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무공원의 걷기대회 출발지점이자 도착지점이다.
카페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정보이다.
'제3회 대구 팔공산 달빛걷기대회..'
이 정보를 접하고서는 이 대회 다음주가 울꼬맹이의 개학이기에, 방학의 마무리로 이 대회에 참석하자고 꼬맹이캉 합의를 보앗다.
아직 거리에 대한 개념이 서지 않은 울 꼬맹이.
거리가 얼마나 멀지도 모르면서 아빠랑, 엄마랑 같이 한다는 것으로만으로도 좋아서 헤벌레..ㅋㅋ
공원저수지에는 늦여름을 부여잡는 이들이 여름을 즐기고 잇엇다.
우리가 너무 빨리 도착해서 아직도 햇님은 중천에 떠잇고. ㅜㅜ
한쪽은 말간 가을 하늘이고, 다른 한편은 양떼구름이엇다.
우산도 준비 못햇는데, 비가 오지는 않으련지..
"당신의 두다리가 의사이다"라는 문구가 와닿는 개회식장의 모습.
참가선수들의 신명을 돋우기 위해 출발전 개회식때 사물패가 공연을 하기 위해 연습중이다.
어깨가 들썩들썩!!
징과 꽹과리 소리에 절로 신명이 난다.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밀릴 것으로 예상해서 주5일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에다 퇴근조차도 늦은 울회사이기에,퇴근후에 조금 분주하게 설쳣다. 물이랑 복숭아, 빵조각을 챙기고,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 꽁꽁 졸라메고서는 후다닥 설쳐 도착을 햇더니 5시 30분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한산한 주차장과 아직 이른 시간이라 나들이객들만이 잇엇다.
내가 걷기대회 신청을 하자고 해놓고서도 12km가 아니라 5km로 착각하고 잇엇다.
저녁 7시에 시작해서 5km의 거리이면 한시간하고도 삼십분이면 대충 끝이 나니, 이 대회가 끝나고 통닭에 시원한 생맥주한잔하자며 낭군과 울꼬맹이에게 얘기햇엇는데, 막상 도착을 하니 최저 거리가 12km였다.
옴마나, 이를 우째???
5km로 착각하는 바람에 저녁도 챙겨먹지 못하고 간 불쌍한 울식구..
게다가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7시까지의 기다림으로 인해 조금 지친 울식구..
12km, 20km, 30km, 40km, 50km.
걷기대회의 거리들이다.
접수를 하면서 나누어주는 개인번호판이 1000번대부터 5000번대까지 잇기에,
나는 사람들이 5,000명이나 참석하는데 왜 이렇게 사람수가 적지라고 생각햇엇는데, 알고보니 제일 앞자리수가 거리대별이라나?
1000번대는 12km, 5000번대는 50km, 이렇게..
12km 코스이다.
봉무공원을 출발하여 공산터널 입구를 지나 다시 되돌아오는..
'50km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라는 한심한 착각을 하게 만든 지도..
우리 가족은 12km를 신청햇다.
나는 내가 12km를 신청한지도 모르고 계속 5km라고 낭군에게 우겻다는. ㅋㅋㅋ
접수 후 나누어 주는 개인물품을 열심히 검사(?)하고 계신 울따님.
똑같은가, 무엇이 빠졋지??
'엄마, 엄마, 조그만 전등들은 세개다 내가 가질래.' 욕심꾸러기 같으니라궁.
그래도 세상에서 젤로 이쁘다, 참!! 팅이님 다음으로 제일 이쁘다.
운동화 꽁꽁 동여메어 신고..
먼길에 발뒤꿈치가 벗겨질까봐 발뒷꿈치에는 밴드가, 양말은 뚜꺼운 걸로..ㅋ
접수를 하면 작은 생수 한병과 대추한봉지가 주어진다.(근데, 대추는 왜 주엇지?)
그리고, 손전등과 깜빡이등은 필수이기에 개인이 지참해야 하는 준비물이다.
