고전을 꼽으라면 영국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의 <로마제국쇠망사>와 독일 테오도르 몸젠(1817-1903)의 <로마사>를 들 수 있다. 이중 아직까지 몸젠의 <로마사>는 한국어 번역본이 없었다. 몸젠의 원서는 제1권 1854년, 제2권 1855년, 제3권 1856년, 제5권 1885년으로 나뉘어 나왔다. 마지막에 집필할 예정이던 제4권은 몸젠의 사망으로 나오지 못했다.
몸젠의 <로마사>만큼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책도 없을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이 1857년 이탈리아어를 시작으로 줄잡아 15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 한국어 완역 번역본 첫 책이 출간된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부분은 고대 이탈리아의 시작부터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이다. 몸젠의 <로마사>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은 ‘로마 고대사’라는 역사분과를 넘어서는 작업이다. 고대 인문학 전반에 깊은 이해와 폭넓은 시각을 가진 몸젠의 성과를 번역하기 위해서는 로마 문학, 로마 수사학, 로마 역사, 로마 철학, 로마 법학 등 고전문헌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번에 로마 문학, 로마 수사학, 로마법을 오랜 동안 연구해온 김남우, 김동훈, 성중모 세 분이 합심하여 번역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가 지적인 충격과 책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많은 독자들을 확보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이제 몸젠의 <로마사>를 통해 고전의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학술서이면서도 1902년 12월 독일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인문학적 교양의 결실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반가운 마음으로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추천자 : 김기덕(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3. 철학 분야 추천도서
현대인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가 인간관계일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 등의 전자매체를 통해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확장된 인간관계망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광범위한 인간관계 속에서 공허함과 불안감을 지닌다. 인간적 유대의 취약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서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현대인의 취약하면서도 계산적인 인간관계의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면서 원인과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현대사회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을 제공해주지 못한다고 보고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사랑 또한 경제지상주의적인 현대사회 속에서는 결국 타인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같은 의미로 환원될 뿐, 지속적이고 확실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현대인은 더욱 더 자기의 이익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자신과 동질적인 집단과만 관계를 맺으려 하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간성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과 인간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인간관계를 무력화하고 억압하려는 경향을 지닌 견고한 현대사회의 체계 앞에서도 이에 저항하려는 인간들의 연대와 인간 공동체를 향한 공동의 움직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수용소에 억류된 난민과 같은 열악한 환경의 소외집단에서 더 그 생명력을 발휘한다.
이 책은 이처럼 현대사회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적으로, 양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그럼으로써 인간관계의 의미에 대해 우리에게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어 보인다.
추천자 : 박인철(경희대학교 철학과 교수)
4. 정치/사회 분야 추천도서
“지금, 왜, 또 스웨덴인가?” 지난 반세기 동안 스웨덴은 마치 인류의 이상사회가 실현된 듯이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 나라가 고안해낸 용어들은 가장 행복한 사회를 상징했다. ‘스웨덴 모델’, ‘살트쉐바덴협약’, ‘렌모델’ 등이 그것이고, 이 정책들은 도저히 동시에 달성되기 어려운 목표들 즉, 노사협조, 보편적 복지, 완전고용 등을 실현했다. 그런데 이 스웨덴 모델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하여는 두 가지 반대 의견이 있다. 하나는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지나면서 1970년대 이후 이미 쇠퇴한 모델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다 건너 먼’ 그래서 다른 나라의 실정에는 잘 맞지도 않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의 스웨덴 열풍은 좀 식어버린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모델은 여전히 유효하다. 스웨덴 자본주의는 세계화시대의 다양한 자본주의 가운데에서도 ‘지속가능한 복지’로의 탄력성(resilience)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1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 <북유럽의 길 The Nordic Way>은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5개국이 보편적 복지와 환경보호의 수준이 가장 높으면서도 재정이나 경상수지가 건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도 이 복지선진국들은 더욱 융성할까? 필자들은 모두 스웨덴을 잘 아는 일본의 학자와 전문가들로 스웨덴 모델이 여전히 연구해야할 대상임을 주장한다.
