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의 비밀
송현숙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 날씨에 동네 할머니들 친하신 몇 분은 돌 위에 앉으셔서 매일같이 대화를 나누신다. 코코가 산책을 할 때 보면 찌롱이 강아지 할머니, 준희 강아지 할머니, 그리고 만나는 이웃들 모두가 우리 코코에게 순둥이, 겁 많은 강아지, 착한 강아지, 얌전한 강아지라고 이구동성으로 똑같이 별명을 지어 주셨다. 그런데 우리 코코에게도 1급 비밀이 생겼다. 산책을 나간 어느 날 아침이었다. 코코와 함께 15동을 지나 4동 숲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코코가 점프를 하다가 멈추었다. 갑자기 아주 갑자기 순식간에 생긴 일이었다. 보니까 날아다니던 참새가 코코의 갑작스런 기습에 땅에 떨어졌다. 작고 여린 생명이 땅 위에서 가냘프게 떨고 있었다. 참새를 살려 주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만 할 뿐 무서워서 누워 있는 참새를 만질 수가 없었다. 나는 코코에게 야단만 치고 있었다. 코코야 참새를 물면 어떻게 해? 어머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나의 울음 섞인 소리는 지나가는 사람만이 구경할 뿐 나도 구경꾼도 참새를 어떻게 구해 주지 못했다. 나는 참새가 불쌍해 계속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다행히 곰순이 강아지, 참이 강아지 아버지께서 마침 지나가시다가 죽은 참새를 6동 나무 밑으로 데리고 가셨다.
코코의 기도
하나님 아버지/코코를 보살펴 주셔서/ 안 아프게 해 주세요//어느 날 제가/ 숲속으로 들어가려던 중/ 폴짝 뛰어올라/ 참새 한 마리를 물었어요// 살짝 물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 참새가 죽었어요// 저의 죄를/ 흰 양털처럼 깨끗이 씻겨 주시고// --중략--
코코야 이제부터 너의 1급 비밀을 지켜 줄게. 어리고 약한 짐승을 다시는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모든 이웃 사람들이 순한 강아지라고 인정을 해 주셨듯이 앞으로 순하고 착하게 살자.
(김포문학 38호, 321~323 페이지, 2021년)
[작가소개]
송현숙 김포문인협회 회원, 김포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자유문예』단편소설로 등단. 마터나문학상, 하나은행 여성글마음잔치 우수상, 한글나라 생활문학상 우수상, 김포예총 공로상, 경기문학 공로상 수상.
[시향]
이 글은 송현숙 작가의 수필「코코의 비밀」에서 발췌한 일부분이다. 순둥이 애견에게 기습당한 어린 참새의 희생을 너무나 안타까워하면서도, 애견의 돌발행동을 똑같은 방법으로 맞갋을 수도 없고 그래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작가는 안절부절못한다 강아지의 장난질에 생명을 잃은 참새를 보며, 말 못하는 강아지 대신 작가가 하나님께 기도하는 부분에서는 마음이 애잔해지기도 한다 맑은 마음의 안경을 통해 바라보는 희생된 생명체에 대한 작가의 심성이 허우룩한 독자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있다 어려서부터 생명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는다면, 이즈음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생명경시 현상들이 확연히 줄어들지 않을까?
글 : 박정인(시인)