12km의 거리는 봉무공원에서 출발하여 파군재 삼거리, 보성타운을 거쳐서 구도로인 터널 위를 지나 반환점을 돌고, 돌아올때는 새로 난 공산터널을 통과해서 다시 봉무공원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지도로 보니 그리 먼 거리는 되지 않은 듯하고 50km에 비해 턱도 없이 짧은 거리이니 거리에 대하여 겁을 먹기보다는 살짜쿵 우습게 보엿엇다. 물도 준비되어 잇겟다, 약간의 간식도 준비되어 잇겟다, 게다 가족이 모두 함께 하니 무엇이 두려우랴..
등산 할 때를 생각하며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완주를 하자며 우리끼리 다짐을 햇엇다.
출발 전 개회식을 하고 잇는 중이다.
개인번호판을 배앞쪽에 붙인 사람, 배낭에 붙인사람.,
우리는 세식구가 배낭을 하나만 준비햇엇다.
내년에는 각자 하나씩 준비할 것을 다짐하며,
왜냐구?? 배낭에 번호판을 붙이니 더욱더 폼이 나더라는.. ^^
7시 20분쯤 출발이엇나? 출발!!!!
그러나, 천천히 우리의 보폭에 맞게 하자는 우리들끼리의 약조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렷다.
사람들이 우르르 빠른 보폭으로 나아가고,
게다 깜깜한 밤으로의 시간이기에 이 사람들을 놓치면 안된다는 기우로 인해 우리도 덩달아 성큼성큼..
먼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잇으니 천천히 가다보면 한도끝도 없기에 모두가 서둘러서 가는 분위기엿다.
어른들이 생각해도 성큼성큼 큰 걸음이다 싶은데, 울꼬맹이의 발걸음으로는 어떠햇을까?
작고 약한 다리로 종종종종..
조그마한 놈이 어른들 틈사이에 끼여 후다닥 나아가고 잇다.
에구 이쁜놈.. 엄마를 닮아 우찌 저리 뒷통수마저 이쁜디야?ㅎㅎ
우르르 사람들과 몰려가다가 2km지점부터 우리 식구가 조금씩 처지기 시작햇다.
'현정아, 우리가 뒷쪽인데, 사람들 놓치면 안돼, 깜깜한 밤이니 같이 가야돼.'
이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울꼬맹이 '룰루랄라'걸음으로 걷는다며 춤출때 처럼 두발을 굴리며 앞으로 죽죽 나가는 거다.
'현정아, 그렇게 뛰면 힘들어, 그냥 걸어가야지. 12km면 한참을 걸어야돼!!'
그러나, 울꼬맹이 룰루랄라 걸음이 더 쉽다면서 두 발로 콩콩콩 춤을 추듯 뛰어갓다.
저는 걸음이라고 우기지만, 이건 뜀박질수준이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요놈을 잡는다고 후다닥..
옆에서 재잘거리는 놈의 말을 들어주며, 물음에 답해주며, (끊임없이 재잘거린다. 도대체 이렇게 걷기만으로도 힘든데 저놈은 우째 저리 말도 많은지. 에휴~) 5km지점에 도착을 햇다.
여기서부터는 공산 터널이 뚫리기 전의 구도로이기에 오르막 산등성이의 길이다.
이미 걸음이 빠른 사람들은 저 멀리로 사라졋기에 조금 뒤처진 사람들이 산등성이의 도로를 열심히 올랏다.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도로, 명칭은 달빛걷기대회이지만 하늘 가득 깔린 구름속으로 달님이 숨어버려 여기저기서의 손전등만이 훤한 길이엇다.
울꼬맹이가 '얘들아, 시끄러워!'라고 소리쳣던 귀뚜라미소리만이 요란하고, 밤길을 따라 오손도손 속삭이며 걷는 사람들..
'앗! 반딧불이다~~'
풀숲사이로 별님이 반짝하고 솟아오르기에 내가 소리질럿다.
'현정아, 반딧불이다, 전등꺼!!'
나의 외침에 여기저기서 반딧불이다라며 작은 탄성이 들렷다.
중학교 다닐 적에 보고서는 처음 보는 반딧불이라 반가움에 호들갑을 떨엇더니,
울따님 曰 '엄마, 반딧불 처음 보나? 왜 그리 난리고?'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반딧불을 보는 놈이 신기해하지도 않는다. 이런~~
12km의 반환점이다.