계획과 시장이 혼합된 연금제도, 사회보장과 노동시장의 통합적 개혁, 문제를 미리보고 예방하는 백캐스트(backcast) 환경정책 등 스웨덴 모델의 성과를 실증적으로 소개했다. ‘좋은’ 사회란 무엇일까? 풍요, 자유, 복지, 정의 그리고 평화가 그 답이라면 스웨덴은 이 행복한 나라의 덕목을 여전히 제일 많이 그리고 골고루 갖추고 있다. 우리도 이 나라를 꿈같은 이야기라 내팽개치지 말고 새로 살펴야하지 않을까?
추천자 : 마인섭(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5. 경영/경제 분야 추천도서
개미들은 장마가 오는 것을 먼저 알고 이사를 하고 쥐들은 보금자리로 삼은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있으면 먼저 짐을 싼다. 2008년 중국 스촨(四川) 성에 강도 7.8의 지진이 일어나기 사흘 전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떼를 지어 대피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꺼비의 이동을 보고도 피난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뭔가에 늘 불안해하는 이유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꺼비 같은 미물도 감지하는 날씨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기후변화시대를 살고 있다.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폭염, 폭설, 폭우, 이상한파 등이 빈발해 두려워하고 있다. 급변하는 날씨는 우리의 삶은 물론 우리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해서 산업의 80% 이상이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 책은 케이웨더(K-weather)라는 최초의 민간 기상업체를 설립해 우리나라에 날씨경영을 정착시킨 CEO 김동식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상산업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새로운 산업군을 정착시킨 저자의 16년간의 도전기는 작은 감동을 준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 사회가 ‘날씨’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새삼 알게 된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우선 날씨경영을 통해 변화무쌍한 기후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경쟁 우위 창출을 위한 전략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과 패션, 유통, 식품, 보험, 레저, 관광, 항공, 미용, 생활가전, 통신 관련 기업들의 다양한 날씨경영 성공 사례를 만날 수 있다. 베스트셀러 ‘경쟁론’, ‘경쟁우위’의 저자이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마이클 포터는 “기후변화는 글로벌화, 정보기술 혁명에 버금가는 경영환경 변화를 가져오는 이슈다”라고 말했다. 유대경전 탈무드에서는 ‘여자와 아이의 입’을 사로잡으면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 이제는 ’날씨를 읽는 자, 부자가 된다.‘고 바꿔야 할 때다.
추천자 : 김은섭(경제/경영 북칼럼니스트)
6. 과학 분야 추천도서
교양과학도서라는 용어는 귀에 익어 어색하지 않지만 교양공학도서하면 왠지 낯설다. 그만큼 공학 분야에는 교양도서가 희귀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공학관련 도서는 특정 분야 기술자를 위한 전문도서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공학 교양도서 <과학 원리로 재밌게 풀어 본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희소성 가치뿐만 아니라 다른 장점도 있다. 우선 청소년을 주 독자 대상으로 이야기 형식으로 글이 씌어져있어 읽기가 편하다.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책과 대화를 나눈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 책의 독자가 꼭 청소년일 필요는 없다.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다. 건축물 속에 숨어있는 과학적 원리의 설명이 역학을 다룬 물리학 책을 읽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은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여행지에 가면 구경거리 중에 멋있는 건물, 교량, 탑이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에펠탑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금문교를, 캐나다 토론토에 가면 CN타워를, 이탈리아 로마에 가면 판테온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면 아직도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놓칠 수 없다. 이 책은 이런 유명 건축물을 지탱하고 있는 과학적 원리를 어렵지 않게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세계여행을 떠나면 동행하는 그룹에서 군계일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여행 가이드에게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어깨에 힘주고 할 수 있으니까.
