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가 모두 그린벨트인 곳도
내년부터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사업의 주요 평가지표로 활용될 교사(校舍)확보율을 맞추기 위해 대학들이 절치부심하고 있으나 일부 대학 캠퍼스 부지가 그린벨트와 고도제한에 묶여 교사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관계자들은 “교사확보율은 현재 대학 통폐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인증의 주요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며 “대교협 인증은 오는 2014년부터 정부의 행정․ 재정적 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활용될 예정이어서 교사확보를 위해서는 대학부지 그린벨트 해제와 고도제한 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 “교사확보 시급한데” 그린벨트·고도제한에 발 동동 =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하다. 2018년이 되면 대입 정원보다 입학자 수가 줄어드는 ‘역전현상’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교육 여건을 재조성하는 대학이 늘고 이는 이유다.
또한 대교협의 평가인증이 내년부터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사업의 주요 평가지표로 활용되며 평가인증의 주요 지표인 교사확보율 충족을 위해 대학시설 확충은 불가피하다. 제2캠퍼스 조성계획을 비롯해 강의동 증축, 기숙사 설립 등 대학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일부 대학은 소유 부지가 그린벨트에 묶여있거나 주변 여건 상 고도제한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25일 대학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대학 부지가 그린벨트에 묶여 있는 대학은 삼육대·서울여대·안양대·부산대·영산대·호남대·대전대·가천대·가톨릭대·한국항공대·농협대학·국방대 등이다. 여기에 현재 대학 캠퍼스 인접 부지는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지 않았지만 대학 법인이 그린벨트 부지를 소유한 곳을 하면 더 늘어난다.
고도제한도 대학들의 건물 증축 시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시 시설계획과 관계자는 “현재 대학은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돼있어 특별한 고도제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며 “다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학 캠퍼스 별로 건폐율, 용적률, 주변여건 등을 고려해 높이를 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대학의 기숙사 같은 경우에는 대학 내 다른 건축물에 비해 비교적 고도제한을 덜 받는다는 게 서울시 측의 설명이다.
■그린벨트 내 대학건축 승인에만 2년 소요 = 그간 그린벨트 해제 시 대학 캠퍼스는 유연하게 적용해 달라는 대학들의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는 공익달성의 목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양대는 운동장에 걸쳐 캠퍼스 주변 구역이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대학 입지 확보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강의동 증축을 계획했지만, 개별 대학의 편의를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가 어렵다는 국토부의 답변만 반복해 들어야 했다.
결국 안양대는 안양시와 손잡고 학내에 창업센터를 짓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역세권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남양주 시장이 사업시행자가 돼 제2캠퍼스 설립을 추진한 서강대와 같은 이치다. 그린벨트 해제는 특별한 공적목적이 있을 때 지자체에서 입안해 국토부에 해제요청을 하게 된다.
안양대 관계자는 “안양시와 추진 중인 창업센터가 공적개발사업으로 인정되면 내년 후반기 쯤 캠퍼스 일부 부지의 그린벨트 해제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해당 부지에는 총 3개의 건축물이 들어설 것”이라며 “일부는 창업센터로, 일부는 강의동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캠퍼스의 절반가량이 그린벨트로 지정돼 고충을 토로하는 대학도 있다. 서울여대는 친환경 에코캠퍼스를 보유했지만 이면에는 캠퍼스 면적의 47%에 달하는 그린벨트 부지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서울여대는 “딱히 교사확보율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지만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대학 사업 검토나 환경 조성 시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은 행정상의 비효율도 호소하고 있다. 그린벨트를 소관하는 국토부와 건축물 허가를 맡은 지방자치단체, 대학 운영 주체의 간극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얘기다. 항공대는 지난 92년 당시 건설교통부(現 국토교통부)로부터 화전동 일대 4만 5680여평의 그린벨트 부지를 학교시설 용지로 사용토록 승인받았다. 공적 목적을 갖는 기관으로 인정되며 그린벨트 부지에 건축물 신축이 허용된 경우다. 때문에 건물증축 시 그린벨트를 관리하는 국토부의를 거쳐 지자체를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지자체의 허가를 받는 데 그치는 대학들과는 달리, 국토부의 승인을 얻어야하기 때문에 건물 증축 승인에만 2년 정도의 긴 시간을 투자해 최근 건축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교사확보율을 100% 확보하기 위해서 교사시설 확충이 시급한 문제지만, 그린벨트 구역 상 행정적 절차에서 소요되는 시간적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고도제한 피해 땅굴 파는 대학들…지하캠 개발 = 고도제한으로 건물 높이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 환경과 조망권을 이유로 고도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서울 남산에 둘러싸여 있는 동국대다. 동국대 관계자는 “‘남산 보호 대학’ 이라는 애칭이 생길 정도로 대학입장에서는 지켜야할 선이 많다”며 “일부 건물은 4층 이상의 증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상명대도 마찬가지다. 교사확보율이 낮아 해당 지표의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상명대 관계자는 “현재 건물을 5층 이상 올릴 수 없다”며 “교사확보율은 높이라고 압박하며 막상 건물 증축에 대한 규제가 심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정된 지상 공간 대신 대규모 지하 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는 대학이 최근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가천대(당시 경원대)에 국내 최대 규모로 지하캠퍼스가 조성돼 눈길을 끌었다. 지하 4층까지 이어지는 캠퍼스에는 서점과 각종 편의시설은 물론 광장까지 들어섰다. 지하철역과도 바로 연결돼 있어 학생들의 호응도 뜨겁다.
당시 이길여 총장은 “고도제한 때문에 더 많은 공간을 사용할 수 없는데, 지하캠퍼스가 가장 넓은 공간을 줄 것으로 판단해 추진하게됐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역시 지하캠퍼스에 다양한 문화시설을 구비했다. 한국외대와 성균관대 등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도 앞 다퉈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하캠퍼스를 건설했다
이처럼 그린벨트 해제와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그 절차가 복잡하고 해제 목적성의 제한이 많아 성공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장은 “각 대학별 학생 정원을 줄이는 것도 교사확보율과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대교연의 연덕원 원구원도 “지표를 맞추기 위한 외형 확장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해결이 어렵다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발전 계획을 세워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신문 201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