이 반환점을 보고 나혼자서 신이 나서 우와~~라고 소리질럿다.
'12km! 까짓 별거 아니네, 내년에도 또하자.'
이제 겨우 반을 왓을 뿐인데,, 다시 반을 돌아가야 하는데,..
반환점을 돌아서 조금 내려가니 도장을 찍어주셧다.
좌측 아래의 파란 도장.
요걸로 반환점을 돈 것을 확인을 한다나?
이 도장 하나를 위해서 6km를 걸어왓다.
메달 하나를 위해서 다시 6km를 돌아가야 한다.
반환점에서 나누어 주는 배즙과 빵.
'주님, 저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지 밀가루빵위에 설탕시럽만 살짝 발렷을 뿐인데, 울꼬맹이 정말 맛잇다면서 하나를 통째로 꿀꺽.
그래, 배가 무쟈게 고팟지?? 미안하다, 꼬맹아. ㅠ.ㅠ
오르막을 내려오니 6.2km지점. 12km가 목표인 사람들의 반환점이엇다.
'이야, 12km별 것 아니네. 벌써 반을 왓으니 돌아가는 길만 남앗다.'
그러나, 사실은 이때부터 다리가 무쟈게 아팟다. 꼬맹이캉 같이 가는 길이라 다리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힘들지만 힘들다는 내색도 못하고..
반환점을 기념으로 가족사진 한판 박고서 돌아가는 길을 나서니,
도우미하시는 분이 개인번호판에 도장도 쾅하고 찍어주시고, 간식으로 빵과 배즙을 나눠주고 계셧다.
시장이 반찬이라 햇던가? 허기짐으로 인해 정말 맛나던 빵.
12km거리중에서 유일하게 쉬던 시간이다. 빵먹는 시간.
'현정아, 12km 별 것 아니다, 우리 내년에는 30km 해볼까?'
'싫어, 내년에 30km는 엄마 혼자서 해.'
'그럼, 내년에도 우리 그냥 12km만 할까?'
'응, 내년에도 12km만 하자.'
싫다고 하면 어쩌나싶어 먼거리부터 얘기햇더니만 그것도 모르고서는 내년에 다시 참여하자고 한다.ㅋㅋㅋㅋ
힘들지만 그래도 싫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 참으로 예쁜 놈이다.
공산터널을 뚫고(?) 도착지점으로 간다.
이때부터 다리가 아프기 시작햇다.
돌아가는 길은 정말 다리가 아팟다.
대체 50km하는 사람들은 무슨 마음을 먹고 그 머나먼 거리를 도전을 햇을까,
그 사람들은 정말로 자신과의 싸움일 것이다,
그 사람들은 과연 몇 시간이나 걸릴까,
마음만 먹는다고 완주는 할 수 잇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간식은 뭘까?? ㅎㅎㅎ
씩씩하게 잘 걷던 울꼬맹이, 드디어 낑낑거리기 시작햇다.
'엄마, 다리아퍼~'
'현정아, 엄마도 다리아퍼, 그래도 울꼬맹이 대단하다. 주위에 봐라, 현정이처럼 어린 친구 없잖아, 정말 대단하다.'
(사실은 잇엇다.)
나도 발목부터 당기기 시작하더니 주루룩 허벅지와 엉덩이를 거쳐 허리까지 아팟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아프다고 쉬어갈 수도 없고, 차를 타고 갈수도 없고, 이제는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현정아, 가위바위보해서 지는 사람이 업어주기하자.'
그러나 억울한 것은 내가 이겨도 요놈에게는 못업힌다.
초등 2년인, 엄마와는 달리 아주 약하디 약한 딸래미이다.
내가 잠깐 업어주고, 낭군이 잠깐 안아주고.
그러나, 혼자서 갈 수 잇다며 내려서는 씩씩하게 잘도 걸어간다.
울따님이지만, 이럴때는 참으로 대견스럽다.
다리아프다고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그래도 사촌언냐보다는 내가 낫지라며 혼자 뿌듯해하고.
도착지점인 봉무공원이 눈앞에 보일 때는 다리가 내다리가 아니엇다.