추천자 : 김웅서(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7. 예술 분야 추천도서
‘괴물’을 뜻하는 영어 ‘monster’의 어원은 ‘monstere’라는 동사인데, ‘보여주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보여주고 싶은 자기과시의 욕구가 과해지면 누구든 괴물로 변하고 마는 것일까. 그도 그럴 법 하다. 따져보면 여러 신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괴물들은 나름대로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그건 한때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나치게 자만하거나 오만하여 만인이 혐오하는 괴물로 바뀌는 저주를 받았다는 점이다.
괴물은 늘 영웅에게 자기 존재를 드러내며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가엾게도 그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 괴물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을 만큼 비타협적이고 폭력적이다. 이렇듯 괴물은 인간인 우리가 인간성을 갖춘 인간이기 위해 경계해야 할 끔찍스런 상태를 가리킨다. 즉 진정한 인간이 되려면 돌이킬 수 없는 추악한 나락으로 추락해서는 안 되는데, 그 추악한 상태가 바로 괴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는 마법에 걸린 주인공들이 많이 나온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처럼 어떤 악의 존재에 속박된 여인, 그 속박을 풀고 그녀를 진정으로 구원해줄 영웅, 그리고 그 사이에는 언제나 처단되어야 할 흉측한 괴물이 있다. 공주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간성을 대표하며, 삶이라는 모험 속에 용감하게 뛰어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영웅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고, 반드시 넘어서야 할 인간의 혐오스러운 본성이 바로 괴물이다. 괴물은 우리의 마음속에 하나의 원형을 이루면서 현대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것은 관능이나 유혹, 속도, 두려움, 흐릿하거나 반투명한 형상들, 시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 등 다양한 모습으로 곳곳에서 숨을 쉬고 있다. 아직도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추천자 :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8. 교양 분야 추천도서
‘어린이’는 소파 방정환의 신조어이니 ‘조선시대 어린이’는 조선시대에 없었던 말이다. 그렇다고 그 시대에 어른만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어린이가 특별한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어린이에 대한 기록도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일차적으로 그 희소성에 있다. 문헌 기록으로만 보면 조선시대 어린의 내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다양한 천조각의 귀퉁이를 잘라 퀼팅(quilting)하는 작업”과 유사하게 여러 문헌 자료의 귀퉁이를 오려내 ‘조선시대 지식인이 그린 어린이 문화 지도’를 그려낸다. 어린이 교육, 어린이 교양, 어린이의 일상문화, 어린이의 마음 등이 그 문화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저자가 고른 키워드이다. 흔히 조선시대 교육 입문서로는 <소학>을 떠올리게 되지만, 저자는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에 들어 있는 ‘동규(童規)’와 이이의 <격몽요결>을 통해서도 어린이에 대한 당시 지식인들의 가치관과 철학을 읽어낸다.
사대부들은 어린이도 가족의 일원으로서 부모에 대한 자식의 도리를 지켜야 하고 책임감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19세기의 중인 장혼이 지은 <아희원람>은 일종의 어린이를 위한 백과사전인데 중인 자녀를 가르치는 훈장이기도 했던 저자는 양반가가 아닌 중인의 자녀들을 염두에 두고 차별적인 구성을 시도했다. 또한 다산 정약용은 글자를 배우는 이치가 체계적이지 않다고 하여 <천자문>이 글자를 배우는 첫걸음 교재로서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는데, 오늘날에도 음미해볼 만하다.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은 조선시대 어린이가 어떤 위치에 있었고 무엇을 배웠는지 일람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추천자 : 이현우(인터넷 서평꾼)
9. 실용 분야 추천도서
“사교육은 불안을 먹고 자란다.” 이 책의 본문에 나오는 말인데 정말 옳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입시경쟁이 부추기는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이야말로 사교육 광풍의 마르지 않는 에너지원이다. ‘다른 집 애들은 다 학원 다니는데 우리 애는 안 보내도 되는 걸까, 학원 안 다니면 같이 어울릴 친구도 없어 왕따 된다는데….’ 전전긍긍하는 학부모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아이들을 사교육 걱정 없는 행복한 세상에서 살도록 하자는 목표를 가진 대중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08년 출범했다. 1년 3개월 간 토론과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사교육 진실을 파헤쳤다. 그 결과물이 2010년 출간된 <아깝다 학원비!>다.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학부모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지만 질문과 고민거리도 함께 쏟아졌다. 막상 실천에 옮기려고 하니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다. '노워리(no worry) 상담넷'이라는 사교육 관련 온라인 상담소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이 책은 '노워리 상담넷'에 쌓인 상담 내용을 담고 있다. 상담위원들은 학습법 전문가, 대학교수 및 교사, 학원 강사나 원장, 사교육 탈출에 성공한 학부모들이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학습법, 독서교육, 영어·수학 공부 요령, 생활 및 심리, 학교생활까지 내용이 광범위하다. 불안하고 궁금한 학부모들이 제기한 질문에 해당 분야전문가와 경험자들이 체험에 입각해 설득력 높은 답변을 해주고 있다.