전설의 고향의 귀신처럼,누군가에게 '내 다리 내어놓아라~'라고 소리치고픈 심정.
오랜 걸음으로 다리뿐만 아니라 허리까지 결려서 겨우겨우 한발씩 떼서는 마침내 출발지엿던 도착지점에 도착햇다.
완보증에 메달하나.
수영메달 두개에 걷기 메달 하나 추가다.
'저는요, 상장은 받아봣는데, 메달은 처음 받아봐요, 고맙습니다.' 울꼬맹이의 마지막 한마디. ㅋㅋ
울꼬맹이의 개인번호판, 완보증, 메달하나..
난 수영에 이어서 다시 메달 하나 획득이다. ㅎㅎ
울따님은 2시간 54분인데, 나는 왜 2시간 55분이지?
7시 20분쯤 출발해서 10시 20분쯤 도착햇다.
12km에 2시간 55분이 걸렷다.
이정도의 시간이면 어른의 걸음걸이라고 생각한다.
'우와, 힘들어, 다시 되돌아가자, 담에는 안할래.'끊임없이 재잘거리고 투덜거리던 놈이,
도착후에 나누어 주는 떡하나 집어 먹으면서 하는 말이,
'엄마, 내가 어떻게 걸어왓는지 기억이 안나.'
비록 힘들고도 먼 거리엿지만, 가족이 함께한 다시 만든 작은 추억거리이다.
내년을 기약하며 아픈 다리를 끌고서 집으로 돌아왓지만,
이 추억이 울꼬맹이에게 저물어가는 마지막 여름방학의 선물이기를 바란다.
어려운 일도 함께할 수 잇는 가족이 잇어 든든한 의지가 된다는 것을 요놈은 알려나?
그러나, 올여름 내내 들던 생각들,,
나는 대체, 왜, 이짓을 하고 잇을까~~
첫댓글 작년에 팔공산달빛걷기대회 완보하고 적은 글입니다. 요기에 일산님캉 김승환님 뒷머리가 어딘가에 숨어있다는..ㅋㅋ
요염하고 날씬해보이는... 뒷통수가...바로 접니다...ㅎㅎ
저두 작년에 50km 참여했는 기억이 나네요......역쉬 뛰는거 보다 걷는게 힘들더라구요......ㅎㅎ
뛰는게 더 쉬우려나요? 마라톤 10km신청해놓았는데, 연습은 안하고 잇고, 걷기만큼 힘들면 어쩌나라고 한숨만 쉬는 중입니다.
저두 마라톤 하프뛰어보구 그날 마라톤 풀코스 뛰시는분도 같이 걷기대회 같이 했는데.....하시는 말씀이 50km뛰는게 쉽지 걷는건 장난이 아니라고 하시더라구요.....마라톤 10km 생각만큼 힘들지 않을꺼에요....꼭 완주 하세요....
100km울트라까지 뛰어본 경험에 의하면
하프는 10km 체력의 4배, 풀은 하프체력의 4배가 더 필요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연습량이지요.
10km는 뛰어볼 만하다는 것 맞죠?
평소 자주 걷거나 가끔씩이라도 조깅을 해봤다면 모를까...
마라톤 대회라고 무리하게 뛰지 마시고,
힘들면 걸어도 된다는.... 편안~한 안내입니다. ^^*
뛰는 것 보다 걷는게 엄청 더 힘들다는 것을 느낀 고행의 밤이었습니다.
잊어버릴만 했더니 다시 또 가심을 후비시네요...ㅠㅠ
중간에 먹은 막걸리 이후로 급성장염에 죽을 뻔(?)한 날 이었답니다.
4월 11일 10km는 나도 뛰는데...달려본지가 어언 4년이 넘었더라는...
전, 4월 25일 성주참외 마라톤대회나가요. 거기는 10km에 2시간 30분이라네요. 울꼬맹이델고 나가려구요..
달빛걷기 신청검색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ㅎㅎㅎ. 올해 할까말까로 고민중인데..^^
팅이님 같이 걸어요~~전 처음이고 혼자라 많이 망설여집니다
가족들과 달빛걷기 오늘 신청했어요~ 카페에 많은 분들이 가시는 듯한데, 우째 뵐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