서문에 나오는 “부모력의 핵심은 경제력과 정보력이 아니라 아이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학원 없이 살기 위해선 결국 '자기주도 학습'이 정답인데 아이들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은 부모와의 소통과 공감으로 키워진다는 것이다. 아이 셋을 키운 부모로서 바로 이것이구나 하고 무릎을 치며 읽은 대목이 수두룩했다. 지옥과도 같은 사교육 고통 탈출을 꿈꾸는 학부모들에겐 복음과도 같은 책이 아닐까 싶다.
추천자 : 이계성(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
10. 아동 분야 추천도서
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독서왕”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다. 어린이들에게 경쟁을 통해 독서의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경쟁적 수박 겉핥기식 독서에 대한 우려로 취소되었다. 이 일은 참독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해줬다.
이 책의 배경인 옛날 시골 서당에서도 독서왕 대회가 열린다. 저자는 대회를 준비하는 세 학동들, 학문을 특권으로 아는 엄도령, 학문을 출세의 수단으로 여기는 평민 나한길, 가난하고 여자이지만 학문 자체를 즐기는 책벌레 강의를 통해 진정한 책읽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느 날 평민의 딸 강의가 서당에 들어오자 과거도 못 보는 여자와 공부한다는 것이 못마땅한 양반 엄도령은 독서왕 대회를 훈장님께 건의한다. 엄도령은 당연히 일등은 자기이고 꼴등은 강의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일등에게는 과거 합격률이 높은 향교로 보내주는 상을, 꼴등에게는 서당에서 쫓아내는 벌을 주자고 잔꾀를 부린다. 훈장님은 흔쾌히 허락하고, 3개월의 준비기간을 준다. 엄도령은 온갖 수단을 통해 독서록 100권을 채우는 반면, 비겁하게도 책을 빌려달라는 강의에게 아주 어려운 책 한 권만 건네준다. 강의는 비록 어려운 책이지만 밤낮으로 읽고 또 마음으로 느끼며 읽어간다.
요즘 초등학교에도 엄도령 같은 어린이들이 많다. 또한 무조건 독서록을 많이 쓰는 어린이들에게 독서우수상을 주는 학교도 많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처럼 개개인의 능력에 맞춰 깊이 읽고 실천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엄도령과 강의의 독서태도를 자연스럽게 비교해 볼 것이다. 더불어 참독서란 기계처럼 책을 읽고, 독서록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이라는 점도 깨닫게 될 것 같다. 내 독서스타일도 반성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추천자 : 오은영, 이상희(동시 동화 작가, 그림책 작가)
좋은책선정위원회 위원(가나다 순)
김기덕(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김웅서(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김은섭(경제/경영 북칼럼니스트), 마인섭(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인철(경희대 철학과 교수), 오은영(동시·동화작가), 이계성(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 이상희(시인, 그림책 작가), 이주은(성신여대 교육대학원 교수), 이현우(인터넷 서평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